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人間)의 생명욕구(生命慾求): 노인의 넋두리]
공자의 논어(위정편)에서 보면 인생의 성장단계에 성찰적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생애과정 중에서 장년기에 이르는 30대는 평생 갈 길을 정하는 입지(立志)에서 장사(壯仕)이라 했고,
40대는 불혹(不惑)이라 하여 강사(强仕)이라 했으며, 50대는 지천명(知天命)으로 애(艾. 艾年)라 하였고, 60대는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라 하여 기(耆, 耆年)라 했으며,
70대는 “고희”(古稀)라 하여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 從心所欲不踰矩)"고 했다.
그러면 건강 100세시대의 삶의 욕구를 어떻게 볼까? 물론 인간이 “언제까지 살까? ”하는 물음에는 정답이 없다.
생명체를 컴퓨터로 계산하는 대상도 아니다. 다만 장수의 판단은 건강 가능성의 유지와 관련돼 있다.
198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인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박사는 분자 생물학이나 면역학 입장에서 인간이 적절한 영양섭취에 적당량의 운동을 하고
의학적 치료와 예방을 잘 한다면 125세까지 살수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120이전에 죽는다면 원래 명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심할 나위 없이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절실한 욕구는 육체적 생존욕구다. 하루라도 더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죽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해 가는데 있어서 부정적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본능적으로 죽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춤을 추듯 살기를 원하지만 저승사자가 늘 옆에 있다.
지나가는 농담이지만 저승사자(使者)가 부자를 끌고 가려고 했다. 부자는 “아직 돈을 좀 벌어야 해요,
돈 벌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해요, 어느 정도 이뤄진 다음에 내 발로 가겠오!”하며 저승사자를 돌려보냈다.
또 저승사자는 70대의 가난한 김 첨지에게 가자고 했다. 이때 이 노인은 “돈 좀 벌어서 멋지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소?” 하며
좀 기다려 달라고 애원했다. 영원한 생명은 없기에 역설적으로 불사의 욕망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노인마다 아직 천당(극락)갈 준비가 안됐으니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이런 죽음에 대한 거래는 의식이던 무의식이든 인간이 갖는 밑바닥 마음이다.
우리들 생활속에서 많이 알려진 일본문화의 말들이지만 100세 시대에 던지는 우스게 소리가 현실이 되는 듯하다.
일본인들의 나이에 따른 ‘노인타령’은 좀 해학적이다. 돌 직구식으로 저승사자와 생명 거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아래 글에서 보자.
1. 회갑(回甲):
육십에 저승사자(使者)가 문밖에서 서성거렸다. 그때 김 첨지는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이곳에 안 계십니다”라며 저승사자를 외면했다. 그러면서 혼자 중얼 거렸다.
“나는 아직 청춘이고 할 일이 너무나 많지, 짝 없이 혼자 살다가 늦게 재혼한 아내와 더 살아야 하는데 벌써 헤어지라고?”
사람이 마지막에 진짜 중요한 것은 “누구를 사랑했다는 사실인데 아내와 더 재미있게 보내야지” 하며 가는 세월을 아쉬워한다.
2. 고희(古稀):
칠십에 저승사자가 “오래 살으셨는데, 이제 천천히 갈 준비를 하시지요?”하고 말을 건 냈 다. 그때 노인은 저승사자에게 “아직 이르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말이 있지만 요새는 인생은 70부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70대지만 아직 출가시킬 자식들도 있고 노모도 살아계시니 좀 기다려 줘요” 어디서 놀다가 몇 년 후에 다시 오구려!
3. 희수(喜壽):
77세에 저승사자가 “아직 갈 준비가 안 되었나요?”하며 나서기를 재촉한다. 매우 건강한 노인은 “아직 건강 만 땅, 사랑 만 땅, 행복 만 땅의 삶을 만들고싶어요.” 하며 같이 가기를 거절한다.
너무나 살기 바쁜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아직 오지않았어요? 그러니 늙었지만 지금부터 좀 즐기고 갈게요?” 하며. 저승사자에게 그냥 돌아가라고 권한다.
4. 산수(傘壽):
80세에 이르러 저승사가가 찾아와 시간이 없다며 빨리 따라오라고 했다. 팔순의 노인은 “이래도 아직은 쓸모 있다오.” 하며 동행을 거부했다.
그는 “평생 고개를 땅에 처박고 살다가 이제 늙어서 좀 살만한데 지금 가자고 합니까?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라는 노래를 모릅니까? 제가 노래나 불러 줄 테니 놀다가 가시오?” 하면서 딴청을 부린다.
5. 미수(米壽):
88세에 저승사자가 문 밖에서 안 나온다고 화를 냈다. 그때 노인은 “올해는 보기드문 풍년이 들었으니 못 먹던 쌀밥이라도 더 먹고 가겠다.”며 문도 안 열어준다.
