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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MBC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내달 4일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를 방송한다. 제작진은 박정희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보안사령관, 건설부장관, 중앙정보부장 등을 지낸 김재규가 "고향 형"처럼 절친한 박 대통령을 왜 쏘았는지 10.26사태의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제작진이 예고한 방송내용에 따르면 10.26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김계원 비서실장은 10.26은 이후 계엄하 합동수사본부에서 발표한 것처럼 김재규가 집권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일으킨 것이 아니라 다분히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한다.
김 실장은 "유독 박 대통령이 차지철의 말에 역성을 들고, 화제를 바꾸면 또 차지철이 김재규를 공격하는 분위기가 반복되면서 김재규는 점점 말이 없어졌고 두세 차례 왕래하다가 갑자기 총을 쐈다"고 말했다.
"10.26"을 김재규의 충동적인 오판으로 보는 김계원은 "계획이 있었다면 왜 권총을 50m나 떨어진 별관에 두었겠느냐"며 반문한다.
또 "10.26" 당일 김재규와 정승화 육군참모 총장이 탄 차를 육본으로 몰았던 운전기사 유석문씨는 "차에서 북의 도발을 염려하는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과 김재규의 대화를 들은 중정 전속부관 박홍주 대령이 "그럼 육본이 낫지 않습니까"라고 즉흥적으로 제안했다"면서 "그래서 남산 중앙정보부쪽으로 이미 진입했던 차를 돌려 육본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는 김재규가 거사 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목적지조차 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단서이며 그만큼 "김재규의 거사"는 치밀하게 준비돼 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김재규는 재판 과정에서 "10.26"을 일종의 "혁명" 거사라고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치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그만의 "혁명"은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방송은 관심을 이어간다.
김재규의 손위 동서이자 고려대 교수 출신으로 1979년 중앙정보부 주일공사로 활동했던 최세현은 10.26 직전까지 김재규와 만나 내치와 외치 분리, 박 대통령의 국내 정치 제한, 개헌을 통한 거국 내각 구성 등을 협의했다고 증언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지난 주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병장"에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방송을 계속하자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되고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는 점과 맞물려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되고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왜 굳이 박 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방송을 하느냐"는 논란이다.
이에 대해 정길화 책임PD는 "이미 지난 2월 시리즈를 다시 시작할 때 월남전 파병과 10.26를 다룬다는 방침을 대외 공개했다. 몇달 전부터 기획해 제작한 것"이라고 "음모론"을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