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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메들리] 02 - 비밀이야
1. 정우 학원 책상. 현재.
프리챌 커뮤니티 사이트의 추억의 사진과 글들을 클릭하고 있는 정우.
강사들 식사 직후인지 종이컵 커피 마시며 삼삼오오 어울려 있고..
탁자에서 울리는 핸드폰. 발신자 “임사장”
어른덕원 : (F) 정우야..
어른정우 : 어이~ 임사장! 잘지냈어? 안 그래도 너 문자 때문에 프리챌 사진들 백업 받다가 니 생각했는데. 요즘은 별일 없냐?
어른덕원 : 나야 뭐 똑같지. 요새 경기도 안 좋은데 나가는 돈은 똑같으니까 힘들다. 근데 너 내일 시간 되냐?
어른정우 : 내일? (둘러보는데 슥 지나가는 원장 보인다) 학원 나와야지. 나 같은 알바강사가 뭐 있냐. 빨리 임용고시 돼서 관두고...
어른덕원 : (말 자르고) 가겟방 할아버지 돌아가셨대...
어른정우 : !
어른덕원 : 수요일 아침 발인인데 우린 가봐야 하지 않겠냐? 일단 연락되는 애들 전화하는 중이야.
어른정우 : (잠시 정적) 알았어. 원장한테 말해보고 수업 바꿔볼게.
전화를 끊고 가만히 프리챌 화면 속 사진 들여다보는 정우.
몇몇 고등학생들과 정우, 그리고 아영이가 나오는 사진들.
사진보는데 열린 창으로 살랑 바람이 분다.
창 쪽 쳐다보는 정우. 흩날리는 정우의 머리칼.
<사춘기 메들리> - 비밀이야
2. 교문 앞. 낮
쏜살같이 아영을 지나 교문을 통과해 나가는 정우, 현판 앞의 아영을 못 본다.
아영, 현판에서 떨어져 서며.
아영 : (E) 최정우!
우뚝, 멈추는 정우. 누가 이렇게 날 부르나 돌아보는데...
교문 앞에 서 있는 아영, 멀찍이 떨어져 있는 정우 서로 바라보고 있다.
정우NA : (당황한 표정에) 얘까지 왜이러니.. (딸꾹질 시작)
아영 : (다가오며) 왜 못 들은 척 해?
정우 : (역호 못보게 아영 뒤로 돌아서며) 아하하하... 반장.. 거기 있었어? (딸국) 하하.. (딸국)
아영 : (돌아보더니 삐죽.. 앞서 가며) 뭐해? 밥 먹어야 된다며~
정우 : (얜 모르는 게 없어... 하는 느낌)
아영 : (앞서가는 표정 보면 살짝 미소)
운동장 쪽, 앞서가는 아영과 뒤에 눈치보더니 빠르게 따라 가는 정우 뒷모습을 보는 역호 ‘......’
잠깐 보다가 다시 운동장 뛰기 시작하고...
3. 마을이 보이는 예쁜 언덕길. 낮
예쁜 남일군의 풍경 속. 두 사람 말없이 걷는다.
정우는 뭔가 어색한데 아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걸음 쯤 앞서 걷고 있다
아영 : ... 창피하니?
정우 : (돌아보며) 응? 뭐가?
아영 : (살짝 돌아보며) 주목 받는거.
정우 : ...!
인서트/
최정우 연호하며 난리치는 반 애들. 콩~그레츄~ 노래 울려퍼지고.
정우 : ..그러는 넌? 너도 마찬가지 아냐.?
아영 : ..난 익숙해. (별 표정변화 없는)
정우 : ..뭐가?
아영 : (어깨 으쓱. 도도하게) 주목 받는거~ (먼저 간다)
‘뭐니 얘는’ 표정으로 정우 뒤따라 가는데..
한쪽 다리에만 체육복 흘러 내려와 있는 아영.
정우, 마침 그 체육복 이상하게 보고 걷는데 아영, 삐끗, 하고...
아영 쪽에서 보면 창피한지 소리 없이 찡그리는 아영. 재빨리 아무렇지 않은척 체육복 당겨 올리고 총총총 더 빨리 걷는다.
4. 시장길. 낮
마을 시장길 걷는 둘. 복싱장 앞 지난다.
정우, 잠시 여긴 뭔가 슬쩍 보는데...
“학생!”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는 정우.
노래방 아저씨 : (다가오며 이름표 보고) 응! 맞네잉! 자기 전국 노래자랑 대표 맞지?
정우NA : 이놈의 촌동네.. 프라이버시 따위는 개가 물어갔나보다..
노래방 : 준비 자~알하고, 언제든 우리 노래방으로 연습 오드라고. 싸비스 허벌나게 줄팅게..
정우 : 아.. 예. (인사하고 지나가는데 정말 미치겠고)
딸랑~ 소리 선행되고, “이게 누구야 남일고 수재네~ 오랜만이야?” 이런 대화 들려온다.
어느새 아영은 먼저 분식집 안에 들어갔는지 이야기 소리.
정우 쳐다보면 위쪽 걸린 간판에 <만나분식>
5. 만나분식. 낮
분식집 아줌마(덕원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볶이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덕원모 : (조심스럽게 두 사람 보며) 혹시 남자친구...?
아영 : ....예? 하.. (쑥스럽다)
정우 : (허걱)
덕원모 : 맞구나!!! (오지랖 대폭발이다) 최정우 학생 맞지~? 남일고 전국노래자랑 대표! 우리 원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우리 원이한테도 그렇게 잘해주구. 노래자랑 준비는? 잘 돼가? (막 수다 떨며 어느새 오뎅도 갖다 내려놓고)
정우 : (이잉? 하며 아영 쪽 보면)
아영 : (아무렇지도 않게 떡볶이 찍으며) 덕원이 엄마셔.
인서트/ 덕원 “만나분식!! 아마 읍내에서 제일 맛있을걸?"
정우NA : 임덕원 이 자식, 보기보다 고단수네.. 그럼...?
일그러지는 정우의 이마 위로 자막 빠르게 타다다닥
<내 컴퓨터 야동의 경로> C:\Program Files\Windows\Accessories
<내 소문의 경로> 소문:\임덕원\덕원어머니\남일군.. 전체??
덕원모 : 내가 동네에 우리 원이 짝이 전국노래자랑 나간다고 다 얘기해 놨지! 우리가 단체로 구경갈 꺼니까~ 많이 먹고 파이팅?..
아 둘이 참 잘 어울린다..
정우 : ...아.. 네... (물음표 ?? 가 큰 느낌표 !! ㅠ_ㅠ 로 바뀐다)
쿨한 척 있던 아영, 갑자기 딸꾹..딸꾹..!
정우가 ‘넌 왜 그러냐’ 싶은 표정으로 보자 또 딸꾹! 딴청부리며 물 마시는 아영.
시간 경과.
떡볶이, 순대, 김밥 수북이 놓고 마주앉은 둘. 말 없이 오물오물 먹는 풀샷.
주방에서 덕원모, 쟤넨 왜 저렇게 조용한가 내다보고, 계속해서 아무 말도 없이 먹기만 한다.
포크 콕, 콕. 오물오물 오물오물....
6. 만나분식, 외경. 낮
“잘 먹었습니다~” “그래, 또 와!” 하는 대화 들리고 드르륵 문 열고 나오는 두 사람.
반대쪽에서 고무 다라이 들고 오던 덕원, 아는 척 부르려다가.
덕원 : 관두자. (흐뭇하게 바라보며) 애들 눈치보느라 둘이 얘기도 못했을텐데..
둘 모습 흐뭇하게 바라본다. “엄마 야채 시킨거 찾아왔어! 테이블에 놓고 갈게요!”
7. 남일군 일각. 학교 앞. 낮
읍내를 지나고, 논두렁을 지나고, 느티나무 지나도록 두 사람 아무 말이 없다.
아영, 또 한쪽 체육복만 무릎 아래로 살짝 내려와있고..
그게 신경 쓰이는지 힐끔대는 정우.
조용하니 더 크게 들리는 새 소리, 바람 소리.
(음악 : 제이레빗 -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느새 학교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아영 : (마침내 입 떼며) 최정우!
정우 : (체육복 보다가 놀라 아영 얼굴 보면)
아영 : 내일 아침에.... (조금 망설이다가) 느티나무 삼거리에서 만나.
정우 : ... 왜?
아영 : (얜 뭐니 싶다) ... 여덟시에 봐. (하고 먼저 뛰어간다)
정우 : 저기.. 반... 반장!
정우, 쟤가 왜 저러는지 잘 모르겠다.
