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경기 후기나 분석글은 많이 올라왔으니... 패스하고,
오늘 6차전 패배가 가져온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관점들 몇 개만 나눠보고자 합니다.
부정적인 측면
1. 오늘 경기에 올인함으로써 스퍼스 빅 3가 당면한 체력적인 부분 (더구나 덩컨의 왼쪽 무릎...)
2. 다 잡은 우승을 눈 앞에서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이 정신적 데미지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3.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이던 르브론이 4쿼터부터 살아났다.
긍정적인 관점
1. 이 시리즈는 원래 2연승을 한 팀이 없었다 (스퍼스는 이번 플옵에서 2연패를 한 적도 없다).
2. 지노빌리가 6차전보다 더 못할 수는 없다 (이렇게 쓰면서도 나오는 이 '강아지' 욕 ;;;).
3. 스퍼스가 5번의 파이널에서 시리즈 리드를 한 번도 안 빼앗긴 기록은 아직도 유효하다.
4. 지난 10년간, 스퍼스는 3선승을 하고 원정을 떠났던 16번의 시리즈 전부를 승리했다.
5.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스퍼스는 항상 원정 경기에서 시리즈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래는 예전에 제가 사진/그림 자료실에 올렸던 빌 러셀 관련 게시물을 긁어 온 것입니다.
빌 러셀이 이끈 60년대 보스턴 셀틱스와 가장 닮은 꼴이 바로 팀 덩컨과 00년대 스퍼스라 확신하기에...
러셀이 은퇴하면서조차도 우승을 했던 그 감격적이고 역사적인 69년 파이널 7차전을 복기해보고자 합니다.
스퍼스 팬들, 그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스퍼스 선수들 모두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 세 시즌을 주장 겸 감독으로서 이끈 빌 러셀.
1966년, 보스턴 셀틱스 왕조의 8연패를 끝으로 레드 아워백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아워백 감독은 자신의 후임으로 '원조 식스맨', 프랭크 램지를 지명했습니다.
그러나 램지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자신의 양로원 사업에 올인하고 있었습니다.
아워백 감독의 다음 타겟은 원조 포인트 가드, 밥 쿠지였습니다.
쿠지는 자신은 예전 동료들을 감독하며 팀을 이끌 자신이 없다며 코칭 직을 고사했습니다.
그래서 아워백 감독은 리더쉽이 좋았던 탐 하인즌에게 선수 겸 감독이 될 것을 종용했습니다.
하인즌도 카리스마 넘치고 항상 진지한 빌 러셀을 컨트롤 할 자신이 없다며 역시 고사했습니다.
결국, 레드 아워백 감독이 빌 러셀에게 의향을 묻자 러셀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OK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최초의 흑인 감독으로서, 또 주장으로서, 팀을 백투백 우승으로 이끈 후 은퇴를 했죠.
모든 스포츠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플레잉-코치' 직이 아니었습니다.
NBA 사상 전무후무한 '헤드코치' 겸 '주장'으로서 해낸 대업적이었습니다.
1. 헤드코치 겸 주장인 선수
1969년 파이널 7차전은 러셀의 은퇴경기였습니다.
그의 나이는 이미 36세... 주로 30대 초반에 은퇴하던 당시죠.
코트 위의 그는 환갑이 훨씬 지난 할아버지였습니다.
13시즌을 뛰며 신체는 지칠대로 지쳐있었고... 체력도 안 따라주는데,
경기를 뛰면서 상대 팀과 자기 팀 선수들 개개인까지 모두 분석해야만 하는 위치.
4쿼터 초반, 웨스트의 슛이 연속으로 꽂히자 감독인 그가 타임아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수비가 좋은 샘 존스(24번)에게 코트에 들어갈 것을 명령하죠.
그리고 본인은 숨을 헐떡이며 선수들을 불러모아 작전지시를 내립니다.
2. 죽을 힘을 다 해서 파이널 7차전에 임한 러셀
자기보다 더 크고 더 강하며 나이도 3살이나 어렸던 체임벌린을 막을 선수는 러셀 자신 뿐이었죠.
그러나 이 경기에서 러셀은 젖먹던 힘까지 다 내어 수비했고, 리바운드를 했으며, 또 달렸습니다.
체임벌린을 막다가 4쿼터 초반에 이미 5반칙에 걸렸고, 자신을 백업해줄 빅맨도 없었던 터라...
