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털파카신 [문보영]
신이 거대한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다 인간은 오리털 파
카에 갇힌 무수한 오리털들, 이라고 시인은 쓴다 이따금 오
리털이 삐져나오면 신은 삐져나온 오리털을 무신경하게 뽑
아 버린다 사람들은 그것을 죽음이라고 말한다 오리털 하
나가 뽑혔다 그 사람이 죽었다 오리털 하나가 뽑혔다 그
사람이 세상을 떴다 오리털 하나가 뽑혔다 그 사람의 숨통
이 끊겼다 오리털 하나가 뽑혔다 그 사람이 사라졌다
죽음 이후에는 천국도 지옥도 없으며 천사와 악마도 없
고 단지 한 가닥의 오리털이 허공에서 미묘하게 흔들리다
바닥에 내려앉는다, 고 시인은 썼다
- 책기둥, 민음사, 2017
첫댓글 오리털 파카
오리털 뽑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리털 파카를 입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