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 한번의 법칙과 인격의 발효상태
2026년 7월 6일 월요일
선경 정해균의 독서 노트
◐ 상호 이타주의
1970년대에 미국 정치 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컴퓨터의 ‘가상현실’에서 ‘죄수의 양난(Prisoner’s Dilemma)를 이용해서 협력과 사기에 관한 실험을 했다. 이 널리 알려진 실험에서 가장 성공적인 프로 그램은 ‘되값기(Tit -for -Tat)라는 이름을 가진 프로그램 이었다. ‘되값기’의 행동 양식은 ‘상대와 만나면, 일단 협력하고, 이후엔 상대의 행동과 똑같이 행동한다’ 였다. 뜻밖에도, 이 가장 간단한 행동양식이 가장 성공적임이 드러났다. ‘되값기’는 협력자들과 만나면, 줄곧 협력해서 이익을 나누었다. 사기꾼들과 만나면, 다음부턴 응징을 해서 상대하지 않음으로써 손실을 줄었다. 이 전략이 워낙 뛰어나므로, 이제 ‘되값기’는 상호적 이타주의의 기본 모델이 되었다. 모든 성공적 프로그램들은 ‘되값기’의 변형들이다.
반면에, 사기꾼들은 처음엔 사기를 쳐서 큰 이익을 본다. 그러나 그들의 본색이 드러나면, 협력자들이 외면해서, 협력의 이익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점점 퇴출된다.
실제로 정상적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다 ‘되값기’의 전략을 따른다. 그리고 그런 전략을 구성원들이 충실히 따르는 집단은 점점 흥성해서 다른 집단을 아우르게 된다. 인류 역사에서 나온 왕조들의 흥망성쇠는 이런 이치를 예외 없이 보여 준다.
실은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종들도 이런 원리를 따른다. 생각해 보면, 이런 원리는 보편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원리를 따르면, 자연선택에 의해 밀려 나게 된다. 자연히, 생존한 종들은 모두 이런 원리를 따른다…
인간사회에서 사기꾼들을 변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은 으레 협력자들로 위장해서,겪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개다가 그들은 교활해서 정체가 드러난 뒤에도 자신들을 받아들이도록 다른 사람을 조종한다. .. .. 사기 꾼들은 다른 사람도 사기꾼으로 만드는 전략을 채택해서 협력자들도 도덕적 능력을 무력화한다.
-복거일 지음 【분노의 절약】 중에서
♣독서노트註. Tit for Tat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에게 위해를 가나거나 모욕을 준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폭력이나 모욕으로 보복하도록 허용하는 피해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차원의 인류사회의 원칙을 말합니다. 함무라비 법전(The Code of Hammurabi)에 나오는 원칙입니다. 마태복음에서는 동해보복을 ‘눈에는 눈(an eye for an eye)’ ‘이에는 이(a tooth for a tooth)’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 국가의 법체계는 사적인 보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형사고발을 하면 국가기관인 검찰이 피의자를 수사해서 협의가 인정되면 기소해서 구형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검사의 기소와 구형에 대해서 유무죄는 판사가 재판을 통하여 판결하고 형량을 선고 합니다.
【선경의 독서노트】
2026년 하반기 들어 첫번째 월요일에 독서노트관련 글을 쓰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적어도 오늘 하루 만은 나의 주의 주장을 펼치는 글을 쓰기보다는 읽는 사람에게 어떤 위로의 느낌을 주는 좀 따뜻하고 친절한 글을 공유해야 겠다 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카톡에 빈번하게 올라오는 맥락 없는 “좋은 말 대잔치” 홍수와는 조금 성격이 다른 글을 presentation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필자가 헌책방 서가에서 직접 고른 책 중에서 이정도 감성이면 일반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겠다는 글을 선별적으로 발췌하여 소개하려고 합니다.
◐ 난 어딜 향해 걷고 있는 걷고 있을까?
일상의 매일은 작은 발걸음이다.
종종종 걸어도 아무리 걸어도 티도 안나는 발걸음
처음에는 그 의미를 찾으려 했다.
왠지 답담하고 왠지 바보가 된듯하고
만날 똑 같은 일상에 짜증도 나고
그러다 문득 門을 발견한다.
그 문은 일상의 활력이 된다.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도 똑 같은 길이 나오지만
그래도 지치지 않는 것은 문이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내 앞에 있는 문을 찾아서…..
♣독서노트 註. 사람이 살아 있는 한 문을 찾는 일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2026년 7월의 문턱을 넘어 하반기의 8월,9월, 10월 11월 12월의 문을 향하여 우리는 힘차게 달릴 것입니다.
◐발효될 것인가? 아니면 썩을 것인가?