8. 갈림길. 다음날 아침
아영, 삼거리에 서 있다. 가느다란 머리띠 하고 신경 쓰이는지 머리 만지작만지작..
남일고 학생들, “안녕~” 하고 지나가고, 아영은 손목시계 내려다보고 두리번두리번.
9. 가겟방 앞, 같은 시각 아침
갈림길을 등지고 쭈그려 앉아있는 정우. 무언가 먹으며 음악 듣고 있다.
가겟방 할아버지, 내다보며 쯧쯧... 하다가 드르륵 문 연다.
할아버지 : 학교 안 가? 시간 많으면 이리와 장기 한 판 둬.
정우 : (시계 보더니) ....학생이 학교는 가야죠. (뒤를 힐끔 돌아보고는 아영 없는걸 확인하더니, 꾸벅 인사하고 걸어간다)
할아버지 : 쯧쯧... 우리 손주는 새벽 운동도 하고 학교 가는데.. (한심한 듯)
10. 교실. 낮
문 열고 들어가는 정우. 돌아보는 아영과 눈 마주치는데, 둘 다 재빨리 시선 피한다.
자리에 앉는데 뒷문 드르륵쾅. 영복이다.
올 것이 온 듯이 눈감는 정우.
영복 : 어이 유명인사~ 어제는 도통 안보이대? 요리조리 아주 잘 피해 다니셔? (킥킥대며 건들건들 걸어온다)
덕원 : (벌떡 일어나며) 선배님 안녕하세요오~ (하며 자동으로 봉지 내미는)
영복 : 오~냐! (들여다보며) 좋아좋아~ 우리 임떡은 아주 빠릿해졌네... 짝꿍 걱정돼서 그러나?
(정우 툭툭 건드리며) 어떻게, 몸은 좀 만들어놨고?
정우 : (이내 결심한 듯 책상 드르륵 쾅 밀고 벌떡 일어난다)
덕원, 아영 놀라서 정우 쳐다보고. 반 애들도 또 숨죽이고.
영복 : (살짝 쫄았다) 왜, 왜? 진짜 한 번 덤벼 볼라고 ?
정우NA : 지금이다. 바로 지금! 진짜!
이 때 수업 시작하는 종 친다.
영복 : (다시 허세) 진짜 뭐 인마! 에이 씨.. 너 운 좋았다 응? 아오.. 찐따! (뒷걸음질치듯 나가고)
정우NA : 진짜 잘못했다구요...
휴~~ 하며 가는 영복의 뒷모습 보는데.. 원일이 뒷문 밖에서 기다리고 서있었다.
머리카락 쭈뼛 서는 느낌으로 멈춰서는 정우. 시선 피한다.
이번엔 아영과 눈 마주친 정우. 거의 반사적으로 재빨리 시선 돌린다.
원일 : (싸늘하게 들릴듯 말들) 븅신, 쫄긴... (영복에게 가자는 턱짓)
힘 풀려 스르륵 주저앉는 정우. 딸국! 딸국! 또 시작된 딸국질.
수정 : 반장... 남친 괜찮겠지...?
아영 : .... (걱정되듯 슬쩍 정우 보는. 정우는 망연자실이다)
11. 교실. 낮
종치는 소리. 애들 우르르르 일어나는데..
책상에 의자 올리며 아영 쪽 힐끔 보는 정우, 후다다닥 1등으로 교실 나간다.
아영, 정우 나가는 것 보느라 의자 올리던 것 잠시 느려졌다가.. 다시 움직이고.
12. 복싱장 앞. 낮
정우 만나 분식 지나는데.
옆을 보면 낡은 느낌의 복싱체육관 문 앞. 가드 올린 선수 사진이 붙어 있고...
그걸 보던 정우, ‘이거라도 해볼까?’ 싶은 표정. 슬쩍 들여다보고 문 민다.
13. 체육관 안. 낮
정우 : 계세요...?
빈 체육관. 정우, 눈을 데굴데굴 둘러보는데.
<토하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다!> <내면의 핵주먹을 깨워라> <당신도 강해질 수 있다!> 이런 표어들이 여기저기.
정우 : (표어 “삼개월이면 불곰도 때려 잡는다” 라는 표어 보고 눈이 번쩍! 다시 보면 “호랑이”다.) 햐.. 말은.. 쳇.
(코웃음 치며 지나가다가 우뚝)
휴~ 한숨 팍 쉬는 정우.
정우 지나가면 <언제까지 맞고 살건가!> 궁서체 찐하다.
덕훈 : (E) 신입이니?
정우 돌아서는데, 츄리닝에 깔깔이. 주전자 들고 있는 덕훈이 보고 있었다.
옷만 복싱이고 얼굴은 고시생스러운. 덕후의 포스가 농후하다.
정우 : 어... (생각하다) 네.
덕훈 : 관장님 바둑 두러 가셨는데. (긁적. 중얼거리며 책상으로 간다)
정우 : (겸연쩍어서 옆에 샌드백 괜히 툭툭)
덕훈 : 그러다 손목 나간다. 맨 손으로 치면.
정우 : 아..네. (폼 잡고 섀도 복싱)
덕훈 : 흠.. 폼은 괜찮은데? (서류철 내밀며) 이거 먼저 써야하거든.
정우 : (보면 입회원서)
덕훈 : 볼펜. (던진다)
정우 : (순간 탁 잡고)
덕훈 : (오...) 너... 운동신경이!
정우 : (으쓱. 원서 쓰며) 코치님이세요?
덕훈 : 어? 아니.. 총무. (하던 일로 다시. 주전자 들고 나간다)
14. 체육관 안. 낮
샌드백을 마주하고 선 비장한 표정의 정우. 화풀이하듯 한대 한대 치는데
순간 샌드백에 떠오르는 영복의 얼굴. 목에 슥~ 그어보이며 깐족대는 표정이다.
정우 : (이죽이죽) 아오! 밉상 (퍽!) 별것도 아닌 게! (퍽!) 꼬봉 주제에! (퍽! 주먹 붕붕 돌려 힘 모으면서) 에라이 주근깨나 찐해져라!!
(퍽퍽!! 샌드백 속 영복, 멍들며 괴로워하고)
나름 스트레스 풀리는지 점차 펀치 강해지고... 청소하던 덕훈도 슥 쳐다본다.
정우 : (자신만만해졌다. 글러브 겨누며) 나와라.. 나와.. 불곰.
샌드백에 역호 얼굴이 슥 떠오르는 순간, 반사적으로 놀라 가드 올리는 정우.
겁먹는 스스로가 짜증난 듯..에이씨.. 짜증 담아 퍽, 치려는데!!
드르르륵-
역호 : (E) 안녕하십니까!
덕훈 : (반갑게 고개 돌리며) 역호 왔니!
정우 : 읍!! (빗나가는 주먹. 샌드백 껴안고 팽그르르 도는 모양새)
역호 : (라커 열고 겉옷 벗고.. 운동할 준비)
덕훈 : 야 몸 봐라 자식. (어깨 두둑) 프로테스트 준비 잘 돼 가냐?
역호 : (싱긋) 그냥 그렇죠 뭐.
덕훈 : 아참, (돌아보며) 신입!! 와서 인사해!
덕훈 돌아보면, 창문 열려있고 펄럭~ 하는 커튼. 아무도 없다.
역호 : ? (누구요? 하는 표정)
덕훈 : (갸웃) 좀 전에 여기... (샌드백 치는 흉내) 이렇게.. 중얼중얼...
역호, 탁자 위에 놓여진 입회원서 들어 본다. ‘남일고 최정우’ 한쪽 눈썹이 꿈틀.
15. 체육관 앞. 낮
정우 : (낑낑) 뭐야.. 복싱도 해?
건물 틈에 끼었다 겨우 튕기듯 빠져 나오는 정우. 체육관 근처를 샥샥 빠르게 벗어난다.
자꾸 돌아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우 : (강한 척 하지만 자꾸 돌아보며 가슴 쓸어내린다) 참내! 아니 선수가 일반인 치면 그거 살인미수 아닌가?
그놈의 불곰.. 선수 입장 타이밍 한번..
멈춰지는 정우의 발걸음.
보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아영과 눈 마주쳤다.
정우 : ... 예술이네.
cut to 나란히 서는 둘. 뻘쭘한데.
아영 : 아침에 왜 안 나왔어?
정우 : ...아... 그게.. 늦게 일어나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미안...
아영 : 복싱 배우니?
정우 : (힉!) 어... 어떻게 알았어?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아래쪽 쳐다보면.. 정우의 두 손에 글러브. 쪽팔리다.
16. 시골 예쁜 길. 낮
버스 한 대 지나가고, 봄 준비하고 있는 시골 논밭들.. 하늘, 구름. 나무...
