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
는 안 될 선 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뜨리고 낮
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
홀해진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졌듯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금지선 앞에서 멈칫거리고 때로는
그 선을 넘지 못햇음을 후회하는 것. 그러나 돌이켜 생각
해 보라. 그 선이 오늘 나의 후회와 맞바꿀 만큼 그리 대
단한 것이었는지.
낮술에는 바로 그 선을 넘는 짜릿함이 있어 첫 잔을 입
에 대는 순간, 입술에서부터 '싸아' 하니 온몸으로 흩어
져 간다. 안전선이라는 허명에 속아 의미 없는 금지선 앞
에 서서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그대에게 오늘 낮술 한 잔
을 권하노니, 그대여 두려워 마라. 낮술 한 잔에 세상은
환해지고 우리의 허물어진 기억들, 그 머언 옛날의 황홀
한 사랑까지 다시 찾아오나니.
[낮술 한 잔을 권하다],책만드는집, 2013.
첫댓글 후회로 점철된 나의 삶을 위해, 오늘은 낮술 한잔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