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동인권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아동의 위탁과 국내 아동유기의 실태를 통해 대안을 찾기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지난 13일 숭실대학교 진리관에서 열린 ‘국내 아동인권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는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 김현철)과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박상은),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공동대표 박재형)가 공동주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말아톤복지재단 이헌주 이사가 ‘국내 장애아동 부모의 증언’, 주사랑공동체교회 정영란 전도사가 ‘국내아동의 위탁과 유기실태’,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김혜성 교수가 ‘국내 아동인권의 향후 방향과 정책제언’을 주제로 발제하고 아동인권보호를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입양특례법과 영아유기 급증은 떼어놓을 수 없어”
이날 세미나에서 ‘국내 아동의 위탁과 유기 실태’를 주제로 발제한 정영란 전도사는 “경찰청 통계로 한 해 평균 버려지는 영아는 50명 정도이며 이중 친부모로부터 버려지는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2009년에는 59건이었던 것이 2010년 69건으로 늘었고, 2011년 127건, 2012년 139건, 2013년 225건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주로 발견되는 장소는 지하철 무인보관함, 지하철 또는 버스터미널 화장실, 휴지통, 마트 음식물 쓰레기통, 변기, 야산, 주택가, 다리 밑 등으로 차가운 바닥 또는 비위생적이며 사람들 눈에 거의 띄지 않는 곳이며, 이 아이들 가운데 1/3 정도는 숨진 채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한다면 2011년부터는 베이비박스에 유기되기 시작해 2011년 22건, 2012년 67건, 2013년 220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유기되는 절대적인 숫자도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1.6일에 1명 꼴로 갓 태어난 아이가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갑자기 영아 유기가 급증한 것일까. 정 전도사는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고부터”라고 지목하고 “많은 논란이 있지만 개정된 입양특례법과 영아유기 그리고 베이비박스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출생신고 의무화, 입양숙려제, 가정법원의 입양허가제, 양부모에 대한 자격심사 강화 등 입양아동의 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지만 오히려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된 셈이다.
정 전도사는 “아무리 훌륭한 법이라 할지라도 그 법 때문에 생명이 위험해지고 결국엔 사망에 이르게 된다면 그 책임을 과연 누가 질 것인가”라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는 뭐니뭐니 해도 부모의 품에서 자라야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버려질 수밖에 없다면 그 아이의 인생에 최대한 유익이 되는 방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가 할 일”이라며 “영아유기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사회적 문제로 계속 우리 곁에 존재할 것이며,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갈 것인가는 우리가 모두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아 유기를 넘어 요보호아동의 집계를 보면 2013년 보건복지부 자료는 최근 3년간 2만3273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미혼모 아동이 603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혼으로 인한 경우가 4905명, 학대 3364명, 비행 및 가출, 부모 사망, 부모빈곤실직 순이었다. 미혼모 아동을 제외하면 가정해체가 원인인 경우가 절반을 넘어 구체적인 보호정책의 필요성이 촉구되고 있다.
유기 아동 예방 위해 실제적 법과 서비스 절실
‘국내 아동인권에 대한 향후 방향과 정책제언 : 베이비박스, 버려지는 아동을 중심으로 살펴본 쟁점’을 주제로 발제한 김혜성 교수는 “버려지는 아동이 존재하는 한국사회는 모두 아동의 생명권에 대한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버리는 부모를 볼 때 양육을 포기하고 모성권을 버리는 모성보호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며 “아동 유기 이슈는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모성 보호와 모성 권리의 강조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서 아동 양육이 행복한 과정이자 경험이 되려면 무엇이 준비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아동을 버리는 부모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아동 양육을 포기하는 것이 영구적인 결정이 되지 않도록 하는 지원 정책안도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아동과 관련된 정책과 법은 사후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는 문제의 성격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서야 사회가 움직이며, 아동의 사망이나 손상이 회복되기 어려운 정도로 발생한 이후에야 사회가 움직인다. 이것은 얼마나 우리 사회가 아동문제에 후진적인 대응을 보여주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고 언급한 김 교수는 아동 유기를 발생시키는 원인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해결책이 포괄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한국은 혈연중심의 가족주의가 여전히 강한 나라 중의 하나이기에 국내 입양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며 현실을 반영한 법과 서비스가 집행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라도 아동의 희생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하며, 아동의 희생으로 우리 사회가 변화되고 나아지는 이전의 잘못을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아동 유기 문제의 대응은 입양특례법에 대한 논의에서 확대되어, 보호가 필요한 아동과 아동의 부모를 위한 정책과 서비스에 대한 대안이 논의되고 발 빠르게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자로서 인사말을 전한 박상은 소장은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는 공권력이 개입하기 어렵고 더욱이 아동을 지켜야 할 부모와 가족들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호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조사와 상담이 가능한 미성년자의 경우 근원적인 제한이 있으므로 더더욱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저 가정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사회 깊숙이 널리 번지고 있는 사회학임이 확실”하다며 “세미나를 계기로 우리나라 아동인권의 미래가 더 밝아질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