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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작가와문학 제10호 가을겨울호 공간테마 기행수필-[찬란한 열정 그리고 장엄한 폭포의 함성, 브라질]
찬란한 열정 그리고 장엄한 폭포의 함성, 브라질 / 시인
김윤자
* 크고 먼 나라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
도착
지구의 고운 살갗을 반 바퀴나 돌아온 이 순간, 내 조국에서 멀어졌지만 새로운 것들을
배워갈 것이라는 신비에 벅차오른다. 상파울루 공항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나무였다. 4월의 푸른 산, 파란 하늘, 파란 풀들이 공항 활주로를
곱게 장식하고 있다. 남미, 따뜻한 나라를 알리는 것이다. 한국과는 정반대의 계절이며 시차도 12시간 늦어 낮과 밤이 정반대인 나라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공항 앞에도 큰 가로수가 줄지어 서서 반긴다. 여기는 브라질과 전 세계 도시를 연결해주는 상파울루 과룰료스 국제공항이다.
브라질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다. 칠레와 에콰도르를 제외한 남아메리카 모든 나라와 국경이 접해 있다.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파라과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과 접한 국경의 길이가 4,353㎞로 장대한 국가다. 남북한의 40배, 남한의 86배 크기인
나라로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5위로 큰 나라다. 인구는 2억 명으로 역시 세계 5위다. 상파울루에 많이 모여 산다. 해발
800m 고지의 도시인데 남미의 중심이다. 행정구역은 27개주로 구성되어 있고 상파울로가 가장 큰 주이며, 가장 큰 도시다. 상파울루에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 버스는 6시간, 비행기는 1시간 걸린다. 브라질 자국의 북쪽까지는 버스로 4박 5일 걸린다. 한국에서 제일 먼 나라는
우루과이다. 한국에서 땅을 정확히 파면 우루과이고, 조금 삐뚤어 파면 브라질이다. 지도에서 보았던 브라질의 거대한 땅덩이가 떠오른다. 나는 지금
크고 먼 나라, 브라질에 와 있다. 가슴 벅찬 순간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기에 고단하고, 힘들어도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들을 담아 갈
것이다.
* 브라질 중심도시
상파울루
브라질의 수도는 브라질리아다. 상파울루는 브라질의 수도는 아니지만 브라질 동남지방
상파울루 주의 주도로 정치, 경제의 중심도시다. 브라질에서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전체에서도 가장 큰 도시다. 우리나라의 제주도보다 약간 작은
면적이다. 브라질의 최대 공업도시이며 금융 중심지다. 인구도 1200만 명으로 브라질에서 가장 많은 도시다. 상파울루는 1553년 포르투갈이
최초로 들어와 세웠지만, 1554년 예수회 선교 신부들이 학교와 마을을 조성하면서 발전한 도시다. 브라질이 1822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하고,
상파울루 주의 주도가 되면서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상파울루는 3세기 동안 소도시로 머물다가 19세기 이후 급성장하였다. 특히 토양이 커피 재배에
알맞아 도시 성장의 큰 자원이었다. 커피 산업은 1880년 이후 점점 성장하면서 커피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그 결과 상파울루의
인구 성장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브라질의 동북부에서 이주해온 노예들이 커피 생산에 종사했지만, 노예 제도가 폐지되면서부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는 유럽 이민자들을 많이 수용했다. 유럽 이민의 증가는 상파울루를 급속도로 팽창시켰다. 특히 이탈리아인의 이민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초기 이민은 포르투갈에서 온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차츰 유럽 이주민이 대규모로 늘어났다. 오늘날의 상파울루는 자동차 산업과 각종
제조업이 발달하였다. 특히 의류업계가 성하여 우리 교민들도 그 쪽에 종사자가 많다. 여성들은 특히 패션업을 많이 한다. 옷 한 벌 잘 지으면
부자 되고, 잘못 지으면 가난해진다. 돈 있다 자랑마라, 돈 없다 낙심마라, 하며 사는 도시다. 지금은 저녁시간이라서 문 닫았지만 쇼핑가에는
원단가게, 옷가게가 많단다. 관광도시라서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치안은
좋지 않은 도시다. 리우데자네이루도 마찬가지다. 불법총기소지인데도 총을 갖고 다닌다. 경찰도
단속에는 한계가 있고, 경찰도 때로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피곤하고 지쳐서 소홀히 할 때가 있단다.
어느 나라든 중심도시에는 그 만큼 발전과 함께 위험이 도사린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주로 시티투어로 상파울루 도시를 보았다. 시가지 안쪽은
구시가지라서 산뜻한 분위기는 아니다. 중후한 남미의 도시, 신비로운 베일을 조금씩 열어주는 고마움에 흐뭇하다.
*
브라질의 언어
이 나라는 포르투갈어이면서 브라질어를 사용한다. 즉 영어와 미국어의 관계다.
포르투갈어는 우락부락하고, 브라질어는 순하여서 약간 다르다. 포르투갈에서의 욕이, 이곳에서는 욕이 아니란다. 이런 관계는 아르헨티나에서
우루과이에 갔을 때 더 자세히 알았다. 남미 중에서 포르투갈어를 쓰는 곳은 브라질, 한 나라다. 1531년부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왔다.
지금은 독립하여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그 영향이 아직도 존재하는 대목이다. 남미는 모두 스페인어를 쓰는데 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쓴다는
것이 신기했다. 거의 유사한데 조금씩 다른 것이 남미 언어의 특징이다. 포르투갈어이든, 스페인어이든 그 나라의 언어로 약간 다르게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같은 스페인어인데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언어에 차이가 있듯이 그렇게 사용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지배 역사를 읽는
대목이다.
* 브라질의 자원과
관광
브라질은 천연자원이 많은 나라다. 그것은 또한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하게 큰소리칠 수
있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북부의 아마존 강은 6300Km로 세계 최대의 물 수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 주변에는 국토의 반 정도가 저지대로
광활하게 둘러싸고 있다. 남부 고원지역은 브라질 최대의 곡창지대다. 사탕수수, 커피 등 농작물도 큰 수입원이다. 중남미에서 가장 산업화된
국가이기도 하다. 상파울루 도심에 서울의 한강 같은 찌에떼강이 있다. 강폭이 좁아 시냇물 같다. 그런데 오염이 심각하여 물이 넘치면 깊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독이 올라서 죽는단다. 2007년 이전까지 정화조가 없었다. 2007년 1월부터 정화조가 생겼다. 한국의 정화조, 한국의 청계천을
배워 와서 실시한 것이란다. 버스 환승제 시스템 문제도 한국과 서로 교류하고 있다니, 먼 나라에서 내 조국의 높은 위상을 보며 흐뭇하다. 어둠이
시작되는 밤인데 자동차와 거리 모두 캄캄하다. 오늘 내가 본 곳은 구도로라서 좀 칙칙하기도 하지만 자동차가 라이트를 안 켜고 미등만 켜고
다닌다. 우리가 탄 버스는 불빛이 새나가지 않게 선팅 했다. 신시가지에 가면 잘 정비되어 환하다고 하는데 자원이 많은 나라에서 절약하는 정신이
대단하다. 브라질의 볼거리 3가지는 리우데자네이루, 이과수, 아마존이다. 대한항공 직항이 개설 되었다. LA를 거쳐 직항한다. 브라질인들도
미국에 가기 수월하여 좋아한다. 한국인도 브라질 관광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돈이 많은 이곳 사람들은 유럽, 한국 등으로 여행을 간다.
자국만도 볼거리가 많은 나라, 그래서 관광문화가 발달된 것 아닐까. 거리에는 가로등이 없다. 이 나라의 거리 기준은 0번지에서 시작인데 지금
지나는 곳이 0번지다. 캄캄하다. 0번지 도로에는 공원, 상가도 많지만 노숙자가 많다. 치안 문제로 외국인은 내리지 못한다. 너무 어둡고
스산하다. 사람들은 어둔 골목을 오간다. 국제 도시 상파울로의 놀라운 단면이다. 나는 큰 나라의 검소한 생활상이라고 기억시켰다.
* 브라질의 한국
이민사
브라질의 한국인 이민은 50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농사를
모르는 상류층 이민자들이 땅을 사서 왔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오늘날에는 과일장사로 살기도 한다. 선조들의 슬픈 이민사다. 우리
조상이 처음 브라질에 온 것은 1918년이다. 그 후 1956년에 6.25 전쟁의 반공포로들이 브라질로 이주하면서 이민이 시작되었다.
1959년에 우리나라와 외교 수립을 하고, 1962년에는 정식으로 이민절차를 밟아 이민자들이 브라질에 정착하였다. 1990년대에는 한국과
브라질의 경제교류가 활발해져 우리나라 30여 개의 기업들이 진출하였다. 한국은 전자제품과 기계류, 자동차 등을 수출하고 브라질에서의 수입품은
커피, 사료, 펄프, 철광석, 알루미늄 등이다. 최근에는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떠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한국인 2세들은 한국말을 잘 한다.
브라질은 고기, 채소, 과일만 싸고, 모두 비싸다. 집세도 비싸다. 교육비도 비싸다. 사립보다 공립이 비싸다는 말에 의아했다. 교민들은 초등,
중등학교를 공립은 못 보낸다. 그래서 대부분 매월 싼 교육비가 들어가는 사립학교에 보낸다. 미국계 사립학교도 있다. 이 나라는 모계 사회인데
이민자의 가족에게도 적용된다. 이곳에서는 외조부모가 1순위로 특혜다. 다음으로 시조부모다.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인종 차별이 없는 나라다.
아이들이 집에 가서 차별했다고 하면 3일간 교사가 출근정지 당한다. 검은 색이 없다. 흑인 차별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직업 차별은 있다.
빈부격차가 심하다. 스스로 헤쳐 나가야 되고, 좋은 미래도 스스로 잡아야 되는 나라다. 대학은 상파울로 주립 대학이 세계 100위 안에
들어간다. 그 대학에 들어가면 학비가 면제다. 훌륭한 대학이다. 브라질의 한국 이민자는 적다. 교민이 얼마 안 되는데, 2008년 기준으로 5만
명 정도가 상파울루에 거의 모여 산다. 리우데자네이루에는 200명 정도 산다. 먼 나라에 와서 열심히 사는 교민을 보며 자랑스러웠다.
* 상파울루 한국인
거리
브라질 상파울로에는 한국인 거리가 있다. 우리 교민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베풀어준다.
브라질에서는 한국 혈족을‘꼬헤야’라고 부른다. 꼬리아에서 파생된 것이다. 포르투갈인들은 인디아로 가다가 브라질을 발견했고 오늘날의 발전을
이루었다. 오래된 땅으로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이런 땅에서 아름답게 사는 내 동포가 눈시울이 붉도록 대견스럽다. 브라질 독립기념 공원에는
한국인이 많이 간다. 1822년에 조성된 오랜 역사를 지닌 공원이다. 이피랑가 언덕에 있어서 이피랑가 공원이라고 부른다. 돈 페드로 1세 대로의
끝 부분에 있다. 돈 페드로 1세는 포르투갈 황태자 이름이다. 그 황태자가 1822년 말 위에서 칼을 빼들고‘독립이냐, 죽음이냐’라고 부르짖은
곳이다. 브라질 독립선언을 행한 자리에 독립기념상도 세워져 있다. 한국인 거리의 한국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었다. 한국 교포가 운영하는
집이다. 딸과 아내와 함께 대접을 잘 해준다. 양념은 한국에서 온단다. 하늘초 고추를 쓴다고, 태양초 고추를 그렇게 부르며 그걸 써서 맵단다.
음식 문화는 편한 나라다. 마늘도 잘 먹는 나라다. 음식 값은 비싼 편이다. 한식도 마찬가지로 비싸다. 저녁식사를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인
거리에서 조국의 향수를 달래며 사는 동포들의 생활 모습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브라질에 뿌리 내린 한국인의 거리를 돌아보며, 이국에서 낯익은
향수에 젖었다. 평화롭고, 안정되고, 행복한 거리다.
