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깊게 뿌리내려서 겨울난 냉이
그 푸릇한 새싹, 하얗고 긴 뿌리까지를
된장 받쳐 뜨물에 끓여놓으면
객지 나간 겨울 입맛이 돌아오곤 하였지
위로 일곱 먹고 난 빈 젖만 빨고 커서
쟈가 저리 부실하다고 그게 늘 걸린다고
먼 산에 눈도 덜 녹았는데
막내 좋아한다고 댓바람에 끓여온 냉잇국
그 푸른 이파리 사이
가늘고 기다란 흰머리 한 올 눈에 띄어
눈치채실라 얼른 건져 감춰놓는데
그러신다 냉이는 잔뿌리까지 먹는 거여
대충 먹는 냉잇국 하얀 김이 어룽대는데
세상 입맛 살맛 다 달아난 어느 겨울 끝
두고두고 나를 푸르고 아프게 깨울 것이다
차마 먹지 못한 당신의 그 실뿌리 하나
[어느 대나무의 고백], 시인동네, 2024.
카페 게시글
시사랑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 / 복효근
플로우
추천 1
조회 105
24.03.17 08:29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어김없이 돌아오는 봄에 이젠 달아날 곳 없는 입맛이지만 돌아오지 않는 그 실뿌리 하나가 이토록 아플 줄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