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가
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지는
4천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하지만
고양이는 그것을
제 자신이 전혀 모르는 일 같기도 하고
또는 알면서도 그저 모르는 척
할 수도 있는 것
그렇게 고양이는 전혀 포커페이스의
은밀한 양동 작전에 휘말린 채 허우적거리는
우리들을
찬찬히 바라다보고 있는, 그 민첩한 교활성
때문에
나는
고양이가 좋다
고양이의 우아한 발톱과 유혹적인, 날선 눈빛
캄캄하게 내부를 숨겨둔 채 하얗게 피어오르는 교만함과
질투, 앙칼스럽지만 상대적으로 외교적 처세법을 터득한
고양이에게
나는 최고의 훈장을 수여하고 싶다
모두들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만
믿어대는 우리 바보들에게
고양이, 너의 화려하고도 세련된 기품을
나누주고 싶다
- 이 수익 시 ‘포커페이스‘
[2019 現代文學賞 수상시집], 현대문학, 2018.
네가 사라져버린 좁은 그 골목에
1년이 가도 10년이 가도 변치 못할
기념비 같은 내 사랑,
혹 나타날까봐
처연하게 온몸에 비를 맞으면서 기다리고 있는
이 마음
벙어리 같은, 치욕 같은, 몸부림 같은 내 사랑
그 골목길 끝에서
울고 있네
- 이 수익 시 ‘ 골목길 ’
뭉개지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내가 각(角)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 선창에서
기름때 절은 배들끼리 서로 부딪치듯이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더러 얼룩도 생기듯이
그렇게, 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네 숟가락 휘젓던 된장국물을 내가 마시듯이
그렇게
서로 친밀해 지는 것이다.
자, 자,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취한 기분에 붙들려 버럭 소리도 내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시간도 참으로 필요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도 소중하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 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구역을 만들어내는 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은
네게는 매우 소중한 덕목이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침 뱉고 저주하라, 그대
불행의 작두 위를 걸어야 할 시인이여.
- 이 수익 시 ‘또 다른 생각‘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2007.,
벌써
공이 서 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공의 실 밥줄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팔을 휘두르면 금세 와―하고 그라운드 전체에
금빛 별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다
공이 서 있는 듯한 충돌의
욕구로, 공의 실 밥줄이 팽팽해지는 맨 정신의
투혼으로
한방 휘두르면 온통 지구의 먼 끝까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일 바로 그 순간에
당신이
서 있다
스스로 당신의 팔과 머리, 손목과 발꿈치는 자연스럽게 풀리면서
고속의 질주를 타격하는, 역주행의 놀라운 마력이 숨겨져 있었던 것
그리하여 뛴다 당신은 쏘아올린 휘황찬란한 불꽃 사사이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거대한 한방의 축포를 들이키면서
지금 당신이, 웃으면서, 뛴다
- 이 수익 시 ‘홈런이라고 말할 때‘
[천년의 강], 서정시학, 2013.
나는
서울 은평구 신사동이나 서대문구 북가좌동 서민아파트에서
30여 년 간
꼽짝없이 박혀 살았다
마지막 탈출구가 바로 이곳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내와 나는
보다 더 햇빛 바른 집을 찾아서 백방으로
옮겨갈 데를 찾아 헤맸지만
돈도, 행운도, 기적도
남의 일처럼 따라와 주질 않았다
그냥 그대로 살아가는 법이란 것을
큰딸 아이 시집보낼 때쯤 알게 되었으므로
바로 이곳이 나의
벗어날 수 없는, 마지막 탈출구였던 셈이다
엎드려서 산다
일어설 줄 모르는 남자,
엎드려 있기에는 그저 속이 편안한 남자,
그런 숙맥菽麥 같은 남자
- 이 수익 시 ‘일어설 줄 모르는 남자‘
[천년의 강], 서정시학, 2013.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얼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 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 이 수익 시 ‘오체투지(五體投地)‘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2007.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悲哀)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처음의 의상(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 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愛情)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 이 수익 시 ‘우울한 샹송‘
하늘로 쏘아올린 불덩어리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숨 막힌다
참말이 거짓말 같고, 또는 저짓말이 참말 같은
뜨거움이 폭발하면서 내뱉는 열기가 바야흐로
하늘을
요동친다
붉은 빛으로 채색된 구름들이
퍼지면서, 땅 위에 뾰족뾰족한 고층빌딩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푸르디푸른 시간, 창문을 열면
새로운 아침의 기류가 나의 종아리를
휘감아 오른다
근육이 힘차게 뭉쳐진다 나는
성욕처럼
굳어진다
- 이 수익 시 ‘불덩어리‘
<포엠포엠> 봄호
쉰 살이 되니까
나도 반쯤 귀신이 되어가는 모양이군.