아영 : 그래서, 복싱은 역호 선배 때문에 배우기로 한거야?
정우 : 어.. 뭐...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이미 전교에 소문 다 났는데..
아영 : (피식.. 앞서 걷고)
정우 : ... (먼 산만. 그래 놀려라 놀려)
다시 말없이 걷는 두 사람. 돌다리 다 와 간다.
아영 : 근데.. 역호 오빠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정우 : (으잉? 이건 뭔 소리?)
아영 : ... 마음 못 잡고 싸움도 많이 하고 그런 건 사실이지만... (말이 흐려지는 아영. 금세 고개 털고 앞서간다) 아무튼 말야.
정우NA : (아영 뒤통수 째려보는 표정 위로) EBS에서 나오신 약아영님. 그래~ 아주 그냥 범생이 나셨습니다!
정우, 이죽거리며 뒤따라 걷는다.
17. 돌다리 근처. 낮
돌다리까지 말없이 걸어오던 두사람.
아영 : (가다가 멈추고) 근데 최정우..
정우 : (곤혹스럽던 표정 얼른 숨기고) 응?
아영 : 나한테.. 왜 사귀자고 했어?
정우 : ....! (말은 돌려야겠고) 그.. 그러는 넌! 넌 왜 사귄다고 했어?!
돌다리다.
먼저 다리 위에 올라선 아영, 정우의 질문에 멈칫 하다가 돌아보고.
아영 :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정우 : ....
아영 : ... 나한테 왜 사귀자고 했냐구..
정우 : (말문 막히고) 그.. 그거는..
아영 : ... 솔직하게 말해줘. 나한텐 중요한 문제야.
정우 : ...
아영 : ...
정우 : 그, 그거야.. (변명 구실 찾는데..!)
아영 : 어..?
살풋.. 날리는 벚꽃잎 몇. (가능하다면)
아영, 살짝 벚꽃에 눈길 가고,
무마는 해야겠고.. 정우, 덜컥 글러브 낀 두 손으로 아영의 얼굴을 감싸쥔다.
아영, 놀란 채 정우를 빤히 보는데...
정우 : (E) 비밀이야...
아영의 이마에 입 맞추는 정우. 두 사람의 모습이 점점 멀어진다.
돌다리 위 두 사람의 모습이 역광으로 하얗게..
다리 밑 수면 위에 두 사람의 모습이 아른아른 비친다. 물 위에 벚꽃잎..
18. 아영방/정우방. 밤 (인서트 느낌으로 짧게)
정우, 침대 위에 누워 멍하니 천정.. 뒤척뒤척..
책상에 앉아 공부하다가 고개 드는 아영, 책상에 놓인 거울을 빤히 본다.
가만히 이마 만져보는 아영의 모습. 공책 한편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돌다리 모습인 듯)
풀벌레 소리 이어진다..
19. 갈림길. 아침
뻘쭘히 서서 괜히 이리저리 둘러보는 정우. ‘에이...’ 그냥 간다.
20. 운동장. 아침
나무에 반쯤 몸을 숨기고 서 있는 정우의 뒷모습. (책가방 메고 있다)
시선 따라가면 현관쪽, 아영과 학생회장 뭔가 얘기하고 있다.
이미 등교했는지 책가방 없는, 우등생 포스 강력한 두 사람 하하호호 즐거워 보인다.
정우, 나무 뒤에 숨어 도끼눈으로 관찰하는데 정우 부르는 덕원 목소리.
덕원 : (E) 정우야!
덕원 소리 때문에 아영, 이쪽 쳐다보고 눈 마주치고 만다.
정우, 당황하는데..
덕원 : (속 모르고 반가워하며) 왔냐~ (반장쪽 보고) 어? 따로 왔어?
정우 : (이 새끼가..) 어.. 아..아니.. 어.. (얼버무리며 아영쪽 눈치만)
아영 : (모른척 쌩~ 학생회장과 현관 들어가 버린다)
덕원 : 싸웠어?
정우 : 어? 아니.. 절대.. (쟤 왜러지..?)
21. 교실. 낮
영어선생님, 프린트물 나눠주고 뒤로 돌리는 아이들.
아영, 프린트물 넘기느라 뒤로 살짝 돈다.
정우, 순간 기대감 갖고 움찔!
영어 : 1번 지문 읽어보자. 28번!
정우 : (딴생각하다 덕원이 툭치니 네! 하고 쭈뼛대며 일어나)
It is natural to make mistakes. It is terribly wrong to keep making mistakes.
실수를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계속 실수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정우, 짧게 뭔가 하나 스치고. 고개 들어 아영을 바라본다.
눈치 살피던 덕원 정우 앉히고 속삭이며 “전교 학생회장이야.. 아까 반장이랑 얘기하던 삼학년..”
새초롬히 눈길 안주고 열심히 공부만 하는 아영.
정우, 입맛 다신다. 휴...
22. 화장실. 낮
변기에 서서 볼일 보는 정우, 벽에 걸린 표어가 눈에 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
정우, 눈동자가 두 단어에 샥샥.
정우 : (‘용기’ ‘미인’에 클로즈업) ....오늘 뭔 명언 데이인가..
세면대로 와 손 씻는데.. 거울 속에 다른 정우들이 하나둘 끼어든다.
터프정우 : (피식) 어차피 반장 골탕 먹이려고 그런거 아니야? 뭘 그렇게 신경써?
소심정우 : 내가 갑자기 그래서... 화났나??
음흉정우 : 뽀뽀 한번 하고 나니 반장이 막 진짜 좋아지는 그런거?
터프정우 : (갖은 터프한 척) 남자가 그 정도 도전정신은 있어야지!
소심정우 : (고개 절레) 불곰한테 맞아 죽을 날 받아놓고 반장이 문제냐 지금. (한숨)
음흉정우 : 에에이~ 오늘 집에 가다가 뽀뽀나 한 번 더? 쪽쪽쪽쪽!
정우 : 아휴.. (듣기 싫다는 듯 거울에 물 확 끼얹고 나간다)
23. 복도. 낮
현진, 계단 난간에 기대서 복도 끝에서 얘기 중인 회장과 아영 보고 있다.
정우 화장실 나와서 코너 도는데, 팔장 낀 현진, 정우 부른다.
현진 : 최정우?
정우 : (우뚝, 누구지? 하고 돌아보는. 치마길이 때문에 알아보는 표정)
현진 : (다가오진 않고 자세만 한번 고치며) 너가 최정우지?
정우 : ...어.
현진 : 남일고 짱 불곰 선배랑 붙는다며? 어제 체육시간도... (풋) 유명하던데.
정우NA : ...... 이놈의 학교, 정말 나 말고는 얘깃거리가 없나보다.
저쪽, 아영의 눈에 대화 중인 정우와 현진이 포착되고
현진, 빙글~ 걸으며 서있던 자리 옮겨선다.
정우의 시선에도 학생회장과 아영이 보인다.
회장 : 자, (‘헤겔’ 건네며) 논술 준비하려면 이런 것도 미리 읽어놓는 게 좋아.
아영 : (뜻밖에 기분 좋고) 아.. 고마워요.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건데. (하면서도 정우 쪽 신경쓰인다)
정우, 빠직! ‘뭘 주는거지! 왜 저렇게 웃는거지!?’ 알아보려고 눈을 가늘게 뜨고...
현진 : (정우 앞 막아서며) 노래자랑 준비는 잘 되가니? (으쓱) 내가 피아노도 좀 치거든. 반주자 필요하면 쫌..
(다가오고) 도와줄까해서.
정우 : (신경은 온통 저쪽이고 건성 대답) 글쎄.. 뭐 그렇게까지...
지나가던 여학생 둘, 회장에게 끼어들어 인사하고 간다. ‘어머 오빠 안녕하세요!!’
젠틀하게 인사 받아주면서도 아영과 대화 지속하는 회장.
여학생들, 정우 옆 지나가 좋아하며 ‘어떡해’ ‘어쩜 뿔테두 잘어울린다!!’ 호들갑.
회장 : 아침에 말했던 건 생각해봤니?
아영 : (정우쪽 살짝 힐끔) 아... 그거요.. 제가 실력이 될까요?
회장 : 서울대학생 과외 받는거 여기선 드문 기회잖아. 안 그래도 요즘 이상한 소문 때문에 너도 집중 안 될 것 같아서.
아영 : 네? 이상한... 소문이라뇨?
회장 : 니네 반 최정운가 하는 애.. 왜 그때 남자애들 괜히 그런 객기 있잖아.
예쁘고 공부 잘하는 애 사귀어서 한번 튀어 보려고 하는 애들.
