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6 스포츠조선 임정식 기자
식품, 유통업계에 '식(食)파라치 비상령'이 내려졌다.
'생쥐깡'과 '칼날 참치캔', '곰팡이 즉석밥' 파동으로 식품, 유통업체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를 빌미로 보상금을 요구하는 식파라치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지렁이 단팥빵' 사건이 해프닝으로 결론나면서 식파라치 주의보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단팥빵 제조사인 A식품은 최초 제보자인 S씨가 "봉지를 개봉한 후 바닥에 놔둔 사이 지렁이가 들어간 것 같다"고 번복하면서 신고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식파라치는 식품과 파파라치의 합성어. 이물질이 나오거나 변질된 식품,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찾아낸 후 이를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 신고해 보상금을 타내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 식품, 유통업체에는 이물질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달초 이물질 파동을 겪은 B식품업체 관계자는 "많을 때는 하루 20여건의 민원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식 품의약품안전청에도 평소보다 2배가 넘는 30여건의 식품 이물질 신고가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환불을 요구하는 선에서 그친다. 하지만 식파라치들은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배상금을 은밀히 요구한다. 초콜릿에서 벌레가 나왔다고 내용증명을 보내고, 수천만 원을 요구한 소비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파라치의 행동 유형은 비슷하다. 구체적인 요구 내용을 먼저 밝히지 않고 '뭘 해줄거냐'고 묻는다. 소비자가 돈을 먼저 요구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3년 전 먹다가 놔뒀던 과자가 상했다고 전화하거나, 이미 종결된 사건인데도 보상금을 또 요구하는 소비자도 있다.
황당한 사례는 더 있다. C유통업체 관계자는 "쌀을 개봉해 한번 먹은 후 안방 장롱에 1년간 보관했다가 벌레가 나왔다며 배상을 요구한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포장 해산물이 상했다고 항의한 고객에게 즉각 환불해줬으나, 그 고객이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고민하는 유통업체도 있다.
그러나 함부로 배상을 요구하다가는 큰코 다친다. 2005년에는 한 여성이 170개 식품업체에 '임신 중인데 쥐포를 먹고 설사가 났다. 식약청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해 총 5000만원을 뜯어냈다가 구속된 경우도 있다.
소비자 민원이 제기되면, 그 내용에 대해서는 업체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 과자를 먹고 탈이 났다고 할 경우, 그 과정을 업체 측에서 증명해야 하는 것. 하지만 물건을 보여주지 않고 '그런 게 있다'고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종종 있어 난감하다.
이물질 파동이 확산되면서 업체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농심은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곧 사내에 '식품안전자문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자문단에는 식품안전 전문가, 국제컨설팅사, 소비자단체 등이 포함된다. 악의적인 식파라치에 대해서는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업체도 있다.
건전한 식문화를 위한 소비자의 감시와 고발은 당연한 일. 하지만 C유통업체 관계자는 "돈을 노리고 민원을 제기하는 악의적인 소비자는 정말 골치 아프다. 식파라치도 진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찰> 경성/01/김성진
최근 농식품의 위생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생쥐깡과 칼참치, 곰팡이밥 등 서민형 먹을거리와 관련한 초대형 위생, 안전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소비자의 식품 소비 행태에도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식품업체마다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사력을 쏟고 있지만 사람들은 식품매장에 들어서기가 무섭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식품위생과 관련한 문제는 늘 제기되어 왔었고, 앞으로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할 문제이다. 얼마 전 과자에서 발견된 이물질로 시작된 파장은 연이은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의심은 평소보다 약 2배의 민원접수라는 결과를 야기시키고 위 기사와 같이 식파라치의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감시하는 기관이나 개인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정의 보상금을 노린 악의적인 행동이 아닌 진정으로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목적이어야 할 것이다. 기업과 우리 모두가 협력해서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