자기 죽은 날 옛집을 찾아가는
귀신 눈에는 제삿상도 보인다던데
쉰 살이 되니까 내게도
지난 추억이란 추억들이
불을 켠 듯 환히 보이기 시작하는군.
그뿐인가, 쉰 살이 되니까
내가 앞으로 내처 가야 할
길도, 여럼풋이 보이기 시작하는군.
옛날에는 점술가한테서나 알아보던 그 길이......
이런 일은 정말
몇 해 전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쉰 살이 되니까
나도 반쯤 귀신이 되어가는 모양이군.
- 이 수익 시 ‘ 근황’
국밥과 설렁탕엔
마땅히 있어야 할 그것이 있지
그래, 깍두기
숟가락 한 입 가득 밀어 넣고는
다음 순간을 기다리는 뜨거운 기대 속에 붉게 물든
깍두기, 그 황홀한 입맛 생각나네
와싹,
깨물면 통통거리는 기쁨이 입안을 가득 펴져
나는 할 말을 잃고 거듭 실수하네, 이미 절정에 다다른
그 맛 때문에-
그래서일까, 19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서 노래 부르던 김씨스터도
<아침저녁 식사 때면 런치에다 비후스텍 맛잇다고 소리쳐도
우리나라 배추김치 깍두기만 못 하더라>*고 말하면서
까두기에 대한 찬가를 널리
세상에 퍼뜨렸다네
깍두기,
누구든자 쉽게 만들 수가 있지만
그러나 누구든지 쉽게 만들 수 없는, 토속적 끼가 박힌
그 맛 때문에
나는 연서戀書를 쓰듯 달콤하게 속삭인다네, 최고로 맛있는
차가운 별미에 대하여!
* 1960년대 초에 발표한 김씨스터즈의 노래 <김치 깍두기>에서 일부 옮김
- 이 수익 시 ’ 깍두기‘
[천년의 강], 서정시학, 2013.
크낙하게 슬픈 일을 당하고서도
굶지 못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이,
슬픔일랑 잠시 밀쳐두고 밥을 삼켜야 하는 일이,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밥을 씹어야 하는 저 생의 본능이,
상주에게도, 중환자에게도, 또는 그 가족에게도
밥덩이보다 더 큰 슬픔이 우리에게 어디 있느냐고.
- 이 수익 시 ‘밥보다 더 큰 슬픔‘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 이 수익 시 ‘그리운 악마‘
[불과 얼음의 콘서트], 나남출판, 2002.
이제 달은
나의 커다란 실망 위에
괴로운 듯이 나타났다가
새벽녘에 아주 풀이 죽어서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
아, 치명적이었던
그대의 슬픈
누우드여.
이제 나는 풀리지 않는
견고한 몇 개의 疑問의문으로
사랑하는 사람 앞에 나서리라.
- 이 수익 시 ‘나의 비밀‘
*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동문선,1990.
* [야간열차], 예문관, 1978.
더 멀리
떠나왔다 보다
밀교의 단호한 문을 여러 겹 건너
비바람과 눈보라 사이를 숨차게 헤쳐
바위처럼 금 간 상처 내려다보며
그래도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 서로
위로하면서
몇백 날을 그렇게 달려왔지
은닉한 쾌감에 메마른 주둥이를 대고 싶어
피 흐르는 육체의 윤곽을 덮어 지우면서
저 감옥 속으로,
감옥 속으로
- 이 수익 시 ‘꽃나무아래의 키스’
* 시집, 천년의 시작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 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랑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零下)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化身)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안에 부드럽고 여린 물살은 무사히 흘러
바다로 가라고,
꽝 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으며
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 이 수익 시 ‘결빙의 아버지‘
제주에 가면 꼭 한번 가보라던
애월, 그 바닷가 마을은
결국 가보질 못했다.
