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일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28ㄱㄷ-34 그때에 28 율법 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29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30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31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32 그러자 율법 학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그분은 한 분뿐이시고 그 밖에 다른 이가 없다.’ 하시니, 과연 옳은 말씀이십니다. 33 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 34 예수님께서는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하고 이르셨다. 그 뒤에는 어느 누구도 감히 그분께 묻지 못하였다.
백년하청이라도 기다려 주시는 주님
중국의 황하(黃河)는 그 길이가 5,464km나 된다고 하니 정말 긴 강입니다. 그리고 그 물은 황토를 품고 흘러서 맑을 때가 별로 없어서 중국 사람들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백년을 기다려 봐도 황하강이 맑아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뜻으로 “아무리 기다려도 소망이 성취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황하에서 품고 흘러내리는 흙이 대략 3억 톤 가량이라고 하는데 내가 중국을 여행했을 때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황하를 보면서 잠시 현기증이 났는데 온갖 쓰레기와 오염된 것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강을 바라보면서 내 안에도 이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으로 우울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하느님 사랑의 정수(精髓)를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리 닦고 닦아도 더러워진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아무리 용서하고, 어머니같이 자애로우신 주님이라도 언제나 두려운 것은 사실이고 냉담한 사람들이 다시 회두하고 교회로 돌아오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고해소에 가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사실 두려움이 없거나 경외심이 없으면 신앙은 무너져 내립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라는 말씀에 억지로 위안을 삼는 것은 황하의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는 마음일지라도 주님을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입니다. 순수하고 아름다움으로 주님을 사랑하면 그지없이 좋겠지만 더럽고 오욕으로 가득 찬 이 마음이지만 주님께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것입니다.
목숨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라는 것은 ‘죽기 살기’로 주님을 믿으며 세상의 구원사업에 ‘죽기 살기’로 헌신하여야 한다는 말씀으로 새겨듣게 됩니다. 사실 주님께서 주신 생명이니 그 주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아주 자명하지만 헛된 세상의 것을 위해서 목숨을 걸면서도 주님을 위해서는 외면한 적이 더 많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순교자들이 그렇게 주님을 사랑한 것처럼, 성인들이 그렇게 주님을 사랑한 것처럼 우리도 매일 다짐하면서도 항상 겉돌고 살았던 삶을 반성하면서 모든 일에 적극적이며 열정적인 믿음에 정진하여야 한다고 결심을 새롭게 한답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동안 세상에는 많은 이념과 철학과 가치관, 이론과 학설이 난무했습니다. 그 모든 이론과 학설은 사람들의 가치기준을 ‘고형화’(固形化)시켜 헛된 사상과 가치관에 현혹되어 허송세월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호랑이에 잡혀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하였지만 사탄의 교묘한 유혹에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많은 것에 기웃거리며, 쓸데없는 것에 정신을 팔려 진리를 잘못 알고 조금 알고 있는 지식에 교만과 오만을 더하여 진리에서 멀어져 살았습니다. 이제는 성경에서 가르치시는 말씀에 따라서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의 권능에 의탁하면서 새롭게 주님께 돌아와야 하겠습니다.
모든 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나는 세상의 일에 전력을 다 했습니다. 벼슬을 하고 돈을 버는데 또 학문을 연구하는데 생을 다 바쳤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사랑하는 데는 이제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처럼 열정이 식어서 겨우 끌려 다니면서 겨우 시늉만 내면서 살았습니다. 봉사생활도 신앙생활도 그렇게 미온적이어서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내 신앙을 뱉어 버리시겠다는 주님의 말씀에 몸 둘 곳을 찾지 못합니다. 사실 나는 주님을 사랑하는 데는 힘이 더 이상 없다고 엄살을 부리면서 살았습니다. 그건 내 단골 변명이며 우리의 단골 메뉴였습니다.
