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해야 될 지하철 문화
글쓴이/ 청송 김 원 호 <시인>
1) 지공대사
지하철은 만 65세가 되는 해 생일이 되면 표를 사지 않고 공짜로 승차할 수 있다.
이 나이가 되면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지공대사가 된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한
감도 없진 않지만 계속하여 타다보면 지리에도 익숙해지고 타는 요령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오랫동안 타다보니 좋은 점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을 타면 교통체증과 관계없이 예정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
약속시간을 지킬 수 있어 좋다. 지하철을 타기위해 역까지 그리고 타고 내리는
이동 거리를 걸어야하고 계단을 오르내려야하니 자동으로 운동을 한다.
그뿐이 아니다. 퇴직 전 공직자였던 개인사업자였던 업무에서 손 털고 나온
지공대사들에게는 자동차가 필요 없다. 특수한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자가운전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고 가까운 사람과
평소에 시간이 없어 나누지 못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유롭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어 좋다. 지하철 한 량의 가격은 10억이 조금 넘는다고 했다.
지하철은 가격 면에서 자가용과 비교를 할 수가 없다. 건강한 육체가 있어 서민이
롤스로이스 나 벤틀리 보다도 더 비싸고 편안한 10억짜리 지하철을 탈 수 있으니,
탈 때마다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을 하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2) 지하철 현황
1974년 8월 15일,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운행하는 1호선을 개통했다.
또 다른 세상, 땅 속에도 길이 열림을 알리는 신호탄 이였던 셈이다.
역사적으로는 영부인 육영수 여사께서 피격을 당한 날이기도 하다.
뒤 이어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2호선을 시작으로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9호선까지 증설 됐고 더하여 강남역에서 정자역까지 운행하는 신분당선이
씽씽 소리를 내며 신나게 달리고 있다. 신분당선은 거리17.3KM를 단 16분 만에
기관사도 없이 무인운전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주파를 한다. IT를 접목한
기술면이나 시설 면에서 세계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앞으로 기획된 2단계부터 4단계까지 그리고 수도권광역급행열차,
GTX(Great Train Express)는 수도권 전역을 1시간 이내로 연결하는 거미줄 같은
철도가 완성되면 주거지역에서부터 사무실까지 경천지동驚天地動할 또 다른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뿐이 아니다. 언젠가는 남북의 철도가 연결될 것이다.
이는 중국과 소련을 관통하고 유럽과는 가까운 이웃으로 많은 인적 물적
교류를 의미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드넓은 세상의 밝은 빛을 보는 순간이 된다.
넓은 대륙으로 쭉쭉 뻗어가는 한반도의 기상을 상상하면 가슴이 설레지 않는가?
3) 지하철 예절
모든 것이 세계화 되어 하나의 지구촌이 형성되어 있듯이 지하철도 우리들만이
이용하는 시설물이 아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물이다.
우리국민의 맨 얼굴과 언행이 가감 없이 타 국민들의 눈에 비춰지는 곳이다.
비춰진 영상만으로 그들은 우리를 평가한다. 우리는 자신들이 평소에 하든대로
예절을 지키고, 규정을 준수하면 된다. 그러나 간혹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언행을
우리국민이 하면 자괴감이 들고 타국민이 할 때는 별수가 없는 놈들이란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 보자.
1)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줄로 서기, 걷거나 뛰지 말기 그리고 오른쪽 걷기
위에 열거한 지켜야할 금기사항은 기계고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만든 규정이다.
그러나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걷거나 뛰지 말라고 그림으로 또는 글로 써
놓았는데도 막무가내로 지키지 않는다.
그렇게 급하면 조금만 일찍 나오면 될 일인데 말이다. 두 줄로 서기도 마찬가지다.
넓은 공간을 두고 왜 오른쪽으로만 서있는지를 모르겠다. 이는 기계에 오른쪽으로
쏠림현상을 주어 고장의 원인을 제공하는데도 말이다. 오른 쪽 걷기도 다름이 없다.
출퇴근 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기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 하고는
지키지 않아 서로 부딪치거나 상대의 발을 밟기도 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
유치원에서 배운 것도 실행 못함을 볼 때는 가슴이 답답해 온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국민의식이 그렇다면 우리의 자긍심은 어데서 찾아야 할까?
지하철을 많이 타고 다니다보면 이곳저곳에서 “시간이 걸려도 확실하게
고치겠습니다.” 라는 표지를 가끔 보게 된다. 기계 성능과 유지보수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사용자에게도 많은 문제가 있음을 볼 수 있다. 기계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고장이 자주나면 주민이 불편하고 수리비라는 명목으로 우리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몰라서 일까?
