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인가,
어느 유명한 재벌,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유명한 재벌의 아무개 회장이 죽음이 목전에 이르자
가장 가까운 측근들이 모아 놓고 이런말을 했다고 합니다.
"너무 허전하구나. 뭐 좀 가지고 갈 거 없나?"
이 이야기의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온갖 고생을 다해서 재산을 모아 한국제일의 재벌기업을 이룩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하직원을 거느리면서
살아 온 재벌 회장이 바로 여러분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죽을 때, 무언가 미련이 남지 않을까요?
지지리도 험한 세상만 살아왔다면
'이놈의 인생 더 살아봐야 좋은 일도 없을텐데!'하고
삶에 대한 체념을 하기가 쉽겠지만
온갖 호사와 영화를 한 몸에 누릴 수 있는 처지라면,
그것도 스스로 젊은 시절 온갖 역경을 겪고 이뤄낸 결과라면
비록 진시황이 아니라도 죽고 싶지 않을 것이고,
막상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무언가 허전하고 아쉽고 미련이 남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심심풀이로 화투를 치다가
몇 푼 잃고도 미련이 남아서 훌쩍 일어나지 못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인데,
이런 경우라면 아무 미련 없이 저승길을 떠날 수 있을까요?
여러분 가운데 그럴 자신 있는 분 있으시면
어디 손들어 보세요?
만일 그런 분이 있다면 대단한 분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럴 정도가 되어야 불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모두가
재벌 회장이라도 조금도 허전함을 느끼지 않고
저승길을 갈 채비가 되어 있어야만 참다운 불자라 할 수 있고,
그간 절에 다니면서 부처님을 믿은 보람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미련 없이 저승길을 갈 수 있을까요?
기본 마음은 못되더라도 별 근심 없이 죽음을 맞을 수 있을까요?
조강지처槽糠之妻를 잘 위해야 합니다.
'조강지처槽糠之妻'란 말 아시지요?
글자 뜻대로는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란 뜻으로
어려울 때 함께 고생하면서 살았던 아내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옛날 중국의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의 누님으로
미망인이 된 호양 공주를
지금의 법무장관인 대사공大司空 송홍과 맺어주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송홍은 유부남이었습니다.
그래서 황제는
어느 날 송홍을 불러 넌지시 그 심증을 떠보았습니다.
"사람은 신분이 높아지면
친구를 갈고 돈이 생기면 처를 바꾼다는 속담이 있는데,
귀공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자 송홍이 대답하기를,
"저는 가난하고 천했을 때의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집에서 내 보내서는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앞서 비유에서 도성에 사는 남편은
죽어서 다음 세상으로 떠나는 혼백이요,
도성은 우리가 사는 현실,
그리고 도성은 떠나서 외국으로 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합니다.
첫째 아내는 인간의 육체를 비유한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육신을 가장 사랑하지 않습니까?
두번째 아내는 재산,
셋째 아내는 부모ㆍ처자ㆍ형제ㆍ친척ㆍ친구 등에 비유한 것입니다.
육체는 아무리 사랑해도 죽으면 그만 아닙니까?
혼백은 죄와 복을 혼자 짊어지고 가지만
육체는 죽음과 더불어 땅 위에 쓰러져 함께 갈 수 없는 것입니다.
재산은 아무리 죽을 고생을 하고,
아귀다툼을 하면서
벌어 모아도 죽음과 더불어 남의 것이 되고 맙니다.
부모, 형제, 처자, 권속은 죽었을 당시에는 슬피 울고
묘지까지 배웅은 하지만
죽은 지 열흘만 넘기면 각기 제 살 궁리를 하느라고
죽은 사람의 일은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넷째 아내는 인간의 마음입니다.
죽어서도 따라가는 것은 오직 마음뿐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조강지처와도 같은 이 마음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물과 공기 없는 한순간도 존재 할 수 없으면서도
그 고마움을 모르고 함부로 하다가 뒤늦게 사 대기오염이다,
수질오염이다, 하고 야단법석을 떨 듯
생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마음 아닙니까?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 누구 한 사람
자기의 마음을 사랑하고 지키는 자는 없는 것이다.
모두 방심하고 제멋대로 처세를 하며
탐욕과 노여움에 마음을 태우고 정도를 믿지 않기 때문에
죽어서는 지옥으로 가고 축생으로 떨어지고
아귀가 되어 고통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모두 자기 마음을 사랑하지 않고 지키지 않은 결과이다.
도를 지키고 자기 마음을 다잡고 뜻을 바르게 하고
우치(愚痴)한 행을 끊어버리면 악을 행하지 않는다.
악을 행하지 않으면 재화를 받지 않는다.
재화를 받지 않으면 생(生)을 받지 않는다.
생을 받지 않으면,
마침내는 영원히 변하지 않고 존재하여 열반의 도(道)를 얻는 것이다."
마음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면
살아 생전에도 행복이 보장되고
죽어서도 저승길이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일찍히 원효 대성사는 《발심수행장》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막지 않는 저 천당에 가는 사람 왜 적는가?
탐진치 삼독으로 재물삼은 까닭이고
꾐 없는 저 악도에 많은 사람 가는 것은
네 마리의 독사와 오욕으로 마음 보배 삼음일세."
우리 다 같이 가장 소중한 마음을
진실로 사랑하고 바르게 간직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 다 같이 마음이라는 조강지처를 결코 박대하지 맙시다.
이것이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2024년 05월 18일 오전 05:58분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雲月野人 진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