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렇게도 안 가던 시간들이...
병원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나름대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벌써 낼이면 10월이네...
내일 형부가 새로 시작하게 된 PC방 오픈식도 있고, 그 담날은 언니 생일이기도 해서
나는 내일 탈출을 감행하기로 계획했다
내일은 토요일이라 원장쌤이 퇴근하는 시간만 잘 알아두면 탈출은 쉬울 것 같았다 ㅋㅋ
계획을 짜고 경준이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전화를 했다
"경준아..누난데..누나 내일 나갈고야 ^^ "
"어딜 나가??"
"탈출을 시도할거야 ㅋㅋㅋ 언니 생일도 있고 형부 가게도 오픈하니까.....겸사겸사"
"그래??? 내가 데리러 갈 수 있음 가겠는데...낼은 일이 있는데....어떻게하지??"
"힝~~ 도와 달라고 하려했는데..할 수 없지..모...내일 저녁때나 도착할거야...
저녁때 볼 수 있음 보자 ^^"
그 사이에도 자주 병원을 찾아준 경준이 때문에 나는 심심하지 않게 병원생활을 잘 견딘것
이고, 병원에선 우린 이미 커플로 인식되어지고 있었다 -_-;;
사실, 경준이 녀석은 울언니랑 울 가족들과도 친해졌다
나랑 같이 몇번 우리집에 간 적도 있었고, 형부 PC방 개업땜에 바쁠 때 그 녀석이
많이 가서 가게도 봐주고 오늘은 청소도 도와준다고 했다
착한 녀석..
그래서 울 가족들도 그 녀석을 예뻐라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워낙 싹싹한데다....애교라면 애교도 넘치는 녀석이라..
어디가도 예쁨을 받는 녀석이니까....
어쨌든.....
토요일 오전......
시간이 너무 안가서 물리치료를 받은 후에 목욕탕을 다녀왔다
그리고 원장 선생님 회진이 끝나고 원장쌤이 퇴근을 하신후에..
조용히 원무과로 가서 애원을 했다
"내일 저녁까지 올게요..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하룻밤만 자고 올게요..네????"
"안된다니까요..환자가 자꾸 다니시면 어떻게 해요..."
"에잉~~ 한번만요...."
겨우 졸라 외출을 허락받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고 동네로 향했다
오랜만에 타는 버스라 그런지 너무 힘이 들었다..
병원 생활을 오래하니..정말 환자가 다 되어 버린 듯 했다
오랜만에 오는 우리 동네.......어찌나 방갑던지....ㅋㅋㅋㅋㅋ
난 사실 울형부네 가게 위치가 어딘지도 몰랐다..
바쁘다던 경준이 녀석은 울 형부 PC방 개업식을 돕고 있었고, 내가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곤
날 데리러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바쁘다면서....울언니네 가게 있었던거야???"
"응...애기들 데리고 바쁘실 거 같애서..ㅋㅋㅋ 나 예뻐??"
"응..예뻐^^ 착하넹...."
PC방으로 가서 언니랑 형부한테 인사만 하고 가게만 둘러본 후 우린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저녁을 먹고 현지를 불러...셋이서 오랜만에 '조이조이'로 향했다
내 이럴줄 알았어..
환자라는 인간이 나오자 마자 술집이라니...
사장님도 날 보시더니 무척이나 반가워하셨다
왜 오랫동안 안 왔냐면서.....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정말 이 얼마만의 바깥공기란 말이냐~~~~~~
난 너무나 신이났고 부어라 마셔라......나도 모르게 오바를 하고 말았다
오랫동안 술을 안 마신 탓인지..금새 취해버렸고, 경준이가 집에 데려다 주곤 돌아갔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당연히 언니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잠이 들 수 있었다
다음날........
오늘은 언니 생일이라.......기왕 나온거 언니에게 생일상을 차려주기로 결심했다
경준이 녀석.....
얼마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쉬고 있었다..
회사에서 불미스런 일들도 많고 , 여러번 지국장이랑 부딪힌 후 그만 두겠다고 하고
나온 상태였었다..
어쨌든 그런 경준이를 불러서 같이 시장을 봤다...
나름대로 맛있는 것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할 수 있는 게 몇 안되었던 터라..
