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24년
봄...서울
그 곳에서는 바야흐로 봄의 교향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봄의 교향악단 지휘자는 힘차게 그 지휘봉을 진달래를 향하여 힘차게 내어 젓는다.
남산골 한옥마을 진달래가 화들짝 피고 이런 저런 꽃들도 박자에 맞춰 덩달아 피어난다.
내가 사랑하는 소나무와 진달래와 장독대를 보니 고향 뒷산과 고향집이 떠오른다.
난타공연은 리듬의 향연이었다
그 리듬은 한국인의 뼛속까지 즉 DNA에 스며들어 있는 사물놀이 등에서 볼 수 있는 리듬이다.
원시적 폭발력의 리듬 뿐 아니라 뚜렷한 줄거리와 드라마가 있다.
대개의 연극이 가지는 무거운 주제나 엄숙한 분위기와는 다른 잔칫집 분위기가 한국인의 흥을 자극한다.
그런데 관객의 90% 정도는 외국인이다.
봉준호(영화 감독)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인용한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은 이탈리아계 미국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인데 봉감독이 인용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우리는 가장 개인적인 것들, 나와 가까이 있고, 친밀한 것들의 가치를 별로 중요하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꾸 외부에서 뭔가를 찾으려 눈을 돌린다.
뭔가 그럴싸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무의식의 발동이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엔젠가부터 고개를 돌려 가까운 주위를 살피니 꽤 괜찮은 대상들이 눈에 들어 온다.
아마도 난타같은 것도 그 중 하나 아닐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일 것이다.
드라마 음악 음식등...한류가 그걸 증명한다.
남산의 허리를 감아 돌며 모데라토로 연분홍 물빛이 들고 있다.
몽환 같은 봄 햇살과 손을 잡고 남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저 많은 사람들은 왜 남산에 오를까?
수많은 서로 다른 색깔과 크기의 자물쇠(일명 사랑의 자물쇠)로 사람들은 무얼 그리 단단히 잠궈 놓았을까?
하나 하나 모두 다른 스토리의 연인들이 사랑과 미래를 약속하며 그 담보물로 잠겨진 자물쇠들.
각자의 시간과 세월이 흘러 저들의 사랑은 아직도 잘 채워져 있을까?
혹여...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좌절된 사랑에...
비탄에 빠져 자물쇠를 풀어 버리려 올라온 사람은 없을까?
불온한 생각도 스친다.
이제는 녹슬어 거칠어진 자물쇠들도 수두룩한데...
새로운 연인들은 또 자물쇠를 채우러 남산에 오르고 있다.
사랑이 불안해서겠지.
4/5~6/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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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hotos.app.goo.gl/yVn1yhBw8qn6sXW89
첫댓글 그 시절 교향악
그 시절에 바야흐로 교향악이 연주되고 있었네.
1977년 어느날
부끄럽지만 처음으로 교향악공연을 접했네.
자네의 연으로 같이 초대받어 사대음대생과 함께 관람을...
익숙치않은 곡
잘 와닿지 않는 곡이지만
조용한 선율이 흐를땐
이항복의 아름다운소리
("백사 이항복의
洞房良宵 佳人解裙聲
(동방양소 가인해군성)
'깊숙한 골방 안 그윽한 밤에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벗는 소리'
白沙 李恒福")
못지 않게 좋았었네.
~~ 중략~~
남산의 자물쇠걸이의
춘기탱탱한 시절은 지났지만
우리들에겐 장장동야 기나긴 겨울밤을 지새울 스토리가 쌓여있지 않은가~~
아무렴...그렇지 그렇고 말고~~
텀블러 스토리는 자못 방대하지.
1977 교향악은 나도 기억 나네만
맞아...백번 동감
佳人解裙聲 만한 소리가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