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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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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엔n 스크랩 미국 와서 처음 맞는 `눈 내린 추수감사절`
권종상 추천 1 조회 108 10.11.26 15:48 댓글 19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은 미국에 와서 스물 한 번째 맞는 추수감사절이군요. 이곳 인사로 '해피 땡스기빙'을 전합니다.

 

미국에 와서 추수감사절에 눈이 내려 쌓여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과연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건지 아닌건지를 생각해봐야 하다니.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추수감사절'에... 라 니냐의 위력이 참 무섭군요.

며칠동안 눈 때문에 일하며 고생을 했고, 엊그제는 졸지에 외박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그 외박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시애틀 일대가 완전 교통 지옥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집 근처에 사는 직장동료 브라이언 해리스는 오후 다섯 시에 일을 마치고 나와 자기 집에 도착하니 새벽 다섯시였다고 합니다. 고속도로가 말 그대로 완전히 전쟁터 내지는 주차장으로 바뀐 거지요.

브라이언은 집에 가다가 자기집 근처에 사는 내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 주었는데, 마침 저는 그때 조지앤 아주머니와, 또 그 콘도미니엄 매니저인 릭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어머니 모두 집에 오지 말고 여기 어디서 자라고 했고, 평소에 이런 일 있을 때는 어떻게 하겠다고 미리 계획이 다 짜여져 있던 터라 저는 순조롭게 조지앤 아주머니의 집에서 일박을 할 수 있었습니다. 2년 전에 눈 와서 그 생고생 한 것이 그대로 다 경험이 되어 대처방법을 터득한 것이지요. (브라이언은 그 다음날 제게 말했습니다. "다음에 눈 또 오면, 그땐 나도 끼워줘야 한다." 하하. )

한가지, 아내가 조지앤 아주머니가 전화를 하면서 제 비리를 하나 일렀습니다. "조지앤, 조셉이 코골이가 심하니 조심해야 해요." 느닷없이 깔깔 웃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는데, 제 비리를 일러바쳤다는군요. 아무튼, 이 콘도의 매니저 릭과 조지앤과 와인을 나누며 눈 오는 겨울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습니다.

 

어제는 일 마치고 집에 오는데 아내에게 다시 급박한 전화가 왔습니다. "허니, 내 차가 눈에서 안 올라가요!" 집에 거의 다 도착해 언덕 아래 차를 세우고 언덕위를 바라보니 아내의 밴은 언덕 위에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바퀴만 헛돌고 있는 상황. 딱 2년 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얼른 뛰어 올라(가기도 엄청 미끄러웠지만)가서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살살 브레이크를 밟아주며 그냥 후진, 언덕 아래로 내려와서는 동네 놀이터까지 서행했다가 다시 유턴, 여기서 속도를 내어 그 탄력으로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언덕길은 거의 빙판인 상태였습니다.

 

"꺄악! 허니는 내 구세주예요!" 허허, 참. 가끔 이런 일도 있을 만 합니다.

 

아내는 와인을 따는 제게 군소리도 안하고 안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집에 있던 수제 소시지 세 종류를 브로컬리와 야채에 볶아 주었는데, 저 역시 미리 어떤 요리가 나올지 알기라도 하듯 리즐링을 딴 것입니다. 샤토 생 미셸의 레잇하베스트에 가까운 '셀렉트 하베스트 리즐링'과 콜럼비아 와이너리의 '셀라매스터스 리즐링' 입니다. 워싱턴주(의 동부)는 독일 본토 다음으로 리즐링이 가장 많이 자라며, 품질 또한 우수한데 그것은 지역에 따라서 생기는 극단적 일교차, 호수와 강 같은 '워터 매스'의 접근성으로 인해 보트리시스 시네레아 곰팡이가 적절하게 피어날 수 있는 조건이 생기는 곳들이 꽤 된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중 강우량이 극단적으로 적다는 것 등의 조건이 제대로 된 리즐링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준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독일식의 TBA 스타일에 도전해보는 경우도 꽤 생겼습니다. 또 워싱턴주 뿐 아니라 아이다호 역시 최근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미 날씨가 추운 캐나다는 아이스와인으로 이름을 꽤 날리고 있지요.