튀김 몇가지와 미역국, 잡채를 만들어서 언니를 불렀다..
그런데..........그래도 나 미역국이랑 잡채는 잘 하는데...맛이 영~~~ㅠㅠ
경준이 녀석은 내가 첨으로 해준 요리라 기대를 하고 먹어 보더니..
표정이 완전히 굳어 버렸다..
"누나......정말 할 줄 아는거 맞어???"
"나...이거 잘하는 것들 맞는데..오늘 맛이 다 왜이래.......ㅠㅠ"
아무래도 병원에 내가 너무 오래 있어서..미각을 잃은 듯 하다 -_-;;;;
맛 없는 밥이었지만 다들 웃으면서 저녁을 맛나게 먹고...
저녁상을 치운 후.....나는 경준이와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
10월 촌데도....저녁 바람은 초겨울 만큼이나 쌀쌀했다
옷을 잔뜩 껴입고도 모자라 경준이 겉옷까지 뺏어입고 둘이서 산책을 했다
내일이면 또 병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라서...
경준이랑 걸으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우리 동네 공원으로 가서 벤치에 앉아서 또 이 얘기 저얘기를 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이 녀석과 얘기하다보면 그냥 많이 즐겁고 많이 웃게 되는 것 같았다..
"참..신기하다....나 솔직히 너 첨에 봤을때 디게 싸가지 없게 생겨서 친해지지 말아야지
했었는데......그리고 맨날 술 값 없어서 나 부르는 것 같애서 정말 짜증났었는데..
너...참 착해 ^^ 첫인상으로 사람 판단하는 거 아닌데.....ㅋㅋㅋ 널 알게되서 참 기쁘다"
"나도 누나 알게되서 참 기뻐...^^ "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데려다 주면서 경준이가 말했다
"누나..낼 병원갈때는 내가 데려다 줄게^^ 낼 언제 들어갈거야????"
"글쎄..오전에 가야 하긴 하는데.....낼 월욜이라 오전엔 막히잖어....사실 오늘 들어간다고
말하고 나온건데..하루 더 버틴거라....낼 가면 죽었어.ㅠㅠ 기왕 혼날거 낼 점심 먹고
가려고...."
"그래..그럼 병원 앞에 가서 그때 그 냉면 먹자..누나 냉면 좋아하잖아..."
"너 그 아줌마들이 너 잘생겼다고 해서 그런거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요.."
"그런거 아냐....쳇~~!!"
우리 집 앞에서 둘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경준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나...나 누나네 집앞인데..."
"벌써??? 아직 10시밖에 안 되었는데???? 그럼 집으로 들어와...언니 밖에 없어...."
경준이가 들어오면서 언니에게 인사를 하고 내가 다 준비하기를 기다렸다
준비를 마치고 언니한테 인사를 하고 다시 지긋지긋한 김포로 향했다
김포에 도착해서...
예정대로 맛있는 냉면을 먹고 병원으로 들어서는데...아니나 다를까...
입구에서 부터 간호사가 뛰어나오며 난리를 쳤다
"영윤씨~~이제 오면 어떻게 해요...!! 원장 선생님이 아침에 난리 나셨어요....얼른
들어가서 환자복 갈아입고 원장 선생님 뵈면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세요...."
"네..ㅠㅠ 내가 무슨 날나리 학생도 아니고..이게 뭐냐..ㅠㅠ"
경준이랑 병실로 올라가서 은희와 인사를 하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얌전히 환자의
본분으로 돌아갔다....
저녁이 되어 회진을 오신 원장선생님께 난 장황한 연설을 들어야만 했고,
내 옆에 있던 경준이도 덩달아 혼이 나야만 했다 -_-;;;
8시쯤 되어 경준이도 돌아가고 은희와 또 나란히 앉았다..
"경준씨가 델다준거야? 이야~~ 멋지다..근데 경준씨 회사는???"
"그만뒀어....아직 마무리는 안되서 가끔 부르면 나가긴 하는데...."
"그랬구나...참..우리 오빠도 입원했어..."
"왜????"
"일하다가 허리 삐끗해서..여기 2층 남자병동에 입원했잖아..."
"ㅋㅋㅋ 뭐냐 ~~ 부부가 쌍으로......둘이 커플룩이 입고 싶었나부지??"
