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구조 센터 직원은 말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그는 케이지를 열었다 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춤거리던 새는 오랜만에 펼쳐진 자신의 날개가 어색한지
직원의 머리 위에서 한 바퀴 푸닥거리다 이내
바람을 타고 비상하기 시작했다
직원은 새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으로 새를 좇았다
그는 인터뷰 중에이런 말을 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려고 하지 마세요
안타깝고 아끼는 마음은 압니다 하지만
다친 동물을 집으로 데려가
따듯한 수프에 약을 타 먹이고
침대에 눕혀 재운다고
야생동물이 인간의 집에서 살 순 없어요
그들이 뜨개질을 하는 사람과
벽난로 곁에서 구벅꾸벅 졸진 않겠죠
아이처럼 재롱을 떨게 꾜육할 수도 없고요
그건 피를 닦아준 대신
본능을 죽이는 겁니다
저희들이 하는 일이 그겁니다
야생동물이 자신의 생태계로 돌아가
먹이사슬 안에서 동물답게 살다 갈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저희들에게 연락 주세요
전문가에게
진행자는 웃으며 이런말을 했다
그래도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니
한 번쯤 뒤돌아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냥 가네요
날아가는 새에게 뒤는 없다
'우리는 아는 사이잖아'
다정을 나누고 서로를 알아채던 순간은
인간에게 있다
사랑도 연민도 번민과 격정도
모두 한 사람의 것
새는 소식을 주지 않는다
어떤 잔혹도 굶주림도
분투하던 마지막 장면도
겨울,
당신이 햇빛을 받았던 모든 순간들
도구를 내려놓은 이들의
노을로 번진다
안녕, 모르는 이여
[순진한 삶], 문학과지성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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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작별 / 장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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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14:4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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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간은 가진 것이 많은데 왜 가끔 새가 더 부러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