파란 바닷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던
네 말이 무슨 비망록처럼 자주 떠오르곤 했지만
제주가 초행인 아내를 위해서는
성산일출봉과 민속촌, 정방폭포, 산굼부리 등속의
관광명소를 먼저 보아야 했으므로
결국 그 곳은 가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잘된 일,
애월은 이제 '다음에......'하고 내 가슴 깊이 묻어둘
애틋한 그리움의 한 대상이 되었으므로
미지의, 선연한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오랜 날들을 나는 즐겁게 시달리리라.
애월, 가슴에 품고 싶은
작은 기생妓生 같은,
그 이름 떠오를 적마다.
- 이 수익 시 ’ 애월 ‘
하루살이는 입이 없다.
속은 아예 비어 있으므로
가벼운 몸은 날아라, 초침처럼 짧은 생을 위하여.
물가에서 너를 낳은 네 어미는
겨우 하루 남짓 산 것이 생의 전부
너 또한 그럴 것이다, 죽음은
선명하게 예고되어 있으므로.
너는 불마저 두렵지 않다, 차라리
불꽃에 활활 몸을 태워 죽는 환희의,
사치한 꿈이 여름밤 불빛 주위를
저토록 남무하는 춤으로 채색하고 있다.
내 사랑,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질 않아요.
절망하는 시한부의 생이 미친듯이
허공을 날고 날아
이윽고 탈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하루살이, 너를 만든 이의 잔혹한 눈을
나는 꼭 한번 보고 싶다.
- 이 수익 시 ‘내가 보고 싶은 눈‘
* 창비시작시인선 0083 이수익시집 |
*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2007
첨 동창회 갔을때
난 울고 싶었다
내 동창 맞아?
나이보다 많은 주름
낯설은 옷차림들...
광내고 빼입고 설레임으로 달려간 난
그날따라 빨리 벗어지지않는
롱부츠가 어찌나 민망스러웠던지...
- 이 수익 시 ‘동창생’
나를 붙들지 마라
너의 허황된 눈빛의 바람으로
떨어지는 이 비탄을 가로막지 마라
그러나 나는 울지 않는다, 묵묵히
신의 제단에 나의 하루를 바칠 뿐
나는 전신으로 투하한다, 어김없이
저 바다 열광하는 손뼉 사이로
- 이 수익 시 ‘일몰의 노래‘
*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젊었을 적엔 보라는 듯 도도하게
자태 뽐내던 붉은 장미꽃,
누가 손댈까 봐
줄기엔 가시마저 새파랗게 세우고 있더니.
그래서 꽃 따는 유혹도
피 흘리는 아픔 두려워
서성였는데.
이제는
밤에도 문 열어놓고 자는
너는 할미꽃, 초로(初老)의 부인.
낯뜨건 육담도
걸쭉한 웃음으로 받아넘기는
빗장 없는 너의, 눈부신 변신.
세월이 입힌 인생의 더께.
- 이 수익 시 동칭생‘
*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절로 흘러넘치는 물이
있다.
절로 절로 흘러넘쳐서
제 몸을 세상에 내다버리는
물이 있다.
내다버리고 내다버리고 또 내다버림으로써
종일토록 보시하는 물이 있다.
그 물 속에
천수관음 옷자락이 펄럭인다. 꼴딱꼴딱 잘도
들이마신다.
절로 흘러넘치는 시간 속에
아직 생각을 벗지 못한 젊은 비구니의
파르란 머리가 벽을 향해 운다.
아직
한참이다.
- 이 수익 시 ‘예불’
물에 빠진 개펄은
옷을 벗은 여자 누드모델처럼
제 몸의 굴곡을 드러낸 채, 가만히 엎드려 있고
그 발목쯤에서 물결은 찰랑거리며
갈증 나는 밤의 적막을 자디잘게 깨물고 있다.
