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首] 봄날의 취가(醉歌)
處世若大夢(처세약대몽), 胡爲勞其生(호위노기생).
세상살이 한바탕 꿈과 같거늘,
왜 제 삶을 수고롭게 하나.
* 處世(처세) : 세상에 처함. 세상을 살아감.
* 若大夢(약대몽) : 《莊子》 齊物論에 '깨어난 뒤에야 그 꿈임을 안다. 또한 크게 깨우침이 있은 뒤에야 그것이 큰 꿈임을 안다.'라고 하였다. 장자가 말하는 '그것'이란 인생을 가리킨다.
* 胡爲(호위) : 하위(何爲). ‘어째서. 어찌하여서’,
* 勞其生(노기생) : 《장자》 大宗師편에 '대지(大地)는 우리를 실음에 형(形)으로써 하고, 우리를 노(勞)함에 생(生)으로써 하고, 우리를 일(佚:安樂)케 함에 노(老)로써 하고 우리를 쉬게 함에 사(死)로써 한다.'라고 하였다. 사는 동안에 이해관계 때문에 노고(勞苦)함을 뜻한다.
所以終日醉(소이종일취), 頹然臥前楹(퇴연와전영).
하여 종일토록 취해,
질펀하게 앞 난간에 기대어 누웠노라.
* 所以 : 그래서, 인생은 大夢이기 때문에.
* 頹然(퇴연) :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곤드라지는 모양. 취하여 편안히 쓰러지는 모양.
* 前楹(전영) : 당(堂)의 전면에 있는 기둥.
覺來眄庭前(각래면정전), 一鳥花間鳴(일조화간명).
술 깨어 뜰 앞을 바라보니,
꽃 사이에서 울고 있는 새 한 마리.
* 眄(면) : 흘낏 바라보는 것.
借門此何時(차문차하시), 春風語流鶯(춘풍어류앵).
묻노니 지금이 어느 시절?
봄바람이 꾀꼬리에게 말 건네고 있네.
* 借問(차문) : 남에게 모르는 것을 물음
* 此何時(차하시) : 《이태백시집》엔 此何時로 되어 있다. ‘어떠한 때인가?’
* 語(어) : 동사로 '지저귀다'.
* 流鶯(류앵) : 꾀꼬리.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꾀꼬리. 鶯(앵) : 꾀꼬리
感之欲歎息(감지욕탄식), 對酒還自傾(대주환자경).
만감이 교차하여 탄식이 나오는 터에,
술 있어 또 혼자서 술잔 기울인다.
* 感之(감지) : 之는 '그것' 곧 봄철의 아름다움. 감(感)은 감동되다.
浩歌待明月(호가대명월), 曲盡已忘情(곡진이망정).
호탕하게 노래하며 밝은 달 기다리다,
곡이 다하자 어느새 담담해진 이 마음.
* 浩歌(호가) : 큰 소리로 노래하다.
* 忘情(망정) : 사람의 모든 감정을 잊는 것. 술에 취하여 老莊哲學에서 말하는 혼돈의 無我之境으로 들어가는 것.
―‘봄날 취했다 일어나 마음을 토로하다
(춘일취기언지·春日醉起言志)’ 이백(李白·701∼762)
인생에 대한 달관과 관조의 자세를 견지하려는 도가적(道家的) 인생관을 담은 노래. 헛된 욕망과 잇속 다툼으로 점철된 세상살이 탓에 일평생 마음의 평안을 누리지 못한 시인의 탄식이 도처에 배어 있다. 짧은 벼슬살이를 통해 황제의 측근으로부터 모욕과 배척을 경험한 후 여기저기 떠돌며 음주를 즐기고 티끌세상의 혼돈에서 초연하고자 애썼던 시인. 하지만 황제를 도와 정치적 이상을 실현해 보겠다는 의지는 좀체 사그라지지 않았기에, 시인은 관직에 대한 열망을 토로하며 요로(要路)에 스스로 천거(薦擧)하는 시문들을 보내고 또 보냈다.
현실은 냉혹했고 인생살이는 한바탕 꿈처럼 속절없이 흘렀다. ‘왜 제 삶을 수고롭게 하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반복되는 좌절감에 시인이 겪었을 내면의 모순과 갈등, 하여 그는 계절조차 잊은 채 ‘종일토록 취해, 질펀하게 앞 난간에 기대어 누워 있다.’ 애당초 명리로부터 의연하게 초탈할 수 있었다면 이 주체 못할 갈등에 시달리진 않았으련만. 여하튼, 호탕하게 불러댄 봄날의 취가(醉歌)로 시인의 가슴속 응어리가 어느새 사르르 풀렸다니 다행이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首(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4년 04월 12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