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오징어'를 아십니까?
총알 오징어는 새로 나온 말인데 몸통 길이가 20㎝ 이하인 새끼 오징어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기관총 총알처럼 몸통이 작고 날렵한 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과거에는 '햇오징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2~3년 전부터 다 큰 오징어 가격이 급등하자 요즘엔 ‘총알 오징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2017년 닥친 '금(金)징어 현상' 영향으로 시장에 총알 오징어가 풀리고 있다. 총알 오징어는 부화한 지 3~6개월 된 새끼 오징어를 일컫는 말이다. 꼴뚜기·주꾸미처럼 아예 품종이 다른 해산물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 1년생인 오징어는 3~6개월 되면 몸통이 성어의 절반 크기(13~15㎝)로 자라는데, 과거에는 '햇오징어'라고 불렀다.
총알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3년 사이 일로, 최근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일식 주점의 고급 메뉴로도 등장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내장의 녹진한 맛이 일품이라는 소문과 함께 통찜·내장 파스타 같은 요리법이 공유되고 있다.
총알 오징어가 유통 시장에 쏟아진 시점은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한 시기와 일치한다. 1990년대 오징어 평균 어획량은 18만2000t이었지만, 2004년 중국 어선이 입어료를 내고 북한의 동해 수역에서 싹쓸이 조업을 하면서 줄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획량이 2016년 12만1691t에서 2017년 8만7024t으로 뚝 떨어졌다. 수산업계에선 지난해 어획량을 4만여t(1~11월 3만7523t)으로 추정하고 있다. 3년 만에 오징어 어획량이 3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생물 소매 가격(1마리·중품 기준)도 최근 3년 새 2631원(2016년)→ 3610원→ 5194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연말부터는 6000원을 넘어선 상태다. '금징어 쇼크'라는 말도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김중진 박사는 "과거 어린 오징어는 잡아도 상품 가치가 낮아 수협 위판 단계로 오기 전에 버리거나 항구에서 개별적으로 판매했다"며 "오징어 값이 오르면서 총알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위판장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총알 오징어는 현재 대형마트에서도 마리당 1500~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 수산 담당 추현우(35) 구매 담당자는 "올해 1일부터 열흘간 1억7000만원어치가 팔렸다"며 "지난해 1월에는 한 달 동안 점포 한 곳에서 200만원어치 팔린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매출이 250배가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마리당 1200원 하던 총알 오징어 값이 지금은 66% 오른 1990원"이라며 "손질이 편하고 크기가 작다 보니 1인 가구 수요도 많다"고 했다.
총알 오징어 인기에 명태와 노가리(어린 명태)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1971년 정부가 노가리 어획을 허용하자 1980년대 초반까지 전체 명태 어획량의 70%가 노가리로 채워졌고, 그 결과 명태 씨가 말랐다.
'총알 오징어' 남획 우려에 해양수산부는 2016년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몸통 길이가 12㎝ 이하인 오징어 포획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에는 '12㎝ 이하 오징어가 선박 한 척 총 어획량의 20% 이하일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어 현실적으로 단속·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11일 새벽 포항수협 죽도 위판장에서 만난 동해어업관리단 조사원은 "눈대중으로 허용 기준에 미달하는 오징어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지만, 정확한 계측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중진 박사는 "최근 총알 오징어 어획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올라온 적이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어민·유통업자·소비자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현재 오징어 포획 금지 크기를 19~20㎝ 길이로 늘리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조선비즈, 포항=한경진 기자
어부들의 입장에서는 잘 팔리니까 당연히 잡아 올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놈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사 먹는 것이 상식일 겁니다. 그러나 정말 이러다가 오징어가 멸종한다는 얘기가 나올까봐 걱정입니다.
이미 서해안에서 쭈꾸미가 비슷한 과정을 겪으면서 개체 수가 엄청 줄면서 제철에 먹기 힘든 해물이 되었고 가격도 엄청 올라서 결국 어부들이 제 발등을 찍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도 그게 시정이 안 되는 형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봄에 잡아야할 쭈꾸미를 가을에 미리 잡아버리니까 알을 낳을 큰놈들이 다 사라져 아예 멸종 얘기가 나오게 된 겁니다.
사실 저는 갑오징어는 좋아해도 일반 오징어는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오징어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어린 것들을 잡아 또 다시 명태의 꼴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언발에 오줌 누기는 정부 정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눈앞에 이익에 급급하다가 아예 전체가 사라지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