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우리를 하나로
구예준
1. 여행을 시작하며(준비과정)
2. 여행 첫날(화수목 정원, 이동녕 생가, 영화 관람)
3. 여행 둘째 날(뇌건강체험박물관, 근현대사 기념관, 국립4.19민주묘지)
4. 여행 셋째 날(한국뇌과학연구소, 국립중앙박물관)
5. 마무리(에피소드)
1. 여행을 시작하며
올해는 뇌와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뇌에 관한 공부를 먼저 시작하였고, 중간에 근현대사를 잠시 공부하였습니다. 어떤 계기로 뇌 공부를 하게 되었는지 보면, 선생님이 올해 시작한 공부모임에서 뇌에 대해 다루어진 것이 시작이었고 이후에 선생님이 직접 선생님의 방식으로 잠과 뇌의 역할을 같이 연관 지어 저희에게 가르쳐주시었습니다. 또 이번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를 계기로 우리에게 민주정치의 선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라가 이루어지기까지 어떠한 과정들을 거쳐왔는지 알기 위해 근현대사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방향을 정하면 깊이 공부하는 것이 책숲의 공부였고, 그래서 이번 공부도 매우 다양한 내용들 세밀히 다루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하지여행도 공부 주제에 맞춰 여행지를 정했습니다. 책숲에서 가는 여행이라면 무엇보다 공부와 배움을 목적으로 가는 여행이고 그 점에서 자랑스럽습니다. 여행지를 조사하면서 워낙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힘들기는 했지만, 조사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여행 숙소 예약과 예산 등의 내용들을 점검하고 사전 답사까지 다녀와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3박 4일 동안의 여행에서 가게 될 곳은 뇌건강체험박물관, 국립4.19민주묘지, 근현대사기념관, 한국뇌과학연구소, 국립중앙박물관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놀이와 쉼을 위한 일정으로 화원 산책, 영화 관람, 시장 구경 등이 있었습니다. 여행 전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지만 너무나 들뜬 탓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여행 발표를 잘 할 수 있을지 실수라도 하지 않을지 등의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뒤척이다 보니 어느새 아침 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6월 17일날, 신나는 마음을 안고 차에 올라 드디어 여행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여행 첫날
그렇게 차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화수목 정원이었습니다. 천안시 내에 위치한 화수목 정원은 어떤 회장님이 투자하여 조성한 정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1호 민간정원으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6월달이라 수국이 많이 피었고 정원에선 특히 푸른색 수국이 만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수국들의 특유의 색들이 어떠한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지도 배웠습니다. 수국의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그 토양의 산성과 염기성의 비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습니다. 수국이 푸른색을 띤다는 것은 산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죠.
다시 정원을 산책했는데 경사가 워낙 가팔라서 산행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힘이 좀 들었지만, 볼 것이 많아 즐거웠습니다. 그중에서도 폭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날이 더워 쓰러지기 직전에 다행히 산책을 마치고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셨는데 딸기주스의 그 달고 시원한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동녕 생가에 잠시 들렸습니다. 독립운동가였던 이동녕 선생님은 부유했지만, 그 재산을 모두 나라의 독립자금으로 팔아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는 데 쓰셨다고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남을 위해 선뜻 내어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모든 재산을 내어 나라에 헌신하신 이동녕 선생님을 보며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생가가 위치한 곳이 왜가리 서식지여서 멀리 우거진 나무들에 수많은 왜가리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관람하러 갔습니다. 즉석구이 오징어에 음료까지 환상의 조합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의 내용은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으며 감정들의 새로운 변화와 그 변화를 겪으며 자리잡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린이 라일리의 단순한 감정들에서 사춘기에 접어들며 더 다양한 감정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원래 있던 감정들은 혼란스러워하죠. 그러나 나중엔 이 모든 감정들이 자리를 찾아 서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있던 감정들은 라일리를 좋은 기억들로만 구성하려 했습니다. 라일리가 행복하기만을 위해 말이죠. 하지만 좋은 기억이나 나쁜 기억들, 이 모든 것이 통합된 경험으로 진정한 라일리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전체적인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는 살아가면서 좋았던 것들만 있을 수 없고 싫었던 것들과 이 모든 것의 경험이 참된 나로 성장시켜 준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라일리의 머릿속, 즉 라일리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감정 본부는 뇌에서 감정뇌에 해당되는 변연계라 볼 수 있고요. 영화에서 등장한 감정 ‘불안이’는 부정적인 상황들을 예측해서 라일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역할이었습니다. 불안이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뇌에서 이 기능을 맡는 것이 바로 편도체입니다. 편도체는 공포 감정을 조성함으로써 덕분에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지만, 지나칠 경우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배운 뇌에 대한 지식을 갖고 영화를 보니 새로운 관점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사춘기를 거치는 나이인 데다가 공부 주제도 뇌였기에 상황에 정말 딱 맞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관람을 한 뒤 천안중앙시장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시장에서 마땅한 곳을 못 찾아 헤매던 중 운좋게 괜찮은 식당을 찾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장님이 친절하셨고 거기서 먹은 소바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3. 여행 둘째 날
아침 식사를 하고 아주 크고 멋진 렌트카를 타고 학교에서 출발했습니다. 도착하기까지 수다를 떨기도 하고 서로 장난을 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번째로 도착한 곳은 뇌 건강체험박물관이었습니다. 뇌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어제는 노는 날이었다면 오늘부터가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여행이라 볼 수 있겠네요. 뇌 건강 박물관에서 저는 뇌와 오감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할 수 있는 한 듣는 사람에게 재미있는 발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나름 저의 방식대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돌아가며 모두 발표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동해 묵은지사랑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지난번에 사전 답사를 왔을 때도 맛있게 먹고 갔던 식당인데 이번에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특히나 수육과 김치의 조합이 아직도 그립네요.
