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암만해도 날씨가 비올거 같으이까네...우산 가꼬 가소!"
하고 마누라가 우산을 챙겨주는 걸 기어코 싫다고 팽개치고 나왔더니
점심때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햐.. 이럴줄 알았으면 우산 가꼬 올걸.."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택시타고 가면 되지 머" 싶었다.
볼 일이 끝났으면 곧장 집으로 가면 될 것을
어찌된 셈인지 그냥 집으로 들어 가기에는 내맘이 너무 허전하다.
"비도 오는데..."
비도 오고 날씨도 축축한 이런 날에는 짬뽕국물에 쐬주가 제격이다싶어
달성공원 근처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마누라를 불렀다.
"내다! 니 우산가꼬 일로 좀 올래?"
"어덴데요?"
"달성공원 옆에 ㅇㅇ식당"
"안갈라요...비도 오는데 택시타고 그냥 빨리 들오소 마"
"이 자슥아 ! 이런날 짬뽕 국물하고 쏘주 한잔하면 쥐기는데..
그카지 말고 빨리 일로 온나?"
"혼자 마이 잡수소...나는 안갈라요" 하고 전화를 탁 끊어 버린다.
"가스나.. 이런 날 같이 한잔하면서 이야기도 좀 하고 그라만 좋을낀데.. "
오랫만에 마누라랑 같이 한잔하고 싶었지만 오기 싫다는데야
억지로 끌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혼자 마셨다.
어릴때 부터 비가 오면 괜히 센치멘탈해 지는척 했다..
그땐 그게 멋인줄 알고..
근데.. 지금처럼 나이가 들어서는 정말로 우울해진다.
괜히 슬퍼지고 누군가가 그립고 보고싶다.
짬뽕국물에 야끼만두를 안주삼아 혼자서 쏘주 두병을 마셨더니 취한다.
그래도 아직 비는 내리고 있다..
"자슥 ..우산 가오라카이까네.. 확!"
오지않은 마누라에게 욕을 해대며 식당문을 나섰다.
비가 와서 그런지 택시잡기가 힘들다.
또 술이 취해서 비틀거리는데 어느 택시기산들 태워 주겠는가?
택시잡는다고 왔다갔다 하는바람에
온몸이 비로 흠뻑 졌어 금방 물에 바진 생쥐꼴이 됐다.
"씨팔... 안 태아주먼 걸어가지.."
그러면서 그 비를 다 맞으며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서야 빈택시를 만나 가까스로 타고 집으로 왔다.
"하이고...한두살 묵은 아도 아이고.. 낫살이나 자시가 술묵고 비 오는데...
우산도 업시 그 비를 다맞고 우예 꺼득꺼득 집으로 오겠노...어여..
빨리 옷 다 벗으소! 빤스까지... 빨래꺼리 업스까바 일부러 만드는교?
하여튼 하루 이틀도 아이고 큰일이다..참말로..."
하며 마치 초등학생에게 꾸지람하는 선생님 같은 모습으로 닥달한다.
맘속에 있는 말 그대로
"이 자슥아! 내가 우산가꼬 오라칼 때 왔으면 괘안았을거 아이가..."
이렇게 소리를 확 지르고 싶었지만,
마누라 눈을 보는 순간...이랬다.
"택시 잡는다꼬...와따리갔다리해가 다 젖었다"
"그라만 술 자시지 말고 버스타고 바로 오면 됐을거 아이요...참!
허구헌날 비만 오면 술을 마시야 되겠던교?"
하며 그 큰 눈을 부라린다.
난 세탁기 옆에 비에 젖은 옷을 모두 벗어놓고 팬티바람으로 서서
덜덜 떨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 한다는게 겨우 이 한마디 였다.
"그기 아이고... 첨에는 술 안묵고 바로 집에 올라 캤는데......"
"아... 나 정말 짬뽕국물 묵어가메 이러케 살아야되나?"
첫댓글 그라마 술은 안묵고 짬뽕국물만 마시고 올라 했능교....비만 오마 술생각 나능거 보이 뭔 사연 있기는 있능갑다....망데이님 오래간만이네요....반갑슴다....
오늘 아침 산에 가다 보니 들국화가 한창이던데.. 갑자기 님이 생각나더이다... 늘 아껴 주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ㅎㅎㅎ
아이고 망데이님 반갑고만요...비오는 날 잊혀진 사건(?)이라도 있는갑쇼...건강생각하시어 고만 술 드쇼...
나도 반가워요...소중한님! 잊혀져야 할텐데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라서 ㅎㅎㅎ
망데이님~~!! 건강하시져.....오랜만에 고운글 봅니다....아프로 비맞지말구 잔소리 그만들으세효~~아셨쪄^^*
넵! 행복여인님.. 늘 건강하시죠? ㅎㅎㅎ
건강이 좋아지신듯 합니다..늘 조심하시고 자제도 하시며 사셨으면 합니다..사시는곳이 대구신가봐요. 저도 오늘아침 출근하려 나가니 이슬비가 내려 다시들어와 우산챙겨 갔는데 비는 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소주 두병은 좀 과하셨습니다..좀 줄이세요..내자신을 위하고 가족들을 생각해서 줄이심이 좋을듯 합니다. 그래도 아내밖에 없지요? 진솔한 글 공감하며 감사 드립니다.
