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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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서 땅 시월이면 눈이 한자 넘게 쌓이리니
겹겹 휘장 부드러운 담요에 손님을 잡아두고는
삿갓 모양 뜨거운 솥뚜껑에 벌건 노루고기 구워
나뭇가지 꺾어서 냉면에 퍼런 배추절임 먹겠지.
西關十月雪盈尺
複帳軟氍留款客
笠樣溫銚鹿臠紅
拉條冷麪菘菹碧
- 丁若鏞 ‘戲贈瑞興都護林君性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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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은 추운 날 먹어야 더욱 맛이 있습니다. 냉면은 18세기 무렵 西道에서부터 유행한 듯합니다. 柳得恭이 평양의 풍속을 시로 노래한 ‘西京雜絶’에서 “냉면 때문에 돼지 수육 값이 막 올랐다네(冷麪蒸豚價始騰)”라 하였으니 냉면에 넣을 돼지고기 값이 폭등할 정도로 냉면이 유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李勉伯이 개성의 풍물을 노래한 ‘箕城雜詩’에서는 “얼음 넣은 냉면에 뜨끈한 홍로주(冷麪氷入紅露熱)”라 하였으니, 개성의 홍로주와 냉면의 궁합이 소문났던 모양입니다.
丁若鏞은 1798년 황해도 瑞興으로 부임하는 사또를 보내면서 시를 지어 냉면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을 부러워하였습니다. 눈 덮인 겨울 따뜻한 실내에서 솥뚜껑에 노루고기를 구워 먹습니다. 東國歲時記를 보면 숯불을 화로에 피워 놓고 삿갓 모양의 솥뚜껑을 올린 다음 쇠고기에 갖은 양념을 하여 둘러앉아 구워 먹는 것을 煖爐會 혹은 鐵笠圍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배추절임 곁들인 냉면 한 사발을 먹습니다. 丁若鏞의 후학 趙斗淳이 마포에서 지은 시 ‘풍악소리 서쪽 누각에 요란하게 울리는데, 소나기에 저녁바람 불자 가을처럼 시원하네. 옆집 고운 여인이 새로 배운 솜씨를 발휘하였기에 평양냉면이 사람의 목구멍을 시원하게 하네(笙簫迭發鬧西樓 驟雨斜風颯似秋 賴有芳隣新手法 箕城冷麵沃人喉)’라 한 것을 보면 19세기 무렵에는 서도의 냉면이 한양에까지 들어온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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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天 池古瓮
첫댓글 우리 죽기 전에 모란봉 인근에서 평양냉면을 먹어보고 이 세상 하직해야 할텐데! 감사
좀 있으면 평양물냉면을 먹을 거 같은데 건강하슈 그래야 기다린 보람이 있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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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맛 땡기게 하는 글 , 겨울에 먹는 냉면 맛도 별미 일텐데--
한겨울 으스름 밤에 술과 갈비를 실컨 뜯은 후에 얼음이 둥둥 뜨는 물냉면을 먹어야 제맛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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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에 찬밥을 그릇에 담고 김치를 국물을 넉넉히 부어서 그 위에 참기름을 몇방울 살짝 떨어
고 밥을 말아 먹으면 아주 벌미예요. 이북사람들은 그렇게도 먹어요. 내가 평북에서 태어나서 그런가 냉면하고는 다르지만 꼭 찬밥이어야 됨.
이 칠푼이는 충북이라서 그런데 우린 어릴적에 찬 밥은 콩 고물에 비벼서 먹었어유 그리 맛있던데 오늘도 인절미 콩고물 얻은 것에 밥을 비벼먹으니 참 고소하구 옛날이 그리워 지는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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