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구약성경은 기원전 2∼3세기경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공용어였던 그리스어로 번역되는데, 이것이 70인역
성경(Septuagint)입니다. 70인역이란 말은 70명의 원로가 각기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번역했는데, 모두 똑같았다는 전승에 따른 것입니다.
성경의 히브리말은 당시 유다인들 마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옛말이었기 때문에, 디아스포라의 유다인들은 70인역 성경을 경전으로
주로 읽었습니다. 이는 타르수스 출신 바오로에게서도 잘 발견되는데,
그는 편지를 적을 때 70인역 성경을 인용합니다. 이와 같이 70인역
성경 역시 경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기에,
이방인 비율이 높던 그리스도교는 처음부터 70인역을 공식 성경으로
사용했습니다. 물론, 4세기경 다마소 1세 교황이 예로니모를 시켜
히브리어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이후(불가타 성경), 가톨릭교회는
히브리어 성경을 성경 번역의 대본으로 삼지만, 여전히 70인역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가 70인역 성경을
기반으로 출발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70인역에는 히브리어 성경에 나오지 않는 7권의 책이 더 있고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 상하권,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다니엘서와
에스테르기는 히브리어 성경보다 훨씬 깁니다. 오늘날도 가톨릭교회는
성경을 번역할 때 예로니모 성인이 그랬던 것처럼, 히브리어 성경을
번역하다가, 70인역에만 나오는 단락을 첨가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와 달리, 개신교회는 히브리어 성경만을 경전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39권의 히브리어 성경만을 번역합니다. 히브리어 성경과 70인역 성경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차이점을 제외하고 개신교와 가톨릭교회의
신구약성경이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번역상의 문제이지, 성경 원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은 아닙니다.
- 염철호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