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929호
솔레이유soleil
박용주
영원이 어쨌다고, 이 순간도 벅찬데
은하가 어쨌다고, 이 땅 하나도 숨찬데
블랙홀이 어쨌다고, 나도 매일 나를 삼키는데
너무 멀리 눈을 두고 손 헛짚는 사람아
너무 먼 곳에 머리 두어 발 헛딛는 사람아
오늘은 오늘, 뜨겁게 일하고 내려가는 길
막걸리 서너 사발에 밤새 울먹이고
불콰한 낯, 갈지자로 길을 나서는 것이
하루쯤 무슨 흠이랴
비틀대지 않고 이 밤 어찌 맞을까
이 바닥 치지 않고서야
솔레이유, 그 이름 태양인들
가파른 내일 새벽 언덕 어찌 다시 오르랴
- 『2021 시니피앙』(천년의시작, 2021)
***
지난 토요일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요즘 가장 힙하다는 뚝섬역
근처 성수아트홀
시노래 가수 박경하의 3집 <곶> 음반 콘서트를 보러 갔습니다.
와우,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객석이 꽉 찼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박경하 가수의 시노래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종 시의 울음과 노래의 웃음이 (혹은 그 반대이거나) 객석을 흔들었습니다..
시종 시의 슬픔과 노래의 기쁨이 (혹은 그 반대이거나) 객석을 뒤흔들었습니다.
마침내 "시가 애초에 노래였고, 노래가 애초에 시였다"고!
이렇게 적어본들 현장의 느낌을 전달할 방법은 없을 듯합니다.
박용주 형의 시 「솔레이유」를 가수 박경하가 노래로 부를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날 콘서트는 과유불급, 딱 그런 무대였습니다.
오늘 띄우는 시 또한 과유불급, 딱 그런 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솔레이유~ 솔레이유~
이제 곧 해가 뜰 테지요.
사족. 박경하의 3집 앨범 <곶>에는 무려 30편의 시와 30편의 노래가 실렸습니다. 이런 앨범이라면 10만 장은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2024. 3. 25.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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