그러면서 “열심히 선하게 살아온 나같은 노인은 300년은 더 살아야 하지 않겠소?” 하며 욕심을 부린다. 사실 90살을 내다보지만 ‘늙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6. 졸수(卒壽):
90세에 저승사자가 시간이 없다며 빨리 가자고 졸랐다. 그러나 90세 노인은 나이에는 졸업이 없다면서 ”아! 벌써 90살이요?
미안하지만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돼요. 난 아직 10년 이상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으니 좀 더 놀다가 가겠소!”
사실 노인 철학자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10년이 넘도록 혼자 살아가며 ‘고독병’에 시달려 온 지난 세월이 서럽기만 하다.
마지막 남은 생애지만 멋진 연애도 하고 싶고, 쓰다 남은 책도 끝내고 싶은 마음이다.
7. 백수(白壽):
99세에 저승사자가 문밖에서 쿵쿵거리며 큰소리로 김천지를 불렀다. 이에 노인은 “때를 보아서 스스로 가겠소!” 하며
우울한 기분을 지어 보인다. 노인은 “아직 밥도 잘 먹고 걸을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재촉하느냐”고 화를 낸다.
지금 같아서는 내가 사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100세 잔치 상을 받으며 자식들 등에 업혀 춤도 추고 싶은 심정이다. 여전히 눈부신 햇살과 바다, 노인의 삶에 동기를 제공하는 듯하다.
8. 차수(茶壽):
108세에 저승사자가 “무슨 꼴을 보려고 그리 안 가십니까?”하며 나무랬다. 노인은 “응 미안하네, 먹다 남은 차(茶)를 먹고 차근차근 가려네?”
그러면서 노인은 “요새는 150살 이상을 산다는데 왜 그렇게 데려가지 못해서 안달하느냐? 지금 슬슬 나설 터이지만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기다리지 말게”하며 먼 하늘을 본다.
이상은 생애별 과정에서 보이는 노인들의 생명욕에 대한 우스게 소리다. 물론 죽을 때가 되면 죽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다. 세월은 모든 것을 이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산다는 것은 무덤을 향하여 한발자국씩 다가는 걸음이다. 일종의 연속적인 죽음으로 본디 왔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다. 어느 무엇도 영원치 않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에 대해 시간은 째깍 째깍 죽음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산다는 것은 매일 아주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다.
이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끈질긴 생명 욕을 보이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죽겠다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힘들어 죽겠네, 배고파 죽겠네, 배 아파 죽겠네, 더워서(추워서)죽겠네, 더이상 못살겠네, 어서 죽어야지,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하는 말을 달고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지만 죽음의 시간을 누구도알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천국에 가고 싶겠지만 죽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것이 생명욕구다. 우리 조상들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낙천주의적 생사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당신이 80-90살이라도 다 살았다고 말하지말라. 지금까지 한평생걸어왔지만 앞으로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배우자와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서 외로울지라도 혼자서라도 아직 가지 않은 길이 있지 않은가? 그 길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으로 내가 죽어야 끝날 여정이 아닌가?
끝으로 현재까지 살아왔다면 이런 기회를 준 하늘 천사에게 감사할 일이다. 다만 “이제는 죽고 싶다”고 말 하지 않아도 곧 죽을 때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서러워하지 말게나!<우정 著>
[나이별 이칭(異稱)(나이, 이칭, 의미)]
(1)15세: 지학(志學): 학문에 뜻을 둠 (2)20세: 약관(若冠): 비교적 젊은 나이 (3)30세: 입지(立志): 뜻을 세우는 나이 (4)40세: 불혹(不惑):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 (5)50세: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앎
(6)60세: 이순(耳順), 육순(六旬): 천지만물(天地萬物)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수 있다 (7)61세: 환갑(還甲), 회갑(回甲):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뜻 (8)62세: 진갑(進甲): 환갑의 이듬해 (9)70세: 칠순(七旬), 고희(古稀):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 종심(從心)이라고도 한다. (10)77세: 희수(喜壽): 희(喜)자의 초서가 칠십칠(七十七)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나이 ‘일흔일곱 살’을 달리 이르는 말
(11)80세: 산수(傘壽), 팔순(八旬): 나이 80세를 이르는 말 (12)88세: 미수(米壽): 팔십팔(八十八)을 모으면 미(米)자가 되는 데에서 생긴 말 (13)90세: 졸수(卒壽): 나이 90세를 이르는 말 (14)91세: 망백(望百): 백을 바라본다는 뜻 (15)99세: 백수(白壽): 백(百)자에서 일(一)을 빼면 백(白) 자가 되는 데에서 나온 말
(16)100세: 상수(上壽): 사람의 최상의 수명이란 뜻 (17)111세: 황수(皇壽): 황제의 수명 또는 나이 (18)120세: 천수(天壽): 타고난 수명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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