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적(入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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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적(入寂)은 불교에서 스님이 돌아가시는 걸 말하는데, ‘열반(涅槃)에 드신다’는 뜻과 같다고 보면 되겠지요.
스님이 먼길 떠나는, 즉 입적이 아니라 오랫 동안 해인사 한 자리를 지키고 섰던 소나무 한 가지가 뚝 부러져 떠남을 노래합니다.
꼭 道 닦는 수행자가 아니더라도, 죽음이란 ‘이승으로 뻗은 가지 하나가 부러짐’과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죽는자가 내는 소리는 딱 한 음절만 필요합니다.
‘뚝!’
또한 시인은 어떻게 온 산을 물들이는 단풍을 나무들의 누더기로 보았습니다.
하기야 잎이 붙어있으면 나무 역시 번뇌에 쌓이게 되긴 하지요.
얼마 전 다소 일찍 떠난 친구의 상가(喪家)에 모인 몇 십 년 지기들이 대화를 나눕니다.
“그 친구가 그렇게 재산이 많다지?
집 세 채에다 건물까지 있고,
와!” 하며 부러운 눈초리와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영정 속 친구가 바로 보고 있는 그 자리에서 말입니다.
뭇사람들은 '마음을 비운다', '모든 걸 내려 놓는다' 말하면서도 자신과 이해관계 있는건 꽉 움켜쥐고 있는게 적지 않던데, , 시인은 이 시에게 우리에게 그런 걸 경계 하고자 쓴 듯 합니다.
24.11.5.화.
입적(入寂)/윤석산
"이만 내려놓겠네."
해인사 경내 어느 숲 속
큰 소나무 하나
이승으로 뻗은 가지 "뚝" 하고 부러지는 소리
지상으론 지천인 단풍
문득
누더기 한 벌뿐인 세상을 벗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