아영 : ... (다들 그렇게 말하네 싶은)
정우, 온통 신경이 아영 쪽이다. 뭐라 말하고 있는 아영.
서로의 시점에서 보면 대화는 잘 안들리고 눈은 계속 엇갈리며 조금씩 마주치는 상황.
현진 : 원래 우리집은 우등생 집안인데 나만 유독 예술적인 기질까지 타고나서... (하고 보면 정우 가버리고 없다. 잉??)
아영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는 정우.
회장 : 그럼 생각해보고 이따 수업 끝날때 얘기해줘.
정우, 얘기 마치고 교실 들어가려던 아영을 불러 세운다.
정우 : 반장!
아영 : (보는)
정우 :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침만 꼴깍)
아영 : (별 말 없으니 무표정하게 외면. 들어간다)
정우 : (휴. 또 실패다. 풀 죽어 교실로 들어간다)
두 사람 지켜보던 현진, 묘한 웃음 떠올리고.
현진 : 흥, 저 봐 저거.. 다 페이크라니까? 지들이 사귀긴 뭘 사귀어~
24. 교실풍경. 낮
교실로 들어오는 정우, 아영은 쌩하니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지켜보던 덕원.
덕원 : 니들 좀.. 썰렁하다. 반장한테 잘못한거 진짜 없어?
정우 : 잘못은 무슨..
정우NA : (바로 이어서) 하긴 했지. 아주 큰 잘못을.
교내 방송에서 '김형중 <그랬나봐>’ 나오기 시작하고.
수정 : 우와! 반장, 이거 내가 신청한 거야~ 요즘 넘 좋아.
'많은 친구 모인 밤 그 속에서 늘 있던 자리에 니가 가끔 보이지 않을 때..'
조용히 노래에 귀기울이는 아영.
그런 아영을 바라보고 있는 정우. 남자애들 사이에 앉아 밥먹지만 영 밥맛 없어보이고.
'내가 좋아했던 너의 향기를 맡으면 혹시 니가 아닐까 고개를 돌려 널 찾을 때'
플래시백/
돌다리 위, 뽀뽀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우연히 너의 동네를 지나갈 때면 어느새 니 얼굴 자꾸 떠오를때'
아영과 학생회장 이야기하는 모습.
'그랬나봐 나 널 좋아하나봐. 하루하루 니 생각만 나는 걸'
수업시간/ 일어나서 책 읽고 있는 아영의 모습.
정우는 아영 뒷모습 바라보고 있다.
'널 보고 싶다고 잘 할 수 있다고 용기 내 전화를 걸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돼'
아영, 쪽지 보면 '이따 같이 가 - 정우’.
눈으로만 주변 살짝 보고 다시 접는 아영.
'바보처럼...~'
25. 운동장. 낮
'말하지 못한 막막함을 너는 알고 있을까 오랜동안 기다려온 사랑, 내 앞에서 숨쉬고 있는 걸
그랬나봐 나 널 좋아하나봐.. 하루하루 니 생각만 나는 걸~~~'
여기저기 하교하는 아이들 끝물이다.
정우, 책가방 메고 현관을 나와 마구 달린다.
힘들게 달리는 정우의 다리와
인서트/ 차르르르~ 구르는 자전거바퀴, 옆으로 앉은 여학생 두 다리 리듬 타듯..
(이와이 순지 영화에 자주 나오는 감성적인 자전거 학생커플 다리 컷)
정우 달리던 것 느려지고. 자전거 커플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간다. (얼핏 아영과 회장)
허탈해지는 정우... 허리 꺾인채 헉헉... 저 멀리 나가는 자전거만 바라보는데.
아영 : (E) 최정우..
정우 : (띵!) ... !!
아영 : 뭐해? 같이 가자며... 한참 찾았어.
정우 : (이제야 안심 미소) 어?!.. 미안.
아영 : (멀리 보며) 뭘 그렇게 봐?
정우 : 아.. 자전거(손가락 가리키며)
아영 : ?
정우 : (둘러댄다) 자전거 하나 있음 좋을거 같아서. 집에서 학교까지 멀잖아.
아영 : .... (자전거 커플 뒷모습 보며... 뭔가 생각에 잠기는)
26. 교문 앞. 낮
다정한 뒷모습과 달리 앞모습 처절한 남매.
여동생은 공부 잘할것 같은 모범생 느낌.
빼빼오빠 : 어휴 이 돼지야! 너 때문에 자전거가 나가질 않는다!
통통동생 : 오빠 지금 나한테 돼지랬어? 너 야자땡땡이 쳤다고 엄마한테 확 이른다!
빼빼오빠 : 으휴..... (이 악물고 페달) 이것도 동생이라고... 내가 진짜 전생에 뭔 죄를 지었는지.. 어휴...
27. 교정. 낮
뻘쭘히 걷는 둘. (김형중 ‘그랬나봐’ 계속 이어지며)
정우, ‘무심한 사람...’ 느낌으로 아영 한번 슥 보고, 앞서 터덜터덜. 속이 다 탄 느낌.
아영, 눈치 챈 듯 따라가며..
아영 : (조심스레) ... 오늘.. 종일 모른 척 해서 미안.
정우 : 응? ... (머뭇거리다가) 화난 줄 알았어.
아영 : 그런거 아니구... (주머니에 손 꼭 넣으며) .... 그냥.. ...좀 어색해서 그랬어.
정우 : 뭐가 어색...해?
말하다가 아차, 자기도 생각나서 부끄럽다.
얼굴 빨개진 아영, 빠르게 앞서 가버리고 정우도 긁적이며 쫓아간다.
카메라 멀어지면 빈 운동장, 총총 뛰는 둘의 모습이 예쁘다.
28. 체육관. 밤
빈 체육관. 사탕 물고 링에 걸터앉아 있는 영복.
거울 보며 폼 잡고 섀도복싱 해보는 원일.
옆에서 영복 구시렁댄다.
영복 : 아오.. 씨! 아니 그 새낄 왜 여태 놔두는거야? 암튼 내가 역호형 눈치 보느라 임떡한테 간식도 맘대로 못 받아요. 아 씨..
원일 : (복싱하는 인상 더 험악해지고)
영복 : 야! 네가 역호형한테 좀 말해보면 안돼? 너도 그 자식 활개치는거 꼴보기 싫잖아. 네가 찜했던 애까지 가로채고,
원일 : (스윽 멈추며) ...! 야 고만 해라..
영복 : (분위기 파악 못하고 계속 주절주절) 하여간 어이없지 않냐? 킥킥.. 네가 따라다닐땐 그렇게 개무시하더니
그 븅신은 사귀자니까 바로 오케이하고...
원일 : (벽에 쾅 밀어 부치며) 야 이 새끼가! 네가 뭘 안다구 나불거려!
영복, 원일의 격한 반응에 당황스러운데..
런닝 마친 역호와 덕훈 들어온다.
멱살 잡은 둘 보자 역호 인상 굳고, 순간 얼어서 뚝 떨어지는 원일과 영복.
영복 : (웃음으로 무마하며 괜히 오바해서) 와~ 형! 완전 열심이시네요. 히히..
역호 : ... 왔냐. (운동준비한다)
원일 : (둘러보고 피식) 븅신, 가지가지로 용쓰네...
역호 : (보는)
원일 : 아~ 그 자식이요. 여기 왔었다면서요? (샌드백, 정우 쥐어박듯 툭툭)
역호 : .....
영복 : 아이 형님, 근데 최정우 그 새낀 대체 언제 손 보실거에요? 네?
역호 : (대꾸 않고 귀찮게들 한다는 듯 영복 슥 본다)
영복 : 헤헤.. 물론 형님한테 계획 딱~ 있다는거! 한 입 갖고 두말 하는 놈 젤로 혐오하시는거! 알죠. 제가~
아 근데요, 나대도 너무 나대잖아요! 실은 원일이가 찜했던 1반 반장 아시죠? 걔한테도 그 자식이 대쉬 해갖고요,
원일 : 이 새끼가 진짜 시키지도 않는 소릴해! (한 대 칠 듯 영복 멱살 잡고)
역호 : (잽 연습 슥 멈추고 원일이 쪽을 흘깃) 뭐냐 지금.
역호와 원일, 몇 초간 정적..
그러다 굴욕인 듯 인상 쓰는 원일.
원일, 역호의 포스에 밀려 영복 놓는다.
원일 : (옷 챙기며) 요새 형 프로데뷔 준비한다면서요? 뭐.. 사적인 일도 바쁘겠지만.. 그래도 더불어 살아야죠.. 안 그러니 영복아?
영복, 어째야되나 쭈뼛대고 원일은 옷 입고 나간다.