정말 내가 왜 이렇게 하면서까지 농구를 해야하는지... 자기 자신에게 계속 물으며 울면서 뛰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마지막 경기... 러셀은 이 경기에서 6득점, 21리바운드, 7블락샷을 기록했습니다.
러셀이 보드를 담당해주고, 존 하블리첵, 샘 존스, 돈 넬슨 등의 슛이 잇달아 터졌지요.
3. 클러치 수비의 화신
큰 점수차로 지고 있던 레이커스는 제리 웨스트(42점, 13리바운드, 12어시스트)의 활약에 힘입어,
1분여를 남기고 1점차까지 쫓아갔습니다. 스코어는 103 대 102!
이 때부터 레이커스의 3연속 포제션이 모두 러셀의 수비로 인해 무위로 돌아가고 맙니다.
스틸, 수비 리바운드, 블락샷, 그리고 또 하나의 수비 리바운드...
결국, 이번에도 우승은 러셀과 셀틱스의 몫이 되고 말았죠.
13시즌 동안 11번의 우승... 대기록이 만들어지던 순간입니다.
4. 목이 메어 말을 못 잇는 불세출의 리더
우승이 결정된 후 라커룸에서 리포터가
"정말 굉장한 승리입니다. 이번 우승은 감회가 새로우시죠?" 라고 묻자,
"예, 맞습니다......" 하고 감격에 겨워 더 이상 말을 못 잇는 러셀의 모습입니다.
그렇습니다... 레이커스 원정 7차전...
레이커스는 리그 MVP 급 활약을 하던 최전성기의 제리 웨스트를 필두로
체임벌린과 엘진 베일러까지 맹활약을 떨치던 화려한 빅 3의 팀이었습니다.
보스턴 셀틱스는 누가 봐도 지는 해...
러셀 뿐 아니라 대부분의 주전들이 이 7차전을 끝으로 은퇴할 것을 이미 선언한 상태였죠.
레이커스 포럼 경기장 관중석엔 레이커스의 우승을 축하할 몇 천 개의 풍선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에게도 제공하려고 수많은 샴페인 박스들도 경기장 내에 배치되어 있었죠.
해설자와 분석가들, 기자들, 그리고 모든 농구 전문가들이 레이커스의 우승에 올인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레이커스의 당연시되던 우승 분위기에 셀틱스가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그래서... 러셀은 이 때 얻은 우승반지를 가장 소중히 여기며 지금도 항상 끼고 다닙니다.
69년도의 러셀처럼...
덩컨도 이틀 후에 마이애미 홈에서 우승하고 감동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을 재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긴 리그 역사에서 빌 러셀 옹이 직접 자신과 가장 닮은 선수라며 극찬한 선수가 덩컨입니다.
7차전에선 아마도 오늘처럼 30득점, 17리바운드를 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나 정말 마지막까지 왔으니, 시즌 내내 보여줬던 수비왕 포스를 한 번만 더 보여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러셀 옹 왈, "이봐, 티미... 나는 자네의 우승반지가 네 개에서 끝날 거라 생각하지 않네. 자네는 더 따낼 수 있어!"
(러셀과 덩컨 간의 특별한 만남 중에서...)
스퍼스 팬분들께서도 오늘 라이브로 목격하셨듯이...
NBA 우승은 정말 하늘이 허락해야만 가능한 엄청난 것입니다.
아무리 4쿼터 내내 농구를 잘했어도, 단 한 번의 착오, 플레이, 작전 등에 의해
승패가 순식간에 그네타듯 바뀔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말도 안 되는 3점이 들어가며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요.
(경기 초반, 베티에이의 의도치 않은 3점 뱅크샷이 들어갔을 때 6차전 승부에 대한 예감이 좋지는 않더군요.)
그러나... 오늘같은 경기를 하고도 질 것이라곤 마지막 순간까지 사실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졌습니다.
마찬가지로, 히트에 많이 유리해보이는 7차전 승부의 향방도 결국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것입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전심을 다해 응원하십시다!
그리고 승부가 어떻게 나든지 간에,
우리 스퍼스 구단과 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과 감사의 박수를 보내주십시다!
Go! Spurs Go! V5!!!!!
98 - 99 - 00 - 01 - 02 - 03 - 04 - 05 - 06 - 07 - 08 - 09 - 10 - 11 - 12 - 13
첫댓글 박사님 언제나 같은 마음입니다. 열심히 응원합시다!!!
좋은 글이네요~^^
박사님 글을 보니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게 되네요... 오늘 결과가 맨붕으로 유지되서 위로 받을 곳이 없습니다.