-주님, 저는 건강이 아주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열정적으로 봉사할 수 없답니다. -주님, 저는 종교학이나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며, 더구나 신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라서 아는 게 없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힘을 다하라고 말씀하십니까? -주님, 저는 부양가족이 많이 있답니다. 한 번도 여유를 가지고 쉬어본 적이 없답니다. 그런데 무슨 기운이 있어서 주일에 미사에 참여한답니까? -주님, 저는 사목임원도 아니고, 구역 반장도 아닌데 제가 설치면 그건 사회생활에서 욕먹을 일이랍니다. 그러니 주님, 저는 아무런 힘이 없는 떠돌이랍니다. 그런데 어떻게 힘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라고 하십니까? -주님, 저희 아이들이 고3이고, 지금 수험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걸 끝내고 좋은 대학에 가면 매일 미사도 가겠습니다. 그때까지 신앙생활을 조금 쉬면서 자식들에게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주님, 제가 지금 무지 아프거든요, 그냥 집에서 기도하면서 제 방식대로 할께요. 영성체 할 준비가 안 됩니다.
사실 우리들의 핑계와 변명은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이웃을 우리 몸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을 생각해봅니다. 최근 자연재해가 빈발하면서 지원국의 응급식량 수송비 지출이 증가, 원조 식량의 절대량을 갉아먹음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굶주리고 있는 인구가 8억2000만 명에 달하고 있다는데 미국이 해마다 10억 달러를 투입해 250만 톤에 달하는 식량을 전 세계 각지로 원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식량은 턱없이 부족한 실태이지만 미국은 이 일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사랑과 나눔은 하느님과 사람들이 모두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굶고 계신 하느님, 집이 없어서 비가 새는 처마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계신 하느님, 감옥에 갇히듯 매일 쓸쓸히 감실에 갇혀 계시는 하느님, 짐승의 분뇨처럼 더러워진 우리를 씻기 위해서 깨끗한 물을 떠서 목욕시켜 주시고, 수건으로 온몸을 구석구석 닦아주시는 때밀이 하느님, 짝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듯 애타게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느님, 길 떠난 아들을 기다리며 눈물로 그리워하는 엄마와 같으신 하느님, 병실에서 혼자서 간병하시는 간병사 하느님 아버지, 그냥 당신의 모습이 좋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영원히 사시기 때문에 영구한 사제직을 지니십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7,23-28 형제 여러분, 이전 계약의 23 사제들은 죽음 때문에 직무를 계속할 수가 없어 그 수가 많았습니다. 24 그러나 그분께서는 영원히 사시기 때문에 영구한 사제직을 지니십니다. 25 따라서 그분께서는 당신을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을 언제나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늘 살아 계시어 그들을 위하여 빌어 주십니다. 26 사실 우리는 이와 같은 대사제가 필요하였습니다. 거룩하시고 순수하시고 순결하시고 죄인들과 떨어져 계시며 하늘보다 더 높으신 분이 되신 대사제이십니다. 27 그분께서는 다른 대사제들처럼 날마다 먼저 자기 죄 때문에 제물을 바치고 그다음으로 백성의 죄 때문에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으십니다. 당신 자신을 바치실 때에 이 일을 단 한 번에 다 이루신 것입니다. 28 율법은 약점을 지닌 사람들을 대사제로 세우지만, 율법 다음에 이루어진 맹세의 그 말씀은 영원히 완전하게 되신 아드님을 대사제로 세웁니다.
축일 11월 3일 성 마르티노 데 포레스 (Martin de Porres)
신분 : 수사 활동 연도 : 1579-1639년 같은 이름 : 마르띠노, 마르띠누스, 마르티누스, 마틴, 말딩
성 마르티누스 데 포레스(Martinus de Porres, 또는 마르티노 데 포레스)는 1579년 12월 9일 페루의 수도 리마(Lima)에서 에스파냐계 기사인 후안 데 포레스(Juan de Porres)와 페루 원주민 여자인 안나 바스케스(Anna Vasquez)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친자로 입적하지는 않았지만 양육과 교육에 있어서는 소홀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놀라운 신앙심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보였던 그는 열두 살이 되던 해에 당시 외과 의사를 겸하는 이발사 교육을 받았고, 3년 뒤에는 리마에 있는 도미니코 수도회 재속 3회원으로 입회하였다. 9년 뒤에 도미니코회 수사가 되어 전 생애를 수도원에서 보냈다. 수도원 내에서 그는 이발사, 외과 의사, 의류수선, 진료소 관리 등 여러 직책을 담당했지만 혼자서 그 많은 일을 아무런 무리 없이 처리하였다. 그럼으로써 그의 영혼 속에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또는 리마의 가난한 환자들을 무상으로 치료해 주고, 자신이 받은 물품을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줌으로써 선종 전에도 이미 살아 있는 성인으로 존경을 받았다.
