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학과 학생중엔 간혹 말썽쟁이들이 있다.
연극이나 영화를 지망하여 열심히 강의를 듣고 실습을 하는 학우들과는 달리
멋만 내고 학교도 잘 안나오는 날라리파들이 더러 있다는 말이다.
송영창의 동창중에도 그런 여학생이 하나 있었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무슨 내의 선전인지 스타킹 CF의 모델로 발탁되어 활동을
시작한 탓인지 보통 학생과는 다른 차림새와 행동거지로 선후배들의 눈총을
한몸에 받은 그녀가 바로 지금 송영창의 부인이자 성우인 유남희다.
학구파로 알려진 송영창이 과대표였으니 자연 그녀를 만나 선배와 교수님들의
충고를 전하게 되었는데 도무지 씨가 먹혀들지않아 골치깨나 썩였더랬다.
그들 부부의 시작이 그러했다.
그렇게 만난 그들이 부부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은
워낙 두사람의 성격이 판이했기 때문이다.
송영창은 정말 얌전하고 순진하고 꼼꼼한 성격이어서 선후배 동기생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친구였고 유남희는 덜렁대는 바람에 실수 투성이인데다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없었으니 교우관계도 별로 없는 외톨이 콧대높은 여학생이었다.
별로 가까워질 수 없어 보이던 그들이 가까워진건 3학년 학교 축제때 파트너가 없던
송영창을 유남희가 임시 구제해 주면서였는데 그 뒤로도 여러해를 두고 몇번인가 사귀다가
헤어졌다가를 반복하더니 어느날 청첩장을 돌린 커플이다.
어느날 내가 극단에서 만난 송영창에게 `너희들은 왜 만나다 안만나다 하느냐'
하고 물었을때 `마음에 들었다 안들었다해서 그래요!'하고 간단히 대답하더니
끝내 결혼해서 조용히 잘 사는걸 보면 이젠 완전히 마음에 들었나보다.
유남희가 말썽꾼 학생이었던건 그녀가 형편없이 놀기 좋아하는 날라리여서가 아니라
좀 덜렁대는 바람에 실수가 많아 그렇게 보였을 뿐이지 알고보면 그녀처럼
순수하고 착한 여자가 없다고 송영창은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요즈음 유남희는 CF녹음과 외화 더빙에서 확실한 인정을 받고 있는 잘나가는 인기 성우다.
그래도 예전 실력이 어디 갈리가 없어 가끔씩 아주 가끔씩 사람들을 웃게해 준다.
어느날 기상청 골목 CF녹음실을 나서던 그녀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동료들이 놀라 뛰쳐나와 보니 그녀가 자신의 차 앞에서 발을 구르고 있었다.
"아이참! 누가 내차에 새똥을 쌌잖아! 아이 어떡해..."
그깟 자동차 앞유리에 새똥 떨어진걸로 무슨 호들갑이냐고 동료들이 웃으며 돌아서는데
인기성우인 송도영이 중얼거리는 바람에 모두들 유남희의 실언을 깨닫고
그제서야 박장대소를 했다.
"어머 얘는... 아 새똥을 누가싸긴 누가 싸? 새가 싸지!"
아! 새똥을 누가싸긴 누가 싸? 새가 싸지!"
> 원출처 나우누리 소리동.
카페 게시글
첫 만남과 어울림의 장
주호성의 특종 연예수첩 (성우 유남희편)
캐스팅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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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01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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