덩치 큰 나라에서 모계사회로 이어가는 빛 다른 세상에서/ 긴장의 끈을/ 한시도 풀지
못하는 여민 공간에서/ 자원이 풍부하여도/ 풀지 않는 어둠의 거리를 배우며/ 더 강한 나라의 입김에도/ 당당하게 맞서 살아가는 용기를 배우며/
하루를 살아도/ 붉은 환희로 산다는 내 동포의 언어/ 피눈물로 일군 뽀얀 거리/ 내 조국의 어느 한 점 떼어다 놓은 듯/ 아담한 향기로 앉은
둥지/ 나, 오늘 가장 편안한 눈과 발로/ 거친 광야에서 만난/ 어머니 품속 같은 길을 걷는다. -김윤자 시 [상파울루, 한국인 거리] 전문
* 상파울루 국내선
탑승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가기 위해 밤길을 달려 서둘러 상파울루 국내선 비행장으로
왔다. 한국식당을 운영하던 교민 남자와 중학생 딸아이가 나와 안내한다. 한국 소녀는 브라질 한국 학교에 다닌단다. 내 동포가 타국에서 억센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공항은 국내선인데도 크고 좋다. 브라질이 워낙 큰 나라이고 보니 국내선 공항도 국제선 못지않은
규모다. 밤 9시 비행기로 떠난다. 이곳 사람들은 티셔츠를 밖으로 내 입는다. 열쇠 더미를 뒤 포켓에 매달아 가리기 위해서다. 이민 1,2년차는
티셔츠를 넣고 다니지만, 몇 년 지나면 모두 내놓고 다닌단다. 포켓 도둑 때문이란다. 생각보다 두려운 나라다. 짧은 시간의 하루 여정을 보낸
상파울루, 무언가 베일에 싸인 듯한 도시, 긴장의 끈을 조이게 하는 도시, 그래도 소박하고 열심히 사는 도시다. 리우데자네이루 행 비행기를
탑승하며 작별할 시간이다. 좋은 기억뿐만 아니라 아쉬운 기억까지도 소중하게 담아가는 것이 여행이 아닌가. 더 많이 머물지 못한 것이 서운하지만
더 아름다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를 향해 이 밤, 날아간다. 상공에서 본 상파울로의 야경이 대단하다. 아까 저녁 무렵 한 시티투어는 아주 작은
한 조각이었다. 광활한 불빛 야경이 시야를 적신다. 질서정연하고, 나무와 건물 사이로 줄 맞춰 선 은은한 불빛들이 곱다. 누가 상파울루를
칙칙하다 할까. 상파울루의 마지막 찬란한 야경이 대국의 밤으로 부상하며, 브라질은 브라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질이 넓다는 말이 실감난다.
브라질 자국기를 타고 본토를 비행하는데 고도가 그리 높지 않아 지상의 불빛과 산, 시가지들이 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한 무더기씩 산이
보이다가, 산 무더기 사이로 어우러진 시가지의 불 무더기다. 산도 많은 나라, 도시도 많은 나라, 그것도 내가 맴도는 영토는 브라질의 동남부
끝자락 일부일 뿐인데 전 국토를 여행한다면 놀랄 일이다. 아름다운 나라의 아름다운 야경 앞에서, 시린
부러움이다.
어둠에서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냐고 물었다.// 칙칙하고, 불안하고/ 도심의
강물이 아파하고/ 제대로 상면하지도 못하고 떠나는데/ 비행기 창문에/ 춤추는 불바다로 매달려/ 이방인의 눈과 가슴을 뜨겁게 물들인다.// 왜
낮에는 눈감고 있었느냐고/ 허름한 그 한조각만 내가 잘못 본 것이냐고/ 동여맨 품자락이 저 정도면/ 곳간의 불을 다 켰을 때, 끝이 어디겠냐고/
시린 부러움으로 물었다. -김윤자 시 [춤추는
불바다, 상파울루] 전문
* 리우데자네이루 공항
도착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이 외부도, 내부도 매우 크다. 세계 3대 미항의 공항이라는 사실이
공항에서부터 전시된 듯하다. 모든 것이 시원시원하다. 늦은 밤 어둠을 헤치고 공항을 나서 호텔로 향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네 가지 볼거리는
예수님 동상(710m), 빵산이라 불리는 돌산(396m), 해변가 두 군데, 세계 3대 미항이다. 리우데자네이루, 나폴리, 시드니에 더하여
밴쿠버까지 4대 미항이리고도 한다. 지금 창밖은 어둠으로 가까운 곳만 보인다. 해안선과 도시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버스가 달린다. 리우데자네이루
항구와 고전적인 건물이 대단한 위용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던 건물이 지금은 비어있다. 다 도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곳 지역 건물들은
세를 들어 입주해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그렇게 유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아 폐허인 채 그대로 있다. 고전의
유물을 지키려는 이 나라의 행정이 독특하다. 플라멩고라는 지명의 울창한 거리도 지났다. 리우데자네이루는 최초에 항구에 들어온 사람이 바다가 강인
줄 알고 지은 이름인데‘1월의 강’이란 뜻이다. 리우는‘강’, 데는‘의’, 자네이루는‘1월’, 그런 유래로 아직까지도 그 고운 이름으로 부른다.
사실은 바닷물이 깊숙이 파고 들어온 만이다. 즉 강이 아니고 바다 해안이다. 버스 창문에 불빛을 타고 스미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정경만으로도
아름다운 도시다.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에서 달려 11시가 넘어서야 호텔에 들어왔다. 참으로 웅장하고 아름답다. 꽃도 풍요롭게 꽂아 놓고, 로비 한
쪽에는 연주용 피아노를 놓았다. 피아노 위에 놓은 배와 사람들 조각상이 걸작이다. 자연과 역사를 보는 곳이다. 남미의 첫 밤은 이국의 향기로
곱다.
* 리우데자네이루
시가지
해변으로 이어지는 울창한 숲길도, 우람한 고층 아파트도 모두 이곳이 큰 나라
브라질이라고 외치듯 외객을 반긴다. 짙푸른 남미의 열정을 머금고 있다. 호텔을 출발하여 유람선 타는 곳으로 향했다. 낮에 보는 리우데자네이루는
벌써부터 강아지 형상의 슈가로프산과 거룩한 곳에 높이 선 코르코바 언덕의 예수님상이 비경을 선사한다. 티브이에서 보아온 아름다운 정경이 전개되는
남미의 리우데자네이루, 뜻 깊은 탐방이다. 오늘은 리우데자네이루 시가지, 리우데자네이루 유람선, 시티 투어, 축구의 나라 마라카낭 축구장, 삼바
축제장, 까떼드라우 메트로폴리아 성당,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 하트 모양 라고아 호수, 이파네마 해변, 코파카바나 해변, 슈가로프산 케이블카
등정, 슈가로프산에서 리우데자네이루 풍경 조망, 리우데자네이루 미항의 야경, 삼바 축제 관람 등으로 진행되는 여정이다. 아름다운 해변이 길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해변의 울창한 숲 공원에는 축구 등 운동하는 사람과 산책하는 사람이 많다. 이 공원은 파리를 모방한 것으로 파리스파크다.
공원의 한쪽에 과일시장도 있다. 시가지가 깨끗하다. 높은 건물이 많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많다. 아침 햇살과 만나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유리알 같은 투명한 아름다움이다. 리우데자네이루항의 유명함이야 익히 들어서 예견한 바이지만, 항구로 가는 길의 시가지 풍경 또한 고운
숲과 길, 빌딩의 조화로움으로 고운 낭만이다.
* 리우데자네이루
유람선
뜨거운 4월의 남미 햇살을 품으며 리우데자네이루 항으로 한참을 걸어가서 유람선에
올랐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배다. 약 2시간을 돌며 리우데자네이루항의 비경을 본다. 유람선이 질주하자 리우데자네이루 시가지가 곱게
부상하고, 곧바로 빵산이라 불리는 슈가로프산과 예수님 동상이 오롯이 솟는다. 이 두 가지만 보고 가도 리우데자네이루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그
만큼 훌륭한 경관이다. 리우데자네이루를 감싼 바다의 구아나바라 만을 구석구석 돌며 모든 것을 보여준다. 조선소,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등 바다
위 풍경과 해변의 건물 풍경이 절창이다. 이곳은 석유가 나는 지역이다. 서울의 강남이다. 유람선을 타고 그 지역을 지나며 세계에서 가장 긴
니테로이 다리를 보았다. 이 다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의 구아나바라 만에 있는 길이 13Km의 다리 아주 긴 다리다. 리우데자네이루와
니테로이 두 지역을 잇고 있다. 니테로이는 인구 50여만 명의 도시이다. 이 다리가 건설되어 리우데자네이루와의 교통이 편리해졌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바다 위에 늘인 줄처럼 보인다. 길고 긴 다리, 시야에 담기조차 버거운 다리다. 누군가는 한국의 서해대교가 더 길어 세계에서 두 번째 긴
다리라고도 한다. 유람선은 다리 아래로 넘어갔다. 꿈같은 진행이다. 용감하게 바다에 선 다리와의 멋진 상면이다. 벨기에에서 왔다는 부부와 우리
부부는 친해져서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다. 작년에 벨기에에 다녀온 추억과 함께 아름다운 만남이다. 가도, 가도 바다는 이어지고, 정성껏 외인을
이끄는 유람선은 비경을 선사하고, 산도 다가오는 눈빛이 다정하고, 배의 난간에 앉아 살갗을 태우는 젊은 남녀들의 나신도 독특한 풍경이다. 순간,
순간이 행복하여서 나는 뜨거운 가슴으로 남미의 고운 정경들을 담고 또 담았다.
* 리우데자네이루 항
비경
리우데자네이루 항은 정녕 비경이다. 나는 밴쿠버 미항, 시드니 미항, 나폴리 미항,
이 세계 3대 미항이라 자처하는 곳을 모두 가 보았다. 이곳에 오니 밴쿠버 미항을 빼고 리우데자네이루 미항을 넣어 세계 3대 미항이라 한다.
밴쿠버 미항까지 더하여 요즈음은 세계 4대 미항이라 부르기도 한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리우데자네이루 항 비경은 상당히 웅장하며
광폭하다. 만에 둘러싸인 모든 정경이 비경으로 일어선다. 사람이 일구어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타고난 지형과 자연이 천혜의 비경이다. 자연과
인공의 아름다움이 잘 어우러진 항구도시로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밴쿠버 항은 노스밴쿠버에서 바라볼 때 하얀 범선 모양의
국제회의 건물과 일렬로 늘어선 항구 풍경이 비경이고, 시드니 항은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가 비경이고, 나폴리 항은 폼페이 최후의 날을
탄생시킨 베수비오 화산이 비경이었는데 이곳 리우데자네이루 항은 빵산이라고도 부르는 슈가로프산과 예수님 동상이 가장 큰 비경이다. 산과 바다와
만난 도시, 아리따운 여인처럼, 우람한 남성처럼 모든 이에게 황홀하게 전시되는 브라질 남동부의 대단한 도시다. 도심을 다닐 때도 그렇지만
선상에서 본 정경은 오감을 흔드는 비경이다. 인디언이 헤엄쳐서 건너던 곳에 들어선 세계 최장이라는, 니테로이 다리도 큰 감동이었다. 해군
관리건물과 리우데자네이루 국내 공항이 보인다. 대통령이 살던 초록색 집도 보인다. 현재는 배 건문소로, 파티장으로, 관리는 개인이 하지만 보호는
해군에서 하고 있다. 유람이 다 끝날 무렵 리우데자네이루의 다운타운은 굵은 맥으로 절경을 선사한다. 시티투어 겸 유람으로 이루어진 유람선이다.
전쟁기념 위령탑이 공원에 높이 솟아있다. LG 선전문구가 선명하다. 집집마다 LG 가전제품 1개씩은 다 가지고 있다. 한국의 드높은 위상이
리우데자네이루에 휘날리고 있다. 유람선에서 본 리우데자네이루는 그렇게 큰 감동이었다.
