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리성(無理性), 몰리성(歿理性), 침리성(寢理性)의 방례(傍例)
두음법칙(☞ 참조)이라는 히스테릭한 말그물(글그물; 언어망; 言語網)을 술술 매끄럽게 빠져나간 이성(異性)과 다르게, 헤겔의 “황혼녘에야 날갯짓을 시작한다는 올빼미(☞ 참조)”보다 더 미적미적 늑장부려버릇하다가, 아니면 데이빗 흄의 이성처럼 “감정들이나 정념들의 노예노릇”(☞ 참조)하느라 바쁘거나 지쳐, 심지어 “광기에도 언제나 얼마간 깃들이느라”(☞ 참조) 그따위 그물에나 발끈 걸려서 이성과 똑같이 표기·발음되는 바람에 읽는 자(독자)나 듣는 자(청자)의 (이른바 ‘말귀’나 ‘글귀’를 공연하게나 암암리에 강요하는) 눈치(☞ 참조), 문맥파악력, 해문력(문해력 ☞ 참조) 따위를 시험하는, 이른바 이성(리성; 理性)이라는 낱말의 개념은 한국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감각적 능력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 “진위(眞僞), 선악(善惡)을 식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 “절대자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능력,” “칸트 철학에서, 선천적 인식능력인 이론 이성과 선천적 의지능력인 실천 이성을 통틀어 이르는 말,” “좁은 의미로는 감성, 오성(悟性)과 구별되어 이데아(Idea)에 관계하는 더 높은 사고능력을 말하기도 한다”고 어수선하게 풀린다(설명된다; 정의된다).
위오른쪽그림은 에스파냐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호야; Francisco Goya, 1746~1828)의 1796~1798년작 동판화집 《변덕(Los Caprichos)》에 수록된 제43판화 〈이성의(리성의; 理性의) 잠은 괴물들을 출산한다(El sueno de la razon produce monstruos)〉이고, 이 판화의 밑그림들에 해당하는 위왼쪽그림과 위가운뎃그림은 고야의 1797년작 습작품들이다. 위가운뎃그림의 최상단에는 “괴몽(怪夢) 제1화(Sueno 1)”라는 가제(假題)가 적혔다(☞ 참조). 잠든 인물이 엎드린 책상의 좌측면에는 “보편적 언어(dioma universal). 1797년 프란시스코 고야가 그리고 판각하다”라는 문구(文句)가 적혔고, 최하단에는 얼추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을 문장이 적혔다.
“꿈꾸는 작가. 그는 하여간에 저속한 악담을 삼가고, 이런 변덕들(de caprichos)을 묘사하는 작업을 속행하면서, 진실을 꿋꿋이 증언하느라 애쓸 따름이다.”
잉글랜드의 옥스퍼드(Oxford) 대학교 서머빌 칼리지(Somerville College)에서 영어문학을 가르친 문학자 캐서린 피터스(Catherin Peters)는 잉글랜드 역사학자·작가 데릭 재릿(Derek Jarrett, 1928~2004)의 1988년판 저서 《이성의 잠: 빅토리아 시대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공상과 현실(판타지와 리얼리티)(The Sleep of Reason: Fantasy and Reality from the Victorian Age to the First World War)》을 가늠한 서평(리뷰) 〈집단악몽들(Collective Nightmares)〉(《The Hudson Review》 Vol. 42, No. 3, 1989, p. 502)에 다음과 같은 고야의 생각을 인용했다.
“이성을(리성을; 理性을) 망실한(亡失한; 불비한; 不備한; 결핍한) 상상력은(공상은; 空想은; 망상은; 妄想은) 불가사의한 괴물들을 출산한다. 그러나 이성과 연합한 상상력은 모든 예술의 어머니요 모든 예술작품의 신묘함을 유발하는 원천이다.”
(이 생각은 쬐금 더 갸름하게는 “리성을 망실한 상상력은 불가사의한 괴물들을 출산한다. 그러나 리성과 연합한 상상력은 모든 예술을 낳고 모든 예술작품의 신묘함을 유발한다”고 가필될 수 있으리라.)
어쩌면 이런 맥락에서 시(詩)와 수학(數學), 논리학, 과학의 접점이나 교차점이 상상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접점은 많게든 적게든 반드시 리성에 의존해야 하는 문법, 언어심리학, 언어철학 따위를 포함할 것이다.
서양에서 이른바 자유교양7학과(7학예; 자유7학과; seven liberal arts; septem artes liberales)라고 통칭된 학예(學藝; 학술; 學術; ars; art)들에 포함되는 변증학(辯證學; 논증학; 論證學; 논리학; 論理學; Dialectica; Logica; Logos ☞ 참조)은 15세기경부터 미술계에서는 “까치 한 마리를 자신의 윗머리에 앉힌 여인”으로 묘사되어 상징되거나 우의(寓意)되었다.
15세기경에 유럽에서 까치는 ‘반짝이는 물건들을 모아버릇하므로 꽤나 영리한 새’라고 믿겨서 그랬는지 ‘토론장에서나 회의장에서 발언된 우수한 의견들을 취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와 비견될 만하다고 인식되었을 것이다.
(2023.09.07.18:24.)
아랫그림은 네덜란드 판화가 코르넬리스 코르트(Cornelis Cort, 1533~1578)의 1565년작 판화 〈변증학(논리학; Dialectica)〉이다.
판화의 하단에 첨부된 설명문은 얼추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다.
“변증술(변증학; 논증술; 논리학)은 이성의 사용법(리성의 용법; 理性의 用法)을 인간에게 가르치므로, 위대한 플라톤은 변증술을 학예들의 으뜸(artium apicen; 학예의 봉우리; 학술의 최고봉)이라고 말했다.”
플라톤(Platon, 서기전428~347)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다.
그리고 판화에서 여인의 왼발치에 세워진 책 세 권은 왼쪽부터 각각 《고르기아스》, 《루키아누스》, 《제논》이고, 바닥에 뉜 책 두 권은 각각 《아리스토텔레스》와 《리바니우스》이다.
고르기아스(Gorgias, 서기전483~375)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소피스트(sophist), 루키아누스(Lucianus; Lucian of Samosata, 125~180이후)는 고대 로마령 시리아 풍자작가·수사학자(修辭學者), 제논(Zenon; Zeno of Elea; Zenon Eleates, 서기전495~430)은 고대 그리스 엘레아학파(Eleatics)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서기전384~322)는 고대 그리스 자연학자·철학자, 리바니우스(Libanius; 리바니오스; Libanios; 314~393)는 비잔튬(비잔티움; Byzantium; 동로마제국) 소피스트학파(Sophist學派) 수사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