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의 6.24 군사반란 이후 잠적했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겸 특수 군사작전 통합 부사령관의 거취가 4일 알려졌다.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유명 여성 언론인 크세니아 소브차크(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대부 격인 소브차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딸/편집자)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피의 여인'(Кровавая барыня, 영어로는 Bloody lady)에 팔짱을 끼고 산책하는 수로비킨 장군 부부의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그는 떠났지만, 살아 있고 건강하며 가족과 함께 모스크바에 있다. 사진은 오늘 찍은 것"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여성 언론인 소브차크가 올린 수로비킨 장군 부부의 사진/텔레그램 캡처
앞서 푸틴-에르도안 러-튀르키예(터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수로비킨 장군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쇼이구 장관은 푸틴-에르도안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수로비킨 장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대답하지 않은 채 “또 질문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현장을 떠났다고 rbc는 전했다.
수로비킨 장군은 지난 6월 23일 밤 '군사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과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향해 "중단할 것"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그 후 주요 외신들은 "체포돼 심문을 받고 있다"는 등 그의 거취에 관한 온갖 작문성 기사를 쏟아냈다.
보도의 핵심은 그가 군사반란에 관여했거나,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수로비킨 장군이 '바그너 그룹'의 군사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크렘린은 이를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수로비킨 장군(위)와 쇼이구 장관에게 보고하는 모습/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수로비킨 장군의 딸 베로니카는 "아버지가 체포됐다"는 보도들을 부인하며 "아버지는 과거에도 매일 언론에 나오거나 성명을 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모스크바 공공감시위원회(POC) 사무총장 알렉세이 멜니코프는 "장군은 모스크바의 어떤 구치소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가 두마(하원) 국방위원장인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의원은 지난 7월 "수로비킨 장군은 휴가 중이며 아직은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거취가 제대로 알려진 것은 지난 8월 말. 2017년부터 맡아오던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직에서 해임됐다는 러시아 언론들의 보도였다. 군사반란의 주역인 프리고진은 지난 8월 23일 트베리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뒤였다.
수로비킨 장군은 항공우주군 총사령관 자격으로 특수 군사작전에서 '남부군'을 지휘하다가 2022년 10월 특수 군사작전 통합 총사령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보급로가 끊긴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를 과감하게 결정하는 등 작전 운용 능력을 선보였으나 '바그너 그룹'의 선전·선동과 맞물려, 지난 1월 총사령관직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에게 물려주고 부사령관으로 내려 앉았다. 그 직책도 항공우주군 사령관 직위에서 해임된 후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