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94) - 철인을 꿈꾸는 걷기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잎들이 작별을 고하듯 떨어지는 늦가을, 낙엽처럼 스러진 동문 부부 회원의 소천이 안쓰러워라. 회원 모두 뜻밖의 부음에 망연자실한 가운데 상배를 당한 친지에게 보낸 메시지, ‘갑작스러운 부음이 큰 충격입니다. 삼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하며 장례일체 은혜롭게 치르시기 바랍니다. 우리 내외 깊이 머리를 숙입니다.’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이의 석별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노을빛 11월, 기도와 묵상이 깊어지는 계절이어라!
11월을 비추는 무심천의 그믐달
지난주에 시작한 2021 한국국제걷기대회 9일째, 전반에는 하루 18km 내외를 걷다가 후반에는 20km 이상으로 거리를 늘였다. 10일간 누계 200여km를 걸을 예정. 새벽에 바라보는 그믐달이 현묘하고 안개 자욱한 강변길이 호젓하다. 때에 맞춰 살핀 명사의 신문대담, ‘별다른 취미 없이 무미건조한 생활, 근간에는 틈나는 대로 하루 2만보 정도 걷는다. 걷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걷기는 인류역사를 빛나게 한 큰 도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소요학파가 그리스철학을 완성했고, 공자도 30~60대까지 춘추각국을 주유했다. 예수는 광야를 걸어 메시지를 전했으며, 석가도 45년이나 길 위에서 가르침을 폈다. 곧 길 위에서 인류의 문화가 이루어졌다. 자연과 교감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방편인 걷기에 관해 책을 쓰고 싶다.’(세계일보 2021. 11. 3 헌법재판관과 대학총장을 역임한 김희옥 KBL(한국농구연맹) 총재 인터뷰에서)
며칠 전 한국체육진흥회로부터 택배가 도착하였다. 이번 걷기대회 참가자에게 보내는 기념품으로 프로스펙스 티셔츠, 캠페인 버튼, 걷기 책(걷자, Let’s Walk) 등이 담겨 있다. Let’s Walk의 주요 내용, 걷기는 SPORTS WALKING(걷는 운동)으로 언제 어디서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단순히 걷는다'에서 '적극적으로 걷는다'라고 의식을 바꾼다면 분명 훌륭한 WALKER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1)하루 1만보 걷기 2) 준비운동은 필수 3)발에 맞는 신발 선택 4) 가슴을 펴고 배는 꽉 당겨서 5) 바르고 아름답게 걷기 6) 무릎을 펴고 보폭은 크게 속보로 7) 내게 맞는 강도와 운동효과(최대 산소섭취량의 60~80%) 8) 심호흡으로 산소를몸 전체에 보내기 9) 건강한 발 관리 10) 달리기와 걷기의 차이점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무작정 걷기보다 내용을 알고 실천하면 좋으리라. 아무쪼록 바르게 걷자. 누구나 꾸준히 걸으면 철인(哲人이자 鐵人)이 된다.
한국체육진흥회에서 만든 걷기책자 표지
* 공식행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율로 걷는 이들이 많다. 5년 전 대만일주를 함께 했던 동호인들은 틈틈이 지리산둘레길, 제주도 올레걷기 등에 열심을 내기도. 며칠 전에는 남파랑길 걷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대만 걷기 때 각국(한국, 일본, 대만)을 대표하여 깃발들기와 3일에 한 번씩 스트레칭 인도 등 맡은 바 소임을 잘 감당한 여성들, 누구나 국가대표의 자질과 능력이 있음을 입증한 건각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대만걷기행사를 마친 후 가진 축하파티에서 내가 한 인사말, ‘제1회 대만국제걷기대회에 참가하여 무사히 완보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출발에 즈음하여 동호인들의 친선과 우정을 증진하고 이웃끼리 평화를 다지는데 기여하기를 염원하였다. 55일간 1,150여km를 걸으면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은 물론 국제간의 친선과 평화를 뿌리내리는 기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대만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지리를 익히고 흥미를 가진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
대만걷기 함께 한 동호인들이 남파랑길 걸으며 보내온 코스 설명도
오늘(11월 6일, 토)은 아침에 청주 무심천변을 20km 걸은 후 낮에는 가족과 함께 대전의 국립현충원과 산림욕장 계족산을 찾았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현충원로에 자리한 대전국립현충원은 100여만 평(330만 평방미터)의 대지 위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호국영령들이 고이 잠들어 있는 보훈의 성지이자 보훈둘레길이 잘 가꾸어져 걷기에도 쾌적한 곳, 계룡산자락을 배경으로 경건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명소다.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있는 계족산은 전국관광명소 100선에 드는 계족산 임도(황톳길)가 잘 가꾸어져 힐링걷기코스로 유명한 곳. 쾌청한 날씨에 단풍 아름답게 물든 명소를 찾은 발걸음이 뜻깊어라. 지난 주말에 평소 한국국제걷기대회의 제1일 코스에 들어있는 경기도 성남시의 탄천주변을 걸은 것과 함께.
경건함과 평화로움이 감도는 대전 국립현충원의 장병 묘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