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동* [장수진]
둘리
도우너
또치
박정자
고길동
고영희, 고철수
마이콜
맛 좋은 라면
희동이
지금쯤 보험 외판원이 되었을까. 단벌신사 고희동 사
원. 취미는 장구 치기. 별명은 쌍문동 공포의 젖꼭지. 운
동 못함. 주량은 소주 한 잔. 전공은 박승철 헤어과. 졸업
하고 박승철 헤어스튜디오에서 실습하면 취직도 된다더
니 안 됐어. 힘만 셌지 손재주가 없잖아 고희동은. 아르바
이트로 결혼식 축포 터트리기를 했지. 흰 장갑 끼고 주말
마다 나가 신부 옆에서 뻥뻥 터트렸지. 벚꽃 피는 여의도
를 걷다 보니 세상 나름 살 만한 것도 같고. 불꽃 연출가
고희동이 되기로 했지. 안 됐지. 애매하거든, 명함 주기
도 그렇고. 질문도 너무 많아. 불꽃을 연출한다는 것은 뭐
냐. 꽃에다 불이라도 지르냐. 고기집 불판으로 당장 뭐 하
나 연출해봐라. 못 하냐. 너는 그 일로 성공하긴 힘들 거
다. 그렇게 부끄러움이 많고 주저함이 많아서 어떡하냐.
핵폭탄과 유도탄들의 노래가 흘러 나왔지. 고희동은 흥얼
거리다 기분이 울적해져서 사장님을 불렀지. 여기요, 후
루룩짭짭 후루룩짭짭 맛 좋은 라면 하나 주세요. 고희동
은 취했지. 타임머신을 타고 불꽃을 팡팡 터트리며 깐따
삐야별로 갔지. 뻥벙 차고 빽빽 소리치며 엉엉 울던 시절
로. 마이콜은 정말 가수가 되었어. 그래, 영등포로 마이콜
을 만나러 가자. 근데 버스는 자꾸만 지나가고. 그냥 걸었
어. 앞에 가던 여자가 고희동을 돌아보고 후다닥 뛰어갔
지. 계속 걸었어. 지구를 떠났다면 보지 못했을 나무들을
눈에 꾹꾹 눌러 담으며. 가방 지퍼 위로 삐져나온 장구채
가 자기 뒤통수를 퉁퉁 치는데도, 몰랐어. 그렇게 고희동
은 희동이로부터, 조금씩 멀어져갔지.
* 김수정 만화「아기공룡 둘리」의 등장인물.
- 사랑은 우르르 꿀꿀, 문학과지성사, 2017
첫댓글 ㅎㅎ,,, ^^
추억이 돋는 좋은 시네요.
깐다삐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