원일 : (나가다가) 아, 무지개파 형들 기억하죠? 안부나 전하라던데요... 조만간 보자고.. 야! 안가냐?
양 쪽 눈치보며 머뭇대던 영복, 역호에게 꾸벅! 하더니 나간다.
역호, 생각하기 싫은 듯 글러브 조이는데.
덕훈 : (소심하게 낮은 목소리로) 역호야, 네 일 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왠지 쟤.. 느낌이 별로다.
역호. 주먹 탕탕 치며 일어난다. 다시 훈련에 열중한다.
29. 복싱장 앞. 밤
영복 : (영복 눈치보며) 역호형 데뷔전 때문에 신경쓰여서 그랬나보네..
원일 : 씨발... 나이 좀 처먹었다고 예우 해주니까 누굴 꼬봉으로 아나...
영복 : (얘가 심상찮네.. 느낌으로 흘끔 눈치)
원일 : (침 찍 뱉고) 이역호고 최정우고 수 틀리면 가만 안 둬. (담배 피우려고 담배 꺼내드는데 뭔가 생각난듯) 흠.. 흐흐..
30. 남일군 전경
봄 꽃이 핀 아름다운 남일군 전경. 나무. 논. 들판.
31. 갈림길. 아침
삼삼오오 등교하는 아이들 지나간다.
아영이 자전거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다.
정우 늦었는지 뛰어오며 손 흔든다.
정우 : 반장!
아영 : (손 들어 보이며)
정우 : (숨 고르며) 웬 자전거?
아영 : 타고 싶다며.
정우 : 아! ....(으으... 웃는건지 찡그린건지 난감한데)
32. 가겟방 앞 논두렁길. 아침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
카메라 올라가면 운전은 아영이 하고 있다.
아영 : 헉헉...나는 니가.. 헉헉. 자전거 타고 싶다고 해서... (숨차 죽겠다)
정우 : (뒷자리에 낑겨) 그게... 타고 싶다는거지... 탈 수 있단 얘기는 아니었는데... (미안해 죽겠다) 암튼.. 고마워..
아영 : (피식) 고마운 줄은 알아?
정우 : 그럼! 내가 자전거 빨리 배워야겠다. 내가 반장 맨날 태워줄게!
아영 : (그냥 미소만) 그럼.. 약속한거다.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 날리는 아영의 머리카락과 정우의 미소.
운동가방 메고 가겟방에서 나오는 역호.
건너편에 자전거 탄 아영과 정우, 사이좋게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밝게 웃고 있는 아영의 옆얼굴과 뒤에 탄 정우. 둘 다 즐거워보이고..
역호 : ......
(E) 분신사바.. 분신사바.. (소리 선행되고)
33. 교실. 낮
쉬는 시간.
진영이 연필을 쥔 손을 수정이 양손으로 쥐고 있다.
아영 자리에서 수학 문제 풀고 있고, 그 옆에서 몇 명 모여서 분신사바 하고 있다.
수정 :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떼쿠다사이... 오셨나요...?
연필이 O X 중 O 쪽으로 스르륵 움직이고.
진영 : (눈 커지고) 왔어 왔어! 얼른 물어봐!
수정 : (침 꼴깍 삼키고. 긴장) 저는... 남일고 1학년 1반 문수정입니다... 이번 시험에.. 25등 안에 들 수 있을까요..
진영은 풉, 웃고 수정은 진지... 연필이 스르륵 O쪽으로 움직인다.
수정 : (흥분) 오! 움직였어 움직였어! (O로 가자) 아싸! 살았다!!
여1 : 나도 나도! (진영한테서 연필 받아쥐고)
수정 :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떼쿠다사이... 물어봐.
여1 : 제가... 올해 안에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연필이 스르륵 X 쪽으로 움직인다) 뭐야~! 이거 진짜 맞아?
수정 : 맞다니까. 연필이 저절로 움직이잖아.
여1 : (울쌍) 아 짜증나 올해도 망했어!
수정 : 반장 반장! 너도 해 봐라.
아영 : (살짝 돌아본다) 응? 아냐 난..
진영 : 이거 진짜 잘 맞힌대~ 한 번만 해봐~ 뭐 어때.
아영 : 나 이런 거 안 믿는데...
CUT TO
진영과 연필 쥐고 있는 아영.
진영 :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떼 쿠다사이... (속삭이듯) 얼른 물어봐.
아영 : 물어볼 거 없는데....
수정 : 으이그... 비켜비켜. 남일고 2학년 1반 반장, 양아영은... 자신의.. 운명의 남자를.. 만났습니까...?
아영 : 야! 뭘 그런걸 물어보고 그래...
수정 : 그럼 전교 일등이 성적 물어볼거냐? (최정우 턱으로 가리키며) 안 궁금해? 반장은?
진영 : 야야 집중해야돼 집중!!
뒷자리에서 덕원과 팩차기 하고 있는 정우.
정우 한번 살짝 보는 아영, 연필을 응시하며.
진영 : (E) 궁금하지 않아? 최정우가 운명의 짝인지 아닌지.
플래시백/
양아영! 나랑 사귀자!
돌다리 위 첫키스.
(E) 비밀이야...
연필 보면, 오른쪽 왼쪽 정확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 그 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진영, 수정 : (E) 어? 어? 간다... 간다...!
(E) 쿵!!
소리에 돌아보면 팩차기 중이던 덕원이 팩 받으려다가 분신사바 책상에 부딪혔다.
아영 : (완전 버럭) 야! 교실에서 뛰면 어떡해!
덕원 : 아! 미안!!
아영 : 야! 너네들 진짜!
정우 : (손 들어보이며) 하... 미안, 미안!
덕원 : (정우에게) 반장이 화도 내네. 나가자.
복도로 남학생들 웅성웅성 나가고.
진영 : 임떡 쟤 요새 완전 기 살지 않았냐? 최정우랑 붙어다니더니..
수정 : (E) 악~~~~~~!!!!!!
아영,진영 : !! 왜!
수정 : (찢어진 종이 들고) 찢... 찢어졌어.. 안 끝났는데......
진영 : ... 뭐야... 불길해...
아영 : 괜찮아 괜찮아! 원래 나 이런거 안믿어.
수정 : 아니야. (불안한 듯) 끝내는 주문을 외우기 전에 종이가 찢어지면... 마지막 이름 불린 사람한테
분신사바 귀신이 저주를 내린댔어.
진영 : .... 마지막으로 이름이 불린 사람... (둘러보면 모두 아영 보고 있다)
아영 : 나? 에이~ 말도 안돼. (이미 당황했다) 영상통화도 하는 시대에 귀신이 어딨니? (화제 전환) 너네 쪽지시험 준비 했어?
여학생들 맞다 맞다 어떡해~ 하며 흩어지고.
수정 : 그래도 반장, 끝내는 주문은 외워야 되는데...
수정이 분신사바 종이를 책상 서랍 속에 집어넣는다.
괜찮아 하며 미소 짓는 아영, 종이 집어넣는 수정 손에 시선.
34. 도서관, 저녁
사각사각.. 공부하는 소리들만.
아영, 공부하고 있는데, 문득 사각사각 공부하는 소리가 ‘분신사바..분신사바’ 속삭이는 소리로 들린다.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는 아영, 신경 쓰다가 볼펜 떨어진다.
아영, 미안해서 눈치 보며 볼펜 주우려 책상 밑으로 숙이는데
아영 반대쪽 책상 밑에도 거꾸로 매달린 듯한 긴머리가 스르륵...
꺅! 놀라는 아영 그쪽도 뭐 주우려던 아이. 걔가 더 놀라서 일어나다 머리 쿵!
군데군데에서 술렁술렁... ‘아 뭐야~ 누구야~’
아영 눈치 보다가 책으로만 웅크리는데 똑!, 똑!, 책 위로 떨어지는 피!
악!!! 깜짝 놀라 일어나는 아영. 보면 아영의 코피다. 고개 젖히고.
감독하던 담임이 놀라 다가온다.
담임 : (고개 젖혀주고, 작게) 괜찮니? 반장, 요즘 무리하는거 아니니? 그만하고 집에 가 쉬지?
(휴지로 코 막아 주는데 휴지 엄청 크게 뭉쳤다)
아영 : (젖힌 채) 괜찮아요.. 세수 하고 올게요.
정우, 무슨 일인가 따라간다.
아영, 따라오는 정우 보고도 먼저 총총. 미끄덩! 하고도 총총.
35. 도서관 앞 화장실. 밤
세면대 앞, 입구 쪽 한번 슥 보고서야 코 가렸던 양 손 내리는 아영.