 

샤토 생 미셸에서 지난해 처음 대량으로 시장에 출시된 '하베스트 셀렉트 리즐링'은 2009년 빈티지입니다. 유난히 날씨가 더웠던 지난해 아마 리즐링 밭을 그냥 놔둬보는 모험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적절한 보트리시스 시네레아 곰팡이가 덮인 포도를 대량으로 수확할 수 있었고,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일찍 수확, 제경파쇄, 압착까지 모두 마친 후 이 주스를 그대로 발효를 시켰습니다. 아마 몇몇 블락에서의 크랍들의 수확감소가 심각했었겠지요. 그래서 특별히 고르는 공정 없이 모두 한꺼번에 압착했을 거라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샤토 생 미셸이 재배하고, 또 만들어내는 리즐링의 양은 엄청나지요. 그러니 이런 일들도 가능했겠지요. 가격만 봐도 대략 짐작이 갑니다. 병당 $5.99. 대량으로 만들고, 대량으로 소비시키는 그들의 저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전형적인 리즐링이지만, 보통의 레잇하베스트에서 볼 수 있는 금빛의 색깔은 약간 부족한 듯. 살구의 맛이 잘 느껴집니다. 산과 당도의 밸런스는 좋습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리즐링 특유의 무거운 바디가 잘 느껴집니다.

이어 콜럼비아 와이너리의 셀라매스터스 리즐링. 개인적으로 저는 이 와이너리에서 나오는 이 리즐링이야말로 워싱턴주에서 대량생산되는 리즐링 중에서는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금 작은 와이너리들에서 나오는 드라이 리즐링들이나 카비넷 스타일의 리즐링들 중에는 이것들보다 뛰어난 것들이 얼마든지 있지만 아무래도 수량이 제한되어 있다보니 손에 넣기가 힘들고, 와이너리에서만 파는 것들도 꽤 되기 때문에 마켓에 이렇게 거의 '무한정'으로 나오는 리즐링들 중에서 이만한 품질을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와인애호가에겐 감사할 일입니다.

오히려 더 살아나는 황금빛, 그리고 분명한 약간의 탄산끼, 훨씬 도드라지는 산도, 그리고 풍성한 당도. 아, 전 이 녀석이 훨씬 더 좋군요.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끝마무리를 진짜 콜크가 아닌 인조콜크를 썼다는 것. 어쨌든 이 와인은 그 낮은 알코올 돗수와 분명한 버섯 향으로, 카비넷과 스패트레제의 중간 쯤에 있는 어중간함도 있지만, 그래도 그것은 워싱턴주 리즐링의 나름 특징으로 봐 줘도 될 듯 합니다.

 

소시지와 리즐링의 궁합이야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지요. 직접 손으로 만든 위너나 프랑크, 브라트부르스트 같은 것은 맥주와도 좋은 궁합이지만, 그 짭짤함과 리즐링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면서 정말 좋은 궁합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그냥 덜 단 리즐링보다도 이렇게 달콤함이 잘 살아나는 것들이 더 낫다고 느껴지기까지도 하지요. 그리고 워싱턴주의 리즐링은 이른바 '스윗 투스', 즉 단 것을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의 입맛과 어울려 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라 니냐는 우리에게 다시 눈을 불러왔습니다. 추수감사절 이전에 이렇게 평지에 눈이 내리는 경우를 처음 보게 만들어 주었고, 올 겨울엔 이런 날들이 계속될 것임을 미리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춥고 험한 날이라도, 가족과 함께 이렇게 함께 음식을 나누고 와인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세상의 어떤 것도 저를 꽁꽁 얼게 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 주위의 마음씨 따뜻한 이웃들 때문에도, 제게 '춥기만 한 겨울'은 없을 듯 합니다.