넉넉한 자유가/ 사월의 용감한 햇살을 타고/ 유람선의 배미에 구른다./ 그 천진한
절규를 따라 가면/ 향기로운 빵산이 일어서고/ 비원의 날개로 예수님이 아스라이 날으시고/ 한 발 물러선 해변은/ 낮은 곳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어머니 같은 고백을 읊조린다./ 산과 바다 사이/ 살찐 근육으로 키워온 빛스런 도심이/ 줄기차게 일어설 때/ 인디언이 동그랗게
건너던/ 유영의 흔적일까/ 니테로이 긴 다리가 바다의 전설을 꿰고 있다./ 하나를 보자 하면 둘을 연출하는/ 아낌없는 예술의
무대다. -김윤자 시
[리우데자네이루 항 비경] 전문
* 리우데자네이루 시티
투어
리우데자네이루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의 주도다. 상파울루에 이어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보통 '리우(Rio)'라고 약칭한다. 버스 안에서 리우데자네이루를 돌며 시티투어를 했다. 1502년 1월 1일 포르투갈의
항해자가 처음 발견했다. 그때 이곳 리우에 들어오며 대서양과 좁은 입구로 연결된 구아나바라 만을 강으로 잘못 알고 포르투갈어로 '1월의
강(江)'이라는 뜻의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라고 이름 지었다. 1555년 프랑스인이 상륙하여 최초의 식민이
이루어졌으나 프랑스와 포르투갈 사이에 쟁탈전을 치르며 1567년에 포르투갈이 승리했다. 식민지 시대인 1763년부터 리우가 수도였는데 1960년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이전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리우는 정치, 경제, 교육의 중심지이다. 17세기에 조성한 파리스파크, 위령탑, 해안 도시
플라멩고 등이 차창에 곱게 스쳐간다. 동쪽은 대서양 연안의 만이고, 서쪽은 해발고도 700m가 넘는 가파른 산지다. 시가지는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등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좁고 길게 뻗어 있다. 다운타운에는 높은 건물이 많다. 성당, 선박 터미널을 지난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한가하다. 시내버스 색상이 노랑, 빨강, 파랑 등 화려하다. 극장가, 문화지대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점심식사를 하러 가며 자연스럽게 시티 투어를
한다. 도서관, 법원 등 주요 행정 건물도 지난다. 외진 곳의 구 건물, 폐옥을 그대로 두고 떠난 풍경도 이색적이다. 가난한 자가 이용하는
기찻길도 한 획을 긋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낙서 문화는 유럽식 낙서문화다. 예술인의 아름다운 한 장르 표출이기도 하지만 마약, 깡패 조직들의
자기 지역 표식 신호이기도 하다. 상가에서 돈을 주면 낙서를 안 한다. 외형은 유럽식인데 내형은 미국식 문화다. 그림 그리는 아이들이 그리기도
한다. 주로 새벽 시간에 그리므로 단속을 못 한다. 그림 그리고 마약자의 경우 떨어져 죽기도 한단다. 걸리면 감옥살이란다. 바라보는 내 눈에는
아름다운데 슬픈 낙서라는 생각이 든다. 리우데자네이루를 알차게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어느 나라인들 빈부차가 없겠는가. 이 나라도 둘이
벌어야 한 가정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는 큰 도시이고 발전되어 화사하다. 사람들의 행색도 거주지도 세련되어 있다. 그러나 치안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사회가 불안하다. 특히 외객은 조심해야 되는 곳이다. 브라질의 여행은 그런 면에서 긴장을 많이 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 축구의 나라 마라카낭
축구장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다. 곳곳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 브라질 아이들의 꿈은 세계적
축구 선수인 호나우도가 되는 것이다. 등록된 축구 선수도 많고, 프로축구단도 많다. 축구 클럽도 많다. 응원하는 관중들도 대단히 많은 그야말로
축구의 나라다. 그 열기는 1950년 개장된 세계최대 규모의 축구장인 마라카낭 축구장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둘레가 944m, 높이가 32m,
관객 2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축구장이다. 이곳 이름으로는 이스타지우
조르날리스타
마리우
필류다. 인디언말로 ‘앵무새’ 란 뜻의 이름이다. 2016년은 남미 국가에서는 하계와 동계를 합하여 최초 올림픽인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리우의 2016년 하계올림픽은 2014년 월드컵 개최 후 2년 뒤에 바로 개최하는 것인데, 한 나라가 이렇게 연달아
하는 것은 첫 사례다. 마라카낭 축구장에는 실내 체육관, 육상 경기장, 수영장 등도 있다. 축구, 넓이 뛰기, 수영, 뜀뛰기 등을 할 수 있는
종합 경기장이다. 마라카낭 축구장은 1950년 제 4회 FIFA월드컵 결승전을 위해 건설되었다. 1950년 월드컵에서는 브라질이 우루과이에게
역전패를 당하여 우승을 못했다. 그래서 그 경기는 마라카낭의 비극이란 이름으로 남아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은 금년 8월 5일부터
21일까지 17일 동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 이곳 축구장에서 8월 5일 개회식, 21일 폐회식과 축구 경기가 열린다. 하계올림픽의
경우 유럽에서 19차례, 북미에서 6차례 열렸다. 아시아에선 3차례, 호주에서 2차례 열렸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206개국에서 1만5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예정이란다. 28개 종목에서 306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칠 것이다. 남자 161개,
여자 136개, 혼성 9개다. 우리나라도 2년 전 월드컵에서 아쉬움만 가득 안겼던 땅 브라질에 한국 축구가 재도전한다. 하계올림픽 남자축구
종목엔 총 16팀이 참가할 수 있는데 한국은 14번째로 본선에 가게 된 팀이다. 본선에 오른 팀은 개최국인 브라질, 남미의 아르헨티나, 유럽의
독일, 포르투갈, 덴마크, 스웨덴, 오세아니아의 피지, 북중미의 멕시코, 온두라스, 아프리카의 알제리, 나이지리아, 남아공, 아시아의 한국,
일본, 그리고 콜롬비아, 이라크다. 우리도 당당하게 본선에 참여하였으니 리우 하계올림픽 때는 열렬히 응원할 것이다. 이번 작가와 문학 원고를
브라질로 택한 것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하계 올림픽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작년에 축구 예선전을 치를 때 나는 한국의
본선 진출을 기원하며 열심히 응원했다. 리우의 사람들은 이곳 늪 지역에서 살기를 원한다. 이곳 늪지대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라카낭 축구장이
있어서다. 마라카낭 축구장에서는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항상 축구경기가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 나라의 사람들은 몇 시간씩 기다려 표를 산다. 문
앞에서 담장까지 길게 줄 선다. 지금 마라카낭 축구장을 지나며 보는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외형도, 축구를 사랑하는 정신도
아름답게 담긴 축구장이다.
늪 지역에 뜨겁게 탄생된/ 브라질의 자궁/ 모태로부터 탯줄로 이어진/ 축구 사랑의
열기가/ 높고, 긴 담장을 휘감고 있다./ 한 장의 표를 사기 위해/ 남미의 태양은 사나워서/ 영혼마저 삼킬 듯 무서운 폭염으로/ 체온을
흡입해도, 아랑곳없이/ 호나우도가 그어놓은 무지개 선상에서/ 발끝에 구르는/ 붉은 희망을 갈구하며/ 동글게 뭉치는 저 괴력/ 날마다 출렁이는
꿈의 양수로/ 마라카낭 축구장은 진통하는 산모다./ 빛 고운 행복덩이 쑥 낳을 듯한 -김윤자 시 [마라카낭 축구장]
전문
* 삼바
축제장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이며, 또한 삼바 축제의 나라다. 한낮의 폭염이 장엄한데 삼바
축제 경기장인 삼보드로모의 규모는 더욱 장엄하다. 긴 축제장이 있고 관람석이 계단식으로 축제장을 따라 놓여 있다. 아득한 직사각형 공간을
활보하며 삼바 춤을 춘다고 상상하니, 가히 그 유명한 브라질의 삼바 축제가 짐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축제로 불리는 리우 카니발의 입장권
값이 비싼 것은 수천달러다. 삼바의 시초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에 의해서다. 포르투갈이 브라질의 원주민 인디오를 몰아내고 점령했을
때 비옥한 대지에 사탕수수를 심기 시작했다. 목화도 재배했다. 목화와 사탕수수 산업이 발전하면서 노동에 필요한 인력을 아프리카에서 데려왔다.
흑인 노예들은 힘든 일을 끝내고 나면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 피로와 허기진 상태에서 슬픔과 고통을 잊기 위해 고향에서 즐겼던 노래와 춤을
추었다. 그들의 원시적인 특유의 노래 가락에 맞추어 율동하였던 몸의 움직임과 리듬 혼합이 되면서 이런 음악과 춤이 지금의 삼바가 된 것이다.
또한 삼바 축제라는 흥분의 도가니라 할 수 있는 브라질 최대의 카니발이 생겨났다. 삼바의 근원은 아프리카이지만, 많은 것은 브라질에서
발전되었다. 브라질에는 삼바 스쿨도 있다. 1925년 삼바는 유럽에 소개되었다. 삼바가 경기종목 댄스로서 인정을 이미 받았다. 세계 3대 축제
안에 들어가는 리우 카니발은 매년 2월말에서 3월초까지 밤낮 가리지 않고 총 4일 동안 계속되는 성대한 축제다. 화려한 의상의 무희들,
휘황찬란한 각종 퍼레이드, 흥겨운 삼바의 리듬이 삼바 축제장을 찬란한 정열로 채운다. 축제 기간에는 전용축제장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평상시는
공립학교, 박물관이나 전시관으로 운영하며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리우 카니발에서 대단한 참여 열기와 화려한 연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매해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삼바 스쿨 간의 경쟁 시스템이다. 축제에 참여하는 삼바 스쿨이 공연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조직화된 단체경쟁을 이끌어
간다. 치열한 경쟁인 만큼 치밀한 심사기준이 있다. 심사위원석은 시작과 중간, 마지막 지점에 위치되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창조성과
예술성이다. 지금은 4월이어서 삼바 축제를 보지는 못했지만 태양이 정열적으로 내려 쪼이는 나라에서 정열의 춤이 쏟아지는 영토 한 자락 밟아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여기서, 정열을 굽고/ 여기서, 사랑을 제련하고/ 여기서, 아린 향수를 태우는가/
가자, 아득한 저 무대로/ 줄지어 사슴의 높은 관처럼 자리한/ 향기로운 객석이/ 무거운 허울을 낱낱이 벗기지 않는가/ 더러는 빈 몸으로/ 더러는
쇳덩어리 육신으로/ 훨훨 혼을 사르다 보면/ 진액의 사리로 구르는, 초월한 춤사위/ 마시자, 관객의 박수 속에/ 물결쳐 밀려드는/ 한숨도,
땀방울도, 고뇌도, 비련도/ 웃음이 웃음이 아니라고/ 춤이 춤이 아니라고/ 검은 속안에서만 맴돌다가/ 밝은 태양을 만나는 장엄한 환희 -김윤자
시 [삼바 축제장] 전문
* 까떼드리우 메트로폴리아
성당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이 성당은 1964년부터 돈하이메데바로 신부가 짓기
시작해서 1976년 완성된 건물이다. 3년간 공사를 마친 후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하여 성채대회를 열었다. 그때부터 일반인이
출입했다. 아주 독특한 양식으로 지었다. 지붕도 없이 커다란 덩이의 높은 건물은 다른 성당과는 전혀 다르다. 원추형의 웅장한 건물은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미술관이나 영화관처럼 보인다. 전혀 성당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건축양식이다. 건물 바닥의 지름 106m, 내부 높이가 68m로
우람한 건축물이다. 수용 인원이 2만5천 명이다. 5천명은 좌석, 2만 명은 입석으로 입장이 가능한 성당이다. 창문에는 천장까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길게 이어져 있다. 천장은 십자가 모양으로 하얀 빛이 들어온다. 모자이크 유리로 장식하여 전등불이 필요 없이, 그 유리를 통해
내려오는 빛으로 예배가 가능하다. 빛의 색깔이 여러 가지인데 초록은 하나님은 하나다, 빨강은 성령님을 따르자, 파랑은 세계는 하나다, 노랑은
신부님을 따라 걷자,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매우 아름다운 실내조명이다. 위쪽에 매달아놓은 그리스도의 상이 인상적이다. 오늘날에는 너무
유명해서 성지 순례지가 되었다. 이곳 성당은 리우데자네이루의 관광명소로 오전 7시부터 개방되고 있다. 예수님 동상이 보이는 곳에 문이 있다.