세상의 모든 것은 발효해서 약이 되거나 썩어서 버려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이것은 우리들의 모습안에서도 볼 수 있다. 태어날 때 우리모두는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간직하며 인생이라는 삶의 여정속에서 발효되어간다. 하지만 모두가 똑 같이 잘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맛난 묵은 지가 되어서 주변사람들에게 감칠맛을 내어주는 모습을 갖게 하는 분도 있다. 반면에 어떤 분은 나이가 들수록 썩은 냄새가 나는 김치가 되어 피하게 되는 모습을 갖게 된다. 참 신기하게도 발효되는 과정은 멈춤이 없이 계속 진행된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이 글을 읽어 면서 각자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자. 잘 발효되어 주변에 약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썩어서 악취를 풍기고 있는지? 발효가 잘되시는 분들은 더 잘 발효되면 되겠지만, 내 삶이 악취를 풍기는 것 같다면 그리고 썩고 있는 것이 멈추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내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걱정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어느 누구도 썩어서 악취나는 상태로 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 인생이란 잠깐…
인생이란 잠깐 빌리고, 잠깐 머무는 것이다.
아등 바둥 하나 더 가지려 하고,
하나 더 빼앗으려 하고 하나 더 품으려 한다.
-중략-
인생이란 잠깐 빌리고,
잠깐 머무는 곳이다.
마음을 가볍게 하자,
마음이 가벼우면 더 쉽게 하늘에 닿을 수 있으니,
나눔은 마음을 가볍게 하여 하늘에 닿게 하고,
욕심은 마음을 무겁게 하여 지옥에 가깝게 한다.
인생이란 잠깐 빌리고,
잠깐 머무는 곳이다.
내인생은 어디에 있는가?
하늘 인가?
지옥인가?
아니면 하늘과 지옥사이의 중간 즈음인가?
◐탈곡
인생의 진정한 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고통을 마주하고 그 고통을 통과해 나아 갈 때 인 것 같다. 고통이 찾아오면 홀로 외딴섬에 남겨진 것 같고, 그 답답함은 회피라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타조가 위협을 느끼면 머리 하나 들어갈 굴을 파고 그곳에 머리를 넣고는 눈이 가려지면 모든 위협이 없어졌다 느끼는 것처럼, 눈을 감고 피하려고 한다. 피해지는 것들이 있다면 좋겠지만 피해도 쉽게 피해지지 않는 순간이 온다. 나도 그런 순간들을 많이 겪었다.
-중략-
지나간 뒤에 바라보는 과거의 어려움은 웃음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순간들 속에 나는 탈곡기에 들어갔던 것이고, 탈탈 털렸던 나의 영혼은 진정한 소출을 거두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나눠보고자 한다.
위 네 편의 글은 이용현 베드로 신부에세이 “내영혼의 탈곡기” 중에서 가려 뽑은 글들입니다. 이 신부님의 에세이 중 조금이라도 종교적인 색채가 가미된 문장은 제외하고 오로지 삶에 지친 영혼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이야기를 간추려 편집해 올렸습니다. 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검색해보니 지금 재고가 없는 품절 상태입니다.
위 네 편의 글가운데 필자는 “발효될 것인가? 아니면 썩을 것인가?”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다 보면 다른 사람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게 됩니다. 사람을 첫번째 인상(First Impression)으로 판단하는 것은 마치 “책의 제목만 보고 책을 사는 경우”와 같이 나중에 후회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첫인상은 좋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람이 지닌 얄팍한 인격과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경험하면서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반대로 첫인상은 평범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사귀어 보면 그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에 배울 점이 많아 매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처음만나 마주 본 아주 짧은 순간 첫인상이 결정된다는 이론을 미국의 이미지 컨설턴트들은 “손뼉 한번의 법칙” 이라고 부릅니다. 타인에 대한 첫인상은 손뼉한번 치는 짧은 순간에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짝! 하고 손뼉 한번 치는 순간 그 사람은 “밝다” 또는 “어둡다”, “시원스럽다” 또는 “답답하다”, “부유해 보인다” 또는 “가난해 보인다”,”느낌이 좋다” 또는 “느낌이 안 좋다” 등 인상이 순간적으로 결정됩니다. 그러나 손뼉 한번의 법칙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 판단에 귀중한 자료가 되는 “인격과 가치관의 발효 정도”까지 감지하는 것은 보통 사람의 능력 밖에 일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sns에서 우연히 만나 연인관계를 맺고 결혼하는 사람 중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인격과 가치관의 발효 상태는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서로 인격과 가치관의 발효 상태가 검증되지 않은 남녀가 첫인상에 감지된 환상에 의지해서 결혼하는 경우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원인을 일반화하여 통상 우리는 “성격차이” 라고 부릅니다.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상대방에 대한 “인격과 가치관의 검증 실패” 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살다 보면 대인관계에서 그 사람 “그 정도 일 줄 몰랐다”는 탄식이 나오는 경우를 종종 경험합니다. 그 만큼 인격과 가치관의 발효상태는 겉모습 관찰만으로 여간해서 드러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 인격과 가치관의 발효정도에 관심을 가지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타인의 인격과 가치관에 대한 발효상태를 감지하는 내 안에 센서(senser)가 감시 카메라로 작동하는 한 사이비(似而非) 즉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매우 다른 가짜인격과 가치관에 오도되는 실수는 어느정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론으로 사회생활에서 복잡한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tit for tat전략을 쓰면서 균형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맺은 인연과 공적 사적 인간관계 유지에 어려움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2026년 하반기를 시작하는 7월 첫번째 주 월요일 아침입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좋은 한주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