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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비쿼터스 관련 분야의 최대 뉴스는 윈도와 리눅스, 트론의 만남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열린 트론2004 전시회에 참가한 마이크로소프트사 부스. | 물과 공기처럼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뜻의 라틴어 유비쿼터스. 사실 마크 와이저가 이 말을 쓰기 이전부터 유비쿼터스는 존재했다. 어쩌면 더 완벽한 미래를 상상하는 모든 학자들이 유비쿼터스 아닌 유비쿼터스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 가운데 사카무라 겐이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있다. 사카무라 겐 도쿄대 교수는 현재 일본에선 유비쿼터스 연구 분야의 대부로 통한다. 유비쿼터스란 말이 나오기 이전인 1980년대초, 이미 그는 분산 시스템을 이용한 미래 컴퓨팅 환경을 주장했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개방형 운영 체계를 추구하는 트론(TRON)프로젝트. 겐 교수는 최근 이를 더욱 보완해 마크 와이저를 훨씬 뛰어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부터 3일간 동경에서 열렸던 ‘트론2004’는 최근 일본의 유비쿼터스 연구 현황과 각국 기업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이번 전시를 주관한 것도 겐 교수. 전시 기간 동안 전시장 곳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꼼꼼히 전시를 챙기던 그를 과학동아가 만났다.
한국에 유비쿼터스란 말이 알려지는데 많은 역할을 하신 선생을 직접 뵙게 되니 반갑다. 몇년전 ‘유비쿼터스 컴퓨팅 혁명’이라는 책으로 국내 독자들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비쿼터스란 말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나라마다 달리 쓰이고 있는데 선생께서 생각하고 있는 유비쿼터스란 무엇인가.
무선 기술을 이용한 ‘어디서나 컴퓨팅’(computing everywhere)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물체에 컴퓨터를 내장시켜 합리적 의사소통과 결정을 이뤄내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물체, 물체와 물체간에 완벽한 의사소통은 유비쿼터스의 기본 개념이다. 전자제품은 물론 식료품, 의류, 약품같은 모든 물건들에 아주 작은 컴퓨터 칩을 내장시켜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 때문에 기술적 파급력과 함께 유비쿼터스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경제적, 산업적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윈도나 리눅스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반면 일본의 트론(TRON)을 아는 한국인들은 별로 없다. 트론을 소개해달라.
트론은 윈도, 리눅스 같은 일종의 운영체계(OS)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컴퓨터 칩은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는데 이것의 토대가 되는 프로그램이 바로 트론이다. 한국에도 수많은 트론이 이미 들어가 있다. 현재 일본 전자제품의 50% 정도가 트론을 알맞게 변형한 OS들을 채택하고 있다. 윈도나 리눅스가 컴퓨터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반면 트론은 휴대폰이나 PDA 등 작은 휴대용 전자제품에 들어있어 눈에 띄지 않은 것뿐이다.
트론 전시회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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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관건은 현재 제각각 개발되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표준화하는 일이다. 사진은 윈도와 트론을 결합한 개발툴. | 트론쇼는 공개 기반 OS 트론에 관한 모든 것과 유비쿼터스 기술의 현황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전시회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는 소니, 도시바, 후지쯔 같은 일본 기업들을 비롯해 선, 오라클 등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 3백여개가 참가했다. 첫회 20여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보면 비약적인 신장이다. 특히 올해는 주도권 다툼을 벌여온 윈도와 리눅스가 참여해 앞으로의 공조 가능성이 밝아졌다. 그만큼 유비쿼터스는 첨단을 의미하는 코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유비쿼터스가 드디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지난 한해 유비쿼터스 연구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는.
지금까지 모든 사물에 인식칩을 심는 문제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지난 한해동안 인식칩은 빠른 기술적 발전을 이뤄냈다. 현재 물체 인식기술은 각종 정보를 담은 손톱의 수백분의 일 크기의 극소형 컴퓨터칩을 물체 안에 심어 이를 인식, 가공하는 단계까지 와있다. 또한 공개 아키텍처에 기반한 기술적인 협력의 토대가 잡혔다. ‘티엔진’(T-engine)이라는 이 공개 아키텍처는 서로 이질적인 기술들 사이의 장벽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규약이자 개발 기술이다. 사용자에게 편리한 윈도와 실시간 처리 능력이 높은 트론과 리눅스가 서로 상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연구에 참여해 필요한 기술을 가져가 사용할 수 있으며 또한 전체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필요한 기술을 공유하고 서로 발전시키는 방식이 폐쇄적인 방식보다 더욱 경쟁력을 갖게될 것이다. 기술 표준화는 공개가 원칙이어야 한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과 올해 주목할 만한 것들이 있다면.
전시장에 마련된 미래 쇼핑몰은 먼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한해 동안 인식칩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세상에 나왔다면 앞으로 1년은 인식칩의 상용화가 화두가 될 것이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올해안에 상용화가 가능하리라고 판단된다. 또 앞으로 진행될 윈도와 리눅스, 트론의 합종연횡과정도 지켜볼만하다. 유비쿼터스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한국·중국·일본이 벌이는 각축전 또한 재미있는 눈요기감이다. 완전한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현하기에는 어떤 한 나라만의 힘으로도, 어떤 한 기업만의 힘으로도 벅차다. 최적의 모델은 누구나 자유롭게 개발에 참여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마음껏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다. 국제적 협력, 특히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IT강국들의 협력이 중요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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