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이 어릴 때 수영,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웠습니다. 수영은 개인선생님께 2년을 꼬박 했고 자전거, 인라인은 제가 직접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기본 스포츠 3개를 몸에 익히고나니 참 잘했다 싶은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잘 써먹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달학교 운영하면서 인라인과 자전거는 필수로 매일 시켰고 수영도 수시로 시켰습니다.
수영 역시 한 때는 발달학교 수영장에서 하기도 했지만 근처 수영장을 빌려서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하려했으나 일반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기는 했습니다. 특히 영법을 가르치는 것은 태균이처럼 집중적으로 개별훈련을 받지 않으면 어려운 점이 많아서 감각놀이 차원에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발달학교 1년이상 다닌 아이들은 상태가 어떻든 인라인이나 자전거타기는 익히는 듯 합니다. 완이는 3년을 발달학교다녔으니 인라인은 물론이고 자전거도 잘 탔습니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 인라인타기는 자주했지만 자전거까지는 시키기가 어려웠는데 어제 드디어 자전거를 구해서 카페건물 테라스에서 시켜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모구리야영장으로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다.
요즘 바닷물에서 놀 때 자꾸 바지를 벗어대는 통에 사람들 모이는 풀장을 데려갈 수 있을까싶지만 수영강습은 좀 받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사실 완이는 타고난 운동감각이 장착된 아이입니다. 전정감각 손상으로 인해 제멋대로 몸놀림이 상습화되어있고, 감각방어로 인해 불안동작들이 배어있지만 진작에 손을 댔다면 뭐라도 되었을 녀석입니다. 하긴 8살 나이에 기저귀차고 발달학교 입학했으니 그 전에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습니다.
집중적인 물놀이덕인지 갑작스럽게 감각방어적 태도를 한꺼풀벗고 극심한 감각추구 행동의 비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어찌나 산만한지 산만도가 하늘을 찌르고, 그러면서 차츰 애니메이션보기와 같이 재미있는 일에는 착석도 집중도 꽤 오래됩니다. 분명 변하고 있는 싯점입니다.
제가 완이부모라면 이 싯점에서 더 몰아붙일텐데, 더 몰아붙여야 한 단계 껑충 뛸텐데, 그렇게 해주길 바라지만, 그 간의 모습으로 볼 때는 완이는 칩거아닌 칩거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은 야외활동에서 부모가 감수해야 할 기행들이 많기에, 이런 기행들을 감내하는 것도 부모몫인데 이걸 기피하면 아이는 발전하지 못합니다.
억세게 밖으로 끌고나갔던 태균이에게 제가 해 줄 수 없었던 유일한 훈련, 공중화장실이용하기. 남자화장실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태균이 처분에 맡길 수 밖에 없었는데 소변이야 소변기가 있으니 쉬운데 대변이 급하거나 처리해야 될 때 사건이 종종 터지곤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선명한 코엑스 근방 공중화장실에서 경비와 대판 싸웠던 일! 아이의 실수를 비난하는 그에게 제가 큰소리를 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발달장애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얼굴에 철판을 열 겹쯤 깔아야합니다. 이걸 감수하지 못하면 아이는 자꾸 집에만 갇혀있어야 합니다. 이런 극단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어렸을 때부터 자꾸 밖으로 끄집어내서 모든 기행에 대비하고 기행을 예방하며 기행을 막을 근본대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점만 놓고보면 결과야 어찌되었던 제가 태균이에게 했던 양육방법은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수요일 J맘과 만났던 신화월드 광장, 어두컴컴한 화장실입구를 잘 통과해서 공중화장실에 잘 다녀온 완이가 기특해 사진을 기념으로 남기는데 완이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사진촛점이 제대로 잡히진 않았습니다.
이제 플라스틱통에 소변보는 기행을 졸업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두 가지가 필수입니다. 공중화장실 잘 이용하기 그리고 용변이 필요하다고 표시하는 의사소통 방식. 이제 그 훈련차례인데 집으로 가야하기에 그저 완이가 무사히 성장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발달학교 그리 오래다닌 준이는 자전거를 못 탑니다. 아직도 바다에 못 들어가는 원리와 같습니다. 참으로 고집이 쨍한 기질이고, 이대로 감각추구의 맛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훈육의 어린시절이 머리에 굳어진 듯 합니다. 준이를 볼 때마다 그래서 마음이 찡합니다... 휴대폰가지고 뭘 하나보면 '이솝우화' 시리즈를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이런 녀석이 참...
태균이 준이 완이 모두 타고난 장애야 비슷할 지 몰라도 부모가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사는 태도와 모습은 이렇게 달라지는 듯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더많은 교훈을 쌓아가야 합니다. 누가 더 낫다라는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더 평범사회에 잘 적응하고 기행표시가 덜 날 것인지... 그것이 관건일 것입니다.
첫댓글 완이가 기본 생활 훈련에서 성공하길, 부모님이 야외 활동의 장점을 깊이 이해하시길, 대표님의 조언을 잘 받아 들이길 비는 마음입니다.
준이가 이솝 우화에 몰두하는게 다행이다 싶고 짠하기도 합니다.
고생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