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봄이 오는가 싶더니 허울뿐인 동장군(冬將軍)이 아직은 위세를 부리고 싶은 모양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눈발마저 심상찮구나. 겨울잠 자던 개구리, 벌레가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경칩(驚蟄)은 이미 지나가고 매화도 봄소식을 전한 뒤건만 대설경보라니………….
봄꽃 필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는 손님, 꽃샘추위가 매섭다. 때가 되면 우리들 누구나 심심찮게 노래한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조금도 반가울 리 없지만 이 추위마저 겪어내야만 진정한 봄이 온단다. 자연의 섭리일 터.
겨울 동안 맹위를 떨치다 물러난 찬 대륙고기압이 초봄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쳐 갑작스레 찾아오는 추위라는 꽃샘추위. 물론 공식 기상(氣象)용어는 아니란다. 예부터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이 피지 못하도록 차가운 바람을 불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얘기로만 전하는 말. ‘꽃이 피는 걸 시샘하는 추위’라니 꽤나 운치가 있음이라. 이 무렵의 추위를 일컫는 중국의 봄추위(春寒), 일본의 꽃 추위(하나비에·花冷え)란 말보다 고상하기가 한 수 위가 아닐까.
잎이 나오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라는 뜻에서 ‘잎샘추위’라고도 하는 꽃샘추위. ‘꽃샘잎샘 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나 ‘꽃샘잎샘 추위에 두루 안녕하시냐.’는 인사말이 나온 까닭이다. 쌀쌀한 바람을 의미하는 ‘꽃샘바람’ 또한 꽃샘추위의 다른 이름은 아닐까.
시련의 극복을 꽃샘추위에 빗대기도 한다.
“추위와 혼란은 잠시 나타난 꽃샘추위일 뿐이라는 것을. 아무리 칼바람처럼 매섭다 할지라도 소리 없이 장엄하게 다가오는 봄을 결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한 완상의 『우아한 패배』
1970년대 어두웠던 시절을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시인 이종욱의 ‘꽃샘추위’란 시(詩)도 비관이 아니라 희망을 노래한다.
‘(前略)
바람이 셀수록 허리는 곧아진다.
뿌리는 언 땅속에서 남몰래 자란다.
햇볕과 함께 그림자를 겨울과 함께 봄을
하늘은 주셨으니’
한 차례 더 찾아올 거라는 꽃샘추위, 그러나 도도한 봄기운을 가로막을 수는 없는 법, 봄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자연(自然)이 마련한 통과의례일 뿐인 꽃샘추위, 그런 추위를 이겨냈기에 봄꽃이 더 아름다운 게 아니던가. 우리들 모두가 사는 이세상사, 그 이치도 다르지 않을 듯, 어렵고 힘겨운 때가 지나면 봄날은 오게 마련이다. 우리 모두 가슴을 활짝 펴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하자.
첫댓글 꽃샘추위가 맵다해도 돋아나오는 새씩을 막을 수는 없지 ..
1970년대의 어두웠던 시절...길가다가 무다이 검문도 당하고 술마시고 한마디 하다가 잡혀도 가고 군바리들 맘에 안들면 맞아죽고 1980년대 중반까지 수많은 우리의 형제들이 희생을 당하던 시절이 우리들의 오늘날을 있게 한 꽃샘추위였던가~~~!!! 그 때를 생각하면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ㅠㅠㅠ
니는 70년대 어렸을때도 검문하고 잡아가더나? 샵쉐키들~
70년대 췌루탄을 안 마신 날이 과연 몇일이었을까? 내 눈앞에서 학우가 신분모를 잡놈들에게 끌려가는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울분...어느날인가 학교에서 모두 쫒겨나고 한달이고 두달이고 학교가 폐쇄되어 간혹 교수댁에서 모이던 일들...향수는 좋은 것만 기억난다고 유노는 좋은 단면만 기억하나보다...이면의 어두움과 아픔이 있었으니 오늘이 있을 것이다!!!
꽃샘추위가 물려가고 봄이 오면 좋은 일이 있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