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회적경제 도약기와 확산기였던 10년이 마무리 되는 느낌이다. 사회적경제 용어는 원래부터 있어 왔지만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건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기존의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을 묶어내는 틀로써였다.
이 흐름에는 2013년부터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만들며 사회적경제를 정책적으로 육성한 것도 컸다. 여기에는 민간뿐만 아니라 박원순 시장의 힘이 컸다. 이후 사회적경제기본법 논의가 시작되었고 2014년 유승민 의원이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서울시 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생기고 사회적경제과도 생겼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적경제는 더욱 확산되었다. 청와대에 사회적경제 비서관 자리가 생겼고 정부에서 사회적경제 정책을 세우고 기재부에 사회적경제과도 생겼다. 각 부처에서 사회적경제 예산을 집행하며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나 급하게 먹은 밥이 체한다고 했던가. 정책적인 황금기는 정권의 교체와 함께 막을 내렸다. 2021년 서울시장이 오세훈으로,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사회적경제 정책은 급격히 축소되었다. 서울시에서는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조례들이 폐지되고 작년말을 기점으로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서울시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 운영은 종료되었으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올해부터 인력과 예산이 대폭 축소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예산이 반토막이 나면서 제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기재부의 사회적경제과, 협동조합과는 폐지 되었고 지속가능경제과에 협동조합 담당자 2명, 사회적경제 1명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이 모두 보수정권때 정책화되었기에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되리라는 안일한 예상은 빗나갔다. 사회적경제의 강력한 정책화,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 선언 등으로 사회적경제 정책은 어느 순간 민주당 정책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보수 정치인들에게는 사회적경제=시민사회단체=민주당2중대 공식이 성립되었다.
최근에 나온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10주년 백서 ‘서울 사회적경제 연결의 기록’은 사회적경제 정책의 도약기와 확산기였던 10년을 잘 조망하고 있다. 서울시 통계 뿐만 아니라 여러 관계자 좌담, 전문가 기고 등을 통해 충실한 기록을 하고 있기에 많은 공부가 되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문재인 정부 사회적경제 정책 5년간을 돌아보는 기록을 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향후 사회적경제의 정책적 정체기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정책적 지원과 무관하게 현장의 다양한 사회적경제 기업가, 종사자들은 활발히 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거라 본다. 하지만 끊임없는 교육과 홍보를 통한 새로운 구성원의 유입 및 시민 인식 제고, 새롭게 사회적경제기업을 창업하려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대폭 줄어들 것이기에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럽의 예를 보더라도 민간 진영의 연합회가 교육, 홍보, 컨설팅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정책적 지원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가져갈 수 있다. 우리나라도 10년의 황금기 동안 연합회가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왔지만 자체적인 자원으로 상근자 1명 두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권이 바뀐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후퇴한 정책을 되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싶어할테니. 힘들더라도 자급자족 생태계를 다시 구축해야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