아영 : 휴.. 창피하게... (이제야 휴지 뺀다)
거울을 보다가.. 세수하는데 문득 느껴지는 한기... 또 속삭이는 ‘분신사바.. 분신사바..’
뭔가 느껴져 옆을 보는데... 화장실 어느 칸에서 손이 스윽...
‘꺅!’ 뛰쳐나가는 아영! 밖에서 기다리고 서 있던 정우에게 와락...!
밀쳐져서 넘어지는 정우와 아영. 뭔가 키스 직전의 상황 같은 그런 분위기.
아영 : (금방 뚝 떨어져 일어나며) 지, 집에 가야겠어..
정우 : 어.. 어 그래! (벌떡 일어나는데 다리 삐끗) 아야..
아영, 반사적으로 정우 팔뚝 잡는다. 둘이 어색.. 놔주고..
/ 화장실 안.
칸 밑으로 나온 손, 주섬주섬 누군가를 부르는. “저기요~~ 휴지 좀 주고 가세여.. 저기요~~” 난처한 목소리.
36. 정우방. 밤
정우, 미간에 잔뜩 힘주고 뭔가 보는 모습.
컴퓨터에 <말죽거리 잔혹사>
권상우가 쌍절곤으로 일진 뒤통수에 선빵 날리는 모습 재생, 또 재생..
정우, 흠... 회심에 차서 보더니 웃옷 벗고 비장하게 팔굽혀 펴기 시작한다.
정우 : 하나...둘... 두고 봐라 불곰... 다섯... 으윽....
엄마 : (문 슥 열며) 뭐해 아들? (쿵! 떨어지는 정우)
정우 : 아 깜짝이야! 엄마 노크 좀 해!
엄마 : 너너~ 이상한거라도.. (호기심 어린 표정) 근데... 아영이가 누구야?
정우 : ! 어? 양아영? 우리반 반장.. (벌떡 일어나며) 아! 왜 남의 휴대폰은...
냉큼 일어나 휴대폰 뺏고 방문 닫는 정우.
엄마 듣고 싶은데 방문 밖으로 밀리고..
37. 시골길. 밤.
보름달 휘엉청 떠있고.
설레는 마음으로 바삐 걸어가는 정우.
정우 : 이 밤에... 왜 보자고 그러지.. (의아하지만 기분 좋다. 두손으로 하~ 하며 입냄새 나는 정우) 일단 냄새는 안나고..
미소 짓던 정우. 막 뛰기 시작한다.
38. 갈림길. 밤.
큰 나무 아래 기다리고 있는 아영. 뭔가 불안한 표정.
헉헉 달려오는 정우.
정우 : (숨차며) 헉헉... 오래 기다렸지.. 헉헉.
아영 : 미안해. 이렇게 밤늦게 불러 내서.
아영, 아이보리색 원피스에 흰 가디건 입은 귀여운 모습.
정우 흐뭇하게.
정우 : 아.. 괜찮아. 야~ 밤이라 더 공기 좋다! 어떻게? 걸을까? 아님 잠깐 앉아서 이야기라도 ..
아영 : 나.... 학교 좀 같이 가줄래?
정우 : (앉으려다 주춤) 응? 학..교?
아영 : 교실 서랍에다 노트를 두고 왔거든. 오늘 꼭 좀 필요해서..
정우 : (쩝!) 아... 그런거구나..
아영 : 미안해.
정우 : 미안하긴.. 야! 이 시간에 여자 혼자 가는건 말도 안돼지. 그럼 갈까?
39. 구멍가게 앞. 밤
가게에서 나오는 원일과 영복.
앞서가는 원일과는 달리 영복은 쭈뼛대며 따라오고 있다.
영복 : 야 괜히 걸려서 우리만 새 되는거 아니냐?
원일 : 병신아 그러니까 안 걸리게 해야 될 거 아니야... 얼른 안 와?
영복 : 근데 확실한 거 맞아?
원일 : 아! 새끼 진짜! 내가 들었다고, 학생주임이 공지 때리는거.. 내일 조회 때 전교 동시에 소지품, 사물함 책상 싹 다 검사 한다고.
(입꼬리 올라가며) 그 때 그 새끼랑 임떡한테서 이게 나오는 거지...
담배 여러 갑과 소주, 오징어 들어있는 비닐 들어보이는 원일. 싸한 눈빛.
40. 교문. 밤
컴컴한 교정, 을씨년스러운 동상, 나무. 마치 공포영화 같은 컷컷컷.
아영 : (속삭이는) 밤늦게 보니까.... 진짜 무섭다.
정우 : 그런 얘기 있잖아. 자정 되면 학교 동상들도 막 눈동자 돌아가고 움직이면서... (아영 보며) 이렇게!
아영 : 악!! 하지마! 하지마.. 나 그런 거 진짜 싫어한단 말이야.
정우 : 헤헤헤.
아영 : 얼른 가서 갖고 오자. (정우 팔 붙잡으며 정우 쪽으로 붙는다)
정우 : 아... 응. (기분 묘한)
찰싹 달라붙어서 운동장 걸어가는 두 사람. 건물로 들어가고.
41. 학교 개구멍. 밤
영복과 원일도 교정에 들어와 있다.
영복 : 어우 무슨 불이 하나도 안 켜져 있냐...
원일 : 숙직한테만 안 걸리면 돼. 빨랑 하고 가자. (딸깍 작은 랜턴 켜고)
영복 : (복도 안쪽 보는데 흰 그림자가 슥 지나간다) 으악!
원일 : 아 왜 새끼야! 놀랐잖아.
영복 : 뭐가 지나갔는데... (헉!) 혹시 그 자살귀신??
원일 : 병신. 꼭 지같은 소리만 해요. 얼른 가.
42. 교실. 밤
책상 서랍 뒤지고 있는 아영.
멀찍이서 불빛 비춰주며 기다리는 정우.
정우 : (두리번 거리며 침 꼴깍) 근데... 반장 그거 알어? 고3 교실 귀신 얘기? 대학 떨어지고 자살 했는데
계속 학교 다니고 있다잖아.. 졸업앨범에도 어딘가에 매년 찍힌대.
아영 : 야! 나 그런거 싫다니까~ (울상)
정우 : 아, 알았어..
아영 : 찾았다! (접힌 종이 들고 일어나는 아영. 안도하며)
정우 : 찾았어? 다행이다.
하는데 밖에서 끼익~!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에 사색이 되는 두 사람.
정우 : ....(후레쉬 끄며) 들었어?
아영 : (끄덕하며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 종이 넣는다)
43. 교실. 밤
복도 쪽에서 쿵쿵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오고.
정우 : 복도 끝에서 나는 거 같은데? (나가려 하면)
아영 : (정우에게 찰싹 달라붙어 당긴다) 안 돼! 그 쪽에서 소리 났어..
cut to
창문으로 낑낑대며 나가는.
먼저 나가는 정우. 겁나지만 풀쩍 뛰어내리고. (교실이 1층이어야 함)
정우 : 뛸 수 있어? 내가 받아줄까?
아영 : 아니야. (창가에 서 있다) 넘어질 것 같으면 받아줘.
정우 : 응.
아영 : (결심한 듯 침 삼키며)
44. 복도. 밤
정우네 반에 다 온 원일 영복.
원일 : 자리 알지? 얼른 갖다놓고 와.
영복 : 어? (열려있는 뒷문보고 들어가는데) 워... 원일아...
원일 : 왜? (하고 다가오다가 정지) 헉!
하얀 소복 같은 옷 입은 여자가 풀썩 창밖으로 사라지더니 공중에 붕 떠있다.
그러다 쿵! 소리 난다.
영복 : 헉! 으악!!!!!!!!!!!!!!!
원일 : 악!!!!!!!!!!!!!!!!!!!!!!
영복, 원일 “귀신이닷!!!’ 복도 다다다다 뛰어가고.
45. 운동장. 밤
아영 풀썩 뛰어내린 후 아... 하며 인상 찌푸리다가 영복 원일 고함소리에 기겁.
정우와 아영 눈 마주친 뒤 으악! 소리지르며 손 잡고 뛰기 시작한다.
46. 숙직실. 밤
숙직 중이던 영어(학생주임)선생, 소란스러운 소리에 침대에서 부스럭 일어나서 랜턴키고.
47. 복도. 밤
으악 소리 지르며 뛰어가던 원일과 영복 눈 앞에 학생주임의 발 보인다.
고개 들어 보면, 얼굴에 랜턴 불빛 비추고 있는 학생주임.
원일, 영복 : 으악!!!!!!!!!!!!!!!!!!!!!!!!!!!!!!!!!!!!
학주 : 으악!!!!!!!!!!!!!!!!!!!!!!!!!
