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13일 서울의 날씨는 무척이나 더웠다..
드디어 우리의 본격적인 서울여행 시작!!!
다들 어제 더운 날씨에 무리하게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철도연수원을 시끌벅적하게 뛰어 다닌다. 역시 젊음이 좋은가보다..ㅋㅋ
일어나자 말자 무더위에 피곤함과 쏟아지는 잠으로 인해 기절했던 뜰에봄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봄이가 피곤한 얼굴로 나를 반긴다. 어찌나 어제 무리하게 데리고 다닌 것이 미안하던지..다행히 어제보다는 많이 괜찮아 보였다.
간단하게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어제 밤의 변태전화사건(?)에 대해서 두려움에 떨면서 잤다는 이야기를 하며 하루 일정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조는 미영언니 어머니께서 김밥을 후원해주신다 해서 아침 일찍 언니는 부천으로 떠났다.
혼자서 정신없이 우리 조 아이들을 모두 챙겨서 식당으로 내려 보내자 정작 나만 준비를 못했네..ㅡㅡ;
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연수원 식당에서 다같이 아침밥을 먹고 마당에 모였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땀을 흘리면서 "선생님 빨리 수영장가요"를 반복재생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철도박물관에 가서 구경을 하고 수영장을 가기로 되어있는데..아이들은 박물관에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어찌해야할지..그 때 대균이가 "선생님 왜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노래 배웠으면서 왜 얼굴 찌푸려요" 라고 말하는데..어찌나 뜨끔하던지..나도 이렇게 힘들어서 얼굴이 찌푸려지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나 싶어서..이것을 꼭 봐야한다고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정말 시원한 돌구지가 그리웠다. 우리들의 별장..ㅠ-ㅠ
겨우겨우 설득시켜 옛날부터 지금까지 실제 기차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둘러보기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철도박물관 밖을 설렁설렁 둘러보고 모두의 희망! 모두의 기쁨! 여의도 야외수영장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무더운 날씨로 인해 겨우겨우 걸어갔다..ㅋㅋ
땀을 뻘뻘 흘리며 의왕역에서 아이들이 여의나루 표를 직접 돈을 내고 사고..기계에 넣는다. 몇 번 타봤다고 이제는 아주 능숙해졌다. 이제는 서울아이들이 다 된 것 같았다. 너무 익숙해져 나를 기다릴 생각도 안하고 자기들끼리 표를 넣고 가버리니 말이다..ㅠ-ㅠ
아주 아주 시원한 지하철을 타자 아이들은 언제 더워서 지쳤냐는 듯 생기발랄해졌다.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어디 역에서 내리는지 어디서 갈아타야 하는지 딱 물어보고 대구촌년인 나한테 이제 몇 정거장 남았다고 얘기해준다. 신길역에서 집에서 김밥을 싸 가지고 온 미영언니와 만나서 또 다시 지하철을 타고 여의나루로 갔다.
아이들과 지도를 보며 우왕좌왕 여의도 수영장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직접 입장료를 끊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돗자리도 사고 물도 사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아이들은 맨 날 금강골이나 철삼천에서 팬티만 입고 물장구쳤지..이렇게 수영복입고 수영장에서 수영해 보기는 처음이라면서 매우 매우 좋아했다.
더운데 계속 돌아다니게 해서 계속 미안했는데..물보고 좋아라하는 아이들을 보고 힘들게 왔지만 그래도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초등학교 이후로는 수영장이 첨이라 선생님들 역시 흥분상태... 그 기분에 남들 눈 버린다는 생각도 잊고 과감히 선생님들도 수영복을 빌려 입고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신기할 따름이다.
가자말자 아이들과 미영언니 어머님이 싸주신 맛난 김밥을 후다닥 먹어치우고..미친 듯이 물로 뛰어들었다.
철강이와 대균이는 서로 수영실력을 자랑하고..뜰에봄과 효진이는 진우를 어떻게 물을 많이 먹일지..둘이 쑤근쑤근..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 만난 물개 마냥 잠수에 열중했다. 수영모자가 부족했던 우리들은 안전요원 눈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미친 듯이 물싸움하면서 정신 없이 놀았다. 중간에 근처에서 놀던 지윤 오빠가 갑자기 나타나서 음흉하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물놀이를 실컷 하고 아이들이 유람선대신 동대문에 쇼핑을 하고 싶다 해서 계획 왕 변경...
자기들이 가고 싶다고 해서 가는 건데도 힘이 들다보니..또 아이들은 투덜투덜 되기 시작했다. "배고파요" "다리아파요"
동대문에 도착하자말자 음식점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신당동 떡볶이 집을 찾아 들어갔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대균이와 진우..거기에 밀린 나머지 아이들..어찌나 다들 잘 먹는지..
아...그런데 시계를 보니 벌써 4시 40분..우리의 집결 시간은 5시..동대문에서 예술의 전당 까지 가야 하는데...너무 늦어 버린 것이다. 늦은 와중에도 리어카에서 효진이와 뜰에봄은 예쁜 양말을 사고..대균이는 해골 목걸이를 사고..철강이는 강에서 수영할 때 쓴다며 물안경을 샀다.
미친 듯이 달려서 예술에 전당에 도착하니..우리가 꼴찌로 도착했다.
아이들을 버스에 태우고 난 뒤 몇 주간 함께 한 문학교실 진천용 선생님께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신다고 다들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벌겋게 익은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들이 탄 버스와 우리 팀원들이 탄 소장님 차는 철암 돌구지로 향했다.
중간에 여주 휴게소에 들려 아이들과 함께 돈까스, 김밥 등 맛난 저녁을 먹고 다시 출발..차안에서 미친 듯이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벌써 11시가 다되어 간다.
돌구지에서 캠프에 가지 못했던 중학생들과 미애언니, 재복언니, 동찬선생님, 삼촌이 열심히 캠프 화이어 준비를 해 놓고 우리를 반겼다. 우리 조 진우가 대표로 장작에 점화를 하고 다들 폭죽놀이를 하면서 서울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서울여행을 하면서 덥고 힘들었던 기억도 많이 나지만..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길을 찾아가고..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아이들이 여행의 주인이 되게 한 문화체험 캠프는 이제껏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줘야 하고 챙겨 줘야한다는 생각을 전환할 수 있었던 나에게도 소중한 여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