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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2010한국바둑리그 정규시즌 킥오프
개막전에선 신안천일염이 넷마블을 4-1로 격파
팬들도 선수들도 기다린 2010한국바둑리그가 정규시즌의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 산야는 온통 새싹을 틔운 신록의 잎사귀와 망울을 터트린 꽃으로 싱그러운 계절의 여왕 5월. 그 속에 차려진 한국기원 1층의 바둑TV 스튜디오는 파란 빛깔의 화사한 분위기로 치장, 진한 승부의 파노라마를 연출할 채비를 끝냈다.
정규시즌의 총 경기수는 72경기(팀당 16경기). 5판다승제에 따라 총 대국수는 360국(팀당 80국)에 달한다. 그 일정을 전부 소화하려면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계절은 옷을 세 번이나 갈아입어야 한다. 정규시즌 종료일은 12월 31일.
매경기 네 판은 속기로, 한 판은 장고대국으로 치르는 것은 예년과 동일한 시스템. 다만 속기전의 초읽기가 30초에서 40초로 길어졌다. 선수당 최소 출전 횟수가 5회로 한 차례 늘어난 것도 달라진 점이다.
개막전은 2연속 출전한 신안천일염과 5년 만에 재입성한 넷마블이 장식했다. 감독직이 처음인 이상훈 감독과 양건 감독(1975년생 동갑이다). 승리 열망이 가득한 데뷔 무대에서 안국현과 최기훈을 첫 주자로 내세웠다. 두 선수 공히 바둑리그 데뷔전인 신예.
결과는 신안천일염의 압승으로 끝났다. 첫날 2-0으로 세차게 몰아친 뒤 둘째 날 첫 대국에서 고향으로 귀환한 주장 이세돌이 스트레이트 승리를 결정지었다.
무엇보다 팀의 막내 '92년생 친구들'의 활약이 빛났다. 두터움으로 완승한 1국의 안국현은 지난해 12월 입단, 이날 13번째 대국에 임한 새내기. 원생시절엔 비씨카드배와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진출, 프로가 되고 나선 명인전 본선 진출로 이름을 알려 자율지명 선수로 발탁됐다.
2국의 이호범은 입단만 1년 빨랐을 뿐 바둑리그가 생애 첫 본선. 막강 신예 김승재를 맞아 후반 한순간의 찬스를 뒤집기로 연결시켰다. 시종 앞서나갔던 김승재로선 한순간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둘째 날, 오전에 물가정보배를 패해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던 이세돌은 송태곤과의 끝없는 싸움 뒤에 한판승을 거뒀다. 흥미로운 전개와는 달리 서로 실수를 주고받은 내용. 결국 마지막에 착각한 송태곤의 피해가 컸다. 뒤이서 장고대국의 한상훈도 불계승을 전했다.
○●… 홍일점 박지은의 투혼 넷마블 영패 막아내
넷마블로선 간판이자 정신적 지주 이창호가 중국을조리그 참가로 오더에서 제외된 전력 누수가 크게 다가왔다. 최종 5국에 나선 박지은의 눈물겨운 투혼이 없었다면 출발부터 수모를 당할 뻔했다. 박지은은 300수를 훌쩍 넘기며 장장 2시간 20분, 밤 11시 20분까지 이어진 이전삼전의 사투를 1집반승했다.
이번 경기는 신선한 얼굴들이 대거 등판함에 따라 이세돌-송태곤을 빼고는 네 판에서 첫 대결이 이뤄진 것도 특기할 만했다.
기전 규모 29억5000만원,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의 2010한국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스텝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8~9일엔 4연패에 도전하는 영남일보와 신생팀 포스코켐텍이 격돌한다. 대진은 박영훈-유창혁, 이희성-박정상, 백홍석-김지석, 강창배-박승현, 윤찬희-강유택(이상 앞쪽이 영남일보). 한게임바둑은 전 대국을 생중계한다.
■ 승자 한마디 & 톡톡 한마디
" 데뷔전이라 약간 긴장됐는데 이겨서 기쁩니다. 불리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우상귀를 단속하고선 우세를 의식했습니다. 특별히 승리를 전할 사람은 생각나지 않고 팀원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신안천일염 안국현)
"안국현 선수가 첫판을 이겨 주어 차분히 둘 수 있었습니다. 김승재 선수와는 도장에서 연습바둑을 많이 두었는데 살짝 밀렸어요. 앞으로 많이 이기고 싶습니다." (신안천일염 이호범)
"하루 두 판 둔다고 피곤하진 않습니다. 그것보다 오전대국 때엔 속이 불편했는데 다행히 바둑리그 대국 때는 괜찮았습니다." (신안천일염 이세돌)
"최근의 어린 기사들은 노련미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요." (목진석 해설자)
"조금 신중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대로 두고 말았습니다." (유창혁 해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