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브랜드의 4차산업혁명과 브랜드의 미래 ④ ◆
인터브랜드의 `2018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에 선정된 100개 브랜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6위), 현대차(36위), 기아차(71위)가 선정됐다. [사진 제공 = 인터브랜드]4차 산업혁명 도래로 이제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초지능' '초연결' '초융합'을 통해 거래(Transaction)가 아닌 관계(Relationship), 재화(Goods)가 아닌 총체적 경험(Holistic Experience)을 제공해야 하는 시대인 지금.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도 지속 성장하는 브랜드가 있다. 지난 4일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사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2018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를 발표했다. 올해 전 세계 상위 100대 기업의 브랜드 가치 성장률은 전년 대비 7.7%로 글로벌 경제 성장률 3.8%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올해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도 꾸준히 성장하는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인터브랜드는 이 브랜드들 특징을 '대담한 도전(Activating Brave)'으로 정의했다. 대담한 도전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위험을 감수하며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 오늘날 기업에 가장 큰 위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뷰카(V.U.C.A) 시대에 선뜻 대담하게 도전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뷰카 시대란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 복잡성(Complex), 모호성(Ambiguous)이 큰 시대를 말한다. 2018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의 성장 비결을 살펴보면서 지속 성장하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단초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명확한 비전과 철학이 필요하다. 기업은 대담한 도전을 할 때 필연적으로 그에 수반하는 리스크를 걱정한다. 리스크를 감내하면서도 대담한 도전을 할 수 있으려면 확고한 목적과 방향이 수립돼 있어야 한다. 우선 브랜드가 지향하는 명확한 중장기 비전과 철학을 수립해야 한다. 최근 구찌(Gucci)는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반향을 이끌며 급성장했다. 브랜드 가치가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100개 브랜드 중 세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구찌는 기존 정통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르네상스 미술과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의 다양한 패턴을 과감하게 적용한 디자인으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구찌는 과감하게 변신하기 위해 2015년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를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브랜드 철학도 대대적으로 바꿨다. 영향력(Influential), 혁신(Innovative), 진보(Progressive)를 핵심 가치로 재정립하며 새로운 브랜드 철학을 구현했다. 그 결과 연령대가 높은 중년 브랜드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 브랜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Gucci(구찌)'를 'Good(좋아)'의 의미로 사용해 'I feel Gucci' 'That's Gucci' 등 은어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나이키(Nike)는 인종 차별주의에 반대해 국민의례를 거부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인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광고 모델로 삼아 '평등(Equal)'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로 인해 나이키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 배경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으라'는 나이키의 철학이 있었다.
나이키는 철학과 일관된 마케팅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결국 대중에게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이는 60억달러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로 대담한 도전은 내부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주도할 수 있는 기업 문화 정립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올해 넷플릭스(Netflix)는 45%의 브랜드 가치 성장률을 보이며 두 번째로 크게 성장한 브랜드로 평가됐다. 넷플릭스는 2012년 기존의 단순한 콘텐츠 유통 사업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 모델로 변화를 시도하며 과감한 투자를 시행했다. 그 결과 2018년 에미상(Ammy Awards) 미디어 분야에서 최대인 11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시가총액이 디즈니(Disney)보다 높은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가 대담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기업 문화다. 명확한 기업 문화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정립하고, 이를 준수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진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직원들의 권한 및 발언권과 관련된 기업 문화 원칙을 업데이트했다. 이미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음에도 기업 문화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총체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유의미한 발전(Meaningful Improvement)을 지향해야 한다. 단편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담한 도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판매가 아닌 고객의 문제 해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객 경험을 향상시킨 브랜드들은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14.4% 성장했다. 그렇지 않은 브랜드들의 성장률은 2.1%에 불과했다. 올해 브랜드 가치가 가장 크게 성장한 기업은 아마존(Amazon)이었다. 아마존은 무려 56% 브랜드 가치 성장률을 보이며 애플, 구글에 이어 처음으로 '톱3'에 진입했다. 아마존은 세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브랜드를 지향한다. 고객 일상의 모든 접점에서 총체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한다. '파이어폰(Fire phone)'을 '아마존 에코 스마트 스피커(Amazon Echo smart speaker)'로, '아마존MP3'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뮤직 언리미티드(Amazon Music Unlimited)'로 진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2018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에 선정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6위)와 현대차(36위), 기아차(71위) 3곳이었다. 인터브랜드는 지난 4회 시리즈 기고를 통해 장기 비전과 기업 문화, 총체적 경험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앞서 제시한 시사점을 근간으로 국내 브랜드가 대담한 도전을 통해 유의미한 성장을 지속하여 보다 많은 국내 브랜드가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로 선정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