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맺음달 열하루, 남날, 맑음.
아침나절은 책을 보면서 보냈습니다.
날씨는 화창했고 햇살은 그야말로 쏘는 것처럼 따가웠는데
다섯 살 어린 여자 아이, 그것도 아주 총명하고 성깔 있는 아이의
잔인한 시간들에 대한 기억은 놀라웠습니다.
‘킬링필드’라고 말하는 캄보디아의 잔혹한 역사는
단지 한 나라에서 일어난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인류 모두에게 커다란 숙제였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서 고통을 나눠가지면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게 하는
무거운 성찰을 하게 하는 일이었음을 확인합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몇 년생이냐고 묻게 됩니다.
내가 잘 묻지 않던 사람들의 나이
어떤 사람은 1972년생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1973년생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나는 그 때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어디선가 주워들은
‘크메르루즈’, ‘폴 포트’, ‘캄보디아 내전’과 같은 말들이
큰 의미 없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는데
이제 1975년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내 안에 와서 쌓입니다.
꽃집을 연 송정원 군과 같이 먹었습니다.
지난번 그의 남편 이명주 군과 점심을 먹을 때
정원 군이 꽃집을 열었다는 말을 들었고
그가 무엇인가 일을 만들어서 하고 있다는 것은
내게 작지 않은 기쁨과 감동,
그래서 화장지 한 통을 사 들고 찾아가서 인사 나누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송정원 군은 내가 ‘터’의 소장으로 있을 때
교육실 일을 하던 식구였습니다.
아기자기한 성격을 갖고 있는 그는 일도 섬세하게 잘 해나갔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여 꾸려가는 단체의 성격 상
사람들에 의한 시달림도 겪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그 일의 일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달림들 중에는 사람들의 터무니없는 욕심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불합리한 것들이 있기도 했는데
그러던 중 이 사람에게 감당하기 쉽지 않은 몹쓸 병이 왔던 것,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온 그 병은 커다란 충격이었고
병 때문에 일을 그만두어야 했던 일은
가슴에 무거운 짐이 되어 남아 있었습니다.
흔치 않은 암이었는데
수술을 해 보니 치료가 의미 없을 정도로 진행이 되었다는 말은
다시 가슴에 못이 되었던 일,
그의 남편 이명주 군의 헌신적인 노력과
정원 군의 생명력이 마침내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는 일은
그야말로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늘 초조해 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꽃집을 열어 일을 시작했다고 하니
찾아가 응원을 해 주는 일은 내가 해야 할 당연한 일,
그렇게 찾아가 점심을 먹고 있는 사이
마침 이명주 군도 그와 함께 일한다는 선배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그 식당으로 왔고
같이 점심도 먹고, 커피까지 한 잔 나누었으니
그것은 덤으로 받은 기쁨이기도 했습니다.
점심 먹는 사이 조일현 군에게 점심 같이 먹자는 전화가 와서
밥은 먹고 있으니 차나 한 잔 같이 하자고 한 다음 통화를 마쳤습니다.
커피까지 마신 다음 다시 길 나서서 일현 군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커피 한 잔을 더 하고
그를 보내고 낚시를 나갔습니다.
오늘은 ‘소두머니’라고 하는 ‘초평저수지’ 수문 아래쪽으로 갔는데
내내 입질이 없다 마침내 한 수 걸었지만
시원찮은 낚시 바늘이 부러져 고기는 확인도 못 하고 놓쳤고
좀 더 앉아 있다가 다시 입질,
힘찬 물고기 한 마리를 걸어 간신히 끌어내고 보니
만만치 않은 크기의 잉어였습니다.
잉어가 목표로 한 물고기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잡혔으니 챙겨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께서 내게 주신 선물이니 받은 것,
나는 또 이것을 누구에게 선물로 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오늘 낚시는 그런 대로 큼지막한 손맛을 누렸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