그것은 예수님은 리우데자네이루를 항상 바라보며 지켜준다는 의미다. 브라질의 큰 대륙만큼이나 아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크고 높다란 건축물을, 외부도
내부도 아주 생소한 구조인 아주 먼 나라의 기이한 성당을
보았다.
* 리우데자네이루의
기후
지금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4월이다. 한국보다 훨씬 덥다. 브라질의 대부분 영토는
적도 아래의 남반구에 속해 있다. 그래서 계절과 기후가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다. 적도에서 유입되는 브라질 난류의 영향을 받아 연중 기온차가 적다.
가장 더운 2월의 평균기온이 26도, 가장 시원한 7월의 평균 기온이 20도 정도다. 연평균기온은 23도다. 습도는 높으나 무역풍의 영향으로
서늘하여 코파카바나 해안은 해변 휴양지로 연중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남쪽으로 갈수록 날씨가 더 서늘하다. 여름은 11월에서 4월, 겨울은
5월에서 7월이다. 봄과 가을은 잠깐 지나간다. 지금은 4월, 내 조국에서는 봄인데 브라질에서는 여름의 마지막 시기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단계다. 지형에 따라 다양한 기후를 보이는데 북부의 열대지역은 비가 많이 오고, 중부와 남부의 고원지역은 기온은 높으나 비가 적게 온다.
리우데자네이루는 남부 지역으로 연평균 기온이 17도~19도로 따뜻하고, 비가 적당히 내리는 온대기후다. 하지만 여름은 매우 더워서 지난 4개월
동안 연속 40도였단다. 지금은 더워야 30도로, 많이 서늘해진 날씨라고 한다. 오늘은 좋은 날씨란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온 우리들에게는 너무
덥다. 현재 28도인데 땀이 줄줄 흐른다. 아침 최저온도는 16도다. 낮에는 덥고, 조석으로는 약간 서늘한 날씨다. 겨울도 춥지 않고, 온화한
나라다. 이곳 사람들은 조금만 추우면 털장갑, 털옷을 입는다. 추위에 약해서 영하 2도에도 얼어 죽는 수가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혹독한
추위에도 잘 견디는 강인한 국가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더운 나라의 더운 열기를 4월에 보듬어 보는 체험, 이것도 독특한
여정이다.
*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은 해발 710m 절벽 산정에 있다. 1931년에 세워진
거대한 석상이다. 예수님 동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언덕 산정에 브라질 역사 400주년 기념,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거대한
예수님 석상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왕들이 브라질에 피신 온 것이 17세기인데 나들이로 구경하면서 길이 생기고 경치가 좋아
1824년부터 1884년까지 기찻길을 조성했다. 처음에는 나무를 태워서 기차를 움직여 올랐는데 지금은 전기로 운행하는 산악 관광열차로 오른다.
기차는 모두 3칸으로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자동차를 타거나 도보로 올라가기도 한다. 가파른 언덕을 산악기차로 오르며 신기한 식물도 많이
보았다. 열대 지방의 향기를 맞보며 예수님 동상을 만나기 위해 예수님 동산을 오른다. 숲 사이로 간간이 리우데자네이루 시가지도 보인다. 쉬이
오를 수 있음에 길을 놓은 사람들에 대하여 감사했다. 기차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로 한 구비 오르자 거대한 동상의 예수 뒷모습이 보인다. 높은
산, 천연의 절벽에 에스컬레이터라는 기계가 도는 것도 신기하고, 상상하기 힘든 창공 속의 예수님 동상은 더욱 믿기 어려운 조형물이다. 무녀들이
비눗돌을 깎아서 세웠다.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쳐도 상하지 않는다. 돌들이 세모 모양으로 되어 있다. 예수상은 키가 30m, 단이 8m, 높이가
38m다. 양팔 길이가 28m, 무게는 1145톤이다. 양팔을 벌린 거대한 예수상의 크기는 이미 21세기 신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힐 정도다.
산정에서 리우데자네이루의 시가지가 한눈에 담긴다. 예수상은 리우데자네이루의 기원이 되는 동쪽의 구아나바라 만을 바라보며 남북으로 팔을 벌리고
있다. 예수가
팔을 벌린 이유는 멀리서 볼 때 십자가를 연상케 하기 위해서다. 왼팔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중심부를, 오른팔은 남부인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 해안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므로 코르코바도 언덕 정상에 서면 리우데자네이루를 다 볼 수 있고, 반대로 리우데자네이루 시가지 어디에 있어도 예수상을 볼
수 있다. 예수상은 리우데자네이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조물이다. 브라질 국민의 70% 이상이 가톨릭 종교다. 크리스토 헤뎃돌이라 부르는 이름의
예수상은 티브이에서 보았던 거룩함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 앞으로, 뒤로 돌며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하늘 가까이 선 예수와의 상면은 국경을 초월한
영광이라 여겨졌다. 나 오늘, 큰 축복이다.
바람 한 점 머무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듯한/ 도도한 절벽이/ 육신이 십자가 되어
창공을 떠도는 예수를/ 보듬고 있다./ 눈물 같은 말씀이 얼마나 붉으셨으면/ 꼿꼿한 산정의 자아가/ 보드라운 융단이 되었을까/ 도심의 화려한
건물 속에서나 살아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낮아지는 자세를 얼마나 배웠으면/ 아슬한 산곡에서/ 톱니 꼭꼭 맞물려 순종으로 돌아갈까/ 저 멀리
하트로 키운 라고아 호수에/ 경계선이 녹아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 누가 저 예수를, 리우만의 예수라 할까 -김윤자 시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 전문
* 하트 모양 라고아
호수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 산정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아래에 하트 모양의 라고아 호수가
있다. 라고아가 이미 포르투칼어로 호수란 뜻을 지니고 있는 단어다. 둘레가 7Km나 되는 아주 큰 호수다. 이 호수를 자전거로 돌며 투어 하기도
한다. 호수는 코르코도바 언덕의 예수상과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표적인 두 해변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와 해변 사이에 있다. 그래서 지금 서 있는 이곳
예수상 언덕산에서 전경이 비경으로 조망된다. 1921년에 아이디어를 내고, 1926년부터 1931년까지 완성한 호수다. 호수의 본 이름은 라고아
호드리고레프이따로 포르투갈 사람 이름이다. 원래 포르투갈인 개인 소유 호수였는데 그가 본토로 돌아가며 이 나라에 돌려주었다. 그에 대한
고마움으로, 호수를 그 주인 이름 그대로 불렀던 것이다. 지금은 국가에서 관리하며 크리스마스 때는 이 호수에서 대형 트리를 조성한다. 대단히
크고 웅장한 크기이며, 호수에 담긴 이야기도 아름답다.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 곁에서 바라보니 정말 하트 모양이다. 이것은 높은 이 산정에서만
볼 수 있는 크나큰 선물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비경을 또 하나 발견한 듯 나는 큰 감동으로 가슴 깊이 담아간다.
* 1월의 강,
리우데자네이루
이곳에서는 ‘R'이 ‘ㅎ'으로 발음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리우데자네이루를
휘우데자네이루로 부른다. 현지 교포 가이드도 연신 그렇게 부른다. 축구 선수 호나우도 등이 그런 예이다. 원래 주민은 인디언이다. 바다를 강으로
알고‘1월의 강’이란 뜻으로‘휘우데자네이루’로 부르게 된 것은 이 땅을 최초로 발견한 포르투갈 남자에 의해서다. 1502년 1월 1일 포르투갈의
배가 처음 이곳에 도착하였는데, 그때 항해하던 사람이 이곳을 처음 발견하였다. 그는 대서양 바다 부근의 구아나바라 만을 강어귀로 잘못 알아
포르투갈어로 '1월의 강'이라는 뜻의 리우데자네이루, 정확히는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라고
이름 지어 불렀고, 그대로 지금까지 명명된 지명이다. 영국, 프랑스도 와서 차지하려고 싸웠는데 포르투갈이 이겨서 지배한 땅이다. 포르투갈
죄인들과 아프리카 흑인들을 데려와서 일구었다. 지배당한 역사는 어느 나라에 가든 공통이라는 사실을 브라질에 와서도 확인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에 얽혀있듯 브라질은 포르투갈에 얽혀 있다. 남미는 대부분 바다 건너 이웃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강한 힘에 영향을 받으며 역사가
형성된 것이다. 1555년 프랑스 인이 호수 근처에 상륙하여 식민이 이루어졌으나 프랑스와 포르투갈 사이에 쟁탈전을 벌여 1567년 포르투갈이
승리함으로 아직도 그의 잔재가 남아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강을, 강이라 불러도 아름다운 이름인데/ 바다를 강이라 불렀으니/ 나는, 그 이름 앞에
눈멀고 있다./ 일년 열두 달 중에서/ 가장 고요한 첫달로 바라본 그 사람을/ 더 사랑할 것 같은/ 이 땅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부른 이름,
1월의 강/ 아직도 그 뜻을 품은 리우데자네이루/ 산의 가슴벽을 파고들어/ 곱게 앉은 아씨/ 바다를 사랑하다가/ 떠나가는 바다를 그리워 하다가/
낭만과 고독과 평화를, 붉은 정열까지/ 토해내는 남미의 혼불 -김윤자 시 [1월의
강, 리우데자네이루] 전문
* 리우데자네이루의 두
해변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아파네마와 코파카바나 두 해변이 있다. 이 두 해변은 나란히 접해
있는데 도심과 이어지며 낭만을 선사하는 천혜의 자연이다. 규모는 코파카바나 해변이 3Km로 훨씬 크다. 코파카바나의 둥근 해변에는 고층 건물이
많다. 그러나 소박한 낭만은 아파네마 해변에 더 서려 있다. 외국인들은 코파카바나 해변을 선호하지만, 현지인들은 이파네마 해변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긴 백사장과 바다, 야자수를 바라보며 해변도로를 달린다.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해안가에는 고급주택가가 형성되어 있다.