그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근현대사기념관이었습니다. 근현대사기념관은 근현대사의 전체적인 역사의 설명이 아주 잘 되어있었습니다. 저는 1864년부터 1924년까지의 근현대사를 발표했습니다. 내용이 워낙 길고 방대해서 들어준 사람들이 지루하진 않았을지 걱정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발표를 하고 관련된 영상을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민주정신이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빚어진 소중한 가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가까이에 위치한 국립4.19민주묘지에 이동했습니다. 국립4.19민주묘지는 4.19혁명의 희생자분들이 안치된 곳입니다. 이승만의 독재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를 외친 4.19혁명의 영웅들, 그분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자유로운 세상을 우리는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4.19기념관에서 발표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구리전통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어쩌다 학생들이 다같이 홍콩반점에서 먹게 되었는데 저는 짜장면을 시켜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남자아이들은 오락실에 가게 되었고요. 거기서 사격에 내기를 걸었는데 제가 이겼습니다. 다른 애들 20발 쏠 동안 8발을 신중히 쐈던 것이 그 비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펀치머신도 했는데 그러다 그만 손목이 삐었습니다. 많이 아팠습니다.
이렇게 각자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설빙에 모두 모여서 빙수를 먹었습니다. 저는 딸기에이드를 마셨고요. 옆에서는 여자들이 누가 1인용 침대를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였는데 듣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은 뒤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는 퍼스트호텔이었는데 3성급 호텔치고 정말 괜찮았습니다. 방은 3인실로 1인용 침대, 2인용 침대로 구성되었습니다. 방에 배정받은 3명이 누가 1인용 침대를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사다리 타기를 했고 운좋게 저는 1인용 침대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배정받은 친구가 하필 코골이를 잘하는 인서와 건호여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귀마개까지 준비해 갔는데 마음을 알아줬는지 고맙게도 그날은 둘 다 코를 골지 않았습니다. 저녁엔 남자들끼리 모여서 윷놀이했습니다. 윷놀이를 할 때 영어를 쓰면 초기화가 된다는 규칙이 있어서 놀이의 재미가 더했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4. 여행 셋째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상쾌하게 목욕을 했습니다. 아침식사는 바로 옆에 김밥나라에서 먹었습니다. 그러고 난 뒤 차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곳은 한국뇌과학연구소였습니다. 이곳에서는 뇌파검사를 통해 뇌의 정보와 기능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당 6분씩의 뇌파를 검사했고 그 시간 동안 원장님이 저희에게 뇌에 관한 수업을 해주셨습니다. 열심히 받아적었는데 내용이 무척 어려웠다는 것이 기억납니다. 저도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니 집중력이 낮게 나와서 많이 실망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자체도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나의 뇌파를 볼 수 있다니 말입니다.
뇌파 검사를 하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청와옥이라는 순대국밥집이었는데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마지막 일정인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규모였습니다. 저는 백제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전에 왔던 사전답사는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갔는데 이번엔 전시된 유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처 가보지 못했던 통일신라관과 메소포타미아관, 인도관에 가보았는데 그곳에도 상당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메소포타미아관이었습니다. 기원전 3500년 전의 유물들이 보존된 상태가 놀라웠고 그 정교함에 다시 놀랐습니다. 발표를 모두 끝낸 뒤, 차를 타고 천안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천안에서 저녁식사는 선생님이 추천하신 덮밥집에서 먹었습니다. 삼겹살 덮밥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식당이 원래 중식당이었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덮밥 그릇이 중식당에서 보는 그릇과 비슷해 신기했습니다. 저만 쏙 빼고 모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맛있게 먹고 난 뒤,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학교는 너무나 반갑고도 포근했습니다. 그날 또 윷놀이를 했는데 지는 바람에 인디언 밥을 맞고… 잘 시간까지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마치게 된 여행, 다음날, 같이 인사를 나누고 그리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5. 마무리(에피소드)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어떻게 정리할까 곰곰히 생각하다 문득 첫날에 봤던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영화가 주었던 의미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모든 일들을 함께 겪어내며 하나로 되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여행은 그러한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같이 웃고, 같이 먹고 같이 듣고. 여행하는 모든 일들을 서로 같이 나누는, 함께하는 진정한 하나가 되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행은 우리를 하나로. 그렇게 마음에 담아 이번 여행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