48. 교문 밖. 밤
뛰어나오던 아영 멈추고.
아영 : 헉헉헉...
정우 : 반장, 괜찮아?
아영 : 응. (허리 굽히고 숨 고르는 중) 근데 아까 뭐였을까? 귀신?
정우 : 귀신이 어디있어~ 그, 그냥 숙직선생님이었을거야...
아영 : 그렇겠...지? (일어나려다) 아!
정우 : 어? 다리 아파?
아영 : 아까 뛰어내릴 때 쫌 삐끗했나봐... 아... (당황스러운 아영 표정)
영복 : (e) 아!!!!!!!!!!!!!!!!
49. 숙직실. 밤
영복, 원일 한 명씩 귀 잡아당기고 있는 학주.
학주 : 니들 뭔 작당을 하고 이 밤중에 학교를 왔어? 똑바로 말 안 해?
영복 : 아! 진짜에요! 1반에 그 대대로 이야기하던 자살 귀신이 있다니까요... 자기가 죽기직전에 자기가 했던 거 반복한다는.. 이렇게!
강시처럼 점프 액션 하는데.
영복 잠바 품에서 떨어지는 툭 비닐 봉지. 떨어진 담배와 떼구르르 구르는 소주병.
구르다가 학생주임의 발밑에 닿는다.
귀신처럼 바뀌는 학주의 표정.
아!!! 악!~~~ 복도에 울리는 두 사람의 소리. 마치 귀신소리처럼 메아리 친다.
50. 돌다리(아니면 야경좋은곳). 밤
아영 : (E) 힘들지.. 나 무거운데..
정우 : (E) 괜찮아... 반장정도야.. 머.
달빛 예쁘게 내리고 정우가 아영 업고 걸어가고 있다.
아영의 가디건 주머니에서 툭 떨어지는 무언가. (찢어진 분신사바 종이)
아영 : 미안해. 괜히 밤에 불러내서 이렇게 힘들게 하고.
정우 : (우쭐한 기분) 에이. 반장한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다음에도 부탁하면 얼마든지 뭐..
아영 : 그래...? 나 부탁할 게 있는데.
정우 : 어? 뭔데?
조용한 논두렁에 풀벌레 소리만 울리고.
아영 : 반장이라고.. 부르지 마...
정우 : ...!
달빛 아래 돌다리 아래를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
그리고 돌다리 옆 둔덕에 떨어진 분신사바 종이.
한 마리의 반딧불이 ○, X 중 ○쪽으로 날아가 살포시 앉는다.
51. 아영집 외경. 밤
풀벌레 소리. 컹컹컹 개짖는 소리 어디선가 들리고..
52. 아영집 주방. 밤.
막 들어오는 아영. 주머니에 손 넣는데 종이가 없다!
아영 : 어!! (여기저기 뒤적뒤적) 아휴...... 어딨지?
실망한 아영, 휴.. 냉장고에서 우유 꺼내려는데 식탁에 국화꽃 두어 다발.
문득 식탁에 달력 보는 아영.
아영모 : (잠자다 나온 듯) 나갔다 온거야? 이 시간에 어딜.. 너 시험 준비는 잘 하고 있는거니?
(담가둔 쌀, 밥솥에 넣고 예약버튼 누르는 등 할 일 하며)
아영 : 응... 문제집 때문에 잠깐..
아영모 : (계속 할 일만) 1학년 성적이 졸업 때까지 가는 거.. 알지? 여기서 전교 1등인거 아무것도 아니다.
아영 : 응.
아영모 : 그리고.. 이번 시험 끝나면 담임선생님 만날거야. 아빠도 동의 했으니깐 그냥 엄마 믿고 따라오면 돼.
아영 : (우유 따르려다 멈칫)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가..
엄마 주방 나가는데 고개 돌리지 않고 아영이 묻는다.
아영 : 엄마. 내일... 오빠한테 나도 갈까?
아영모 : (멈칫) 우리끼리 다녀올게. 갔다오면.. 괜히 너 공부 집중만 안되지.. 밤에 예배나 같이 드리자.
아영 : ....
아영모 딸깍 하고 문 닫히는 소리.
주방에 혼자 남은 아영, 우유팩 그냥 냉장고에 넣고..
어느 방문, 열고 잠깐 보다가 그냥 닫는다.
문에 걸려있는 복싱 글러브 장식.
53. 만나분식 앞, 밤
셔터 문 드르륵 내리는 덕원. 잠그고 일어나 도는데 꽈당! 달려오던 누군가와 부딪친다.
(역호, 잠바에 달린 후드 뒤집어썼다)
덕원 : 윽. (일어나 보면 역호다. 순간 긴장) 죄송해요! 제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역호 : (눈썹뼈 부분 만지며 찡그리는..) 미안.. 괜찮냐?
덕원 : 저는 괜찮아요! 부딪친데 괜찮으세요?
역호 : (털털하게 됐다는 듯 툭 치고 가는)
덕원 : (의외의 역호 모습에 약간 얼떨떨) ..네. (꾸벅)
덕후 : 역호야! (자전거 뒤따라 뛰어온 듯) 헉헉.... 무슨 런닝을 이렇게 빨리 뛰냐.. 헉헉..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프로 테스트 얼마 안 남았으니까 부상주의해야 된다..
멀어지는 덕후와 역호의 뒷모습을 보는 덕원.
덕원 ‘...... ’
밤하늘에 별 총총..
54. 아영 방. 밤
스탠드만 켠 채 책상에 앉아있는 아영.
새벽 두시.. 여전히 공부하는 아영. 피곤한지 어깨 두드리다가 달력에 시선.
동그라미 쳐있는 것 보이고.. 작게 ‘오빠▶◀’ 이라고 씌여있다.
아영 : 하아아.... (연습장 위로 엎드린다)
이마 대고 엎드려 있는 아영. 엎드린 채 고개 옆으로 돌리면
아영이가 그린 정우 축구하는 그림이 보인다.
55. 정우네 거실. 아침
노래 부르며 수건에 머리 털며 나오는 정우, 부엌일 하던 엄마와 마주친다.
엄마 : 최정우 너.. (다 아는 듯) 어제 밤에 어딜 나갔다 왔어?
정우 : (수건으로 엄마 얼굴 감싸며) 비밀이야. (들어가면서 수건으로 권상우 흉내내며 ‘아뵤~~!’ 지 혼자 신났다)
엄마 : (더러운 듯 손으로 얼굴 닦으며) 야! 너. 그런다고 엄마가 모를줄 알아! 좋은 말할 때 불어 너!
아빠 : (나오며 OL) 모른척 내비둬. 정우 요즘 밝아진 것 같아서 난 좋은데 뭐.
엄마 : (밥 푸면서 주걱에 화풀이하듯) 으휴 서울을 갔어야 해. 서울을.
아빠 : 흠흠... (신문 확 펴며)
56. 갈림길. 아침
갈림길에서 우산하나 들고 정우 기다리는 아영.
인서트/ 아영모, 옆모습. “아빠도 동의 했으니까 그냥 엄마 믿고 따라오면 돼”
고개 들면 뛰어오고 있는 정우.
정우 : 미안 반장! 아, 아니... 아영아... (배시시 웃는데)
아영 : 오늘 비 온다는데 우산 안 가져왔니? (한마디하고 앞서 걷는)
정우 : (또 왜 저러나 갸웃하다가.. 열린 아영 가방 보고 몰래 닫는다)
그 기척에 홱 돌아보는 아영.
정우, 아무일 없었다는 듯 웃어보이고 걷는다.
아영은 냉랭..
57. 학교 앞 길. 아침
주머니에 손 찔러 넣은채 골몰히 걷는 아영. 영 딴 생각에 빠진 표정이다.
정우, 아영을 힐끔힐끔.
정우 : (어제까진 분위기 좋았는데) 아영아 잠 못 잤어?
아영 : (시선 앞만 본채) 아니...
정우 : 발목은 안 아파?
아영 : 응...
정우 : (밝게) 오늘 쪽지 시험 때문에 그러는구나! 에이 너가 뭘 걱정이야~
아영 : ... 아니라니까.
정우 : (머쓱... 다시 기분 풀어주려는 듯) 끝나고 덕원이네 가서 같이 떡볶이 먹을래? 아님 노래방 갈까? 스트레스 풀러.
(팔 살짝 잡아 흔들고)
아영 : 하지마.. (팔 놓으며) 참, 너 노래 자랑은 준비하고 있는거야?
정우 : (의외의 반응에 살짝 놀란) .... 어? 아~! 이제 슬슬 하려구..
