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기업 다쏘시스템의 기욤 방드루델미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경험의 시대의 제조업` 콘퍼런스에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비즈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더스트리 4.0은 2010년 초 독일 정부가 자국 제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추진한 전략이다.
델미아는 다쏘시스템의 한 사업부문이다. 제조업의 운영 관리(Manufacturing Operations Management·MOM) 부문에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제공한다. 공장 운영을 가상공간으로 옮겨 시험해보는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인더스트리 4.0과는 달리 공장 운영을 사전에 최적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더스트리 4.0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방안을 찾는다. 반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생산 라인 가동과 근로자 배치 등을 어떻게 설정할 때 생산성이 가장 높은지 미리 시험해볼 수 있다. 방드루 CEO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속도와 민첩성(agility) 측면에서 시장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 제조업의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방드루 CEO와의 일문일답.
―콘퍼런스 발표에서 인더스트리 4.0은 특별한 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 독일식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현장에 더 많은 로봇을 설치하고 자동화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현장 작업자들이 더 나은 정보를 받을 수 있게 연결성도 강화했다. 그 결과 효율성이 조금 증가하고 공정을 조금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항상 해왔던 것이다. 도요타의 `가이젠(改善·개선)`도 정확히 그 전략이었다. 인더스트리 4.0은 디지털화가 아니었다. 파괴적인 혁신(disruption)은 없었다. 낡은(obsolete) 방식이다.
―어떻게 디지털화해야 하나.
▷지금은 경험의 시대다. 고객은 극도로 맞춤화된(customized) 제품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제공 속도도 매우 빨라야 한다. 과거 방식으로는 시장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최신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제조업의 운영 관리 부문에 디지털 모형을 적용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여기서 파괴적인 혁신이 나온다. 생산성도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시간 등의 문제로 실제 세계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을 가상 환경에서 미리 시험해볼 수 있다. 더 잘 준비하고 더 빠르면서도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생산 라인 가동 및 근로자 배치 등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상 환경과 실제 세계가 서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가상 세계에서 최적화한 다음 이를 그대로 실제 세계에 반영하면 된다. 또 가상 환경에서는 근로자 모두가 동일한 데이터를 보면서 작업하게 된다. 한 근로자가 어떤 조치를 취하면 다른 근로자가 이를 확인한다. 이는 긴밀하고 효율적인 협력 작업을 가능케 한다.
―제조업에 르네상스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하나.
▷기업이 갖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는 속도와 민첩성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여기서 제조업의 르네상스가 출발한다. 디지털 트윈 역시 기업의 지식과 노하우를 가상 환경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은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그 양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를 수집·활용할 수 있는 완벽한 수단이다. 인공지능으로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복원해 사람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등 신기술은 미래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나.
▷기술은 일자리를 죽이지 않고 창출한다. 자동화를 통해 어렵고 지루한 일을 제거하는 한편 기술 관리 등과 관련해 다른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이동하는 것이다. 현장 근로자들의 기술(skill set)을 바꾸는 것과 관련이 있다. 미래 근로자들은 자동화 장비를 운전하며 더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 디지털화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를 활용해 현장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기업은 이에 성공할 때 성장할 수 있다. 성장하면 직원 수도 늘어날 것이다. 다쏘시스템 고객사 중 한 핀란드 기업은 실제로 시장 점유율과 직원이 늘었다.
―테슬라는 로봇 제조에 지나치게 의존해 생산 속도가 감소한 걸로 알려져 있다. 현재 로봇 제조 기술은 아직 미성숙한 단계인가.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이 차체 제조를 100% 로봇으로 한다. 로봇 기술은 매우 성숙하고 실제 산업에서 쓰이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봇 기술의 성숙도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만약 이상이 생긴다면 로봇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사용 방법과 관련된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은 디지털화에 투자할 여력이 없을 것 같은데.
