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중등리그 인천 권역 경기가 열린 인천 부평동중학교. 부평동중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들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그라운드로 삼삼오오 모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모교 축구부의 경기는 이들에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축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축제였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경기는 2018 대교눈높이 전국중등축구리그 인천 권역 경기 중 하나에 불과했다. 리그 개막전이나 최종전도 아니었고, 이 한 경기에 권역 우승이 달린 경기도 아니었다. 이미 인천 권역은 광성중이 1위를 굳힌 상태였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경기가 TV 생중계(SBS 스포츠)됐다는 것이다.
TV 카메라 앞에서 양교 선수들은 투지를 불태웠고, 관중들은 응원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축구 한 경기가 열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노력하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운영에 참가하는 중등리그
이날 경기는 부평동중 학생들이 보조요원으로 참가했다. 경기 시작 직전 양교의 교기와 리스펙트기를 운반하는 기수단은 총 16명으로 부평동중 학생들이 맡았다. 기수단 역할을 훌륭히 해낸 학생들은 이후 8명씩 나뉘어 볼스태프와 들것조로 활약했다. 1인 2역이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부평동중 3학년 최화랑 군이 맡았다. 사전 리허설을 하던 최 군은 “긴장되고 설렌다.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우였다. 최 군은 출전선수 소개, 교체선수 소개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말을 더듬지 않고 제 역할을 100% 수행했다. 이날 함께 장내 아나운서를 맡은 대한축구협회의 손운용 사원은 “무대 체질이네. 나보다 잘 한다”며 최 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프타임에는 부평동중 난타 동아리의 공연이 열렸다. 학생들의 열정적인 공연이 추위를 조금이나마 녹여줬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마스코트 백호는 경기 내내 관중석을 돌며 학생들에게 팬 서비스를 했다. 학생들이 직접 참가하는 경기 운영은 만점을 줄 만했다.
라이벌전 다운 혈투!
부평동중과 광성중은 인천 지역의 라이벌이다. 1979년 창단한 부평동중은 그동안 김남일, 이천수, 이근호, 하대성 등을 키워낸 전통의 학교 명문이다. 반면 2009년 창단한 광성중은 김진야(인천유나이티드), 정우영(바이에른 뮌헨) 등이 거쳐간 인천유나이티드 산하 유스팀이다. 역사와 전통은 부평동중이 앞서지만 프로 산하인 광성중이 실력 면에서는 다소 앞선다.
올해 맞대결에서도 광성중이 우위를 점했다. 광성중은 지난 3월 열린 인천광역시 축구협회장기 4강전에서 부평동중을 1-0으로 이겼다. 지난 6월 권역리그 맞대결에서도 역시 광성중이 1-0 승리를 거뒀다. 부평동중은 올해 세 번째 맞대결에서도 질 수 없다며 투지를 불태웠고, 광성중은 부평동중이 우리의 적수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맞섰다.
양 팀은 80분 동안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전반에 위협적인 슈팅은 모두 광성중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부평동중 골키퍼인 ‘동중의 이운재’ 최태웅이 수 차례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후반 초반에도 광성중이 두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최태웅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위기를 넘긴 부평동중도 두세 차례 기회를 잡았으나 슈팅은 골대를 비켜가고 말았다. 0-0으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 광성중 수비수인 ‘미추홀 디펜더’ 유제원의 결승골로 광성중이 1-0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신호철 부평동중 감독은 “비록 경기는 졌지만 선수들이 프로 산하인 광성중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해줬다. 경기가 중계되면서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중계 경기를 마련해준 대한축구협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록 승자와 패자가 갈렸지만 부평동중 선수단과 학생들은 값진 추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