이 지역 출신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이 명곡 <이파네마의 처녀>를
작곡해서 세계에 전파하여 이곳 해변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해변도, 거리도, 주변 시가지도 아름다워 세계적인 바닷가 휴양지가 되었다. 왕족
사촌이 식물학 박사였다. 그래서 독특한 식물들이 곳곳에 많다. 그가 나라에 기증해서 퍼진 것이다. 예수님 동산을 기차로 오를 때도 기이한 식물이
많았다. 드넓은
백사장에서는 공연도 하고, 축구, 배구, 테니스 경기도 한다. 유람선에서도 본 바다였지만, 바다 가까이 버스로 달리며 보는 바다는 또 다른
정경으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대서양에 면한 해변의 황홀한 비경이다. 오늘날 리우데자네이루는 세계적인 관광지, 휴양지인 코파카바나 해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양과 검은 색 모자이크 모양으로 장식한 산책길을 따라 호텔, 아파트 등이 늘어서 있다. 여행객을 위한 상점 등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일 년 내내 세계 각지에서 찾는 관광지다. 특히 카니발이 열리는 2월에는 관광객들로 절정을 이룬다. 나는 지금 그 해변을 달리며
조망하고 있다. 바다에 녹아들고, 백사장에 녹아들어 낭만 가득 찬 가슴은 훈훈한 서정으로 붉어지고 있다.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잘 생긴 두 여인/ 도시와 결혼한 바다 공주 자매라 하면/ 너무
뜨거운 이름일까/ 자비로운 시어머니와 지혜로운 며느리가/ 리우의 큰 울타리로/ 나란히 앉았다 하면/ 너무 무거운 이름일까/ 어찌 바다가 그립지
않겠는가/ 어찌 먼먼 바다 전설이 그립지 않겠는가/ 홀연히 바다를 응시하다가도/ 쉼 없이 찾아주는 걸음, 걸음에/ 함께 달리고, 함께 웃으며/
잘 여문 행복의 장을 연출한다./ 야자수, 십리 길목을 덩달아 춤사위로 환호하고/ 차들은 도시 이야기로 줄줄이 보답하고 -김윤자 시 [리우의 두
해변] 전문
* 슈가로프 산
슈가로프 산은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과 함께 리우데자네이루를 상징하는 거대한 천연의
돔형 화강암 바위산이다. 포르투갈어로는 팡데아수카르다. 아수카르는 설탕을 뜻하며, 팡데아수카르는 설탕 산이라는 뜻이다. 설탕가루를 수북이 쌓아
놓은 모양의 산처럼 보여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로는 이런 산을 슈가로프산이라고 부른다. 이곳 사람들은 외형으로 포르투갈의 빵을 닮아
빵산이라고도 부른다. 두 개의 산이 연결되어 있는데, 큰 산은 높이가 395m, 낮은 산은 220m다. 두 산이 리우데자네이루 항 입구
구아나바라 만 어구에서 명화를 그려낸다. 시내를 돌고 돌며 수없이 본 비경의 산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시가지를 아버지처럼 바라보며 지켜주는
산이다. 얼핏 보면 정말 오롯하게 세워 놓은 큰 빵 덩어리 같기도 하고, 강아지 형상 같기도 하다. 불쑥 솟아오른 산이 귀엽게도 보인다.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이것 말고도 곳곳에 회색의 크고 작은 화강암 바위산들이 독특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팡데아수카르, 즉
이곳 슈가로프 산이다. 자연이 리우데자네이루에게 선사한 축복의 산이다.
아직, 내 가슴에/ 리우의 숨결이 훈훈한 목숨인 것은/ 너 때문에/ 아버지 같은
숙명으로 우뚝 솟아/ 코파카바나 해변의/ 달빛 소나타 선율이/ 눈부신 유혹이어도/ 돌아서서 그리운 상념 지워버리는/ 포르투갈의 빵, 강아지/
달콤한 별명으로 널 흔들어도/ 눈먼 방랑자의 안식으로/ 허공의 티끌을 잠재우고/ 높아도 높지 않게/ 슬퍼도 슬프지 않게/ 이방인까지 보듬어야
하는 사랑보다 진한 고뇌/ 네가 보이던 것은/ 묵묵한 사내의 푸른 침묵뿐 -김윤자의 시 [슈가로프 산]
전문
* 슈가로프 산정에서 바라본 리우데자네이루
비경
리우데자네이루 곳곳에서 바라보는 슈가로프 산의 모습도 장관이지만, 슈가로프 산정에서
바라보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모습은 비경이다. 슈가로프 산정은 케이블카를 두 번 갈아타고 395m의 가파른 암벽을 올라간다. 케이블카가 1400m
구간을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이 케이블카는 1912년 건설되었다. 산정에 오르면 리우데자네이루와 구아나바라 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가파른 산을 첫 번째로 오른 자는 1817년 여자인데 30시간이나 걸렸다. 두 번째 포르투갈 군인이 올랐고, 1852년 미국인이 올랐다. 이렇게
힘들게 오르던 산을 지금은 케이블카로 쉬이 오른다. 해질녘 찾은 명소다. 고단한 여정을 높은 산정으로 살갑게 이끄는 케이블카가 고맙다. 산의
전신을 휘감아 오르며 저 아래 전개되는 리우 시가지와 해변의 비경을 본다. 저녁 무렵 산정에 올라 바라보니 석양에 물드는 리우데자네이루의 해안과
도시가 비경이다. 먼 나라에 와서 기이한 자태로 태어난 산을 만난다. 무어라 말 할까. 산과 바다와 석양이 만나 비단 수를 놓더라고,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하늘을 마시며 평화를 깔더라고, 이렇게 전하면 될까. 감성이 모두 일어서서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순간이다. 어느
곳을 바라보아도 리우의 땅은 비경이다. 굽어진 해안을 따라 늘어선 도심과 백사장, 푸른 숲이 명화로 새겨진다. 높은 산정은 잘 가꾸어져 있다.
기념품 가게, 휴게소, 야외 의자, 식물 전시, 모두 사람의 손이 이룬 부속물인데 산과 하나 되는 소중한 존재로 외인을 반긴다. 행복한 휴식을
만끽한 명소다. 해는 넘어가고 리우데자네이루 미항의 비경은 일어선다. 슈가로프 산정에서 바라본 리우 항구는 알알이 수놓는 불꽃 꽃밭이다. 바다를
깨우고, 산을 세우는 비경 앞에 나의 영혼이 깨어 일어선다. 세계 3대 미항은 장엄했다. 밤을 딛고 전개되는 불바다, 내려가자 하는데 돌아서지지
않는다. 오랜 기억 속에서 살아 일어설 미항의 야경이다. 점점 짙은 정열로 가슴을 채워주는 남미의 이 밤, 고운 추억으로 나의 생애 한 도막을
엮어 주리라.
* 공항으로 가며 본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침
오늘은 코파카바나 호텔을 떠나 아르헨티나로 간다.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에서 10시
20분 비행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룸을 나왔다. 4월의 날씨는 덥다. 에어컨을 켜도 땀이 난다. 로비도, 식당도, 모두 덥다. 구름
낀 날씨여서일까. 오히려 밖이 서늘하여 호텔 앞 거리에서 바람을 쏘였다. 공중전화가 모자를 씌워놓은 것 같이 예쁘다. 브라질과의 아쉬운
작별이지만 여행 마지막 무렵 이과수로 또 온다는 희망으로 그래도 즐겁게 떠난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침은 사람도, 차도 활기차다. 해변에는
출근하는 배가 뜬다. 싼 값에 타고 다닌다는 배다. 모두가 정겨운 표정들이다. 그 동안 본 리우데자네이루의 명소들이 상기되며 기억을 다져준다.
슈가로프 산, 즉 빵산, 이곳 이름으로는 팡데아수카르, 번갈아 듣던 저 산, 높은 산정에서 거룩하게 십자가 형상으로 서서 바라보던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님 동상, 이제 떠나야 하는데 아쉬움에 눈시울이 시려온다. 리우데자네이루와 니테로이 두 도시를 13km의 장대한 몸통으로 바다에 서서
이어주던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니테로이 다리, 위령탑 앞에서 유람선을 탔던 시간, 지금 그 아름다운 도로를 달리며 고운 장면들을 재생시킨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침은 레코드판의 회전처럼 여전히 고운 자태를 전시한다. 도심을 벗어나자 변두리에는 판자촌이 보인다. 여기는 가난한 자가 사는
곳이다.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런 저런 이국의 풍경을 보며 공항으로 달린다.
* 아르헨티나 이과수 공항
도착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에서
아르헨티나 공항으로 가서
아르헨티나 여행을 마치고 이곳 이과수 폭포가 있는 이과수 공항으로 왔다. 이과수는 원주민 과라니 족이 붙인 이름으로 큰물이라는 뜻이다. 이과수는
스페인어이고, 이구아수는 포르투갈어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이 지배하였으므로 이과수로 하는 것이 맞고, 브라질은 포르투갈이 지배했으므로 이구아수가
맞으나, 우리에게는 이과수가 더 익숙하여, 나는 이과수로 쓸 것이다.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두 나라에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아르헨티나 이과수로 왔다. 비행기는 아르헨티나 브에노스아이레스에서 2시간 남짓 날아 이과수에 도착했다. 아르헨티나 쪽의 이과수에 내려 아르헨티나
쪽에 있는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이과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공유하는 국경지역이어서 그렇다. 두 나라를 넘나들며 여행하는 것이 독특한
체험이다. 이과수 공항은 붉은 색깔 건물로 곱다. 푸른 나무들 물결이 넘실거려서 더욱 장관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렌트카를 보호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차량만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는 브라질 국경에서 브라질 버스로 환승하여 넘어간다.
* 이과수 폭포 가는
길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 파라나 주에서 발원한 이과수강과 아마존 남부에서 흘러온 파라나강과
만나면서 이룬 폭포다. 세계 3대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에 접한 나이아가라 폭포, 아프리카 잠비아와 짐바브웨에 접한 빅토리아 폭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의 국경에 접한 이과수 폭포다. 베네수엘라의 엔젤 폭포가 등장하여 요즈음은 엔젤 폭포까지 4대 폭포라 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두 나라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가 80%를, 브라질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아르헨티나 영토에 더 큰 면적으로 폭포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폭포를 브라질 쪽에서 보아야 하기
때문에,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로 기억시킨다. 두 나라에서 폭포를 보아야 하는데 하루에는 다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 내일은 브라질 이과수 폭포에 간다. 그 접경국인 파라과이에는 이과수 폭포가 없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이 세 나라가 이과수에
접해 있는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만 폭포가 있다하니, 신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게 더 축복을 준 것 같다. 아르헨티나는 1984년에, 브라질은
1987년에 이과수 폭포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였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2011년에는 이
지역이 전 세계7대 자연경이에 선정되었다. 오늘은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폭포 하나만 본다. 2700m의 넓은 둘레 안에 19개의 많은 폭포가 있는데 악마의 목구멍은 그 중
가장 웅장한 폭포다. 오늘 보는 악마의 목구멍 폭포, 이것은 보통 말하는 이과수 폭포는 아니다. 내일 보는 이과수 폭포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진짜
이과수 폭포다. 캐나다에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도 장관이었는데 기대된다. 브라질 국경까지만 데려다 주는 아르헨티나 버스에 탔다. 어느 곳이
브라질인지, 어느 곳이 아르헨티나인지 우리는 모르지만 이과수 폭포 가는 길은 그렇게 신비로웠다. 사방이 숲인 이과수 국립공원 사이로 길만 뽀얗게
열려 있다. 이과수 국립공원 안에서 중식을 했다. 일부는 걸어서, 일부는 열차로 폭포까지 간다. 이미 우리는 명소 안에 진입했고 잘 가꾸어진
건물 안에서 맛있는 고기 요리를 먹었다. 참으로 먼 곳에 와 있다. 풍경도, 문화도, 음식도 다른 타국이다. 웅장한 자연 속에서 전개되는 하나
하나의 값진 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 악마의 목구멍 폭포 가는
협궤열차
이과수
국립공원에서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기차를 탔다. 가스열차인데 창문이 없는 오픈된 낭만 기차다. 협궤열차를 타고 울창한 밀림을 가르며 달려간다.
나무들이 한가득 들어찬 길을 따라 갈 때, 숲의 속삭임과 이과수 국립공원의 붉은 흙이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아르헨티나는 주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헬리콥터 투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이 열차를 타야만 한다. 폭포 아래쪽을 도는 코스와 폭포 위쪽을 도는 코스가 있다. 지금 타고 가는
열차는 상류코스다. 악마의 목구멍 폭포로 가는 국립공원 입구에서 내린다. 그곳에서 다리를 걸어가면 폭포 전망대를 만난다. 20분 동안 깊은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달려 들어간다. 앞과 뒤로 마음대로 운행할 수 있는 기차다. 3Km거리다. 지금부터 폭포까지 3시간 코스로 다녀오는
여정이다. 꽤나 장엄한 장관을 찾아간다는 실감이 든다. 협궤열차는 남미의 우거진 숲을 아주 가까이 지나간다. 느린 속도여서 지세히 볼 수 있어
좋다. 그야말로 자연이 이루어낸 나무와 풀의 밀림지대다. 중간 지점에서 잠시 쉬고 또 달린다. 폭포를 보러 가지만, 그곳까지 가는 이 순간도
소중하다.