이 썰물의 시간에 살며시 땅으로 내려온
달은
눈부시게 빗나는 개펄의 알몸을 품어보기도 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어보기도 하고, 긴 혓바닥으로
핥아보기도 한다.
개펄의 몸이 간혹 부르르 떨리는데
그럴 적마다 밤바다 물결소리가 높아지곤, 높아지곤
한다.
꿈인 듯 생시인 듯 알 수 없는,
집중의
시간.
- 이 수익 시 ‘백야몽(白夜夢)‘
때로 사랑은
홀낏
곁눈질도 하고 싶지.
남몰래 추억도 만들고 싶지.
어찌 그리 평생 붙박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나.
마주 서 있음
만으로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저리 마음 들뜨고 온몸 달아올라
절로 열매 맺는
나무여, 나무여, 은행나무여.
늦가을부터 내년 봄 올 때까지
추운 겨울 내내
서로 눈 감고 서 있을 동안
보고픈 마음일랑 어찌하느냐고
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만
마구 뿌려대는
아, 지금은 가을이다, 그래, 네 눈물이다.
- 이 수익 시 ‘ 열애‘
*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전통가옥 보존구역 내 한옥들은
전신에 흙먼지를 털지 않은 채 고스란히
삭아내려도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는 듯,
시간의 발자국 아래 깊이 찍히고 있다.
그 일대만이 도드라지게 폐허로 함몰되는
결핍이 상호(商號)처럼 눈부시다.
- 이 수익 시 ‘결핍도 때로는 눈부시다‘
천사는 양 어깨에 날개를 달고
천사는 뽀오얀 우윳빛 살결을 드러내며
부드러운 발성의 그의 이름처럼
아름다운 맨발을 가졌지만
천사는 늘 말이 없고, 표정을 깊이 감춘 채
오로지 완성된 그의 순수만을 보여준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는 이 땅에서 차마
범접하기 어려운 미묘한 상징과 은유로써
전신을 감싸 안고
복되도다! 지상의 사람들을 위로하지만
그러나, 나는 그런 천사가 싫다.
저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몸매와 얼굴이
마네킹 같은, 상투적인, 그리고 하늘과 땅의 비밀을
모두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내색하지 않는
그 용의주도한 냉정함이 나는 싫다.
차라리 머리에 뿔이 돋은 징그러운 악마와
술잔을 부딪치며 가슴을 열겠다.
- 이 수익 시 ‘당신의 천사‘
느긋하게 한숨 자고
가득한 포만으로 식사를 끝낸
젊은 노무자들은
합숙소를 떠나 일터로 향하는 길
천천히 발걸음 옮긴다.
충전된 힘으로 그들은
오늘도 일을 만나
무섭게 들소처럼 제 몸을 던지리라.
그리고 이 시간쯤엔
휴식을 위해 합숙소로 돌아오는 이들도
있다. 그들 가슴은
기력을 탕진한 이후의, 나른한 피로에 젖어
펄럭이고
더러는 남아 있는 기운이
거친 슬픔과 뒤섞이며, 때로는
기분을 받아줄 대상도 없이 제 스스로에게
씨팔,
욕설이라도 내볕고 싶을 것이다.
널따랗게 열려 있는 수색역 차고지를
묵묵히 드나드는
빛나는 검은 육체, 젊은 사내들 같은
열차, 그리고 열차들.
- 이 수익 시 ‘수색역 (水色驛)‘
강화 석모도로 떠나는
외포리 선착장 카페리 고물에는
수많은 갈매기들 윤무가 한창이다.
사람들은 좋아라 새우깡을 던지고......
배가 물길을 가르며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도
인간의 식품 맛에 길든 이 바닷새들은
너훌너훌너훌 춤을 추면서
뱃길을 따라 무리 지어 날아온다. 오늘도 어제처럼.
던져주세요, 우리에게 제발
그 맛잇는 과자를!
대신 우리들은 그대들의 눈과 마음즐겁도록
이렇게 춤을 추어드릴게요.
사람들이 던지는 먹이에 이미 빠져버린
갈매기들은 바다에서 찾던 귿들의 머리를 잊고
노란 부리로 날쌔게 새우깡을 낚아채며
활강하고 또한 상승한다, 아기 울음을 기룩거리면서,
바다 위로,
비루한 생의 곡예가 한창이다.