술을 많이 안 먹는데.. 그날은..날이 날인만큼.. 어케 그래 되뿐네요...그리고 요즘 소주 도수가 원체 약해서 원! ㅋㅋ
ㅎㅎㅎ~망데이님 건안 하이소...
옛썰! 아모르님... 항상 건강하시죠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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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국물도 따로 팔던가? ㅎㅎㅎ
아이고 참내 그래도 행복하구만 잔소리 해주는 마누라가 있다는기 마누라 엄스갖고 외롭고 갈데업서서 짬봉 국물 묵음시로 소주 묵어보소 그때는 참말로 눈에서 물이 나는기라 허전하고 보고싶고
근데...프랑크톤 이양반은 뉘신데...글마다 다 답글을 달아 놓으시는 수고를 하셨을까? 나중에 돈달라 안 하실려나? 은근히 걱정되네.. 누구는 대변인 두셨나 그러더만..ㅎㅎㅎ
망데이님!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시려구요? 오늘 감기로 드러누운건 아니죠?
이상하게도 술마시고 감기 이런거는 잘 안걸리는데...속이 조금 쓰리데요...ㅋㅋㅋ
하이고 마~부러버라! 지도예 포차같은데 가서 이슬이하고 뽀뽀좀 해봤으면 차암 좋겠슴더! 우리랑은 술도 별로고,더군다나 포차같은덴 갈생각도 안하는기라요! 그저 집에 일초라도 빨랑올라고만,,,나같음 비아님 천둥이치더라도 냉큼~~~가겠꼬만...
그날 선아름님을 부를 걸.... ㅎㅎㅎ
너무 웃기내여.ㅎㅎㅎㅎㅎㅎ그러게 첨부터 술을 왜드시고...마나님 무서바서 온자 중얼 중얼 하시는 망데이님, 목욕탕서 빤쯔바람으로 비맛고 들어와 서있는모습 너무 웃겨요.그래도 행복한 분이로군요.잔소리하는 마나님이 계시니.....마니마니 행복하세요.
신랑되시는 분도 자주 그러는 모양이죠? 그러니까..그 모습이 그려지지...ㅋㅋㅋ
그러시면 전화하실때 솔직하게 비가와서 데이트좀 하시자 하셔야지요....속마음은 꼭 숨겨두시니...마눌님이 아실턱이 있나요?...망데이님의 사건?.....재밌게 보았네요*^^*
데이트는 무신? 그냥 술마실 핑계구마는...ㅎㅎㅎ
비 잘못 맞았다가 감기라도 들면 어쩌시려구요...요즘은 감기들도 몸에서 안떨어질려고 악착같이 붙어있으려고 발버둥쳐서 엄청 고생하는데 조심하세요. 댓글 다신 여러분들 보니 그래도 잔소리 해주는 마나님 계시는게 아주 행복한거 같군요..잘하세요 마나님 말씀 잘 듣구요..그럼 자다가도 떡이 생깁니다
예...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자다가 떡이 생긴다"
울서방하고 어쩌문 그리 똑같은지요 뭔 핑게거리가 없어서 술을 못마셔요...
언제..서방님이랑 한잔...ㅎㅎㅎ
ㅋㅋ넘 잼있게 읽었네요..(아이고마~모처럼 이럴때 분위기좀 쪼까 맞춰주시쥐ㅋㅋㅋ~)
혼자 묵는 술도...ㅎㅎㅎ
햐스 건강은 괘얀은지요...?? 설마 감기가 친구하자꼬 먼저 손 내밀었는데 반갑다꼬 덥석 받아 주싱 긋은 아니겠쥬~~ㅋㅋ 두분 아기자기 행복하니 언제나 즐겁게 사세요~^^*
건강 안해도 술 한잔은...ㅎㅎㅎ
망뎅님, 몸은 건강하신가 봅니다. 술까지 드시고...비오는 날은 누구든 좀 쎈치하지요. 나이먹은 지금도 그런 마음은 마찬가지 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그렇지요? 비오는날은 왠지...ㅎㅎㅎ
올만에오니 아구망데이글이 눈에들어옵니다 역시나 즐거움을주는 삶의 모습입니다~~
오랫만에 왈가닥...이란 말이 퍼뜩 생각납니다 ㅎㅎㅎ
언제나 보아도 망데이님은 재치꾼이요...ㅎㅎㅎ
망데이님 오랜 만 입니다 건강 하시지요??
이런 사연들이 먼훗날 아구망데이 마누라님의 마음을 얼마나 조일까요, 짬봉국물과 쐬주드실 때, 우산 갖다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