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바래봉 시산제 산행을 마치고~
▲코스: 남원 허브밸리 용산주차장-운지사 갈림길-임도-바래봉-회귀/10km/4시간
2024년도 시산제를 준비하면서 작년 합천 황매산 시산제 시 추위와 바람을 생각하면서
장소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명산이면서 걷기 편한 코스의 산을 찾다 보니 지리산 바래봉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았고 저도 20년 전에 백두대간 종주할때 다녀왔습니다. 제물을 준비하는 마음들이 심시일반 동참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으며 떡, 회, 고기를 준비해주신 두배로·가드·꿈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시산제 제물이 아주 풍성했습니다.
바래봉은(1,167m)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 중 하나이며 세석평전과 함께 전국제일의 철쭉군락지로 5월 철쭉제에 전국에서 인산인해를 이루는 산입니다. 정상 주변은 나무가 없는 초지이며 산세가 둥그스름하여 스님의 바리때 없어 놓은 모습이라 바래봉이라 부릅니다.
운봉지역은 판소리 동편제의 원조마을(운봉, 구례, 순창)이다 해발 500m 고원분지에 위치한 구름에 덮인 봉우리에 연유한 땅입니다. 정감록 비결에 나오는 승지(勝地)중의 하나이며 고랭지 기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며 늦게까지 눈이 쌓이고 일찍 서리가 내리므로 생육기간이 짧은 메밀과 감자 등의 재배가 많고 삼림을 이용한 운봉 목기가 예로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바래봉은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데 원래는 고산 숲이 울창하였으나 1968년 박정희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계기로 면양 산업의 가능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1,048마리 양을 들여와 1971년 시범 면양목장을 설치 운영하면서 방목하자 초식동물인 면양이 철쭉만 남기고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치워 자연스럽게 철쭉만 남아 현제의 철쭉 군락이 형성되었습니다.
4월말부터 산 아래에서 피기 시작하여 정상부근은 5월 하순까지 철쭉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 중 최고 아름다운 구간은 정상에서~팔랑치 구간(약1.5km)입니다. 만개한 철쭉꽃 모습을 풍경 달력에서 많이 들 보셨을 텐데 바로 이구간입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지리산허브밸리가 문을 닫았습니다. 임도 따라 단숨에 운지사 갈림길까지 오릅니다. 각자 제물들을 나눠지고 오르기에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겨울 눈 산행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른 흔적이 보입니다. 양지는 질퍽하고 응달은 얼음입니다. 하산 길은 아이젠 없이는 내려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2시간 묵묵히 땅만 보고 걷습니다. 정상 바로 밑 주목군락지까지 오르는데 바람도 없는 날씨입니다. 오후에 비가 예보되어 있어 바삐 움직입니다.
이제 바래봉 정상이 보입니다. 누군가 외칩니다. 지리산은 지리산이라고~
정상에 오르는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바래봉은 최대 장점은 넓은 지리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중봉-천왕봉-재석봉-연화봉-촛대봉-영신봉-칠선봉-덕평봉-형제봉-명선봉-토끼봉-삼도봉-반야봉-노고단-세걸산-정령치 만복대-고리봉 등등
하늘이 도와 지리산의 하늘금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와~~ 모두들 지리산 종주의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 봉우리 하나하나 눈여겨 조망을 합니다.
정상석에서 단체사진 인증하고는 바로 주목군락지까지 내려와 시산제 준비를 합니다.
현수막을 걸고 각자의 배낭에서 정성껏 준비한 제사 음식 등을 꺼내 놓습니다.
시루떡 돼지고기 문어 회 과일 나물반찬~등등 산신령님들 풍족하게 드시고 남을 량입니다.
식순에 의거 먼저 간 악우들에 대한 묵념을 올린 후 최고 연장자 이신 <대나무> 형님이 초혼 문을 낭독하며 강신 후 다 함께 재배하며 참신을 하였고 <돌뿌리> 회장님 첫잔을 올리셨고 이어서 <아톰>님께서 축문을 읽으셨고, <석심>님께서 아헌, 남녀 합동으로 헌작하였으며 제가 마지막 잔을 올렸으며 축문을 소지하고 음복하며 2024년 산조사모 안전산행을 기원했습니다.
시산제를 마치고 내려오니 봄비가 내립니다.
긴 겨울 인내하며 이겨낸 뿌리깊은 나무가 스쳐가는 봄비에 가지마다 봉긋해 지고
대지 꿈틀거리는 생동감이 옷깃에 스미는 가운데 남원의 <아담원>수목원을 거닐어 봅니다.
입장료 10,000원 벚꽃이 필 때쯤 정말 예쁜 수목원이 될 듯 싶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시잠깐 생각해 보건데 내 영혼의 순수가 가장 빛나던 시간이 산조사모 식구들과 함께 종주산행을 함께 하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 시절 함께 했던 식구들이 문득 그립습니다.
맑은 마음으로 또 새 아침을 맞이합니다.
하얀 세상에 그려 넣을 사연들을 펼쳐보며 새날을 주심에 감사드리며 산행기를 적어봅니다.
2024. 2. 19. 고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