아영 : 이제 슬.. (말도하기 싫다).. 이제 2주 밖에 안 남았는데?
정우 : (이상하다) 왜 그래?...나 늦게 와서 화났어?
아영 : (자기도 왜 이리 말이 까칠한가 싶어 좀 참고..) 화난건 아니고 걱정이 돼서 그래. 명색이 학교 대표로 나가는 건데..
(걸으려다) 정우 너가...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모습이었음 좋겠어.
정우 : ......
아영 : (이 분위기 어쩌지 싶지만 심란하고 복잡하고) ....
앞서 교문 들어가는 아영.
정우, ‘왜 그러지...’ 싶은 표정으로 따라 들어가고.
58. 교실. 낮
시험 보는 풍경.
일렬로 죽 늘어선 책상 시험지 뒤로 돌리는 아영, 저쪽 뒤편의 정우와 눈 마주치지만 별 반응 없는 시무룩..
시험지 푸는 아이들의 모습.
머리 긁적이는 덕원. 영 골치 아픈 표정의 수정 등..
다 했는지 답안지 덮어놓고, 턱 괴고 창밖 보는 아영. 심란한 표정이다.
뒤쪽의 정우, 그런 아영 모습 보다가 휴.. 다시 시험지 속으로.
59. 교실, 점심시간. 낮
입맛 없이 밥 먹던 아영, 돌아보면 정우 없다.
교실 안쪽 아영 시점으로, 복도에서 대화중인 현진과 정우의 모습.
갸웃 하다가 도끼눈 되는 아영.
수정 : 장현진 쟤, 설마 최정우한테 들이대는거 아냐? 쟤 알아주는 도끼병이잖아.
아영 : ... (못들은척 젓가락만 뒤적뒤적하는데 점점 거칠다) 얘들아! 좀 조용히 먹을순 없니?
일동 : .... ??
60. 학교 옥상. 낮
건들대며 들어오는 원일, 담배 꺼내 물다가 멈칫, 보면
역호와 아영, 뭔가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다.
원일의 시점에서 어두운 표정의 두 사람.
역호가 아영 어깨를 두어번 다독이고..
어랍쇼? 둘의 모습을 보다가 비릿하게 웃는 원일.
원일 : 하.. 이런 식으로 사람 엿을 먹인다 이거지...? (비열한 웃음)
61. 복도. 낮
아영,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며 걷는데 음악실서 피아노 소리 들려온다. ‘뭐지?’
62. 음악실. 낮
이런저런 가요 곡들 피아노 치는 현진. 신나서 치고..
옆에 서 있는 정우도 나름 악보 보며, 몇 마디 불러보기도 하는 등 무슨 노래 부를까 열심히 고민한다.
두 사람 다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 출입문에 붙어있는 유리창으로 그런 두 사람 보는 아영. ‘뭐야....’
아영, 삐죽하더니 휙 돌아서서 쿵쿵 간다.
/ 정우 가방 위, 올려둔 정우 휴대폰 위로 “교실에서 기다릴게 - 아영” 문자 뜬다.
노래 부르느라 확인 못 하는 정우.
63. 교실. 낮
창밖에 비 주륵주륵 내리는 것 보고 있는 아영 뒷문 한 번 돌아보고, 다시 고개 숙이고 공부.
근데 집중이 잘 안 되는 듯 하... 한숨 쉬고 엎드린다.
아영 : 피곤해...
책상에 고개 묻고 있는 아영, 자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다.
정우 : (E) 야! 양아영!
인서트/ 아영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 얹던 정우 모습.
정우 : 나랑 사귀자!
교실 안 아영, 정우처럼 한 손 뻗은 상태다. 정우의 손을 잡은 것 같기도 하고...
조용한 교실, 빗소리만 타닥타닥 들리고 오랫동안 손을 뻗은 채로 엎드려 있는 아영.
시간경과.
정우 : (E) 아영아! 반장!!
아영 : (고개 들면)
정우 : 많이 기다렸어? 미안! 어... 잔거 같은데. (헤헤)
아영 : 너 우산도 없... (정우 쳐다보면 정우 우산하나 들고 있다)
정우 : 아.. 이거 현진이가 자기 우산 하나 더 있다고 쓰고 가라고 해서..
아영 : ... (쌩~ 일어나는 아영. 제 우산으로 그 우산 툭 치고 나갔다)
정우 : ...
64. 당구장. 낮
당구장 벽에 걸린 달력 보고 있는 역호의 얼굴. ‘......’
게임 끝난 듯 그 너머 건성으로 당구 치고 있는 영복과 원일.
영복 : (눈치보며) 형... 있죠... 그 프로 테스트 그것 때문에 못하실 거였으면 최정우 그 새끼쯤은 우리가 손봐도 되는데..
(여전히 눈치보며) 다른 후배들한테도 요즘 제 말이 잘 안 먹힌다구요..
역호 : ... (자리에 앉으며 손에 집히는 만화책 펴든다)
원일 : (비꼬듯) 야.. 형님이 다 생각이 있으셔서 그런 거 아니겠어? 그쵸?
영복 : 어?
역호 : (얘기 끼기 싫은 듯.. 영복에게) 다음 권은 없냐?
영복 : (냉큼) 있는데요! 동생들이 학교 가져가서 안 갖고 와서... 이따 갖다드릴까요?
원일 : 하.. 아주 내 말은 이제 대놓고 생까네. (기분 나쁜 듯 빡, 공 치는데 당구대 밖으로 떨어진다. 주울 생각 안하고 피식 하더니)
양아영.. 걔 때문이죠?
역호 : ... (눈썹 꿈틀, 책 내려놓으며)
영복 : 야...
원일 : 맞네. 같잖은 기지배 하나 땜에 그러는 거면서 개뿔 혼자 온갖 폼은 다 잡고..
(E) 빡!! (소리에 돌아보는 원일과 영복)
역호 앞에 구르고 있는 부러진 큐대. 놀라는 영복과 원일.
영복 : 야.. 다쳤으면 그만 가자.
원일 : (쳐다보더니 기가 죽은듯 영복 한번 째려보고 걸어나간다)
문 드르륵 열고 나가는 원일. 눈치보던 영복, 역호에게 꾸벅! 하고는 재깍 따라나간다.
만화책 다시 보려다가 툭 내려놓는 역호.
역호 : ... 재미가 없네. (이 상황이.. 만화책이.. 중의적이다)
65. 당구장 문 앞. 낮
원일 : (문쪽 바라보며) 사람 우습게 본다 이거지... 이역호...?
66. 돌다리. 낮
돌다리에 부딪혀 흩어지는 봄비..
우산 두개. 아영과 정우.
아영 : (앞만 보며) ... 정했니? 노래자랑에서 부를 노래.
정우 : 어? ... 그냥 몇 개 생각중이야.
아영 : 해 봐. 들어봐 줄게.
정우 : 여기서?
아영 : 뭐 어때. 아무도 없는데. 그거 한 번 들어보려고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이 정돈 해줘야지.
정우 : (그런가?) 아... 음... 흠흠흠!
정우, 몇 번 목 가다듬고 속삭이듯 작게 노래 부르며 앞서간다. 김광석 <잊혀지는 것>
정우 :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 하는듯 뜻모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던 우리
진지하게 노래하는 정우,
멈칫하는 아영, 초록색 우산을 더 눌러쓰고.... 느려지는 아영 걸음...
봄비 내리는 남일군 전경 속에 흐르는 정우의 노래
'황금빛 물결속에 부드러운 미풍을 타고서 손에 잡힐 것만 같던 내일을 향해 얘길 했었지
눈부신 햇살아래 이름모를 풀잎들 처럼 서로의 투명하던 눈길 속에 만족하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없이 깨어져 서로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멀어져 갔지.'
인서트/ 아영방.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이 찢어져 주변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우울한 표정의 아영 앞에서 누군가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를 듣다가 미소 짓는 중학생 아영.
정우 : “우~ 그리움으로 잊혀지지 않던 모습..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 가고
아영 : (E) 땡! (우산에 얼굴 가려 있다)
정우 : (으잉?) 때... 땡? ...
아영 : (우산 쓴 채 끄덕끄덕. 우산이 끄덕인다)
정우 : .... 그렇게 별로야..? (실망)
아영 : ..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으니까!
정우 : 관객?
아영 : (손가락으로 자기 가리킨다)
정우 : (쩝...) ...이휴.....
두 사람 침묵.
아영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빗소리만 들린다.
아영 : (손을 들어 얼굴에 빗물인가를 닦더니 우산 들어올리고, 얼굴 나온다) 내가 봐줄까?
정우 : 응?
아영 : 너 노래.. 내가 봐준다구. (묘한 미소) 내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