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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림돌과 디딤돌
우리는 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수많은 삶의 돌을 만난다. 그때마다 그 돌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 돌을 어떤 사람에게는 걸림돌이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본당에서 평일미사에 거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오시는 할머니가 있다. 미사 맨 앞에 앉으시는 분이시다. 어느 날 사제관에 찾아와 면담을 요청하였다.
할머니께는 많은 자식들 중 딸이 있었는데 사위는 먼저 하늘나라로 갔고, 따님마저 일찍이 두 아들을 놔두고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두 손자를 키우고 있다. 90살이 넘은 할머니는 40살이 넘어 아직 장가도 들지 않은 손자 둘에 대한 걱정을 내게 말하였다. 손자 하나는 약간의 정신지체로 사회 활동을 할 수 없고 할머니를 모시고 미사와 기도회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
할머니께서 내게 찾아온 이유는 둘째 손자에 대한 문제 해결을 찾고자 오신 것이다. 둘째 손자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후유증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지금도 모든 것을 술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문제해결은 간단하다고 나는 말했다. 둘째 손자를 동사무소에 의뢰하여 알코올치료기관에 문의하자고 했다. 나는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문의 요청을 하였고, 여러 방법을 통해 기관에 의탁하기로 할머니와 함께 동의를 하였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손자의 의견을 물어 보아 결정한다고 하였던 것이다. 결국 손자의 강한 부정으로 기관에 의탁 치료하는 것이 포기되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두 손자는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 보았다. 두 손자는 할머니에게 삶의 걸림돌인가 아니면 디딤돌인가 말이다.
우리는 걸림돌과 디딤돌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삶에서 오는 모든 장애와 불편을 불평과 원망으로 본다면 할머니에게는 두 손자가 걸림돌일 것이다. 그러나 몸이 힘들고 지쳐도 불편한 두 손자를 데리고 있으면서 두 손자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면 할머니에게는 두 손자가 삶의 디딤돌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 속에서 장애의 요소와 같은 돌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 돌들은 생활에 무수히 널려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깔려 있는 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 자세라 생각한다. 나를 힘들게 하고 뒤처지게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해 온 모든 걸림돌을 믿는 마음으로 신앙의 선물이라고 한다면 주님 사랑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 주변에 있는 수없이 많은 걸림돌이 기도를 통해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필리 4,6-7). 지금 이 순간 주님 안에 있는 자신을 생각하며 우리 자신이 사람들에게 삶의 걸림돌이 아니라 사랑의 작은 디딤돌임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김일회 신부(빈첸시오)/ 인천교구 부평1동성당
<이 글은 기쁨과희망 사목연구원에서 제공했습니다.>
By 가톨릭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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