▷꼭 비용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에 대한 접근 가능성은 매우 높다. 기술이 주는 혜택도 있다. 문제는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여기에 익숙하지 않다. 너무 바쁘고 업무 강도가 세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도입할지 생각해볼 기회가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규모가 더 작아도 곧바로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결국 시간과 마음가짐의 문제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그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 "한국의 디지털화 ? 중소기업은 다소 뒤처져"
기욤 방드루 다쏘시스템 델미아 최고경영자(CEO)는 비즈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중소기업은 디지털화 측면에서 다소 뒤처져 있는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의 제조업 혁신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디지털 전환을 향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산,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은 이미 디지털화를 시작했다. 여기서 강한 경쟁력이 나온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결국은 대기업을 선두로 관련 공급망이 디지털화될 것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역시 변할 것이다. 하지만 빨리 가야 한다. 열차를 놓치면 따라잡기가 매우 힘들다.
―유럽과 중국의 기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는 전 세계적 과제다. 몇몇 지역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이 그렇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거대한 규모로 추진한다. `중국제조 2025`는 이를 장려하기 위한 매우 좋은 정책이다.
―조선산업에서 중국과 한국의 디지털화를 비교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조선산업 역시 3D익스피리언스(다쏘시스템의 3D 솔루션 플랫폼)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중국 조선사 중 다쏘시스템 고객사가 많다. 이번에 방문하는 중국 장난조선소는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분명 중국의 조선업이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중국 조선사가 디지털화를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가.
▷장난조선소의 경우 2015년 말인 걸로 안다. 불과 2~3년 전이다. 내가 한국 조선산업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만약 중국이 10~20년 앞서 있다면 걱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차이는 크지 않다.
―한국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은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 한국 조선산업은 이미 지식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솔루션도 존재한다. 그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다. 한국은 무언가를 도입하는 데 있어 매우 유연하다. 20~30년 전에 산업 호황이 있었고 차세대 산업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 디지털 트윈이란 ?
실제와 똑같은 가상공간서 제조 시연…최적의 조건 만들어 시행착오 최소화


작업자들이 무대로 나와 작업을 하는 도중 3번 시설의 압축 기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고장 가능성이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는 알림이 떴다. 다쏘시스템 사업부문 델미아의 토마 부페 혁신센터장은 다쏘시스템의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3번 시설을 쓰지 않고 최대한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시연에서 현장 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생산시설 가동과 근로자 배치 등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시험(simulation)한 결과 3번 시설에서 하던 압축 작업을 1번 시설의 압축 기계로 하는 것이 최적의 결정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소프트웨어는 또 3번 시설이 점검을 받는 동안 3~5번 시설 작업자들을 다른 시설로 옮겨 작업하게 했다. 4~5번 시설 작업자들은 완성된 부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비교적 간단한 일을 했다. 소프트웨어는 2번 시설 작업자가 위치를 옮겨가며 4~5번 시설에서 작업하게 했다. 부페 혁신센터장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생산량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시설 이상 등 문제 상황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쏘시스템의 `경험의 시대의 제조업` 콘퍼런스가 상하이에서 열린 건 올해로 3회째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제조업 관계자 35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국내 고객사 4곳과 파트너사 2곳도 참석했다. 이날 주요 참석자들은 중국의 제조업이 무서운 속도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 조선, 반도체, 에너지 등 모든 산업에서 한국을 비롯한 기존 제조업 강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카렐 일루트 맥킨지 시니어 파트너는 기조 연설자로 나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중국은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등 제조업 신기술에 훨씬 더 낙관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맥킨지는 전 세계 주요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용 사물인터넷 기술에 대한 인식과 기대 수준을 조사했다. 중국 제조업체 중 산업용 사물인터넷 기술에 낙관적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86%로 유럽(62%)과 일본(40%) 등 제조업 강국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루트 시니어 파트너는 "중국은 서양과의 격차를 디지털화를 통해 한번에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번 행사에서는 다쏘시스템의 고객사 장난(江南) 조선소를 견학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장난조선소는 제조 설계와 운영 등에서 전방위적인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6년 인도 바룬사가 발주한 VLGC(초대형 LPG 운반선) 수주전에서 한국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