간절히 샌안토니오의 우승을 소망 합니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랍니다. SPURS GO GO V5 !!!
지노빌리가 7차전 다시 오비완으로 복귀해서 명예회복 및 파이널 MVP 까지 얻을 수 있도록 바랍니다 ㅎㅎㅎ
한 15점, 7어시스트만 하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플레이 하나 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보스턴 셀틱스가 보여준 열정을 스퍼스가 재현하길 바랍니다.
산전수전 겪은 스퍼즈 선수들이 멘붕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팬 답게 멘붕당하지 말고 굳건히 믿어줍시다! 화이팅!! Go Spurs Go!!!
화이팅 화이팅!!!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면 됩니다. 7차전 기쁨의 박수가 절로 나오길 바랍니다.
GO SPURS GO V5 !!!
던컨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최소한 오늘 보단 잘 해줄테니.. 스퍼스를 믿습니다.
05년 파이널 디트와의 7차전이 생각나네요. 당시엔 홈이였고 이번엔 원정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원정이라고 해서 불리하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일딴 가장 많은 부담을 느껴야 정상인 카와이-그린이 전혀 쫄지않고 있고(그린은 슛감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수비에서 존재감을, 카와이는 되려 날라다녔죠) 박사님 말씀처럼 마누는 더이상 떨어질곳이 없죠.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오늘 지긴했지만 7차전은 50:50싸움인것 같네요.
파이널 7차전, 이젠 분석도 필요없는 경기가 남았네요. 선수들이 모든걸 쏟아내는 모습을 기대하며 응원해야겠습니다.
오늘 2쿼터까지 보면서 우승 트로피와 파엠 트로피를 들고 있는 던컨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는데 말입니다...ㅠㅠ
아마 박사님이 팸 게시판을 다독여주신 것처럼 던컨이 샌안 선수들을 이렇게 다독이고 다시 나아가게 할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한경기 남았는데 침울해 할 필요 없죠 뭐~|이길 껍니다!!
저도 경기후 멘붕와서 일도 안하고 종일 카페만 들락날락중입니다ㅜㅜ 7차전은 지노가 각성하고 그린,닐의 삼점 폭격으로 이길겁니다..히트의 수빌 뚫을 방책도 이미 포포가 세워 놨을겁니다
이번 파이널의 특징이 오늘의 경기가 다음 경기의 판세 예상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점이었죠. 이 경기 보면 시리즈 씹어 삼킬 기세였다가 다음 경기엔 또 반대고 하여튼 전술도 전술이지만 선수들의 컨디션도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습니다.
아직 롤러코스터 주행은 끝이 나지 않았고 어디로 향할지는 다음 경기를 봐야 알 수밖에 없을 것 같다입니다.
솔직히 저를 포함해 다들 아쉬움 천근 만근이지만 이 점에 희망을 걸어 보자구요!
재미있는 건 ...
5차전까지는 17-4, 12-3, 이런 Run을 가져간 팀이 이겼고,
오늘은 그 런이 스퍼스는 2쿼터 후반에, 히트는 4쿼터 초반에 각각 한 번씩 나왔죠.
좋아요가 있다면 꼭 눌르고싶은 글이네요^^
'추천' 버튼 있잖습니까? ^^
30초만...제길...내일까지 이 속을 다스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7차전 응원하겠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7차전 승리로 기분 좋은 주말 맞을 거에요!! ^_^
결과적으로 7차전 이기면 그만입니다.,,역사에서는 결과만이 존재하죠
승패승패승패 >>>>>>>>> 고로 7차전 승 !!!!
전 30개 구단중 딱히 응원하는 팀이 없는데, 이런 글을 보면 박사님 때문에(?) 스퍼스 팬 될 수도 있을듯 ㅎㅎ
하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행히(?) 오늘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봐서 최후의 결과가 어떻게 나던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미리 된 것도 같네요. 던컨형의 눈물겨운 분투와 팀 스퍼스의 저력을 끝까지 믿어보겠습니다.
눈물나네요 ㅠㅠ
6차전처럼 본인이 30점까지 하는 상황까지 안가고 미친듯한 수비와 블럭으로 골밑접근불가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멋진글입니다!!!!던컨도 꼭 이렇게 되길~~믿습니다 던컨!!!
아멘
박사님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
정말 응원이 되는 글인데요? ^^ 스퍼스 오늘 정말 멋진 마침표를 마이애미 홈코트에 찍어 줬으면 좋겠네요......go spurs!! gooo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