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되니 더 멋진 풍경이... 울산에 가면 꼭 보세요
태화강 국가정원은 태화강 강변에 조성한 '친환경 생태 정원'이다. 예전에는 울산에서 가볼 만한 여행지하면 동해에 있는 대왕암을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는 태화강 국가정원이 대왕암 못지 않은 유명세를 얻고 있다.
태화강은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해 울산 도심을 지나 동해로 흘러든다. 이 강이 울산 시내를 관통하면서 도심 한가운데에 거대한 하천부지를 형성했는데, 2019년 산림청에서 이곳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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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국가정원의 중앙에 해당하는 오산광장. 오른쪽으로 대나무 숲이 보인다. |
같은 국가정원이지만 태화강 국가정원은 순천만 국가정원과 많이 다르다. 다른 점은 정원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담장이 없다. 문이 사방으로 활짝 열려 있다. 공식 출입구는 7개지만, 정원으로 들어서는 길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주차료를 받을 뿐,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정원 출입 시간도 따로 정해 놓은 게 없다. 그런 걸 보면, 이곳이 국가정원인지 강변 공원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정원을 조성할 당시,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 입장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입장료가 없다고 해서, 규모나 시설이 순천만 국가정원보다 못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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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국가정원, 강변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 대나무숲이 장벽을 치고 있다. |
강변에 늘어선 4km 대나무숲
태화강 국가정원을 유명하게 만든 건, '십리대숲'이다. 대나무숲이 태화강 강변을 따라서 십리 가까이 뻗어 있다. 그 길이가 4km다. 강변에 이처럼 많은 수의 대나무들이 자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숲 안쪽으로 발을 들여놓기 힘들 정도로 대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국내에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여러 곳 있지만, 십리대숲처럼 울창한 대나무숲은 보기 어렵다. 국내 최대 규모다.
그 바람에 태화강 강변은 한겨울인데도 온통 푸른 색 일색이다. 대나무가 장벽을 치고 있는 강변 산책로를 걷다 보면, 지금이 겨울인지 여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이 풍경을 보려고 한겨울에도 여행객들이 제법 많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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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국가정원, 봄을 기다리는 작약원. 여기에는 모두 13종의 작약이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작약은 5,6월경 지름 10cm 가량의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 |
태화강 국가정원에 대나무숲이 전부는 아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총면적 약 84만m²에 달하는 하천부지에 대나무숲을 비롯해, 생태, 계절, 수생, 참여, 무궁화 등 총 6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철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는 매년 5월에 '태화강 봄꽃 대향연'이 열리고, 여름과 가을에는 또 그 계절에 맞는 축제'가 열린다. 계절을 달리하며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 그래서 계절과 무관하게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겨울에는 또 이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메마른 나뭇가지와 풀잎들이 정원을 구성하는 다른 구조물들과 어울려 색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겨울 정원이라고 해서 잿빛 일색의 삭막한 풍경을 떠올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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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국가정원, 작가정원의 고래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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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국가정원, 작가정원 중 일부 작품. |
밤이 아름다운 십리대숲 은하수길
태화강 국가정원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로 부족하다. 발이 부르트게 걸어야 한다.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밤에도 걸어야 한다. 한겨울에 찾아가는 태화강 국가정원은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
십리대숲 안쪽에 '은하수길'이라는 별칭을 가진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해가 지고 나면, 한낮에도 어두운 대나무숲에 그보다 더 어두운 밤이 찾아온다. 그때 대나무숲 위로 3색 엘이디(LED) 조명을 비춘다.
그 광경이 마치 어두운 하늘 위로 은하수가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은하수길에 조명을 비추는 시간은 오후 11시까지다. 어둠이 내리면서 정원 곳곳에 가로등이 켜진다. 가로등 아래로 드러나는 정원 풍경이 낮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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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은하수길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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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은하수길 야경. 3색 엘이디 조명이 대나무숲을 비추고 있다. |
강변을 걷다 보면, 또 다른 볼거리들을 찾을 수 있다. 동쪽 강변 언덕에 태화루가 있다. 한밤에 태화루 주변으로 조명이 들어온다. 이 누각이 한때는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등과 함께 영남을 대표하는 누각들 중에 하나로 꼽혔다.
이 누각은 643년 자장대사가 태화사를 지을 때 함께 건립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보는 태화루는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2014년에 복원한 것이다. 한낮에 누각 위에 오르면, 태화강과 국가정원 강변을 푸른 빛으로 뒤덮고 있는 거대한 대숲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왕버들마당에서는 거대한 왕버들이 조명 빛을 받아 화려하게 되살아난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십리대밭교에도 불이 들어온다. 국가정원을 떠나 강변 산책로를 따라서 계속 걷다 보면, 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거리에 울산교가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아름답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
태화강 건너편에는 '태화강 동굴피아'가 있다. 이곳에 가려면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십리대밭교나 은하수다리를 건너면 된다. 태화강 동굴피아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군수물자를 비축했던 동굴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일본군은 이곳에 '군량미와 항공유 용도의 소나무 기름(송유)' 등을 보관했다. 해방 후 마을 주민들이 동굴을 찾았을 때, 동굴 안에 쌀과 콩 등의 곡식이 가득했는데 그 중 절반이 썩어 있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걸 보고 일제강점기 내내 굶주림에 시달렸던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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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동굴피아 4동굴 내부. 수족관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 |
동굴은 그후 1960년대부터 약 20년 동안은 막걸리와 소주 등을 파는 주막으로 이용됐다. 동굴 속 주막이 꽤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나이든 울산 시민들은 지금도 그때를 기억한다.
동굴피아에는 모두 4개의 동굴이 있다. 1번에서 3번 동굴까지는 하나로 연결돼 있고, 4번 동굴은 따로 떨어져 있다. 동굴의 총 길이는 140m다. 동굴 안에서 곤충체험전시관 등의 시설과 여러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동굴피아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달리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원래 '태화강 대공원'으로 불렸다. 대공원으로 불릴 당시인 2013년에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12선'에 지정됐고, 2017년에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그러다 2019년에 국내 2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울산시는 앞으로 '태화강 국가정원을 새로 단장'해,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는 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오는 9월에 열리는 총회에서 2028년 개최지가 결정된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에 국가정원이 들어서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다. 울산 시민들이 이곳에서 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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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국가정원, 태화강 강변 언덕 위에 서 있는 태화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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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국가정원, 매화나무 가지에 꽃망울이 맺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