- 이 수익 시 ‘나쁜 피’
제 몸을 부수며
종이
운다.
울음은
살아 있음의
명백한 증거,
마침내 깨어지면 울음도 그치리.
지금
존재의 희열을 숨차게 뿜으며
하늘과 땅을 건너느릿느릿 울려 퍼지는
종소리,
종소리,
그것은 핏빛 자해(自害)의 울음소리.
- 이 수익 시 ‘ 자화상’
문틀 사이로
처음엔 너무나 아귀가 잘 맞아서
좋은 궁합이었던 문틀 사이로
어느새
틈이 벌어졌다. 화해가 먹혀들지 않는다.
둘 사이를 힘껏 끌어다 붙여도
절대, 다시는,
재결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부리는 심술
별거(別居)의 틈새가 사납다.
영원히 함께! 약속으로
입맞춤할 수 있는 일 아무 것도 없다.
눈부시게 천 년 누대(累代)를 떠받쳐온 종탑도
수백만 년 견뎌온 저 산 암벽 덩어리도
결국은
균열이 가고, 틈이 벌어지는 것이니
서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젊은 날 피로써 사무쳤던 붉은 인연이여!
맞이하자, 기꺼이,
저 치밀하고도 집요하게 시간이 밀어내고 있는
우리 사이 슬픈 틈새를.
- 이 수익 시 ‘ 틈 ’
꽃은
네가 말하듯, 그렇게 아름다운 추상이
아니다.
꽃은 지금
절박한 실존으로
제 생의 위태로운 극단 위를
피고 있다.
꽃이란 꽃 저마다 다른 꽃을 딛고
우우우, 봉우리를 높이 일으켜 세우고 있는
저
치열한 경연장과도 같은,
꽃들의 광장으로 가서 보라.
층층이 만발한 그들은
저 하나 우뚝 피어나기 위해 옆옆의 꽃을
밀치고 누르거나
혹은 짓밟으며
불꽃 튀는 관능의 빛깔과 향기와 자태를
하늘 가운데 눈물겹게 드러내려 하고 있다
아 실은
꽃들은
저리도 제 피를 말리면서
시들고 있다.
- 이 수익 시 ‘꽃은 부드럽지 않다‘
견인차가
불법주차 승용차 한 대를 끌고 불이 난 듯
급하게 달려간다.
앞 범퍼가 견인차 후미에 덜컹, 얹힌
승용차는
제 주인에게 피랍 사실을 알리지도 못한 채
어디론가 행방이 감춰지고 있다.
죄를 지었으므로
체신은 볼품없이 구겨졌으면서도
두 손이 단단하게 결박당한 채
견인차가 가자는 대로
가고 있다.
내 죽은 다음
저승사자가 내 생애의 죄를 물어 저렇게
유계(幽界)의 사방천지를 끌고 다닌다면,
어쩌지?
꼼짝없이 사지를 포박당한 채
하긴 살아서도 지금까지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어디론가
끌려오긴 했지만.
- 이 수익 시 ‘ 견인되다‘
뒷마당의 몇 그루 대추나무엔
빠알간 대추열매 가지 무겁게 열렸건만
따는 사람 없어 사람의 것이 아닌
하늘의 열매 같고
사립문 늘 열린 채 경계를 지운 빈집에는
이 방 저 방 기웃거려보는아이들 앞에
머리 가득 푼 처녀귀신 나타날지 몰라
삐걱거리는 방문 소리에 쭈룩쭈룩 하얗게 소름끼치는
이 집에, 그러나 벌레들 편안한 거처 마련되고
손닿지 않는 뜨락엔 잡풀들 소리치며 돋아나
폐허의 아름다운 향연 한창 벌어지고 있으니
빈집, 그 쓸쓸함, 기막히게 좋은 맛이다.
빈집, 그 황폐함, 눈부시게 좋은 눈요기다.
빈집, 그 적막함, 가슴 저리게 좋은 위안이다.
지금 빈집 한 채 화사하게 버려져 있다.
