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신갈나무와 친구들 이야기
이 책은 예전에 어떤 매체에서 추천해준 책이었다.
책제목을 갈무리 해두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차윤정, 전승훈 부부가 쓰고 찍은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학창 시절 만나 결혼한 후에도 둘은 함께 나무를 찾아 숲을 다녔다고 한다.
그들의 오랜 관찰의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
가끔 우리는 식물을 생명이 아닌 것으로 간과하는 경우가 있지만,
식물 또한 엄연한 하나의 고귀한 생명이다.
그들이 태양과 기타 무기물들을 이용하여 그렇게 크게 자라는 것을 보면
동물 등 다른 생명들보다 더욱 신비롭다.
진정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이 식물이다.
그런 식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갈나무가 주인공이고,
신갈나무와 같이 숲을 조성하는 나무, 풀, 꽃 등이 조연이다.
신갈나무 100년의 삶을 조명하면서,
신갈나무의 삶에 대한 애착을 그렸다.
그 삶에 대한 애착을 투쟁에 비유하였다.
그래서 제목을 신갈나무 투쟁기라고 적었다.
1. 신갈나무
신갈나무...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언뜻 생각이 나질 않았다.
신갈나무는 흔히 참나무라 부른다고 한다.
신갈나무는 참나무과(科) 참나무속에 속한다.
흔히 말하는 도토리 나무가 바로 신갈나무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소나무 보호 정책을 해왔기 때문에,
신갈나무는 오랫동안 핍박을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다.
뿌리만 있으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바로 신비한 신갈나무의 생명력이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특정 나무에 대하 보호정책 같은 것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번식력을 보이면서, 산의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열매인 도토리가 다시 신갈나무로 태어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선택받은 소수 도토리만의 영광이 된다.
대부분 동물들의 먹이로 희생된다.
희생되지 않더라도 땅에 안착하여 적당한 빛과 적당한 물을 받아야만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이다.
도토리가 둥근 이유는,
되도록 멀리 퍼져 싹을 틔울 수 있기 위함이다.
둥근 도토리가 멀리 굴러가는 것이 그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다.
도토리가 한 자리에 정착하고 나면
평생을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그렇게 신갈나무는 기적같은 확률을 뚫고 운명적으로 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이는 신갈나무 뿐만이 아니다.
숲의 나무들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나무들이 신비로워 보인다.
2. 신갈나무의 지혜
신갈나무의 일생을 보다보면 삶의 지혜를 볼 수 있다.
오랜 시간동안 종족을 이어온 신갈 나무.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짧은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신갈나무의 이런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랜 시간동안 존속해 오면서 그들은 지혜로워 진것이다.
과한 습관은 탈을 불러온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고,
꽃이 아름다우면 꽃이 망가지고,
잎이 가치로우면 잎이 망가지고,
열매가 탐스러우면 열매가 당하게 되어있다.
그저 남들 눈에 안띠게 평범한 것이 오래 존속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렇게 평범하고, 떫고 씁쓰름한 열매를 갖고 있는데도,
인간은 그 열매로부터 묵이라는 요리를 만들어냈다.
신갈나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세상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
...
그리고 1년을 사는 신갈나무를 보고 있으면
욕심 가득한 나를 반성하게 된다.
딱 필요한 양분만을 섭취하는 신갈나무.
소나무와 달리 신갈나무는 다른 식물들과 공존한다.
더불어 사는 삶을 선택한 신갈나무이다.
소나무와 솔잎에서는 독성 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소나무 숲에 가보면, 주변에 풀, 나무 등 식물들을 볼 수 없다.
노랗게 변한 솔잎들만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신갈나무는 그렇지 않다.
신갈나무가 우거진 숲에는 온갖 식물들이 번성하다.
서로 양보하고 같이 사는 사회..
자꾸만 개인 중심으로 변하는 인간 사회가 배워야 할 점이다.
...
간혹 신갈나무에 기생하는 식물들도 있다.
그들 때문에 고생하지만, 자신이 죽지 않으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죽으면 또 어떠하리.
그의 열매가 어디선가 또 다시 환생하여 살아가고 있을 터인데...
...
100여년을 사는 신갈나무.
드디어 삶을 마감할 때가 왔다.
하지만, 슬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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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지난 역사는 땅속으로 분해되고 다시 나무로 피어난다.
그것이 동종이든 살아있을 때 경쟁상대였든,
삶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똑같은 자격으로 분해되고 보충되는 역사이다.
애초의 생명의 본질은 그래서 하나였고, 그리고 또한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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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동안, 단 한번의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삶.
이제 진정한 휴식이 시작된다.
평생 부지런함에 대한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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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의 진정한 휴식은 이제부터이다.
어미 몸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부터 한순간도 생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무에게 휴식이란 곧 사라짐을 의미한다.
숨쉬는 것에서 양분을 모으고 물기를 가두고 양식을 만들고
잎을 피우고 잎을 떨어뜨리고 눈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만들고...
나무는 부지런함 그 자체이다.
살고 있는 동안은 부지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생명을 부여받는 순간 지켜야 하는 의무이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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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우종영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책제목 : 신갈나무 투쟁기
지은이 : 차윤정, 전승훈
펴낸곳 : 지성사
페이지 : 256 page
펴낸날 : 1999년 9월 20일
정가 : 15,000원
읽은날 : 2010.02.11 - 2010.02.13
글쓴날 : 2010.02.16,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