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결혼제도가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밝혀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많은 연구들이 있겠지요. 쉽게 생각한다면 인간이 남자와 여자로 되었으니 그 후로 제도화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결혼에 대한 의식이 근간 많이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생각해오던 결혼과는 색다르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결혼 전을 가리켜 미혼이라 하고 결혼에서 파생된 것이 이혼인데 이제는 다른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좀 생소하지요. ‘비혼’이라는 말입니다. 구태여 구분해보자면 ‘미혼’은 단순히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표현합니다. 반면 ‘비혼’은 의도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사회적 산물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요. ‘3포’ 시대가 만들어낸 대표적 산물일 수도 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세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밀려난 청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자조적인 상태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는데 이제는 나아가 스스로의 자존심이라도 건지려는 의지가 담깁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으로 바꾸지요. 차라리 안 하고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단 말입니다. 많은 청춘들이 푸른 꿈을 가지고 사회에 나오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더구나 실업률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결혼은 엄두가 나지 않지요.
그런 주어진 상황이 오히려 다른 의식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더구나 결혼하여 사는 주변 사람들이 생각만큼 그렇게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문을 가집니다. 국민의 4대 의무마냥 결혼이 의무 사항인가? 결혼까지 국가나 정부가 껴들어야 하는가?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결혼 문제로 심각해야 하는가? 그러잖아도 살기 팍팍한데 결혼 문제는 신경 끄고 살 수 없는가? 안 하면 되잖아. 결혼해서 두 사람 힘든 것보다는 차라리 혼자서 힘든 것이 낫지 않겠는가? 더구나 홀로 사는 것이 얼마나 편한가 말입니다. 누가 뭐라 합니까? 내 편한 대로 결정해서 밀고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딱 하나 부러운 것이 있습니다. 저렇게 귀여운 아기는 하나 정도 데리고 있고 싶습니다. 물론 자라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라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고 또 함께 하면 외로움도 덜하겠지요. 정말 아기는 하나 키우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기가 거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입양하는 방법도 있기는 합니다. 수속이 번거로운 점도 있지만 내가 직접 낳아서 기르는 것과는 또 다릅니다. 소위 ‘내 자식’이라는 의미가 뭔가 더 깊은 의미를 심어줄 수 있겠지요. 문제는 어떻게 혼자 낳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인공 수정, 그렇지. 방법은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내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남자의 정자를 얻어서 수정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
매기는 어렵게 결혼해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 사귀는 남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친구의 아기를 보면 저런 아기는 하나 가지고 싶습니다. 혼자 살면서 아기를 가져보려고 노력합니다. 결정합니다. 학창시절 수학에 뛰어났던 동기에게 정자를 부탁합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인류학 교수이며 작가인 남자를 알게 됩니다. 인기도 있는 이 교수, 존은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그런데 아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아내는 어쩌면 존보다 더 잘나가는 교수입니다. 더 바쁩니다. 편의를 봐주다 그만 사랑에 빠집니다. 매기가 홀로 인공 수정을 시도하던 날 존과 사랑을 나눕니다.
결국 존은 이혼하고 매기와 결혼해서 딸을 하나 갖습니다. 깜찍하고 예쁘지요. 때로는 존의 아이들까지 돌봐주어야 합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매기는 워낙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이 사람들 바쁘니 사정을 생각해주는 거지요. 그러다 존의 전처인 교수 조젯의 강의도 들을 기회가 생깁니다. 그리고 서로 인사도 나눕니다.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 압니다. 어쩌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경쟁할 수 있는 사이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돌봐주니 고맙기도 합니다. 결혼이란 처음에는 특별하지만 살다보면 평범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틀 안에 갇히면 자칫 옛사랑은 먼 추억으로 밀려납니다. 아직 사랑하느냐고요? 그야 사랑하지. 그런데 표현은 달라집니다. 깨달으면 낯설어집니다. 바라던 것이 이게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떠나보내니 안 보이던 것이 보입니다. 조젯은 이제 존이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남편을 대했는지도 깨닫습니다. 매기도 처음 만나던 존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래 결혼은 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요. 존은 여전히 오락가락합니다. 더구나 아이도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다행히 이 아이들은 한 자리 모여서도 아는지 모르는지 어울려서 잘 놉니다. 아무래도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
어느 날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스케이트장으로 가서 매기는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고 존은 조젯에게 붙어있습니다. 거기에 수학 천재가 등장합니다. 아 그랬지? 휴일마다 스케이트장에 간다고. 그런데 매기의 딸은 숫자에 꽤나 밝습니다. 거 참!! 영화 ‘매기스 플랜’을 보았습니다. 장래의 사회에서는 가족이 오로지 결혼의 틀 안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