식민지 국민은 시설물을 파괴하고 지배하는 국가에 저항하는 행위 자체가
애국이다. 우리는 당당한 민주국가의 자유시민이다. 아직도 어디엔가
노예근성이 숨 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른쪽 걷기” “걷거나 뛰지 말기” “두 줄로 타기” 등등의 표지를 붙여 놓아도
실행 하지 않는다면 어깨띠를 두르고 라도 홍보를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종교단체에 의뢰해서 단체별로 역을 지정해서 홍보를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각 동별로 역을 지정해서 동민들이 홍보를 하는 방법 등등을 찾으면 길은 열린다.
4) 경로석
경로석은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을 배려하여 마련해 놓은 자리다.
노약자라 함은 몸이 불편한 노인과 어린이를 말하는 것이지 건강한 노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경로석은 노인들만이 전용으로 앉는 자리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경로석에 임산부, 장애인 또는 본인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는 꼴을 보지 못하고 시비를 건다. 심한 경우는 주민등록증을
서로 보여줘야 하는 해프닝이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배가 불룩 나오지 않은
임산부에게도 싸가지가 없다고 호통을 친다. 다툼이 많고 늘 시끄럽다.
대낮부터 입에서 푹푹 술 냄새를 풍기는 노인, 몸을 씻지 않아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노인이 있으면 눈치 빠르게 자리를 옮겨야 한다. 위에서 열거한 노인들은
특수한 경우이고 대다수의 노인들은 복장도 단정하고 노후의 노련미를 풍긴다.
5) 휴대폰
외국의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 뜨개질을 하는 사람, 신문이나 잡지를
보는 사람, 수신기를 귀에 끼고 음악을 듣는 이들을 쉽게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카카오톡, 게임 등등을 하지 않으면
눈을 감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제집이나 사무실 인양
큰 소리로 오랫동안 전화통화를 한다.
옆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계단이나 통로를 걷는다. 남들과 쉽게 부딪친다. 부딪치는 원인제공을 하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자리를 피한다. 무례하기 짝이 없다. 외국 사람들은
봉숭아 씨가 손으로 톡 치면 쏟아지듯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일상화 되어있다. 우리도 그런 예절은
잘 가르쳐 좋은 문화로 자리 잡아야 겠다.
6) 지하철 백태
지하철 손님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타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내리기도 전에 머리 먼저 디밀고 몸을 쑤셔 넣는다. 속셈은 뻔하다.
빈자리를 선점하려는 염치가 없는 행동이다.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는 남자도
가관이지만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여자를 보노라면 눈 둘 곳이 없어 황당하다.
근래에는 배낭을 등에 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붐비는 지하철에서는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서 있으면 될 일인데 등에 매달린 배낭이 상대를 어떻게
괴롭히는 지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다.
4호선과 2호선이 교차되는 환승역이 사당역이다. 4호선에서 내리면 승강기가 있다.
2층에서는 2호선으로 가는 손님을 내려주고 3층에서는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된다.
승강기 용량이 늘 문제가 된다. 남녀가 함께 타면 10명 정도이고 그 이상이 타면
부자가 울린다.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부자가 울리면 맨 나중에 탄 사람이 내리고 상태를 보면 된다. 그러나 맨
나중에 탄 사람이 버티고 하차를 하지 않는다. 승강기가 올라가지를 못한다.
사방에서 고성이 나온다. 시간은 지연된다. 한 사람의 양심 없는 행동에 많은 사람이
불쾌감을 갖게 된다. 승강기가 올라갔다 내려오는 시간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5분만 기다리면 되는데 여유를 즐기지 못하고 승강기가 도착하면 우르르 몰려들어
먼저 타려고 아우성을 친다. 한 세상을 산 노인들의 모습이다. 모든 것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승강기가 20명이 타는 용량이여야 한다.
앞을 내다보지 못한 애초의 설계가 오늘에 불편함을 주고 분쟁의 씨앗을 심어
놓은 결과가 됐다. 2호선을 착공할 때 4호선은 예정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100년은 내다보는 아니 더 많은 세월을 내다보는 도시설계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하철 일생/ 김 원호
비가 오면
한 마리의 두더지가 되어
땅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천적이 앞을 가로 막으면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홍수가 밀려오면
바른 쪽으로 가는
지하철로 바꾸어 타고
지렁이, 개구리 먹잇감이 보이면
사정없이 앞으로 가고
인생살이 구비마다 긴 터널
뒤돌아보니 한 없이 짧기만 하구나
종착역, 땅 위에서 기다리는
눈부신 햇살이여
김원호 네 번째 시집 “숲에서 들리는 소리 ”<지하철 인생>전문
청연/편집
♬
첫댓글 우리인생 서산에지는 해와 같습니다. 오늘도 지나면 추억이 됩니다.
후회없이 하루하루를 여유를 갖고 멋지게 후회없이 살면 되는 것입니다. 조국을 위한사랑 경우회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