- 이 수익 시 ‘빈집 ‘
이 개같은 그리움을
시(詩)라고 하자.
그래, 시는 마침내
죽음의 바다에서
나와 함께 죽는다.
한참후_
망각을 부르는 시간의 거적이
내 머리끝까지 깊숙이 덮이리라.
- 이 수익 시 ‘ 그리움 ’
오늘 하루 투망도
헛일이다.
바다 물고기들은 죄다
그물을 뜯어놓고 달아나고
허무의 어구(漁具)를 싣고 돌아오는 슬픈 귀향길엔
눈물 같은 황혼만
가득 내렸다
어제도 그러했지
내일 또한 그러하리라......
하늘엔 오늘 밤에도
검은 관(棺) 하나를 짜려는 듯
반짝반짝 쇠못 같은 별들이 뜬다
- 이 수익 시 ‘별이 뜨는 이유‘
친구여, 우리는 벌써
할아버지라는 말이 쉽게 나오고
손자 손녀얘기를 자랑스럽게
거리낌없이 하게 되었으니
하얀 구름 위에 앉을 날도 그리 멀지 않았나봐
그렇지, 가랑이 사이에서 불알은 힘없이 축 늘어지고
당당했던 어깨는 기울어 이미 노년임을 말해주고 있으니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20대는 지금
어느 먼 바다 위에서 어질어질 헤매고 있을 것인가
친구여,
앞으로 또 40년 세월이 흐르면
그때는 우리 각자 어느 외딴 산비탈에 호젓이 누워
스쳐가는 바람소리에 서로의 안부를 전해들을 것인가
풀잎 위에 떨어지는 새 울음 소리에 문득 전언이라도 들을까 싶어
땅 속에서 푸시시 뼈를 일으켜 세울 것인가
그러니 친구여, 살아 있을 동안 우리
더러 만나서 히히덕거리세
자네는 술을 잘 하니까 많이 마시고, 대신
나는 약하니까 조금 마시면서
우리 그렇게 만나 가슴을 열고 히히덕거리며
남은 생을 줄여나가자구!
가는 세월*이야 그 누구도 잡을 수 없기에
가라고, 가라고, 그냥 내버려두면서
- 이 수익 시 ‘ 가는 세월- 박의상 에게,‘
* 가수 서유석이 부른 박의상 시인의 18번 애창곡
한 고단한 삶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혼곤한 잠의 여울을 건너고 있다.
밤도 무척 깊은 귀가길,
전철은 어둠 속을 흔들리고...
건조한 머리칼, 해쓱하게 여윈
핏기없는 얼굴이
어쩌면 중년의 내 이종사촌 누이만 같은데
여인은 오늘 밤 우리의 동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어깨에 슬픈 제 체중을 맡긴 채
송두리째 넋을 잃고 잠들어 있다.
어쩌면 이런 시간쯤의 동행이란
천 년만큼 아득한 별빛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나는 잠시 내 어깨를 빌려주며
이 낯선 여자의 오빠가 되어 있기로 한다.
전철은 몇 번이고 다음 역을 예고하며
심야의 지하공간을 달리는데......
- 이 수익 시 ‘어느 밤의 누이‘
정든 사람들은 떠났다.
집집이 외부 벽면의 붉은 페인트 글씨가 공가(空家)임을 알리고
사형수의 마지막 남은 며칠을 떠올리게 했다.
처처에 방들은 텅 비었다. 씨팔, 이왕 뜯길 집,
이주민의 손발이 거칠게 다룬 자취들이
역력하게 남아 있었다. 파경(破鏡)이었다.
그들은
한 푼어치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몸을 섞으며 살던
그 오랜 날들, 떠나 있으면 더욱 그리워지던
당신, 보고팠어요, 보고팠어요, 그러나
이젠 부질없었다. 늙고 병든 육체만이 폐허의 공간에서
긴 가래를 삼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눈부시게 떠오를 신생의 아침을 거듭 말하기 시작했다.
- 이 수익 시 ‘ 뉴 타운‘
보도블록 위에
지렁이 한 마리 꼼짝없이
죽어 있다.
그곳이 닿아야 할 제 생의 마지막 지점이라는 듯.