* 이과수 강
철다리
협궤열차에서 내려 숲길로 들어서자 강이 보이고 그 위에 놓은 철다리가 있다.
1100m 철다리다. 꺾어지고 휘어지며 이어지는 긴 철교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걸었다. 그저 강 위의 길이려니 했다. 그러나 한도막 한도막
지나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폭이 넓은 것도 대단하고, 그 강 군데군데 섬처럼 이어진 땅과 철교의 조화는 대단했다. 그리 높지 않아 바로
아래는 물이 보인다. 구멍이 뚫린 철망이어서 다 보인다. 양 옆도 강이다. 도란도란 흐르다가, 장엄하게 흐르다가, 또 이어지고 이어지는 강물,
그리고 철다리, 나는 대단한 자연과 대단한 인공이 만난 영역을 소슬하게 걷고 있다. 폭포 가까이 이르자 물안개가 하늘을 뒤덮는다. 발아래로는
푸른 강물이 흐르고, 위로는 괴성과 함께 뽀얀 물방울이 몸을 감싸 안는다. 빨리 보고 싶은 폭포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였다. 다리 끝 전망대에서
이과수강과 우렁차게 낙차 하는 악마의 목구멍 폭포를 만났다.
* 이과수 강
비경
이과수에서‘이’는
물이라는 뜻이고,‘과수’는 엄청나게 크다는 뜻이다. 이름에서부터 이과수는 엄청나게 큰물이라는 뜻이다. 전체 길이는 1320km로 남아메리카
파라나 강의 지류 중에서 가장 장대한 강이다. 이과수 강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국의 국경을 이루며 흐른다. 악마의 목구멍 폭포
앞에서 보는 저 이과수 강의 비경을 무어라 말할까.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본 온타리오 강과 비슷하다. 잔잔하게 흐르다가 웅장한 폭포를 낳던
그 강, 나는 지금 그곳이 연상된다. 이과수 국립공원의 나무와 숲 사이에서 자란 물은 드넓은 폭으로 흐른다. 물은 얌전히 흐르지만 저 아래 어느
곳 갈라진 절벽에 가면 웅장한 폭포를 낳는 것이다. 물은 숨겨진 힘을 쥐고 있다. 이과수 강의 수원지는 브라질 해안 산맥이며 브라질의 파라나
주에서 남동쪽의 파라나 강까지 흐른다. 서쪽으로 약 690km를 흘러 파라나 강에 합류한다. 합류 지점의 앞 25 km 지점에서 세계 3대
폭포의 하나인 이과수 폭포가 형성되었다. 상류에서 몇 km 지나지 않아 고원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이과수 폭포를 탄생시킨 것이다. 간간이 숲
무더기가 강 위에 섬처럼 떠 있다. 그 풍경 또한 장관이다. 강변의 숲도, 강 위의 숲도,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강도 장엄한
비경이다.
* 악마의 목구멍
폭포
이과수 폭포 중에서 아르헨티나 쪽에 있는 폭포다. 이과수 폭포 274개 중에서 가장
심오한 비경을 선사하는 폭포다. 긴 철교를 건너간 끝에서 만났다. 가는 길에 본 강물과 열대우림 길도 장관인데 폭포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붉은 물이 목구멍 형상으로 굽이쳐 우렁차게 떨어진다. 괴력의 소리를 쏟아내며 입을 벌린 악마를 연상시킨다. 말발굽 모양으로 둥글게 돌아 흐르는
150m 둘레에서 80m의 길이로 낙차 하는 폭포다. 아래는 분무하는 물안개가 솟구치고 사방은 온통 물보라다. 얼마 전 영국 남자가 뛰어들어
나오지 못했단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악마의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이다. 죽음의 물속인데 나비처럼 사뿐히 몸을 날리면 육체와 영혼이
잠시 폭포 속에서 떠돌며 유희하다가 다시 폭포를 따라 올라올 것 같은 환상이 뇌리를 스친다. 그 남자도 그런 순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뿐이다. 죽기 위해서가 아니고, 폭포와 살기 위한 욕망이 바로 그 웅장한 폭포와 동화된 것뿐이다. 아득한 바닥이 잘 보이지도 않는, 용솟음치며
끝없이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물보라가 지상이 아닌 천상의 하모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물보라는 사람들의 몸을 뒤덮어 비옷을 입었는데도 아랑곳없이
전신을 적셔버린다. 장대한 폭포를 눈뜨고 바라보는 것도 아찔하지만 현란한 물보라가 소나기처럼 난무하여서 두 눈을 자꾸 외면하게 만든다. 아래로는
크고 작은 물줄기들이 신비로운 자태로 뒹굴며 흘러내린다. 신은 그 어떤 손이 있어 이과수 땅 한덩이 뚝 잘라내어 저토록 비장한 폭포를 지어낸
걸까. 철다리 전망대에서 바라보며 신의 경지로 흡입되었다. 이과수 협궤열차로 다시 하산하여 내려왔다. 울창한 우림 곁으로 열차가 간다. 붉은
황톳길도 비경이다. 강가 나무들도 아름답다. 그 사잇길로 열차는 계속 달려 내려간다. 비에 젖은 나무에 여심도 시심도 젖는다. 이과수의 흙은
모두 붉다. 열차로 오르면서, 내려오면서 바닥의 붉은 흙을 보았다. 주황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이곳만도 아니다. 곳곳에서 그렇다. 남미의
땅은 대부분 기름진 토양이다. 폭포도, 토양도 우거진 천혜의 자연이 이루어낸 값진 소산이다.
수천, 수만 마리의 나비 떼들이/ 사르르, 사르르 흐르다가/ 절벽을 만나면/ 최대의
몸짓으로, 천상의 환희를 연출하고/ 남미의 기름진 흙의 피를 섞어/
세운 붉은 물기둥은/ 고뇌를 굴리며, 사나운 악마의 목구멍을 재현하고/
오랜 시간 동침해온/ 선과 악의 기막힌 조화/ 감각을 마비시키는 두 상념의 절규에/
사람들은 흡입되어/ 촌각의 순간에도, 우주의 이탈을 수없이 꿈꾼다./ 다시 부활하는 나비들/ 다시 일어서는 나의 생명/ 이과수 폭포의 이 장엄한
머리 앞에서/ 삶과 죽음을 논하거나/ 생물과 무생물, 인간과 자연을 구분 짓는 것은/ 부끄러운 독설이다. -김윤자의 시 [악마의 목구멍
폭포] 전문
*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
관계
이과수 강 반을 갈라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국경선이 있다. 1300m 폭의 장엄한
강이 반은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인 악마의 목구멍으로, 반은 다리 밑으로 흘러 브라질에 있는 이과수 폭포를 만든다. 오늘 아르헨티나에서 보았던
악마의 목구멍 폭포는 이과수 폭포 전체의 1/3에 해당 된다. 이과수 폭포는 지팡이 형상인데, 지팡이 손잡이 부분이 악마의 목구멍 폭포이고,
지팡이의 긴 아랫부분이 브라질 이과수 폭포다. 아르헨티나 악마의 목구멍 폭포에서 이어지는 브라질 이과수 폭포의 총 길이는 2700m다. 그 긴
폭에 크고 작은 브라질 이과수 폭포를 바로 이과수 강이 이루어냈고, 그 사이에 두 나라의 국경선이 있다는 사실이다. 강은 또 하나의 위대한
역사를 쌓고 있었다. 그런데 악마의 목구멍 폭포는 브라질 영토에 속한 것이고, 그 나머지 긴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 영토에 속한 것이다.
그런데 자국의 폭포를 상대편 국가에서만 조망이 가능하다하니 참으로 기묘한 위치에 두 나라의 폭포가 놓여 있다. 브라질은 악마의 목구멍에서 약간만
폭포를 갖고 있는데 그 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아르헨티나고, 폭포의 나머지 부분은 모두 아르헨티나 영토에 있는데 악마의 목구멍에서부터
시작하는 그 긴 2700m의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 영토에서만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열차를 타고 이과수 강을 철교로 건너서
아르헨티나에서 악마의 목구멍인 이과수 폭포 최상단을 본 것이다. 물이 정상적인 수량일 때 제대로 보인다. 기후도 이런 날처럼 겨울 기후일 때
관광하기 좋다. 한 달 전만 해도 48도~50도였단다. 습도는 80%여서 완전히 사우나하며 보았단다. 우리는 비가 촉촉히 내리는 늦가을, 잘 본
것이다. 두 나라의 사이좋은 길을 잇는 이과수 폭포다.
*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 국경을 넘어가는
육로
이과수
국립공원 입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린다. 비행기로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고 육로를 따라 버스로 넘는다. 여권을 모두 거두어 한데 모아 가지고
검문소로 갔다. 출국과 입국 모두 육로이어도 철저히 한다. 남미의 국가 간 국경을 육로로 넘는 것도 이색체험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두
나라의 관문이 있다. 아르헨티나 출국신고를 마치고 바로 브라질 입국 사무소에서 입국카드를 받아 작성하여 제출한다. 입국신고는 여권과 함께
개별적으로 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가 수속을 밟았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출국시 꼭 여권에 도장이 있어야 입국이 수월하다. 지금 만약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라질 출국 도장이 없으면 지금 다시 입국이 어렵다. 얼마 전 20명 한 팀이 리우 출국 도장이 안 찍혀 모두 연방 경찰차로
경찰서에 끌려갔단다. 24시간 근무, 48시간 휴식하는 이곳 경찰들이다. 그런데 우리 일행 중 1명이 그 중요한 출국 도장이 없어 큰일이었다.
다행히 쉽게 처리되었는데 그 이유는 연방경찰의 고단한 업무로 힘이 들어 오래 끌지 않고 바로 끝내 주었다는 것이다. 이민 행정처리로
통과했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웃었다. 남미는 그렇게 법은 잘 되어 있는데 행정이 어눌하단다. 아무튼 이것도 세계 여행시 알아두어야 할
큰 체험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이루는 이과수 강 국경다리를 건너서 브라질로 진입했다. 어스름 저녁, 벌써 어둡다. 오후 6시
40분인데 이곳은 겨울로 가는 계절이기 때문에 낮이 짧다.
* 브라질 이과수 도시
도착
브라질 이과수 도시에 도착하였다. 조그만 상업도시로 인구 30만 명인데 75%가
관광업무에 종사한다. 석식은 이탈리아식 음식으로 먹었다. 이 지역은 해물이 없다. 바다에 가려면 800Km 가야 된다. 나는 식사보다 이과수
도시의 야경을 빨리 보고 싶어 서둘러 마치고 나왔다. 건물보다 나무가 먼저 들어온다. 아님 도시 자체가 나무로 이루어진 걸까.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고 간간이 차가 지난다. 불빛이 곱다. 정열로 뿜는다. 이과수 도시의 야경을 보고 있을 때 도로변에 약국이 있다. 브라질 이과수 약국이다.
나의 아들은 약사다. 그래서 세계 약국에서 약국 간판이 보이면 반갑기도 하고, 약국 상호 표기가 신기하여 유심히 본다. 녹십자 간판과 함께
FAMACIA로 걸려 있다. 유럽에서 본 것처럼 알파벳 첫 글자가 P가 아니고 F다. 오늘밤 아주 가까이에서 브라질의 약국을 본 것은 내게 있어
큰 행운이다. 내일은 파라과이 인디오촌에 간다. 파라과이에 다녀와서 오후에는 브라질 이과수 폭포를 관망한다. 양산, 우의, 잠바를 준비해야
한다. 국립공원 비포장도로 3Km를 가서 보트 타고 강줄기를 거꾸로 거슬러 폭포까지 갈 것이다. '물보라'라 하지 말고 '물벼락을 맞으러
간다'고 90세 할아버지가 하라고 했단다. 배가 지붕이 없어서 우의가 없으면 속옷까지 젖는단다. 유의사항을 들으며 저녁 8시, 어두둠 속에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이 화사하다. 이과수 공원에 온 고객을 위해 마련한 아름다운 공간이다. 모두 그렇지만 이 밤, 나는 참으로 행복한 나라의
품에 안겨 있다.