웃으면서 소시지를 공격(?)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얼굴이 빨개져 가며 와인을 홀짝거리는 아내의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지는 그런 겨울날 맞은 추수감사절입니다. 조금 있으면 부모님 댁에 가야 하는데 그때까지 날이 좀 풀리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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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11.26 15:57

    첫댓글 눈덮인 Seattle의 Happy Thanksgiving Day...네요...
    눈이 보기는 좋아도 폭설이 내리면 교통체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ㅜㅜㅠㅠ
    저도 눈만 오면 몇년전에 양쪽 다리가 부러진후로는 거북이처럼 벌벌 기어다닌답니다....ㅠㅠㅠㅠ
    특히 한국은 올해1월에 엄청나게 눈이 많이 와서 다리가 푹푹 빠질정도였지요....-_-;;
    와인에 남다른 식견이 있으시니 눈으로 인해 이렇게 즐길수 있는 spare time도 주어지네요...^-^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에는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을 맑고 하얗게 정화시켜 주어 기분이 up되기도 하지요...룰루

  • 작성자 10.11.26 16:55

    사실 눈 위에서 메일 나르는 것도 조마조마 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잘 지나가고, 내일부터는 다시 시애틀의 비를 볼 듯 합니다.

  • 10.11.26 22:34

    그렇죠...~~!!
    조심하셔야겠어요...-_-;;

  • 10.11.26 23:43

    여기도 제 법 쌀쌀했지요...미국은 천국과 지옥이 같이 있는 곳이군요...그러나 자는 집에 월세, Mortgage 안내고 살수 있는 사람에게는 아직도 세상에서 가장 살기 수월한 나라 같네요...

  • 10.11.27 06:40

    그렇지요.
    가족과 함께라면 아무리 험한 세상이라도 살만하겠지요.
    게다가 따뜻한 이웃들과 더불어 산다면 더욱 햄복할 겁니다.
    권 형은 본인이 엄청 노력도 하지만 주변의 많은 것들이 행복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것 같네요. ^^

  • 10.11.27 11:09

    쥔장님도 가족들과 즐겁게 보내시라요...
    아시그쪙....빵긋

  • 10.11.28 08:30

    푸하하~~~ 제 쪽은 다 독립해서리... ㅎ
    걍 앤덜하고 즐겁게 지낼라요... ><

  • 10.11.28 08:37

    크아아악...~~!
    시방 뭔소리다요...(??)
    독립을 했다....??
    ~~~참....~~!!
    이해가 불가항력이구만요...쩝

  • 10.11.28 07:07

    눈 온 풍경을 보니까 갑자기 한국의 겨울이 생각나네요. 여기온지 이제 겨우 한 달인데...
    사모님과 알콩달콩 생활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항상 좋은 날 되세요....

  • 작성자 10.12.01 14:48

    싸움도 많이 합니다. 하하하.

  • 10.11.28 17:33

    종상님의 글을 보면 항상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넘 보기좋고 부럽습니다.><

  • 작성자 10.12.01 14:49

    외국 생활이란 것이 특히 가족이 없다면... 정말 내가 돌아갈 항구의 등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 10.11.29 16:58

    소시지 야채볶음에 와인 한잔.. 설경..제법 궁합이 됩니다..눈이 오면 뜸했던 친구들 좀 불러서 한 잔 해야 겠군요..

  • 작성자 10.12.01 14:49

    예... 그렇지요? 저도 이날 와인 마시면서 그 생각 했답니다. 궁합이 꽤 된다는. 하하.

  • 10.11.30 15:03

    눈이 내린 동네 풍경이 오히려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Happy Thanksgiving day!

  • 작성자 10.12.01 14:50

    예, 이제 메리 크리스마스군요...

  • 10.12.01 11:58

    다행이닷..! 3분후면 점심시간...ㅋ, ^^*, 하지만 와인은..어흑.. 츄릅~ ^^*

  • 작성자 10.12.01 14:50

    하하하... 저녁도 맛있게 드세요.

  • 10.12.03 13:27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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