얹어 놓으면 색이 겹쳐져요 밖이 보이긴 보여요
가운데 죽은 사람도 보이고
어제 거리에서 작은 등에 금성을 매고 다니는
소녀를 보았습니다
붉은 온도는 끓고 있지만 푸른 셀로판지가 무능화 시켜요
손부채에 성역은 날아가고
에어컨 실외기는 계속 돌아갑니다
서울이라면 한강 쪽으로 걸어오시고
제주도라면 한라산을 향해 오세요
바르셀로나에서 기차 타고 40분 정도 가면
시체스라는 도시가 나와요
리세우역 앞에서 아침밥을 먹다가
귀가 어두운 한국인 할아버지께서 오늘은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데
시체스요! 시체스!
아무리 크게 외쳐도 모르셔요
그런데 옆에 언니가 시체, 시체!
하니까 바로 알아채시더라고요
하얀 건물 속에 둘러 싸였다면
얼른 빨강 셀로판지 뒤로 와요
노란 튤립은 주황색 꽃으로 보이기 마련이지요
이젠 바다를 향해 행진해요
신비한 종이는 파도에 노랑 안감을 덧대요
파란 튤립은 초록색 꽃으로 보이기 마련이지요
당신이 견고히 연산 작용 해온 보편적 표상들 속에서
유일하게 무너지는 법칙은 무엇이에요?
…
친애하는 명왕성에게,
얼음산에 수국을 심어서 형광 나비 성을 만들게요
청록의 셀로판지가 필요 없는 행성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널리 혜량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메인 뉴스는 저녁 그늘의 길어진
관상을 보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말을 하네요
분무기로 창문에 물을 뿌려요
셀로판지를 조각조각 붙여요
볕이 들면 한두 번 정도는 아름다운
그림자를 바라보고요
사색을 넘어선 세상을 보아요
어떤 날엔 장의사가 무지개 색 의자를 만들고 있어요
-2023 오장환신인문학상
카페 게시글
시사랑
셀로판지의 사색 /박은영
밀화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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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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