* 브라질 이과수 폭포 가는
길
브라질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서 버스로 국립공원 안까지 들어간다. 입장권을 가지고
들어간다. 이과수 변두리 지역에는 푸른 초지가 눈앞에 전개되기도 하고 야산의 숲도 보인다. 이과수 폭포는 1억 4천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
용암이 두 번 흘러 이중 폭포를 형성시켰다. 그 용암 주변에 폭포가 흐르고 사이, 사이 풀이 돋아 장관이 되었다. 이과수 관광청에 등록한 버스만
공원 진입이 가능하다. 삼형제 폭포도 있다. 남미의 48%가 브라질이다. 브라질에는 국립공원이 55개 있다. 그리고 나머지 52%는 12개국이
소유하고 있다. 브라질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의 대표 명소다. 버스로 10분 동안 가서 도보로
1300m를 걸어가며 폭포를 관람한다. 폭포 끝에서 전망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높이만큼 오른다. 아르헨티나 쪽 폭포를 보는 것이다.
색깔이 붉으면 물의 양이 많다는 것이다. 물보라로 우의를 들고 갔다. 이과수는 한국의 제주도 면적 크기이다. 원래 토종 나무만 있었다. 공원의
이종 나무를 제거할 때 트럭 20대 분량이 나왔단다. 얼마나 큰 밀림 숲인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점점 보고 싶어지는 이과수 국립공원, 이과수
폭포다.
* 이과수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
이과수
국립공원
안에서는 여러 종류의 동물을 만난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대표로 코아티(꽈치)가 있는데 덩치가 작은 동물이다. 코아티는 인디오 말이다.
꼬리 빼고 몸통만 50~60Cm다. 너구리과의 동물로 발이 4개이며 잡식이다. 음식물을 주지 말아야 한다. 발톱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음식을
빼앗아 먹으려고 뛰어올라 할퀸다. 떼 지어 무리로 다닌다. 프랑스 여인이 미아가 될 뻔 했단다. 여권 든 가방을 물고 도망 가버려서 그렇게
되었단다. 절대로 가방을 놓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비닐 소리가 나면 먹이인 줄 알고 온다고 주의하란다. 코아티는 관리를 소홀히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코로 구멍을 판다'는 뜻의 동물이다. 뿌리를 먹는 동물이어서 코와 구멍이라는 뜻의 언어다. 철저히 자연을 보호하는 영토, 이과수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걸어서 이과수 폭포까지 가는 동안 코아티란 녀석을 만날까 두려웠다. 또한 보고 싶기도 했다. 다행히 나타나진 않았지만
안내판 그림을 보니 꽤나 영리한 모습이다. 안전한 곳으로만 사람이 다니도록 길을 내어 그리 위험한 사파리 투어는 아니다.
* 이과수 폭포
비경
이과수 국립공원 산언덕에 접어드니 강 건너편에 하얀 줄 폭포가 보인다. 암석과 섬
때문에 20여 개의 폭포로 갈라져 갈색에 가까운 많은 양의 물이 낙하한다. 이과수 폭포는 남아메리카 파라나 강의 지류인 이과수 강의 하류에 있는
거대한 폭포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지대에 있다. 이과수는 이 지역 원주민인 과라니족의 언어로‘큰 물’또는‘위대한 물’이라는 뜻이다.
원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이 폭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1541년에 에스파냐의 탐험가가 발견하면서부터다. 식민지 시대에
탐험되어 산타마리아 폭포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도에는 1892년부터 실리기 시작했다.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폭포의 끝선이 다가온다.
아르헨티나에서 본 폭포는 악마의 목구멍 폭포이고, 지금 보는 폭포는 이과수 폭포다. 브라질 파라나 주 남부 이과수 강이 파라나 강과 합류하는
지점에서부터 36km 상류에 있다. 이과수 폭포의 상류 파라나 고원은 현무암 용암대지다. 용암대지는 단층운동이 잘 일어나는 특성으로, 고도가
급변하면서 폭포가 형성된 것이다. 이런 지형적 특성과 방대한 유량으로 폭포는 시간이 지나며 형태를 바꾸고 있다. 약한 지대가 침식되면서 폭포가
점점 상류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100년간 약 30㎝씩 상류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다. 푸른 나무 숲 사이로 그려내는 하얀 목숨들, 너를 만나기
위해서 아시아인은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이곳에 온 것이다. 너비 4.5km에 평균낙차 70m다. 폭포 전체는 60m~82m의 낙차를 이룬다.
크고 작은 폭포의 수가 275개에 이른다. 계절마다 강수량이 다르고 물의 양에 따라 떨어지는 물줄기의 수도 150~300여 개다. 낙차 하는
폭포의 물은 초당 1,000톤으로 엄창난 수량이다. 너비와 낙차의 개수만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다. 너비와 낙차가 나이아가라폭포보다 크다.
서막인데, 이제 겨우 첫 손가락 연주일 뿐인데 사람들은 감탄한다. 이과수 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하며 걷고, 또
걷는다. 산길은 온통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있어 폭포와 절경을 이룬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양국이 함께 합심하여 폭포 주변과 인근 밀림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내가 이곳에 섰다는 것에 대하여 기막힌 환희다. 이 순간 벅차오르는 심장이 함께 뛰어 내린다. 악마의 눈,
악마의 목구멍, 악마의 발, 악마의 몸통, 무어라 해도 아름다운 이름이다. 긴 도로를 따라 오르며 물의 유혹을 본다. 초록 나무 물결과 물보라가
천상의 하모니다. 내 생애 이토록 황홀한 비경 앞에 섰다는 것에 대하여 목숨이 뜨겁다. 내가 정녕 살아 있구나. 숨 쉬는 의미를 여기서
깨닫는구나.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지 않는 폭포, 오를수록 점점 큰 위용으로 용트림한다. 브라질에게 신은 지상 최대의 축복을 선사했다하여도
지극히 타당한 표현이라고 나는 외친다.
서막의 여인은 목련꽃 같았지/ 꽈치란 녀석이/ 정글 속에서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 보드라운 줄폭포의 연주에 잠들었어/ 숲속 산길을 점점 오르며/ 어느 한순간 지치지 않고 낙차 하는/ 질긴 뚝심의 심장들이/
포성으로 줄줄이 늘어나고, 그때부터/ 속진이 증발되는 적멸/ 저 백설의 뼈로 세운 물기둥과 닮아가지 않으면/ 결코 마주할 수 없는/ 담담한
과녁에 입성하고, 철교가 이끌고 간/ 폭포의 정수리에서/ 영혼으로 우는 절정의 통곡을 들었지/ 그것은 고독한 성찰로/ 완성되는, 마지막 무대의
성녀/ 얼음꽃 태우는 어머니였지 -김윤자 시 [이과수 폭포]
전문
* 이과수 폭포
전망철교
이과수 폭포를 잘 조망할 수 있도록 산길 곳곳에 전망대도 마련해 놓았고, 폭포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 있도록 전망철교도 설치해 놓았다. 폭포를 바라보며 산길을 걷다보면 폭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전망대를 여러
곳에서 만난다. 그곳에 서면 폭포와 사람은 하나로 포개지며 깊은 환희에 젖는다. 이런 전망대는 하나가 아니며 1300m, 그 긴 산길 곳곳에
설치해 두었다. 조금 강물 쪽으로 들어간 지점에 설치되어 있어서 폭포는 바로 눈앞에 있다. 강폭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굽이쳐 흐르는 물결도
비경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줄 서 있다. 폭포 속에 나를 넣고, 하나의 영혼으로 그려내는 명화를 완성하는 순간이다. 산길의
끝부분에 다다르니 폭포를 향해 긴 철교가 놓여져 있다. 이곳 폭포 전망철교는 폭포의 상단에 놓인 철교다. 산길에서 벗어나 이과수 강을 타고
이과수 폭포 앞까지 가는 다리다. 사람은 영리하여서 위험하지 않을 만큼 아주 가까이 신적 자연과 만나도록 주선한다. 장엄한 폭포가 연출하는
물보라의 물안개가 자욱한 길을 살포시 열어주고, 강을 따라 꺾고, 또 꺾어지는 철교를 구비, 구비 건너간 곳에서 어제 보았던 악마의 목구멍
폭포를 만났다. 이곳이 이과수 폭포의 발원지이며 지축을 흔드는 굉음으로 탄생되는 지상의 자궁이다. 철교는 어머니처럼 사람과 폭포를
아우른다. 하얀 분무, 신의 하얀 춤사위, 세상모르고 휘도는 물의 영혼들, 정녕 이곳이 땅 위 세계인가. 분간하지 못할 만큼 사위를 떠도는 물
알갱이들이 가벼워야 얻는 축복을 선사한다. 다 버리라 한다. 빈 날개로 날으라 한다. 두려움을 지우라 한다. 저 높은 곳에서 우르르 뒹굴어
떨어지며 절망도, 욕망도 깨어지고 솟구치는 물보라는 천상의 순수다. 저 모습 하나만 보듬어 가도 나는 이과수를 다 본 것이다. 영혼으로 우는
이과수 폭포를 만났으니 나의 심장은 무거운 연륜을 지우고
있다.
누군가 내 등을 밟고 가서야/ 영광을 만난다면/ 나도 너처럼 강물 위에 몸을 내어줄까/
오직 너만이 알아들을 것 같은/ 열광적인 물들의 토로/ 얼마나 낮아지면 우주의 음성을 알아들을까/ 나도 너처럼 허물어져가는 육신을/ 서러워하지
않으면/ 바늘구멍만한 귀라도 열릴까/ 살아 있다고, 그렇게 언어를 내뱉던 입이/ 살아 있다고, 사방으로 굴리던 두 눈이/ 지금 이 순간
봉하여졌으니/ 지극한 평화, 아버지 같은 마른 뼈들의 이음줄 위에서/ 함묵으로 굽이굽이 꺾어지는 발목 위에서/ 장엄한 물의 고지 앞에 나를
세웠으니/ 누군가 나의 독한 희생이 있어야/ 갈망의 세례를 받을 수 있다면/ 나도 너처럼 아낌없이, 물 위에 목숨을 띄울까 -김윤자 시 [이과수
폭포 전망철교] 전문
* 이과수 폭포
보트투어
이과수 폭포를 끝까지 보고 엘리베이터로 전망대에 올라 다시 버스로 이동하여 폭포
하단의 강가에 내렸다. 이제 이과수 폭포를 거슬러 오르며 아주 가까이 가는 보트투어를 위해서다. 구명조끼를 입고, 심한 물보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소지품이 든 가방은 비닐 백에 꼭꼭 쌌다. 신발, 양말을 벗어 놓고 맨발로 탔다. 우의로 무장했는데도 여권이 든 가방이 젖을까
걱정된다. 카메라는 가슴 깊이 보듬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이과수 강을 따라 유유히 질주한 보트가 거대한 폭포 앞에 잠시 멈춘다. 노를
젓는 남자는 노련한 솜씨로 서서히 폭포의 물줄기를 향해 방향을 튼다. 저 폭포를 배회하겠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도 안개 속의 숙녀호는 말발굽
호슈 폭포 앞에서 잠시 조망하도록 하고 되돌아 왔으니, 이곳도 그리하겠지. 그러나 그건 달콤한 환상이었다. 사람들의 탄성과 괴성이 하늘을
찔러도, 보트는 아랑곳없이 폭포의 물줄기 속으로 진입한다. 구멍 난 하늘에서 천상의 물이 다 쏟아 내리듯, 온몸에 폭포의 물줄기가 휘감아
내린다. 물보라가 아니라 물을 쏟아 붓더라고 전하라던 어느 할아버지의 말처럼 폭포는 바로 머리 위에서 춤추며 장엄한 춤사위로 내리 꽂힌다.
