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선수 [박세미]
선수는 땅을 짚는다
선수는 신호탄을 기다린다
태어난 지 1년도 안 되어 걸음을 떼고 몇 개월 뒤엔 뒤
꿈치를 이용해 걸을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잘
걷고 잘 뛰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사
의 모든 화근이 아닐까 선수는 생각했다 선수는 걷고 달
리는 일 너머의 것들은 하고 싶지 않다 결승선 너머에 아
무것도 없듯이
뛴다
오로지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지면에 붙어있는 순간보다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더
많다
스타트와 라스트스퍼트를 훈련한다
팔다리를 효율적으로 가동한다
최대한의 속도를 익힌다
선수는 기록을 세운다
기록을 깨고 또다시 기록을 세운다
달리기 위해 달린다
그러다 선수는
누군가 손뼉을 치거나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풍선이 터
지거나 숟가락을 내려놓는 소리에도 무조건 뛰기 시작한
다 그리고 어느 날 결승선을 통과하고서도 멈추지 않는
다 돌아오지 않는다
- 오늘 사회 발코니, 문학과지성사, 2023
* 나 혼자 경쟁하는 선수
둘이 경쟁하는 선수
여러명이 무리를 이루어 경쟁하는 선수
선수는 무조건 1등을 해야 하나.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긴 하다 .
하지만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면
굳이 1등을 할 필요는 없다.
토끼를 이기는 거북이가 될 수도 있고
혼자 뛰어서 1등을 할 수도 있다.
기왕에 선수라면 결승선까지는 가보아야 한다.
매일 선수가 되어 요잇,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