뭐가 그리 재밌는지 둘은 깔깔대고 웃으며 그날 밤을 보냈다..
내 병세는 호전되는 듯 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주위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 조차도 놀랄 정도로 많이 아프곤 했었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열흘정도 아무일 없이 잘 지내다가 갑자기 또 등에 통증이 찾아왔던 것이다
원장 선생님두.......
"원래 동통주사는 환자들에게 힘들때만 한번씩 놓는 것이고....주기가 한참 있어야 하는 건데....
영윤씨 언제 맞았었죠?? 주사???"
"2주정도 된 거 같아요..ㅠㅠ"
"그럼..오늘은 안되고 일단 내일 맞아보도록 합시다...내일까진 일단 참아보고......
지금 벌써 입원한지 4주찬데....다른 분들보다 나아지는 속도가 많이 늦네요...."
휴....나도 힘들다고요....ㅠㅠ
견딜만큼 견뎠으나......안되어서......다음날...다시 그 주사를 맞게 되었다..
이번에도 5~6군데 정도 주사를 맞고 병실에 돌아와 얌전히 누워만 있었다.....
저녁이 되어 회진을 오신 원장 선생님께서..
"내일 토요일인데...MRI 한번 촬영해 봅시다.....병세가 너무 호전이 안되어서..
혹시 다른데 이상이 있을지 모르니까......."
" 저 폐쇄공포증이 심해서 전에도 MRI 찍다가 발작했었는데...."
"그래요?? 그럼 안정제 먹고 출발합시다..낼 2시쯤 찍을거예요..."
에혀.......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푹 ~ 자야겠다....
진짜 MRI 찍기 싫은데.......나 그거 정말 답답하고 무서운데...ㅠㅠ
토요일 아침.....
아침부터 긴장이 되서 밥도 먹히질 않았다...
오늘따라 경준인 연락도 없고, 전화기도 내내 꺼져 있었다
염치 불문하고 오늘 오라고 할 참이었는데.....
결국 외부 방사선 진단과 에서 엠뷸런스가 와서 그걸 타고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MRI촬영과 CT촬영등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가기 전에 안정제를 먹고 갔지만.....아무 소용이 없었다
난 너무나 긴장을 해서 거의 패닉 상태가 되어 버렸고, 그 병원에서도 기다리다가
결국 수면제 성분이 있는 안정제를 한 번 더 먹고 촬영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넘 긴장을 한탓에 기계를 보고 털썩 주저 앉아 버렸고, 다행히 그 쪽 병원에서
10분씩 나눠서 찍자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남자 직원분이 같이 촬영실로 들어가서 내 다리와 손을 계속해서 잡아주었다..
겨우 겨우 촬영을 마치고, 나왔더니 난 온몸이 땀범벅에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고
우리 병원으로 돌아오자 마자.......긴장이 풀리면서 기절을 해 버렸다
그냥 잔 것 같은데......안정제를 너무 많이 먹은 탓에.......혈압이며 맥박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고, 간호사들은 1시간마다 와서 내 상태를 체크하기에 바빴다
'앵앵이' 간호사가 내게 오더니...
"아니...그 별난 남자친구분은 오늘같은 날 같이 있어줘야지..오늘은 왜 코빼기도 안 보인대요....."
대답할 힘도 없어서.......그냥 누워만 있었다
그러고 보니..정말 오늘 종일 연락도 안되고...나쁜 녀석..ㅠㅠ
경준이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도..난 그녀석을 원망하고 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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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절보고감니다. 건필하세요. 다음편도~~~~~~~~~~~~~~~
흑흑~ 어찌이리도 무심하나요 이제서야 오심 어떻해요 많이 기다렸어요 그래두 세편씩이나 올려주어서 가슴벅차게 읽었어요
하핫^^너무들 감사드려요..제가 머릴 많이 다치는 바람에ㅜㅜ 두개골에 금이 갔대네요^^ 아파도 화팅해서 올리겠습니다!!!
아유~ 그러셨군요..........괜찮으세요?
별로 괜찮지 않답니다^^ 작년부터 사고가 많이 났어여..여기저기 계속 아프네요 ^^ 내년엔 건강하려고 계속 액땜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