남자는 처연한 자세로 보트를 옆으로 기울이며 기교를 부린다. 흔들리는 보트에서 사람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폭포 속을 넘나들며 사람보다 더 신난
것은 보트다. 폭포의 전경을 보여겠다고, 충성하는 보트에게 순간, 순간 감사하기도 했다. 아득한 천상에서 투신하는 물줄기들, 그 최상단 악마의
목구멍까지 눈앞에 전개된다. 두려워야 할 순간인데 사람들은 웃고 있다. 나도 함께 힘차게 웃고 있다. 여기서 세상의 욕심과 번뇌와 절망은 존재할
수 없고, 무아의 찬란한 유희만이 전신을 다스린다. 보트투어로 보낸 30분 동안 폭포와의 시간은 장엄했다. 이것이 이과수 폭포다. 슬픔이거나,
두려움이거나, 이런 비열한 단어는 존재할 수 없는 가장 고요한 영역, 그래서 세계인의 걸음이 끊이지 않는 사유를 꺼이꺼이 외치고
있다.
아득한 천상에서 투신하는 물줄기들/ 악마의 목구멍까지 보이는데/ 두려워해야 할
순간인데/ 사람들은 웃고 있다. 나도 힘차게 웃고 있다./ 이것이 이과수 폭포란다./ 슬픔이거나, 두려움이거나/ 이런 비열한 단어는 존재할 수
없는/ 이탈, 고요한 성역/ 하얀 분무, 신의 지상귀환, 알알이 쪼개지며/ 다 버리라 한다./ 빈 날개로 날으라 한다./ 우르르 뒹굴어 떨어지며
절망도, 욕망도 증발되고/ 황홀한 물의 유혹에/ 나의 심장은 무거운 연륜을 지우고/ 굉음으로 탄생되는 지구의 자궁 속을 넘나들며/ 뜨거운 목숨을
본다. -김윤자 시 [이과수 폭포 보트투어] 전문
* 미꾸꼬 사파리 투어
차량
보트 투어 후, 다시 이곳에 타고 들어왔던 미꾸꼬 사파리 투어 차량으로 정글을 헤집어
나온다. 뚜껑이 없는 차다. 의자가 촘촘이 박혀 있다. 세계인이 함께 앉아 한마음이 되는 순간이다. 기차처럼 길다. 20년 된 관광코스를 쉼
없이 달려 다닌다. 귀엽기도 하고, 철인처럼 강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과수 강은 1320Km다. 파라나 강이 4600Km인 것에 비하면 짧지만
장엄한 규모의 강이다. 그 만큼 숲도 장엄하다. 이과수 국립공원의 정글을 미꾸꼬 사파리 투어 차량으로 뚫고 나올 때 사방은 나무로 둘러쳐 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길도 방향도 제시하지 않는 이과수 국립공원 깊숙한 숲 터널이다. 금방 사방에서 야생 동물이 튀어 나올듯하여 무서운
공간인데 차량과 많은 사람이 함께 가는 길이기 때문에 진정된다. 그야말로 밀림지대다. 인간의 호흡이 닿지 않은, 인간의 숨결을 거부하는 숲의
오롯한 영토다. 나무 사이로 가끔씩 하늘이 빠끔 뚫려 빛이 잠시 들어오곤 한다. 그것도 작은 구멍이다. 다듬지 않은 초자연의 숲에서 동화 속
소년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원시의 미로다. 잠시 지나는 길이지만 온몸이 순수한 공기로 다시 태어나는 순결한 체험이다. 사파리 차를 타고,
다시 짚차를 바꿔 타고 갔다. 관광안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보트 투어로 다녀온 이과수 폭포의 비디오를 시청했다. 보트 투어시에는 많은 물의
양으로 물보라가 심하여 아무도 영상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곳 관광사무소에서 제작하여 제공하여 보여준다. 비디오를 보며 그 당시의 내
모습을 영상 자막으로 본다. 여행객에 대한 큰 배려라는 생각이 들며, 고마웠다. 흔들리고, 출렁이며 물과 하나 되는 순간들이 TV 모니터에
그대로 생생하게 재현되며 뜬다. 다시는 이루어지지 않을 여정이기에 소중히 보고, 몇 장면은 사진으로 찍어
왔다.
여기서는, 하늘이 땅이고/ 땅이 하늘이다./ 정글 밖에서/ 땅을 내려 볼 때
편안했다면/ 이곳에서는/ 하늘을 올려 볼 때 편안하다./ 두려움, 행복한 두려움/ 미꾸꼬 사파리 투어, 오픈 카/ 한 뼘의 의자에 앉아/
꺾어지고, 휘어지며 뱀의 등짝 같은 길을/ 오싹한 소름으로 달릴 때/ 차라리, 짙은 어둠은/ 세상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무한의 순수/ 출발
정점에 세운다./ 가벼워진 눈으로/ 이파리들 사이, 사이 찬란하게 분무하는/ 빛을 담으며/ 고요한 겸손으로 허물을 벗는다. -김윤자 시
[이과수의 정글 투어] 전문
* 이과수 시가지
투어
이과수 시가지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이다. 2~3층의 저층이다. 도심이 작다.
호텔과 상가가 많고 나무도 많아 야경이 곱다. 건물, 백화점이 거의 단층이다. 5층 이상이면 엘리베이터가 있고, 5층 이내면 없다. 그래서
이과수의 엘리베이터는 단 한군데, 공항에만 있다. 학생들이 견학 오는 곳이다. 이과수 중심도로를 지났다. 거리는 짧지만 화려하다. 전깃줄을
지하에 매설하여 건설한 길이다. 관광객을 위한 도로인데 치안이 미비하여 못 온다. 낭만의 거리를 내리지 못하고 버스로 지났다. 말을 타고
순시하는 경찰도 보았다. 현대와 과거가 접목된 풍경이다. 골목을 기동성 있게 다니기 위해서란다. 나의 눈에는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데
이곳의 고단한 생활상이라니, 담장 너머 이과수 도시의 아픈 살점 하나 보는 듯하다. 위대한 자연 유산을 지키기 위한 브라질의 큰 노력이다.
크고, 작은 길을 따라 돌며 잘 가꾸어 놓은 도시를 다 보았다. 이과수 시민들은 순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길을 물으면 데리고 가서 알려 줄
정도다. 대부분 유럽계 민족이다. 오늘 먹을 것만 있으면 행복을 느끼며 산단다. 전쟁, 태풍, 지진이 없어 평화롭다. 내일 걱정을 안 한다.
항상 즐겁게 산단다. 이런 대목을 어떻게 이해할까. 기본적인 자연자원이 많아서 그렇게 삶이 형성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런 이과수 폭포가 한국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황홀한 환상을 해보았다. 아니 내 조국에는 단 몇 줄기 폭포라도 좋다. 그 많은 장엄함을 다 소유하진 못하더라도 어느
날 신이 내려와 세계인이 놀랄 눈으로 바라볼 자연유산 하나 만들어 주었으면 싶다. 그래서 이과수 시민들처럼 조금은 마음을 비워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만 욕심내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내 조국을 꿈꾸어 본다. 이과수 인디오 테마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내일이 인디오의
날이란다. 그래서 오늘이 축제의 날이다. 건물도 곱고, 분위기도 아름답다. 음식도 좋지만 테이블의 꽃과 주변 실내정경이 대단히 우아하다.
뷔페식으로 고기, 야채, 과일 등이 많이 나온다. 마지막 이과수의 만찬이다. 아주 맛있게 많이 먹고 가란다. 이제 언제 또 오겠는가. 남미의 이
고운 영토를-. 순간, 순간이 아쉬움이다. 정성껏 베풀어주는 남미 이과수 인디오 식당의 손길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보는 것만 여행이 아니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음식, 기후까지 담아가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세계여행이기 때문이다. 이 밤, 참으로 아름다운 브라질의 마지막
여정이다.
* 상공에서 본 이과수
국립공원
새벽 일찍 눈을 떴다. 빗소리에 창문을 여니 온통 물 범벅이다. 아, 우리는 어제
이과수 폭포를 축복의 날씨 속에서 잘 보았구나. 감사했다. 오늘은 상파울로로 간다. 우리가 떠나는 시간에는 비가 멈췄다. 시가지와 호텔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목조 호텔, 예술적인 선, 색조, 모두 아름답다. 이과수에 온 외객을 위해 포근한 숙소다.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여전히
아름다운 이과수 시가지다. 먼 후일, 그리워질 때 기억을 쉬이 꺼내려고 자꾸 보며 스쳐 지나가는 창밖의 정경을 꼬옥 담고 있다. 뇌리에,
가슴에, 사진기에, 예쁜 건물과 웅장한 들녘을 고운 시선으로 저장하며 이별을 고했다. 이과수에서 상파울로 행은 국내선이라서 1시간 50분
소요되므로 기내 중식이 충실하지 않아 공항에서 식사를 했다. 고기도, 과일도 맛있다. 그런데 뷔페식당 위 벽에 마늘이 걸려 있다. 지난 저녁식사
때도 마늘을 먹었는데 이곳에서 마늘을 또 본다. 반갑고 신기했다. 한국과 음식이 유사한 걸까. 맛도 매운 것이 동일했다. 타국에서 내 조국의
것과 같은 마늘을 보다니 잠시 뜨거운 향수가 밀려온다. 브라질 전통 바비큐 슈라스코를 맛있고 풍성하게 먹던 기억도 떠오른다. 고기를 긴 꼬치에
꿰어 구워서 식탁 위 접시에 직접 썰어서 주던 음식이다. 이 나라에서는 제일 싼 것이 고기와 과일이다. 콩과 쌀이 주식인 나라인데 특히 고기는
싼 값이라서 식당마다 넉넉히 나온다. 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여서 마늘을 요리에 사용하는가 보다. 공항의 식사는 떠나는 외객에게 고운 손길이었다.
중식 후 비행기에 탑승하여 이과수 공항을 출발했다. 공항에는 삼성광고가 곳곳에 크게 있다. 자랑스럽다. 한국의 높은 위상이 휘날리고 있다. 이제
푸른 물결 넘실대는 브라질의 이과수와 이별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깨닫고 간다. 포근한 남미,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지상은 푸른 물결이다. 모두 초록이다. 제주도 면적에 해당하는 이과수 국립공원 정글이다. 좀 더 날아오르자 이과수
폭포의 흰 물보라가 피어오르고 이과수 강줄기가 보인다. 넓고 긴 1320Km의 이과수 강이다. 이과수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며 거대한 위용으로
흐른다. 어제 내가 저곳 어느 한마디를 지났다고 생각하니, 또한 저 이과수 폭포 앞에 섰었다고 생각하니 내 가슴과 내 지혜가 커지는 듯하다.
이런 대륙도 있구나. 비행기를 타고 바라본 땅 전체가 푸른 정글, 산도 아닌 평지인데, 식물은 사람의 손을 벗어나 마음대로 살고 있다.
엉키면서도 질서 있는 저 자연, 평화로운 삶을 내 기억 창고에 담아간다. 상파울루 공항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행 비행기로 환승한다. 남미
여행을 마치고 아프리카로 가는 것이다. 한국의 반대편 대서양을 완전히 횡단하는 것이다. 신기한 하늘 길이다. 이제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 귀국할
것이다. 찬란한 열정과 장엄한 폭포의 함성으로 가슴과 뇌리를 훈훈하게 달구는 브라질은 오랜 기억 속에서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김윤자
약력:충남보령
출생, 공주교육대학교 졸업, 교직생활, 2000년 조선문학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서울서초문인협회 이사, 세계여성문학관 회원, 충남문인협회 이사, 서울시정일보 편집위원, 작가와문학 편집위원, 시집<별 하나 꽃불 피우다>, 한국명시선집<새벽을 여는
종소리>, <해뜨는 지평선에서>, 공저시집<살구꽃 피는 고향 언덕>외 동인지다수, 황희문학상, 한국은유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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