그는 선교사가 되어 해외 선교지로 가서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하기를 자주 열망하였으나, 자기 ‘육체에 대한 순교’로써 만족해야 했다. 대신 그에게는 많은 초자연적 은혜가 내려졌다. 그는 미물인 벌레조차 사랑했고 쥐조차 그와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 한번은 그의 수도원장이 빚에 몰려 곤경에 처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그저 가련한 종이고, 수도원의 재산이니 저를 팔아 빚을 갚으십시오.” 그가 복음 정신 안에서 애덕을 실천하고 이웃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시간씩 기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단식 같은 금욕 생활을 꾸준히 실천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늘 겸손한 자세로 남들이 꺼리는 청소 등을 도맡아 실천해 ‘빗자루 수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성 마르티누스 데 포레스는 리마의 성녀 로사(Rosa, 8월 23일)와 가까운 친구였고 성 요한 마치아스(Joannes Macias, 9월 18일)와도 가까웠다. 그는 일생을 평범한 수사로 살다가 선종했지만, 그의 장례식에는 많은 고위 성직자와 귀족들이 참석해서 그를 운구했을 만큼 이미 사람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는 1837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6세(Gregorius XVI)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1962년 5월 6일 교황 성 요한 23세(Joannes XXIII)에 의해 시성되었다. 시성식에서 교황은 “그는 다른 사람들의 죄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죄에 대해서는 마땅히 훨씬 더 엄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장 쓰라린 모욕까지도 용서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힘으로 죄인들을 속량하려고 애썼다. 그는 사랑으로 병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옷과 의약품을 마련해 주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농장의 노동자들과 흑인들 그리고 그 당시 노예와 비슷하게 간주되던 혼혈아들을 도와주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붙여주었듯이, ‘애덕의 마르티노’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사생아라는 모욕과 피부 색깔로 인한 갖가지 경멸을 받았지만, 기도와 봉사를 통해 이를 극복했기 때문에 인종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다.♧
축일11월 3일 성녀 실비아 (Silvia)
신분 : 과부 활동 지역 : 로마(Roma) 활동 연도 : +592/594년경 같은 이름 : 씰비아
전설에 의하면 성녀 실비아는 시칠리아(Sicilia)의 원로원 의원 가문에서 태어났고, 로마 근교에서 태어난 그녀의 남편 고르디아누스(Gordianus)는 성 펠릭스 3세(Felix III, 9월 22일) 교황과 성 아가피투스 1세(Agapitus I, 4월 22일) 교황을 배출한 로마의 귀족 가문 출신이었다고 한다. “로마 순교록”에 의하면 성녀 실비아는 성 대 그레고리우스 1세(Gregorius I, 9월 3일) 교황의 어머니로 기록되어 있다. 또 다른 자료에는 파테리아(Pateria)라는 자매가 있었다고 한다.
574년경 남편 고르디아누스가 사망하자 아들 성 그레고리우스는 로마의 첼리오(Celio) 언덕에 있던 부모의 저택을 성 베네딕투스(Benedictus)의 규율을 따르는 성 안드레아 수도원으로 만들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도 생활을 갈망해 왔던 성녀 실비아는 이 수도원에 입회하였고, 시칠리아에 있는 가족 토지에도 5개의 수도원을 더 세웠다고 한다. 875년경 요한 부제가 기록한 내용에 따르면, 성녀 실비아는 로마에서 지금의 성 사바(Sabas) 성당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작은 거처를 마련한 후 수도원에 있는 아들에게 채소를 담아 보내기도 하면서 은둔생활을 하다가 592년 혹은 594년경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 축일을 맞은 마르티노 데 포레스 (Martin de Porres)형제와 실비아 (Silvia)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