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밥
오죽했으면
어린 것들 먹는 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뻐근해 오는
어미의 마음을 접어야 했을까요.
오죽했으면
무섭다는 어린 것의 입을 막고
앙다문 잇사이로 신음하며
한탄하는 눈으로는 하늘을 한 번 보고
비린내 풍기며 노니는 군상들의 군무하는 저주스러운 땅을 향해
곤두박질 칠 수 있었더이까.
쪼개진 그대의 시린 세월 사이로
빛 바랜 영상이 스쳐갑니다.
이끼 가득한 바위 옆
쪼잔스레 덕지덕지 퍼랭이가 너덜거리고 있는 바위 옆에
하얀 배를 드러내고 눈자위가 썩어 들어가는
흐리멍텅한 눈을 가진 이름 모를 물고기의 사체.
그대의 주검 옆,
앙증맞은 별과 같은 발을 가지고
오물거리던 입으로 첫 숫가락을 빨아 먹던
어린 것의 앙증맞은 두 발을 두툼하게 감추어 버린 나무관 옆에는
사자밥인가요? 밥 숫가락이 꼽혀있는 ...
그래 모진 세월의 자락을 독하게 끊어내니 시원하시더이까.
그대 가지런히 벗어 놓은 신발 아래,
한 무더기의 군무를 추고 있는 군상들 위로
쏟아져 내렸을 그대의 저주.
그 가운데에는
나도 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밥숫가락을 들고 잠깐 스쳐가는 사이에
그대의 절규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아서 잡은 밥숫가락에 힘을 더해 움켜 쥔
나는,
차마 밥숫가락을 놓을 용기가 없었나 봅니다.
한 번 더 생각하지 그랬습니까.
한 번 더 어린 것들의 앙증맞은 발을 처음 본 그 때,
신비롭고 경외스러운 생명의 신비를 콩딱 거리는 가슴으로 받아 들었던,
그 날을 생각해 보지 그랬습니까.
뻥 뚫린 시린 가슴 속으로 소망이라는 한 마디를 떠 올려 보시지 그랬습니까.
소망은 절망의 늪에서도 꽃을 피웁니다.
이름 모르는 그대를 향하여 발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이까.
내 책임이외다.
더 큰 소리로 소리쳐 부르지 못한 내 책임이외다.
하지만 지금 내 책임은 저 멀리 보이고 그대의 주검은 내 앞에 있습니다.
그대의 잃어버린 세월의 하얗게 바랜 색깔과
내가 염려하는 것과
아 아
소망이 퇴색되어가는 이 땅이며, 이 겨레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