물기 빠진, 수축된 환절(環節)이 햇빛 속에 드러나
누워 있음이 문득 지워진 어제처럼
편안하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흙의 집 떨치고 나와
온 몸을 밀어 여기까지 온 장엄한 고행이
이 길에서 비로소 해탈을 이루었는가,
금빛 왕궁을 버리고 가출했던 그
고타마 싯타르타같이.
몸 주위로 밀려드는 개미떼 조문 행렬 까마득히,
하루가 간다.
- 이 수익 시 ‘ 길일(吉日)‘
이리 오시라
와서
천년을 마모된 내 얼굴이며 손발,
몸뚱아리를
눈으로 보시라, 손으로 한번쯤 만져보시라
문둥이처럼,
흡사 문둥이처럼 문드러진 내 코며 입술,
눈덩이며 귀, 그리고 뺨을
가까이 다가와서 만져보시라
더러는 팔이 부러지고
더러는 목이 부러진 채
천년을 어느 외진 산자락에 서 있어도
나는 너그럽게
가녀린 미소 하나로 영원을, 영원을 품고 있어라
그러길래......
오늘은 마음 상한이여
그대는 하루쯤 경주 남산으로 와서
깊이 나를 보시라, 문드러진
불화(不和)의 내 육신 옆에 서거나 누워
잊으시라, 저 미물(微物) 같은 세상 온갖 희비를
- 이 수익 시 ‘폐허의 노래‘
* [꽃나무 아래의 키스]
박수근의 나무에는
잎새가 없다.
잎새란 잎새 모두 하늘에 준
가지,
그 가지 떠받친 줄기만 있다.
나무 아래로
아낙네 하나가 지나간다.
겨울을 팔고 봄을 사러 가는 그녀 발걸음이
동쪽을 향하고 있다.
그녀의 치마저고리가 뭉특하다.
길가엔
강아지 한 마리가 서 있다.
나무와 여자와는 좀
떨어진 곳,
강아지는 겨울나무를 쳐다보고 있다.
아니다, 강아지는 아낙네를 보고 있다.
아니다, 강아지는
그림 속에 없는 제 어미를 찾고 있다.
잎새를 떨친 나무 한 그루,
종종걸음 걸어가는 아낙네 하나,
강아지 한 마리뿐인
박수근의 겨울풍경 연필 드로잉은
하얗게 시린 그의 무르팍처럼
식음을 전폐해버린 그의 세간처럼
간결하다.
그냥,
울고 싶은 듯이...
- 이 수익 시 ‘ 박수근의 나무‘
[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 시작. 2007.
길 옆
자전거보관소에
몸이 뜯긴, 오래된, 주거불명의
자전거 몇, 버려져 있다.
안장이 사라지고
체인이 풀린
타이어가 땅바닥까지 함몰된 자전거들이
구겨진 풍경의 액자를 만들며
어둠속을 비스듬히 누워있다.
오랜 무관심에 길들여진 편안함이
어느덧 그 심연에
맞닿아
나태와 궁핍이 제법 반질반질하다.
이제는 더 이상 뜯길 것 없으므로
자유가 너희를
화평케 하리라!
날마다 이맘때를 찾아오는 그늘이
친구처럼 유정하게 툭,툭,
바큇살을 건드리는 오후
자전거들은
왕년에 달리던 기세를 되살려
저렇게 뻗어나간 아스팔트길을
씽씽 내질려보고 싶은 푸른 욕망에 진저리치며
한번씩은 꿈틀,
해보기도 하는 것이다.
- 이 수익 시 ‘배후는 따뜻하다‘
* 딩아돌하 창간호 (2006)
오늘 밤이
이 세상 끝인 것처럼
그러니까 첨예한 생각일랑 버리고
용납하자고
한 잔 술에 받아마시는 외로운 화해.
그러니까 세상이 갑자기 우습게도 슬퍼져서
솟아나는 마음의 눈물을
손끝으로 눌러 죽이면서
눈감고 더 크게 불러보는 나의 노래여.
자,
여기에 또 술 한잔!
- 이 수익 시 ‘ 술 한잔‘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 동문선
너와 함게라면
난
죄를 짓고 싶어.
너의 피를 받은
아이를 갖고 싶어.
그리고 기다릴거야, 천천히
배부르는 기쁨으로
늘
신선한 아침을 맞으면서.....
그러면 女子가 되겠지
바보 같은 여자,
맹물 같은 여자,
위대한 여자,
너와 함께라면
난
이런 감옥에 갇히고 싶어.
- 이 수익 시 ‘女子‘
세상에는
주인 목소리를 들으면
절로 몸을 푸는 자물쇠가 있다.
보통 자물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고감도 센서를 내장했을 그 자물쇠는
하늘 아래 한 사람
주인만 안다.
만약 주인이 죽기라도 한다면,
영영 제 몸을 풀지 않고
옛 주인의 비밀을 간직한 채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을
그 자물쇠의 평생 수절守節은
아름답게 들리기도 하지만,
오직 한 사람의 목소리에 제 운명을 가둬버린
그런 자물쇠는
불행하기도 하다.
아무 열쇠로든 쉽게 열리는 자물쇠가
살기 좋은 세상
- 이 수익 시 ‘ 자물쇠 소고(小考)‘
바다에 눈은
뛰어내린다.
겨울바다의 허전한 空腹(공복)이
그 아래에서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以上(이상)
눈은 끝까지 조용히 내릴 수가 없다.
내려야할 곳이 이미 땅이 아니라
바다인 것을
알았을 그 순간부터,
눈은 굳어지고
눈은 난폭해진다.
그래서 바다에 내리는 눈은
特攻隊(특공대)처럼
뛰어내려,
날름거리는 바다의 혀를 찌르고
자기도 죽는다.
- 이 수익 시 ‘바다에 내리는 눈‘
시집 : 夜間列車(야간열차)
내 목소리가
저 물소리의 벽을 깨고 나아가
하늘로 힘껏 솟구쳐 올라야만 한다.
소리로써 마침내 소리를 이기려고
歌人(가인)은
심산유곡 폭포수 아래에서 날마다
목청에 핏물 어리도록 발성을 연습하지만,
열길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쉽게 그의 목소리를 덮쳐
계곡을 가득 물소리 하나로만 채워 버린다.
그래도 그는 날이면 날마다
산에 올라
제 목소리가 물소리를 뛰어넘기를 수없이 企圖(기도)하지만,
한번도 자세를 흐뜨리지 않는
폭포는
준엄한 스승처럼 곧추 앉아
수직의 말씀만 내리실 뿐이다.
끝내
절망의 유복자를 안고 下山(하산)한 그가
발길 닿는 대로 정처없이 마을과 마을을 흘러 다니면서
소리의 昇天(승천)을 이루지 못한 제 恨(한)을 토해 냈을 때,
그 핏빛 소리에 취한 사람들이
그를 일러
참으로 하늘이 내리신 소리꾼이라 하더라.
- 이수익 시 ‘ 昇天(승천)’
* 푸른 추억의 빵/고려원
초봄에는
가만히 앉았어도 왠지 눈물겹다
봄풀이 돋아나도 그렇고
강물이 풀려도 그렇다
말없이 서러운 것들
제가끔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이 길목의 하루는
반가움에 온몸이 젖어
덩실덩실 일어나 춤이라도 추고 싶다
바람같이 언덕을 달리고 싶다
오오, 환생하는 것들 어리면 어릴수록
약하면 약할수록
나를 설레이게 하는
만남의 희열이여, 무한 축복이여
초봄에는
가만히 앉았어도 왠지 눈물겹다
한잔의 기쁨 위에
또 한잔의 슬픔처럼
- 이 수익 시 ‘한잔의 기쁨 위에‘
** 이 수익: 1942년 11월 28일, 경남 함안군,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2002.09.~2002.12.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강사. 2003.03.~ 고려대학교 사회교육원 시창작반 지도교수. 2001.09.~2001.12. 협성대학교 문예창작과 강사. 1999.01.~ 한국방송공사 라디오센터 제작위원회 위원.
2008. 제3회 이형기문학상
2007. 제4회 육사시문학상
2007. 공초문학상
2001. 한국시인협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